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9일 닌텐도 다이렉트에서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The Legend of Zelda: Ocarina of Time)' 리메이크가 공개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게임계의 술렁임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본지는 앞서 리메이크의 발표 스펙(언리얼 엔진 5 그래픽, 스위치 2 단독 출시, 자이로 조준 등)을 별도 기사로 전한 바 있다(관련 기사 참고). 이번 특집에서는 그 발표가 왜 이렇게까지 화제가 됐는지, 그리고 28년 전 원작이 어떤 게임이었길래 아직도 이런 반응을 이끌어내는지 두 갈래로 나눠 깊이 있게 살펴본다.

다이렉트 피날레를 장식한 "그 발표" — SGF 2위에 오른 티저 하나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리메이크 인게임 — 하이럴 성 마을 성문
▲ 발표와 함께 공개된 인게임 화면. 어린 링크가 하이럴 성 마을 성문으로 향한다. ⓒ Nintendo

시간의 오카리나 리메이크는 닌텐도 다이렉트의 맨 마지막 순서로 등장했다. 게임플레이 없이 짧은 시네마틱 티저만 공개됐음에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매체 LEVEL UP이 6월 1일부터 11일까지 VOD 조회수·스트리밍 성과·언론 보도량·크리에이터 반응·커뮤니티 반응을 종합 집계한 결과, 시간의 오카리나 리메이크는 서머 게임 페스트 2026 전체 발표작 중 2위에 올랐다. 1위는 '갓 오브 워: 라우페이', 뒤이어 '레지던트 이블 베로니카', '킹덤하츠 IV' 순이었다. 게임플레이 영상 한 프레임 없이 오직 티저만으로 이 정도 순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 매체는 다이렉트 생중계가 유튜브·트위치 합산 최대 동시 시청자 378만 명을 기록해 "역대 닌텐도 다이렉트 평균의 거의 두 배"라고 보도하기도 했다(해당 수치는 단일 매체 보도로, 교차 검증은 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정작 이 발표가 닌텐도의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이렉트 직후 닌텐도 주가는 10% 넘게 급락했는데, 업계 분석가들은 시간의 오카리나 리메이크 외에 연말 대형 신작이 부족했던 라인업 전반에 대한 실망감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하나의 발표가 화제성과 주가 반응이 이렇게 엇갈린 것도 이번 다이렉트의 독특한 지점이다.

"Nintendo Hire This Man" — 밈이 되어버린 팬들의 예언

팬메이드 언리얼 엔진 5 리메이크 — 자보라의 샘·호수 지역, 과도하게 사실적인 화풍
▲ "Hire This Man" 밈의 근원이 된 바로 그 스타일 — 팬메이드 언리얼 엔진 리메이크 특유의 과도하게 사실적인 화풍. 공식 트레일러가 이와 닮았다는 데서 밈이 시작됐다. ⓒ CryZENx

발표 직후 온라인을 가장 뜨겁게 달군 것은 다름 아닌 이었다. 게임 팬 커뮤니티에는 오래전부터 "Hire This Man(이 사람을 채용해라)"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아마추어 개발자가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과할 정도로 사실적인 팬메이드 리메이크 영상에 자주 달리던 농담 섞인 댓글이다. 그런데 공식 리메이크 트레일러 속 링크의 모습이 바로 그런 팬메이드 영상들의 화풍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순식간에 "2016년: 닌텐도야 이 사람을 채용해라 / 2026년: 닌텐도가 진짜로 그 사람을 채용했다"는 식의 밈이 확산됐다. 매체 Kotaku는 이를 두고 "닌텐도가 'Hire This Man 시대'에 진입했다는 농담이 인터넷을 뒤덮었다"고 표현했다. 동시에 지나치게 사실적인 화풍이 닌텐도 특유의 개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너무 많이 새어나갔다" — 전직 닌텐도 마케터들이 짚은 아쉬운 지점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리메이크 트레일러 — 하이럴 성이 수놓인 태피스트리
▲ 발표 트레일러 오프닝을 장식한 태피스트리 장면. ⓒ Nintendo

모두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전직 닌텐도 홍보 담당자 크리스타 양(Krysta Yang)은 발표 전 유출이 워낙 많았던 탓에 "너무 무뎌진 상태로 발표를 봤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직 마케팅 리드 키트 엘리스(Kit Ellis) 역시 "다이렉트 말미에 시간의 오카리나 리메이크 티저가 나온 게 정말 '서프라이즈'였다면 그야말로 대박이었을 것"이라며, 사전 유출이 감동을 상당 부분 갉아먹었다고 지적했다. 매체 GamesRadar+는 이 발언을 인용하며 "닌텐도 입장에서는 유출을 어떻게든 막고 싶었을 것"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실제로 발표 전 한 온라인 스토어의 백엔드 코드에서 리메이크 관련 정보가 담긴 문구가 발견됐다가, 닌텐도가 이를 조용히 삭제한 정황도 포착됐다. 유출이 반복될수록 정작 공식 발표의 파급력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대형 퍼블리셔들의 정보 관리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10년을 바친 팬 개발자 — "나는 역사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CryZENx의 언리얼 엔진 5 팬메이드 시간의 오카리나 리메이크 스크린샷
▲ 유튜버 CryZENx가 약 10년간 만들어온 팬메이드 언리얼 엔진 5 리메이크의 실제 화면. 죽음의 산·자보라의 샘 등 여러 지역이 실제 플레이 가능한 형태로 구현됐었다. ⓒ CryZENx

시간의 오카리나만큼 팬들이 직접 리메이크를 만들어온 역사가 긴 게임도 드물다. 그중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는 유튜버 CryZENx가 약 10년간 홀로 개발해온 언리얼 엔진 5 기반 팬메이드 리메이크다. 단순한 그래픽 데모가 아니라 전투·오카리나 연주·아이템 습득·NPC 대화·인게임 컷신까지 구현된 실제 플레이 가능한 버전으로, 죽음의 산과 자보라의 샘·자보라 마을 등 여러 지역이 순차적으로 추가되며 10년 가까이 무료로 배포됐다. 이례적으로 닌텐도의 중단 요청(테이크다운) 없이 오랜 기간 유지된 프로젝트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공식 리메이크가 발표되자, CryZENx는 10년 만에 프로젝트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나는 역사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팬 프로젝트가 공식 발표와 함께 막을 내리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 밖에도 유튜버 Taylor S. Ellis의 카카리코 마을 UE5 데모, 발표 직전 화제가 됐던 8K 해상도 팬메이드 데모 등, 지난 28년간 시간의 오카리나는 유독 팬 제작 리메이크·모드가 끊이지 않았던 게임으로 꼽힌다.

CryZENx의 팬메이드 언리얼 엔진 5 리메이크 — 협곡 지역을 걷는 어린 링크
▲ CryZENx의 팬메이드 리메이크 속 또 다른 장면. 10년 가까이 무료로 배포되며 꾸준히 지역이 추가됐다. ⓒ CryZENx
📌 리메이크 발표, 왜 특별했나 — 한눈에 보기

· 다이렉트 최종 순서 배치, 게임플레이 없이 티저만으로도 SGF 2026 화제성 2위
· "Nintendo Hire This Man" 밈 확산 — 팬메이드 리메이크 화풍과의 싱크로율
· 사전 유출로 서프라이즈 효과 반감 — 전직 마케터들의 자체 평가
· CryZENx의 10년 팬메이드 UE5 리메이크, 공식 발표와 함께 개발 종료
· 발표 직후 닌텐도 주가는 오히려 10%대 급락(라인업 전반 실망감 영향)

1998년, 여기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 3D 젤다의 탄생

닌텐도 64용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북미판 박스아트
▲ 1998년 닌텐도 64로 출시된 원작의 북미판 박스아트. ⓒ Nintendo

여기서부터는 리메이크의 원작, 1998년작 '시간의 오카리나' 이야기다. 이 게임은 닌텐도 최초의 3D 젤다였다. 미야모토 시게루가 프로듀서를, 아오누마 에이지·코이즈미 요시아키 등이 디렉터를 맡아 약 5년에 걸쳐 개발됐으며, 당초 64DD 디스크 주변기기용으로 기획됐다가 모션 캡처 애니메이션 처리 문제로 카트리지 방식으로 전환됐다. 최종적으로 32메가바이트 — 당시 닌텐도 64 카트리지 중 최대 용량 — 를 사용했고, 개발비는 1,200만 달러 이상에 200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컷신 90분 분량 전체를 사전 렌더링 없이 N64 하드웨어에서 실시간 연산으로 구현한 것도 미야모토가 직접 요구한 설계 원칙이었다.

▲ 1998년 원작을 다룬 20주년 기념 회고 영상. ⓒ VG Docs

닌텐도 64 콘솔 본체와 컨트롤러
▲ 시간의 오카리나가 구동됐던 닌텐도 64 콘솔과 컨트롤러. 최대 용량 32MB 카트리지에 게임을 담기 위해 개발진은 여러 기술적 타협을 거쳐야 했다. ⓒ Nintendo

게임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출시 1년 전인 1997년 11월, 닌텐도가 일본에서 연 자체 행사 '스페이스 월드 1997'에서였다. 당시 시연 버전에는 서로 다른 세 갈래의 플레이 데모가 준비돼 있었는데, 그중에는 링크가 '소울 메달리온'이라는 아이템으로 요정 나비의 몸에 빙의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능도 포함돼 있었다 — 정식 발매판에는 끝내 담기지 않은 요소다. 2021년에는 유출된 'F-제로 X' 개발용 카트리지에서 당시 32메가바이트 프로토타입의 약 절반 분량이 발견됐고, 보존 커뮤니티가 이를 바탕으로 해당 데모를 실제로 플레이할 수 있는 형태까지 복원해내기도 했다.

개발 후반부의 강도는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북미 현지화·프로듀싱을 담당했던 당시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 소속 짐 워넬(Jim Wornell)은 한 인터뷰에서 "거의 죽을 뻔했다. 이틀도 아니고 무려 2주 동안 하루도 쉬지 못하고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했다"고 회고했다. 다만 그는 이것이 닌텐도의 일반적인 근무 방식은 아니었다며, "당시 시간의 오카리나는 닌텐도 최대 규모의 출시작이었다. 모든 게임이 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시간의 오카리나 개발진 인터뷰 사진 — 닌텐도 공식 인터뷰 시리즈 이와타에게 묻다
▲ 닌텐도 공식 인터뷰 시리즈 '이와타에게 묻다(Iwata Asks)'에서 공개된 당시 개발진의 모습. ⓒ Nintendo

1998년 11월, 매장 앞에 줄을 서다 — 그 시절의 반응

1998년 원작 시간의 오카리나 — 코키리 숲에서 나비 요정과 함께하는 링크
▲ 1998년 당시의 실제 게임 화면. 코키리 숲에서 요정 나비와 함께하는 어린 링크. ⓒ Nintendo

게임은 일본에서 1998년 11월 21일, 북미에서는 이틀 뒤인 11월 23일 세상에 나왔다. 사전 예약 열기부터 심상치 않았다. 북미에서만 사전 주문이 50만 건에 달했다는 이야기가 통설처럼 퍼져 있지만, 기네스 세계기록이 공식 인증한 수치는 이보다 적은 32만 5천여 건이다 — 어느 쪽이든 당시로선 전례 없는 규모였던 셈이다. 대형 유통업체 일렉트로닉스 부티크는 출시 3주 전인 11월 3일에 일찌감치 예약 주문을 마감했는데, 확보 가능한 물량으로는 도저히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1998년 원작 시간의 오카리나 — 데쿠 나무 앞에 선 링크와 나비 요정
▲ 데쿠 나무 앞에 선 링크. 게임의 첫 던전이자, 당시 플레이어들이 3D 젤다를 처음 체감한 순간이었다. ⓒ Nintendo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북미에서는 출시 첫 주에만 100만 장이 팔려나갔고, 발매 후 40일이 채 되지 않은 그해 12월 말까지 누적 250만 장을 넘겼다. 일본에서도 80만 장이 팔리며 그해 가장 많이 팔린 소프트웨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닌텐도의 인지도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낮았던 한국에서조차 패미통 크로스리뷰 만점 소식이 게임 매체를 통해 전해지며 화제가 됐을 정도로, 이 게임의 파급력은 국경을 가리지 않았다.

1998년 원작 시간의 오카리나 — 말을 탄 가논돌프와 마주친 링크
▲ 하이럴 평원에서 말을 탄 가논돌프와 마주치는 장면. 출시 당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가장 회자된 순간 중 하나로 꼽힌다. ⓒ Nintendo
1998년 원작 시간의 오카리나 — 에포나를 타고 게루도 계곡의 협곡을 뛰어넘는 링크
▲ 에포나로 게루도 계곡의 협곡을 뛰어넘는 장면. 오늘날까지도 시리즈를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 Nintendo

평단의 만점 세례,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아쉬움

1998년 원작 시간의 오카리나 — 하이럴 평원을 걷는 링크
▲ 1998년 원작의 실제 화면. 광활한 하이럴 평원은 N64 시절 기준 파격적인 시도였다. ⓒ Nintendo

평단의 반응은 상업적 성공 이상으로 뜨거웠다. 일본 게임 잡지 패미통(Famitsu)는 리뷰어 4인 전원이 10점 만점을 줘 합산 40/40, 크로스리뷰 사상 최초의 만점을 기록했다. 1986년 창간 이래 지금까지도 만점을 받은 게임은 30여 종에 불과하다.

북미와 유럽 매체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EGM(Electronic Gaming Monthly)은 4인 리뷰어 전원이 독립적으로 10점을 줬는데, 그전까지 몇 년간 단 한 명의 리뷰어도 10점을 준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게임스팟 역시 사이트 개설 이래 첫 10점 만점을 부여했다 — 당시 리뷰를 쓴 제프 거스트먼은 훗날 편집장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엣지 10점, 게임프로 5점 만점, 컴퓨터 앤 비디오 게임즈 5점 만점까지 만점 세례가 이어졌다. 흥미롭게도 정작 닌텐도 자체 매체인 닌텐도 파워는 9.5점을 줘 만점을 주지 않은 몇 안 되는 매체로 남았는데, 점수와는 별개로 1998년 발행된 12개 호 중 11개 호에서 이 게임을 다루며 발매월인 11월호(통권 114호)를 통째로 커버스토리에 할애했다 — 거의 3년에 걸쳐 예고 기사를 쌓아온 뒤였다.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메타크리틱에서는 99/100으로 지금까지 집계된 모든 게임을 통틀어 역대 최고 스코어이며, 기네스 세계기록도 2025년 3월 이를 "역대 가장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비디오게임"으로 공식 인증했다 — 아직 이 점수를 넘어선 게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닌텐도 3DS용 시간의 오카리나 3D 박스아트
▲ 2011년 출시된 리마스터 버전 '시간의 오카리나 3D' 박스아트. 그래픽만 다듬었을 뿐 오케스트라 사운드트랙 교체는 이번이 처음이다. ⓒ Nintendo
미야모토 시게루 인터뷰 사진 — 닌텐도 공식 인터뷰 시리즈 이와타에게 묻다
▲ '이와타에게 묻다'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고하는 미야모토 시게루. ⓒ Nintendo

물론 만점 행진 뒤에 아쉬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3D 게임 개발 노하우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던 시절의 작품이다 보니, 시점과 조작계가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전투를 온전히 받쳐주지 못하는 순간이 종종 있었고, 던전 퍼즐 역시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반대로 백트래킹을 반복시킬 만큼 복잡한 경우가 뒤섞여 있었다. 하드웨어 성능을 한계까지 끌어 쓴 탓에 프레임도 20fps 안팎에 그쳐, 지금 기준으로 보면 화면이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단점들은 2011년 3DS 리메이크로 넘어오며 조작감이 다듬어지고 프레임이 개선되는 등 상당 부분 해소됐다.

판매량 역시 시리즈 역사에서 독보적이다. 닌텐도 64판은 일본에서만 114만 장, 전 세계로는 약 760만 장이 팔렸고, 2011년 나온 리마스터 '시간의 오카리나 3D'도 전 세계 644만 장이 팔리며 두 버전 합산 약 1,400만 장에 달한다. N64판 단독 수치만 놓고 봐도 한동안 시리즈 최고 판매량이었으나, 이후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가 이 기록을 넘어섰다.

1998년 원작 시간의 오카리나 — 낚시터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링크
▲ 본편 진행과는 무관하지만 오래도록 사랑받아 온 낚시터. ⓒ Nintendo
1998년 원작 시간의 오카리나 — 자보라 호수에서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링크
▲ 자보라 호수에서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링크. ⓒ Nintendo
📌 시간의 오카리나 원작, 숫자로 보기

· 출시: 1998년 11월, 닌텐도 64
· 개발 기간: 약 5년 · 개발비 1,200만 달러 이상
· 패미통: 크로스리뷰 사상 최초 40/40 만점
· 메타크리틱: 99/100 (역대 전체 게임 1위, 기네스 인증)
· 판매량: N64판 일본 114만 장·전 세계 760만 장 + 3DS판 전 세계 644만 장

"3D 게임 디자인의 백과사전" — 지금 모든 액션 게임이 물려받은 것들

1998년 원작 시간의 오카리나 — Z타겟팅으로 적을 조준하는 전투 화면
▲ 원작의 Z타겟팅 시스템. 노란 조준점이 적을 겨냥한 모습으로, 오늘날 대다수 3D 액션 게임의 락온 시스템이 여기서 출발했다. ⓒ Nintendo
1998년 원작 시간의 오카리나 — 숲의 신전 내부를 탐험하는 링크
▲ 숲의 신전 내부. 유기적으로 얽힌 복잡한 던전 구조는 이 게임이 남긴 대표적인 유산 중 하나로 꼽힌다. ⓒ Nintendo

같은 시기 나온 '슈퍼 마리오 64'가 "진짜 3D 게임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증명해 보인 예고편이었다면, 시간의 오카리나는 당시 여기저기서 파편적으로 시도되던 3D 게임 디자인 아이디어를 한데 모아 세련되게 완성해낸 종합선물세트에 가까웠다. Z타겟팅으로 구현한 활극형 전투, 말을 타고 달릴 수 있는 광활한 필드, 유기적으로 얽힌 복잡한 던전 구조까지 — 당시 플레이스테이션 등 경쟁 하드웨어로는 사실상 구현이 불가능했던 디자인을 이 정도 완성도로 담아낸 작품은 이 게임이 사실상 유일했다. 미국 게임 매체 게임트레일러스(GameTrailers)가 이 게임을 두고 "오늘날 업계 표준이 된 수많은 요소를 정의해낸, 걸어다니는 특허청"이라고 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영향력은 젤다 팬층을 훌쩍 넘어선다. '그랜드 테프트 오토' 시리즈를 만든 락스타 게임즈의 공동 창업자 댄 하우저는 2012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마리오나 젤다로부터 아무것도 빌려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3D 게임 개발자가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이 Z타겟팅이다. 버튼 하나로 적을 조준해 고정한 채 자유롭게 이동·회피할 수 있는 이 락온 시스템은 이후 수많은 3D 액션 게임의 전투 설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남겼다. '다크 소울' 시리즈를 만든 미야자키 히데타카 감독이 과거 "젤다의 전설은 3D 액션 게임의 교과서와도 같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다만 이 발언은 여러 팬 매체를 통해 반복 인용되는 것으로, 1차 인터뷰 출처가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아 참고용으로만 전한다).

1998년 원작 시간의 오카리나 — 달빛 아래 에포나를 타고 하이럴 평원을 달리는 링크
▲ 달빛 아래 하이럴 평원을 달리는 에포나. 승마 이동 역시 이 게임에서 처음 정립된 요소 중 하나다. ⓒ Nintendo

Z타겟팅 외에도, 상황에 따라 하나의 버튼이 대화·문 열기·밀기·잡기 등으로 자동 전환되는 맥락 감응형 액션 버튼, 말을 타고 이동하며 전투까지 가능한 에포나 승마 시스템, NPC의 일과와 몬스터 출현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낮밤 시스템, 그리고 어린 링크와 어른 링크를 오가는 시간 이동 구조까지,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여러 장르 관습이 이 게임에서 처음 정립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역대 최고의 게임" 논쟁, 그리고 시리즈 전체를 떠받치는 이야기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리메이크 트레일러 — 대요정의 나무가 수놓인 태피스트리
▲ 리메이크 트레일러 속 태피스트리. 대요정의 나무(데쿠 나무)가 자수로 새겨져 있다. ⓒ Nintendo

시간의 오카리나는 컴퓨터 앤 비디오 게임즈, 엣지, IGN, 게임 인포머 등 수많은 매체가 발표한 "역대 최고의 게임" 리스트에서 1위에 오른 이력이 있다. 엣지는 2009년 "시간의 오카리나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닌텐도가 그저 훌륭한 게임을 만들 힘과 지혜가 있어서가 아니라,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다만 출시 30년에 가까워지면서 최근 몇몇 매체는 "이제는 새로운 역대 최고의 게임이 나올 때"라며 재평가를 시도하는 등, 절대적인 찬사 일변도에서 조금씩 균형 잡힌 논쟁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011년 IGN이 젤다 시리즈 25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토너먼트식 독자 투표에서도, 시간의 오카리나는 후속작 '무주라의 가면'을 결승에서 꺾고 '최고의 젤다 게임'으로 뽑힌 바 있다.

닌텐도 64용 젤다의 전설 무주라의 가면 박스아트
▲ 2011년 IGN 독자 투표 결승에서 시간의 오카리나에 패한 후속작 '무주라의 가면'. 같은 엔진을 활용해 단 1년 만에 개발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 Nintendo
젤다의 전설 공식 아트북 하이룰 히스토리아 표지
▲ 2011년 발간된 공식 아트북 '하이룰 히스토리아'. 여기서 처음으로 젤다 시리즈 전체 타임라인이 공개됐다. ⓒ Nintendo

닌텐도가 2011년 공식 발표한 젤다 시리즈 타임라인 '하이룰 히스토리아'에서도 시간의 오카리나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게임의 엔딩을 기점으로 시리즈 전체 타임라인이 아역 링크가 과거로 돌아가는 '아역 타임라인', 어른 링크의 승리가 이어지는 '성인 타임라인', 가논에게 패배하는 '몰락 타임라인' 세 갈래로 갈라진다 — 사실상 젤다 시리즈 전체 세계관의 축이 되는 작품인 셈이다. 28년이 지난 지금, 그 축이 다시 한번 닌텐도 스위치 2 위에서 새롭게 그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