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9일부터 8월 19일까지 52일. 게임업계에서 실물 디스크만큼 오래 화제를 붙잡은 사안은 없었다. 시작은 'GTA 6' 패키지 안에 디스크가 없다는 사실이었고, 지금은 날짜를 정한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그 사이 소니는 '디지털 82%'라는 숫자를 근거로 내놨다. 그런데 같은 기간 측정된 실제 디스크 구매 비중은 27.8%였다. 두 숫자가 왜 이렇게 다른지, 그리고 이 틈을 누가 파고들었는지 처음부터 정리했다.

6월 29~30일 — 시작은 '코드인박스'였다

GTA 6 공식 커버 아트. 야자수와 해변을 배경으로 두 주인공과 로고가 배치돼 있다
▲ 'GTA 6'의 패키지 상품에는 디스크가 아니라 다운로드 코드만 들어간다. 사진: Rockstar Games

6월 29일 'GTA 6' 선주문이 열렸다. 스탠다드 79.99달러였고, PS5 대 엑스박스 선주문 비율이 8대 1로 벌어졌다는 집계가 나왔다.

그런데 예약 페이지를 뜯어본 이용자들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physical copy'라고 적힌 상품 안에 디스크가 없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오해로 정리되는 듯했다. 록스타 서포트가 보낸 답변이 근거였다.

6월 30일 사실이 확정됐다. 'GTA 6'는 실물 디스크로 나오지 않는다. 패키지 박스는 존재하지만 내용물은 다운로드 코드뿐이다.

고가의 컬렉터 에디션도 예외가 아니었다. 빈티지 바이스시티 팩 같은 상품 역시 코드만 담겼다.

이 시점까지는 개별 게임 하나의 판매 방식 문제였다. 이틀 뒤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7월 2일 — 소니가 판을 깼다

흰색 플레이스테이션 5 본체와 듀얼센스 컨트롤러가 어두운 배경 앞에 세워져 있는 모습
▲ 소니는 2028년 1월부터 신작 게임의 물리 디스크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7월 2일 소니가 발표를 냈다. 2028년 1월부터 신작 게임의 물리 디스크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이었다.

특정 게임이 아니라 회사 차원의 방침이었다. 개별 사례가 업계 구조 문제로 바뀐 순간이다.

동반 조치도 있었다. PS3와 PS Vita의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가 2027년 7월 문을 닫는다. 일부 지역은 2026년이다.

이미 나온 게임과 기존 디스크 드라이브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었다.

그럼에도 반발이 컸던 이유는 방향성 때문이었다. 신작을 디스크로 살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 정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소니가 제시한 근거는 숫자였다. PS4와 PS5를 합친 풀게임 소프트웨어의 디지털 다운로드 비중이 82%라는 것이다.

다섯 중 넷 이상이 이미 디지털로 산다면 생산 라인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이 82%가 이후 모든 논쟁의 기준점이 된다.

7월 4일 —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용한 반대 행보

검은색 엑스박스 시리즈 X 본체와 컨트롤러가 나무 바닥 위에 놓여 있는 모습
▲ 마이크로소프트는 디스크를 디지털 라이선스로 전환하는 기능을 내부 테스트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소니 발표 이틀 뒤 마이크로소프트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디스크-투-디지털(Disc-to-Digital)' 기능이다. 갖고 있는 물리 디스크를 계정에 귀속된 디지털 라이선스로 바꿔 주는 구조다.

정식 발표가 아니라 내부 테스트 단계에서 알려진 내용이었다.

방향은 정반대다. 소니가 디스크를 없애는 쪽이라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산 디스크의 가치를 디지털로 이어 주는 쪽이다.

물론 이 기능도 결국은 디지털 전환이다. 다만 이용자가 이미 지불한 것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인상이 크게 다르다.

8월 6일에는 한 걸음 더 나갔다. 차세대 엑스박스 '프로젝트 헬릭스'에 디스크 드라이브를 넣을지를 두고 상반된 제보가 쏟아진 것이다.

소니가 걷어찬 자리를 엑스박스가 주울 수 있다는 관측이 이때 처음 나왔다.

7월 9일 — 27.8%라는 숫자가 나왔다

그래픽카드와 하드웨어 부품이 놓인 제품 이미지
▲ 알리네아 애널리틱스는 2026년 PS5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타이틀별 디스크판 비중을 산출했다. 사진: 제조사 제공

이 사안의 성격을 바꾼 날이다. 소니의 82%에 맞설 다른 숫자가 등장했다.

애널리틱스 업체 알리네아 애널리틱스(Alinea Analytics)가 2026년 PS5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레지던트 이블 레퀴엠'의 디스크판 비중은 27.8%였다. 350만 장 가운데 약 97만 장이 디스크로 팔렸다는 뜻이다.

'크림슨 데저트'는 19.9%였다. 대형 오픈월드 신작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장 낮은 쪽은 'EA 스포츠 FC 26'으로 12%에 그쳤다.

여기서 두 숫자를 나란히 놓아야 한다. 소니의 82%는 PS4와 PS5를 합친 전체 소프트웨어 기준이다. 세일 기간의 저가 게임, 소규모 인디, 재구매까지 전부 포함된 수치다.

반면 27.8%는 대형 신작 한 편의 발매 시점 구성비다. 디스크를 사려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구간이다.

즉 82%와 27.8%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다른 것을 재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이 차이가 정책 판단에 미치는 영향이다. 전체 평균으로 보면 디스크는 주변부지만, 대형 신작 기준으로는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여전히 디스크를 고른다.

97만 장이라는 절대 수치도 무시하기 어렵다. 비중은 작아도 규모는 작지 않다.

7월 9~11일 — 청원은 지금 33만 명을 넘었다

GTA 6의 바이스 시티 해변 도로와 야자수가 늘어선 공식 이미지
▲ 청원 측은 "디지털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유일한 선택지가 되는 걸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진: Rockstar Games

여론은 두 갈래로 움직였다.

하나는 청원이다. 캐나다 리테일러 PNP 게임즈 관계자가 소니 발표 직후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 'Don't Kill the Disc' 청원을 열었다.

증가 속도가 이 사안의 온도를 보여준다. 나흘 만에 10만 명을 넘겼고, 이후 12만 → 17만 → 22만 명으로 계단을 밟았다.

7월 중순 27만 명을 지났고, 8월 현재 33만 5,000명을 넘어섰다. 발표로부터 한 달 반이 지났는데도 서명이 계속 붙고 있다는 뜻이다.

청원 측이 내건 문장이 이 운동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디지털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유일한 선택지가 되는 걸 반대한다."

다른 하나는 구독 해지였다. PS 플러스 해지 운동이 번졌다.

그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보고됐다. 구독 취소를 시도하면 최대 50% 할인이 제시되는 정황이 잇따라 포착된 것이다.

소니는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리텐션 시스템의 자동 대응인지 별도 캠페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용자들이 받아들인 메시지는 분명했다. 해지 움직임이 회사가 반응할 만한 규모였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반응은 갈렸다. "미끼를 물지 않겠다"는 쪽과 "그래도 절반 값이면 남는 장사"라는 쪽이 부딪혔다.

7월 13일~8월 4일 — 그 사이 벌어진 일들

둠 오리지널 기념 황금 플로피 디스크 제품 이미지
▲ 실행되지 않는 기념 플로피 디스크가 상품이 되는 흐름도 같은 시기에 나타났다. 사진: 제조사 제공

7월 13일 산타모니카 스튜디오가 '갓 오브 워: 라우페이'의 실물 디스크 출시를 공식 확인했다.

짧은 답변이었지만 의미는 컸다. 팬 반발에 대한 1st파티 스튜디오의 첫 응답이었기 때문이다.

이 한 줄은 부수적인 정보도 확정했다. 2028년 이전 출시, 즉 사실상 2027년 발매라는 사실이다.

흥미로운 현상도 나타났다. 8월 4일 '둠' 오리지널 기념 황금 플로피 디스크 예약 판매가 시작됐다.

이 제품은 실행되지 않는다. 순수한 소장품이다.

디스크가 실용재에서 상징재로 옮겨 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능이 사라질수록 물성 자체가 상품이 되는 구조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는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PS5 게임 타이틀 거래가 전년 대비 240%, PS4 타이틀이 196% 급증했다. 7월 2일부터 15일 사이의 수치다.

디스크가 사라진다는 발표가 오히려 남은 디스크의 거래를 자극한 셈이다.

8월 18~19일 — 유출자가 명분으로 삼았다

팬텀 블레이드 제로에서 주인공이 적과 검을 맞대고 겨루는 장면
▲ '팬텀 블레이드 제로'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채팅이 디스크 요구 댓글로 뒤덮였다. 사진: S-GAME

52일째, 사안은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갔다.

8월 18일 'GTA 6'의 게임플레이 영상과 전체 지도로 보이는 이미지가 유출됐다. 유출자는 '사이버리크'라는 이름을 썼다.

주목할 부분은 그가 내건 명분이다. 'GTA 6'를 디지털로만 판매하기로 한 결정에 항의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다른 퍼블리셔까지 겨냥했다. 디지털 선주문, '가짜 싱글플레이 DLC', 싱글플레이 게임의 접근성을 유지하지 않는 태도를 문제 삼았다.

유출이 소비자 권리를 명분으로 정치화된 사례다. 2022년 'GTA 6' 유출이 해커의 과시에 가까웠던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같은 날 소니의 '팬텀 블레이드 제로'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채팅이 'No Disc No Buy' 댓글로 뒤덮였다.

정작 이 게임의 개발사 S-게임은 소니의 디스크 정책과 무관하다. 표적이 아닌 곳이 유탄을 맞은 셈이다.

그리고 보이콧에 날짜가 붙었다. 8월 23일부터 30일까지다.

52일이 남긴 것 — 세 가지 관전 포인트

GTA 6 빈티지 바이스시티 팩 관련 공식 이미지
▲ 2028년 1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사진: Rockstar Games

이 기간을 정리하면 쟁점은 세 갈래로 압축된다.

첫째, 숫자의 층위 문제다. 82%와 27.8%가 모두 사실이라는 점이 이 논쟁을 어렵게 만든다. 전체 평균으로 보면 디스크는 이미 소수지만, 대형 신작 기준으로는 여전히 무시하기 힘든 규모다. 어느 쪽을 기준으로 정책을 정할 것인가가 실질적 쟁점이다.

둘째, 대체재의 부재다. 청원 측 문장이 정확했다. 반대의 대상은 디지털이 아니라 '유일한 선택지'다. 디스크가 사라지면 중고 거래, 대여, 서비스 종료 후 접근이 함께 사라진다. 이를 대신할 제도가 아직 없다.

셋째, 경쟁 구도의 변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디스크-투-디지털과 차세대 드라이브 탑재를 저울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니가 비운 자리가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청원이 아직도 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나흘 만에 10만이던 서명이 한 달 반 만에 33만을 넘었다. 통상 이런 운동은 초기에 정점을 찍고 식는데, 이번에는 곡선이 꺾이지 않았다.

당장 확인 가능한 것은 다음 주다. 8월 23일부터 시작되는 일주일이 실제 지표로 나타날지가 첫 시험대다.

다만 일주일은 통계로 확인하기에 짧다. 이런 운동의 실제 성과는 매출보다 의제 유지 쪽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 점에서는 이미 성과가 있다. 신작 발표 방송 하나가 통째로 디스크 논쟁 기사로 소비됐고, 유출 사건조차 같은 명분으로 설명되고 있다.

2028년 1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소니가 82%를 계속 고수할지, 아니면 어떤 형태의 절충안을 내놓을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