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게임, '젤다의 전설'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을까. 게임 잡지 패미통 창간 40주년을 맞아 진행된 특집 인터뷰에서 닌텐도의 미야모토 시게루가 그 답을 직접 밝혔다. 요지는 간단하다. 더 많은 사람과 게임을 즐기고 싶었고, 그 답을 당시 일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서구권 PC RPG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단순한 회고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지금의 젤다 시리즈, 나아가 닌텐도라는 회사 전체를 관통하는 개발 철학의 뿌리가 담겨 있다.

① 패미통 40주년 특집, 미야모토가 돌아본 게임 인생

이번 인터뷰는 지난 7월 29일 공개된 패미통 40주년 기념 특집으로, 올해 73세인 미야모토가 영화·테마파크· 박물관 사업 확장 등 최근 행보를 폭넓게 회고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그는 요즘 "게임 개발보다 그 외의 일이 바쁘다"고 웃으며 말하면서도, 게임 크리에이터로서 출발점이 됐던 초창기 패미컴 시절의 고민을 상세히 풀어놨다. 특히 다른 시리즈 감독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을 묻는 질문에는, 기존 게임을 참고하기보다 "근본적으로 다들 왜 노는 걸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나만이 깨달은 놀이의 원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젤다의 탄생 비화는 바로 이 개발 철학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됐다.

②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이 필요했다"

미야모토는 패미컴 초창기, 닌텐도가 오락실 게임을 이식하는 데 주력하던 시기의 고민을 이렇게 설명했다. "오락실 스타일의 게임과 스포츠 게임은 있었지만, 많은 사람의 관심을 사로잡으려면 새로운 종류의 게임을 만들어야 했다(We had arcade-style games and sports games, but in order to capture the interest of a large number of people, we had to create new types of games)"는 것이다. 당시 게임은 특정 마니아층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오락실 액션이나 스포츠 장르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려면, 기존 문법을 답습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한 셈이다. 위 영상은 그렇게 탄생한 오리지널 '젤다의 전설'의 실제 인트로 화면으로, 이 고민의 결과물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됐는지를 보여준다.

③ 서구권 PC RPG에서 얻은 힌트, 위저드리와 논리니어 구조

해법의 실마리는 뜻밖에도 바다 건너에 있었다. 미야모토는 "그 무렵 해외에서는 PC용 RPG가 유행하고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전혀 보급되지 않았다(At that time, RPGs on PC were catching on abroad, but they weren't widespread at all in Japan)"고 돌아봤다. 구체적으로 거론된 작품은 1981년 미국에서 나온 파티 기반 RPG의 원조 격인 '위저드리(Wizardry)' 시리즈다. 영구적으로 존재하는 세계, 캐릭터가 성장하는 시스템, 정해진 길을 따라가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진행 방식이 당시 일본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요소였다. 미야모토는 "우리는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계속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We wanted to make a different style of game where you don't continue linearly towards the goal)"고 당시 목표를 설명했다. 닌텐도는 이렇게 서구권에서 얻은 아이디어의 핵심 요소들을 추려,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자사 감성에 맞게 재구성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 위저드리(Wizardry)란?
1981년 미국 서 테크 사가 애플 II용으로 발매한 던전 크롤러 RPG. 파티 기반 전투와 캐릭터 육성, 영구적으로 존재하는 던전 등 이후 RPG 장르의 문법을 정립한 작품으로 꼽힌다. 일본에서는 오히려 훗날 콘솔 이식과 '드래곤 퀘스트' 등 국산 RPG의 등장 이후 뒤늦게 유명해졌다.

④ 세이브 데이터를 향한 집착이 낳은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

닌텐도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과 패미컴 본체
▲ 세이브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개발된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 (출처: Wikimedia Commons)

서구권 RPG처럼 주인공을 중심에 둔 논리니어 게임을 만들려면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 있었다. 바로 세이브 데이터다. "우리는 주인공이 중심이 되는 게임을 원했고, 세이브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었다(We wanted a game where the main character was the focus, and we also wanted to utilize save data)"는 것이 미야모토의 설명이다. 문제는 당시 패미컴용 롬 카트리지로는 이 기능을 구현하기가 여의치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닌텐도는 재기록이 가능한 플로피 디스크를 매체로 쓰는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이라는 별도 주변기기까지 새로 개발하기에 이른다. 하고 싶은 게임 디자인이 먼저 있었고, 그것을 구현할 하드웨어가 뒤따라 만들어진 셈이다. 미야모토는 이 흐름 속에서 당시 패미컴이 "장난감이지만 장난감이 아닌 것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꼈다고 돌아봤다. PC가 '상위' 기기로, 게임기는 '하위' 장난감으로 취급받던 시절이었지만, 오락실 수준의 타이틀을 손색없이 구현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라 내다봤다는 것이다.

⑤ 이와타와 나눈 "모두를 위한 게임"이라는 확신

미야모토는 이 문제의식이 훗날 닌텐도DS와 Wii를 개발할 당시 고故 이와타 사토루 전 사장과 나눈 대화로도 이어졌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런 오락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게 되지 않으면 안 되겠죠"라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이전 세대인 게임큐브의 흥행 부진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 미야모토는 게임큐브 실패를 분석한 결과, 게임을 특정 취향의 산물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패미컴 시절 젤다를 통해 "오락실 팬을 넘어선 유저층"을 고민했던 것과, 훗날 DS·Wii를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를 고민했던 것은 결국 같은 질문의 다른 시대 버전이었던 셈이다.

⑥ 2026년, 젤다 탄생 40주년이 갖는 의미

닌텐도 스위치2 젤다의 전설 오카리나 오브 타임 리메이크 공식 로고
▲ 초대 '젤다의 전설' 출시 40주년을 맞은 2026년, 닌텐도 스위치2로는 '오카리나 오브 타임' 리메이크가 예고돼 있다 (출처: Nintendo)

이번 회고가 유독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시점 때문이기도 하다. 초대 '젤다의 전설'은 1986년 2월 21일 일본에서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 전용으로 첫 출시됐다. 즉 2026년은 시리즈 탄생 정확히 40주년이 되는 해다. 40년 전 "더 많은 사람과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시리즈는, 이후 '오카리나 오브 타임'과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등을 거치며 매 세대 오픈월드·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기준을 새로 썼다. 닌텐도 스위치2로는 '오카리나 오브 타임' 리메이크가 예고돼 있어, 40주년을 기념하는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오락실도, 스포츠 게임도 아닌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헤맸던 한 개발자의 고민이,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게임업계에 여전히 유효한 질문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 젤다의 전설 탄생 비화 요약
· 문제의식: 오락실·스포츠 게임 팬을 넘어선 더 넓은 유저층 확보
· 참고 대상: 서구권 PC RPG(특히 위저드리)의 논리니어 구조
· 기술적 파생: 세이브 데이터 구현을 위한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 개발
· 초대 출시일: 1986년 2월 21일(일본,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
· 2026년: 시리즈 탄생 40주년, 스위치2용 '오카리나 오브 타임' 리메이크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