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젤다의 전설이 40주년을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해 태어난 또 하나의 문제작이 같은 이정표에 도달했다. 바로 '메트로이드'다. 1986년 8월 6일,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 전용으로 처음 출시된 이 작품은 이후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 자체를 낳았고, 게임 역사상 손꼽히는 반전으로 업계의 마케팅 관행까지 뒤흔들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유산은 닌텐도 스위치2로 이어지고 있다. 탄생부터 오늘까지, 메트로이드가 걸어온 길을 짚어본다.

① 1986년 8월 6일,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으로 태어나다

닌텐도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과 패미컴 본체
▲ '메트로이드'가 처음 탑재됐던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 (출처: Wikimedia Commons)
1986년 메트로이드 원작의 실제 게임 화면
▲ 1986년 원작 '메트로이드'의 실제 게임 화면. 오늘날 시점에선 단출하지만, 당시로선 파격적인 미니멀 UI였다 (출처: Wikipedia)

'메트로이드'는 그해 2월 21일 출시된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의 초기 라인업으로, 발매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등장했다. 제작은 요코이 군페이, 연출은 사카모토 요시오가 맡았고, 음악은 타나카 히로카즈가 담당했다. 앞서 소개한 젤다의 전설과 마찬가지로, 메트로이드 역시 디스크 시스템의 재기록 가능한 매체 덕분에 세이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었다. 반면 1987년 8월 북미 NES판이 출시될 때는 배터리 백업 비용 문제로 세이브 기능 대신 비밀번호(패스워드) 입력 방식이 쓰였고, 유럽에는 이듬해인 1988년 1월에야 상륙했다. 즉 국가별로 출시 시점과 세이브 방식마저 달랐던 작품인 셈이다.

메트로이드 드레드 실제 플레이 화면, 통로 탐험
▲ 40년 뒤인 2021년작 '메트로이드 드레드' 실제 플레이 화면. 통로를 탐험하는 기본 골격은 원작과 이어져 있다 (출처: Nintendo)

② 요코이 군페이와 사카모토 요시오, 낯선 장르에 도전하다

메트로이드 시리즈 로고, 위는 현재 로고 아래는 1986년 오리지널 로고
▲ 40년의 시간차를 보여주는 현재 로고(위)와 1986년 오리지널 로고(아래) (출처: Nintendo, Wikimedia Commons)

닌텐도 R&D1은 그전까지 '벌룬 파이트', '데빌 월드' 같은 비교적 가벼운 액션 게임을 주로 만들던 팀이었다. 메트로이드는 이 팀이 처음으로 도전한 SF 분위기의 액션 게임으로, 우주복을 입은 현상금 사냥꾼 사무스 아란이 외계 행성 제베스에 홀로 잠입해 스페이스 해적과 메트로이드 생명체를 소탕한다는 설정을 갖췄다. 체력 게이지 외에는 화면에 거의 아무 정보도 띄우지 않는 미니멀한 UI,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와 동굴이 자아내는 고립감 있는 사운드 디자인은 당시 다른 패미컴 게임들과는 확연히 다른 인상을 남겼다. 화려한 연출보다 "낯선 행성에 홀로 떨어진 듯한 감각" 자체를 게임의 핵심 재미로 삼은 셈이다.

1986년 북미판 메트로이드 NES 박스아트
▲ 1987년 북미 출시된 NES판 '메트로이드'의 박스아트 (출처: Wikipedia)
메트로이드 드레드 실제 플레이 화면, EMMI 로봇을 피해 숨는 사무스
▲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를 피해 숨어야 하는 고립감은 40년이 지난 최신작에도 이어진다 ('메트로이드 드레드' 실제 플레이 화면, 출처: Nintendo)

③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가지 않는 게임

메트로이드 무대인 행성 제베스의 단순화된 구역 지도
▲ 브린스타·노르페어·크레이드·투리안 등으로 서로 연결된 행성 제베스의 구역 구조 (출처: Wikimedia Commons)

메트로이드의 가장 큰 유산은 바로 이 지도 구조에서 나온다. 당시 대다수 액션 게임이 스테이지를 순서대로 클리어하는 방식이었다면, 메트로이드는 하나로 이어진 행성 제베스 전역을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오가도록 설계했다. 특정 능력(모프볼, 미사일, 아이스 빔 등)을 얻어야만 진입할 수 있는 구역이 곳곳에 숨어 있어, 이전에 지나쳤던 길을 능력을 얻은 뒤 다시 찾아가는 '백트래킹'이 게임의 기본 리듬이 됐다. 앞서 소개한 미야모토 시게루의 젤다의 전설 인터뷰에서 언급된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가지 않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는 문제의식과 정확히 같은 시기, 같은 회사 안에서 서로 다른 팀이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찾고 있었던 셈이다.

메트로이드 드레드 실제 플레이 화면, 화면 우측 상단 미니맵
▲ 화면 우측 상단의 미니맵에서 보이듯, 비선형 탐험 구조는 여전히 시리즈의 핵심이다 ('메트로이드 드레드' 실제 플레이 화면, 출처: Nintendo)
💡 1986년, 닌텐도의 실험이 겹친 해
같은 해 출시된 '젤다의 전설'과 '메트로이드'는 모두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을 기반으로, 비선형 탐험이라는 공통된 방향을 각자의 장르 안에서 실험했다. 두 시리즈 모두 40년 뒤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공교롭다.

④ 슈트 속의 반전 — 사무스 아란과 마케팅의 변화

파워 슈트를 착용한 사무스 아란, 메트로이드 드레드 공식 아트
▲ 파워 슈트를 착용한 사무스 아란(2021년작 '메트로이드 드레드' 공식 아트) (출처: Nintendo)

게임 내내 사무스 아란의 정체는 두꺼운 파워 슈트에 완전히 가려져 있다. 당시 설명서와 홍보 전단은 사무스를 "그(he)"라고 지칭했고, 대다수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남성 주인공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일정 시간 안에 게임을 클리어하면, 슈트를 벗은 사무스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엔딩이 공개된다. 사카모토 요시오는 훗날 인터뷰에서 개발 중반 팀 내 한 스태프가 "주인공을 여성으로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팀이 투표로 이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1980년대 액션·어드벤처 장르는 "남자아이들의 취미"로 여겨지며 남성 주인공을 당연시하던 시기였던 만큼, 이 반전은 당시 플레이어들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사무스 아란은 게임업계를 통틀어 가장 오래 활약한 여성 주인공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주인공의 성별을 마케팅 포인트로 숨긴다"는 이 실험은 게임업계가 캐릭터를 소개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남겼다.

메트로이드 드레드 실제 플레이 화면, 보스와의 근접전
▲ 슈트로 온몸을 감싼 채 강적과 맞서는 사무스 아란 ('메트로이드 드레드' 실제 플레이 화면, 출처: Nintendo)

⑤ '메트로배니아' — 장르의 이름이 된 게임

메트로이드 프라임과 캐슬바니아 심포니 오브 더 나이트 로고
▲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명을 이룬 두 축, 메트로이드와 캐슬바니아 (출처: Nintendo, Konami)

메트로이드가 정립한 비선형 탐험 구조는 1997년 코나미의 '캐슬바니아: 심포니 오브 더 나이트'가 같은 방식을 받아들이며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졌다. 두 게임의 이름을 합친 '메트로배니아(Metroidvania)' 라는 용어는 2000년대 초 게이머 커뮤니티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퍼져나갔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오각에서는 이 단어를 쓴 가장 이른 기록으로 2001년 캐슬바니아: 서클 오브 더 문을 논하던 이용자 리처드 허트닉의 게시글이 지목됐고, 이후 게임스파이 기자 크리스천 넛이 이 표현을 언론 기사에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는 평론가 제러미 패리시가 용어를 만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패리시 본인은 이를 부인했다. '심포니 오브 더 나이트'를 만든 이가라시 코지 역시 자신이 이 표현을 만들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확한 최초 창안자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업계 전반에서 통용되는 정식 장르명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할로우 나이트',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 같은 인디 명작들이 이 계보를 이으며 하나의 거대한 장르로 성장했다.

캐슬바니아 심포니 오브 더 나이트를 만든 이가라시 코지
▲ '캐슬바니아: 심포니 오브 더 나이트'를 만든 이가라시 코지. 그 역시 '메트로배니아'라는 용어를 자신이 만들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메트로이드 드레드 실제 플레이 화면, 플래시 시프트 이동기 사용 장면
▲ 능력을 얻어야 갈 수 있는 구역, 백트래킹으로 이어지는 이동기 액션도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공식이 됐다 ('메트로이드 드레드' 실제 플레이 화면, 출처: Nintendo)

⑥ 사무스의 여정, 메트로이드2부터 드레드까지

닌텐도 게임큐브에 담긴 메트로이드 프라임 디스크
▲ 2002년 게임큐브로 3D 전환을 이뤄낸 '메트로이드 프라임' (출처: Wikimedia Commons)

이후 시리즈는 꾸준히 이어졌다. 1991년 게임보이용 '메트로이드 II: 리턴 오브 사무스'로 첫 후속작이 나왔고, 1994년 SNES용 '슈퍼 메트로이드'는 지금까지도 장르의 교과서로 꼽힌다. 2002년에는 레트로 스튜디오가 개발한 '메트로이드 프라임'이 1인칭 시점으로 시리즈를 3D로 전환시키며 게임큐브의 대표작이 됐고, 이 프라임 3부작은 2007년 Wii판까지 이어졌다. 이 시기 게임보이 어드밴스로도 2002년 '메트로이드 퓨전', 2004년 '메트로이드: 제로 미션'이 잇따라 출시되며 2D 라인도 유지됐다. 2010년 Wii 독점작 '메트로이드: 아더 M'은 시리즈 내에서도 평가가 크게 갈리는 작품으로 남았고, 이후 오랜 공백을 거쳐 2017년 '메트로이드: 사무스 리턴즈', 2021년에는 '퓨전'의 정식 후속작인 '메트로이드 드레드'가 출시되며 시리즈의 명맥을 이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4 비욘드 실제 플레이 화면, 행성 뷰로스의 정글 풍경
▲ 1인칭 시점 3D 탐험은 '메트로이드 프라임' 3부작 이후 시리즈의 또 다른 축이 됐다 ('메트로이드 프라임4: 비욘드' 실제 플레이 화면, 출처: Nintendo)

⑦ 2025년 12월, 스위치2로 이어진 계보 — '메트로이드 프라임4: 비욘드'

시리즈의 가장 최근 본편은 2025년 12월 4일 출시된 '메트로이드 프라임4: 비욘드'다. 닌텐도 스위치와 닌텐도 스위치2로 동시 출시됐으며, 스위치2 에디션은 더 향상된 그래픽과 성능을 지원한다. 이번 작에서 사무스는 사고로 낯선 행성 뷰로스에 불시착해 새롭게 얻은 사이킥 능력과 전용 바이크 '비올라'를 활용해 행성을 탐사한다. 40년 전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의 한 타이틀로 시작된 시리즈가, 오늘날 닌텐도의 최신 하드웨어 대표작 중 하나로 여전히 현역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메트로이드 프라임4 비욘드 실제 플레이 화면, 외계 생명체와의 전투
▲ 새로운 행성, 새로운 생명체와 맞서는 사무스 ('메트로이드 프라임4: 비욘드' 실제 플레이 화면, 출처: Nintendo)

⑧ 1986년의 두 실험작, 함께 맞은 40주년

닌텐도 스위치2 젤다의 전설 오카리나 오브 타임 리메이크 공식 로고
▲ 메트로이드와 같은 해 태어난 '젤다의 전설' 역시 스위치2로 계보를 잇고 있다 (출처: Nintendo)

공교롭게도 2026년은 '젤다의 전설'과 '메트로이드'가 나란히 40주년을 맞는 해다. 두 시리즈 모두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이라는 같은 하드웨어에서 출발했고, "정해진 길을 따라가지 않는 게임"이라는 같은 방향을 각자 장르 안에서 실현해냈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 두 시리즈는 나란히 닌텐도 스위치2에서 신작 또는 리메이크로 이어지고 있다. 오락실 액션도, 스포츠 게임도 아닌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헤맸던 1986년 닌텐도 개발진의 고민이, 40년 뒤에도 여전히 게임업계에 유효한 질문이자 유산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메트로이드 프라임4 비욘드 실제 플레이 화면, 동굴 유적 탐사
▲ 낯선 유적을 홀로 탐사하는 감각은 1986년 원작부터 지금까지 시리즈를 관통하는 정체성이다 ('메트로이드 프라임4: 비욘드' 실제 플레이 화면, 출처: Nintendo)
💡 메트로이드 40년 연혁 요약
· 1986.08.06: '메트로이드' 최초 출시(일본,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
· 1994: '슈퍼 메트로이드' 출시, 장르의 교과서로 자리매김
· 1997: '캐슬바니아: 심포니 오브 더 나이트' 출시, '메트로배니아' 용어의 뿌리 형성
· 2002~2007: '메트로이드 프라임' 3부작, 시리즈 최초 3D 전환
· 2021: '메트로이드 드레드' 출시, 19년 만의 2D 본편 후속작
· 2025.12.04: '메트로이드 프라임4: 비욘드' 출시(닌텐도 스위치·스위치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