스타워즈 게임이라고 하면 보통 제다이의 라이트세이버나 밀레니엄 팔콘의 추격전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스타워즈: 제로 컴퍼니'는 그 공식을 의도적으로 비껴간다.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와 XCOM 개발 베테랑들이 세운 스튜디오 비트 리액터가 함께 만드는 이 턴제 전술 게임은, 클론전쟁의 유명한 전장이 아니라 그 뒤편 그림자에서 벌어지는 작전을 다룬다. 주인공도 제다이가 아니라 오합지졸 용병 부대다. 8월 27일 PS5, Xbox Series X|S, PC로 출시된다.
주인공은 영웅이 아니라 전직 장교와 그가 모은 오합지졸
플레이어는 공화국 출신 전직 장교 호크스를 맡는다. 성별에 따라 남성(조나단 프리먼 목소리)과 여성(에리카 러트렐 목소리) 버전 중 선택할 수 있다. 호크스는 은하 전역에서 스카운드럴부터 바운티 헌터, 아스트로메크 드로이드까지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을 끌어모아 '제로 컴퍼니'라는 부대를 조직한다. 이들이 맞서야 할 상대는 쿤드리 페덤(레카 샤르마 목소리)이 이끄는 다크사이드 컬트 '무한의 굴레(Infinite Coil)'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은하를 뒤흔들려는 세력이다. 정규 전장의 영웅담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은하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설정이다.
클론전쟁 성우들이 돌아온다 — 아나킨도 스쳐 지나간다
지난달 산디에이고 코믹콘에서 공개된 성우진 명단이 특히 화제였다. 맷 랜터가 애니메이션 '클론전쟁' 시절 그대로 아나킨 스카이워커 역을 다시 맡았고, 모든 클론 트루퍼의 목소리를 담당했던 디 브래들리 베이커도 그대로 복귀해 부대원 '트릭'을 연기한다. 스토리상 아나킨의 임무는 제로 컴퍼니의 여정과 짧게 교차하는 정도로, 이 게임이 스카이워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장치에 가깝다. 그 외에도 M-3VO(D.C. 더글러스), 제이 모던트, 루나 블라스크, 캅 어퍼컷 등 10여 명의 조연 캐릭터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등장한다.
"XCOM 맞는데, 똑같지는 않다" — 달라진 전투 규칙
개발진의 이력 때문에 자연스럽게 XCOM과 비교되지만, 실제로 뜯어보면 규칙이 꽤 다르다. 미션당 4~6명을 투입하고 턴마다 행동력(AP) 3을 받는 기본 틀은 XCOM과 같다. 하지만 XCOM처럼 이동과 능력 사용이 따로 나뉜 예산이 아니라, 이동과 능력이 하나의 행동력 풀을 공유한다. 행동력 3을 전부 이동에 쓸 수도 있고, 이동과 능력을 나눠 쓸 수도 있고, 쿨다운 관리를 통해 턴 중간에 능력을 연쇄로 발동할 수도 있다. 안개 낀 시야(Fog of War)는 아예 없앴고, 전방위로 작동하던 오버워치는 특정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원뿔형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팀 전체가 공유하는 '어드밴티지'라는 새 자원 시스템도 추가됐다. 턴제 커버 시스템, 영구 사망(permadeath), 미션 사이 베이스 관리, 전략적 시간 압박이라는 XCOM의 뼈대는 유지하면서도, 절차적으로 생성되는 캠페인 대신 완전히 정해진 각본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매스 이펙트에 더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동료와 쌓는 유대감, '더 덴'에서 다음 작전을 고른다
이 게임의 진짜 핵심은 전투보다 유대감(Bond) 시스템일지도 모른다. 같은 부대원끼리 반복해서 함께 출전하면 유대감이 쌓이고, 유대감이 깊어지면 서로의 능력을 배우는 '교차 훈련'과 전투 시너지 보너스가 열린다. 미션 사이에는 대화, 베이스 내 상호작용, 그리고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식 텍스트 기반 선택 이벤트를 통해 이 관계를 관리한다. 이 선택들은 개별 캐릭터의 서사는 물론 부대 전체의 결속력에도 영향을 준다. 베이스인 '더 덴'에는 의무실, 장비를 거래하는 암시장, 업그레이드 단말기, 그리고 다음 작전을 고르는 홀로그램 은하 지도가 있다. 캠페인 시간은 '사이클'이라는 단위로 흘러가는데, XCOM의 외계인 진행 시계와 비슷하게 어떤 작전을 우선할지, 언제 쉬고 언제 출격할지 끊임없이 저울질하게 만드는 압박 장치다.
에디션과 가격 — 30만 원짜리 컬렉터스 에디션까지
기본판 외에 코스메틱 팩과 클론전쟁풍 도색 무기 테마 5종이 포함된 디럭스 에디션이 PC 59.99달러, 콘솔 69.99달러로 나온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는 게 컬렉터스 에디션(299.99달러)으로, 스타워즈 블랙 시리즈의 전자식 열압축 수류탄(써멀 디토네이터) 변형 모델을 중심으로 스틸북, 대형 데스크 매트, 각종 소품이 박스 하나에 들어간다. 예약 판매는 정식 출시 나흘 전인 8월 23일까지 진행된다. 제다이의 영웅담에 지친 팬이든, XCOM식 전술 게임을 기다려온 팬이든 눈여겨볼 만한 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