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스가 스스로 낸 숙제를 스스로 더 어렵게 만들었다. 컴퓨텍스 2026에서 공개된 ROG Xbox Ally X20은 이름 그대로 ROG 브랜드 20주년을 기념하는 한정판이다. 기존 Xbox Ally X와 골격은 같지만, 화면부터 조작계까지 만질 수 있는 거의 모든 부분에 손을 댔다. 문제는 이 정도로 다 갖춰놓고도 가격과 정확한 출시일을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7.4형 OLED로 몸집을 키운 화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화면이다. 기존 Ally X의 패널을 걷어내고 7.4형 ROG 네뷸라 HDR OLED를 새로 얹었다. 해상도는 1920×1080을 유지하면서 주사율 120Hz, 최대 밝기 1400니트, 돌비 비전과 프리싱크 프리미엄 프로까지 지원한다. 숫자만 보면 웬만한 거치형 모니터급인데, 이걸 손바닥만 한 기기에 욱여넣었다는 게 포인트다. 프로세서는 AMD 라이젠 AI Z2 익스트림, 24GB LPDDR5X 램, 1TB PCIe 4.0 NVMe SSD로 기존 Ally X와 동일하다 — 즉 이번 개선은 성능이 아니라 '보고 만지는 경험'에 집중했다는 뜻이다.
드리프트 걱정 끝? TMR 조이스틱과 비틀어 바꾸는 D패드
휴대용 게임기 유저들의 만성 스트레스였던 스틱 드리프트에 대한 답도 내놨다. 새 조이스틱은 TMR(터널링 자기저항) 방식으로, 최근 세대 기기들이 채택해온 홀 이펙트 센서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술이다. 입력 정확도가 높고 저항감도 기존 아날로그 스틱에 더 가까워, 이번 6월 공개된 MSI Claw 8 EX AI+의 홀 이펙트 스틱보다도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더 재미있는 건 D패드다. 방향키 양옆을 살짝 눌러 위로 당기며 돌리면 4방향과 8방향 입력이 전환되는 트랜스포밍 D패드를 새로 넣었다. 격투 게임이나 2D 플랫포머를 자주 하는 유저라면 반가울 디테일이다. 버튼은 더 둥글어졌고 범퍼는 더 단단해졌으며, 임펄스 트리거의 이동 거리도 늘었다. 뒷면은 잡았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러버 코팅을 새로 입혔고, Xbox 버튼도 새 브랜드 컬러에 맞춰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AR 글래스까지 끼워주는 20주년 번들
20주년 에디션답게 구성도 화려하다. 반투명 블랙 케이스 안으로 골드 컬러 내부 구조가 그대로 비치는 디자인은 그 자체로 한정판 티가 난다. 여기에 ROG XREAL R1 Edition 20 게이밍 AR 글래스가 기본 번들로 묶인다. 이 글래스를 쓰면 171형 화면에 맞먹는 가상 디스플레이를 240Hz 주사율로 즐길 수 있다는 게 아수스 설명이다. 휴대용 게임기 하나로 방구석을 통째로 극장으로 바꾸겠다는 셈인데, 얼마나 실용적일지는 실제 착용감을 확인해봐야 할 부분이다.
남은 물음표 — 가격과 출시일
정작 가장 궁금한 두 가지, 가격과 정확한 출시일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컴퓨텍스 현장 반응과 관련 매체들의 추정을 종합하면 번들 가격은 1800~2500달러(약 250만~350만원) 선으로 점쳐진다. 기존 Ally X 단품보다 훨씬 비싼데, AR 글래스와 20주년 한정 사양이 붙는 걸 감안하면 이해할 만한 수준이긴 하다. 출시 시기는 아수스가 "2026년 하반기"라고만 언급했는데, 컴퓨텍스 초기 반응에서는 8월이 최소 가능 시점으로 거론됐지만 연말 홀리데이 시즌이 더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확정된 정보가 나오는 대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