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원 리치 토레스(민주당·뉴욕 15선거구)가 10월 15일 '파워 투 더 플레이어스 법(Power To The Players Act)' 추진 계획을 밝혔다.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게임 구매자의 소유·플레이 권리를 지키는 규칙을 만들게 하고, 온라인 기능이 있는 게임은 서버를 닫기 전에 오프라인 모드를 제공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먼저 바로잡을 점이 있다. 이 법안은 뉴욕주 의회 법안이 아니라 연방 의회 법안이다. 또 의원실 보도자료는 '발의하겠다'는 표현을 썼고, 법안 번호도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무엇을 담았나 — 소유권, 오프라인 모드, 재판매

리치 토레스 미국 하원의원의 공식 초상 사진
▲ 리치 토레스 하원의원(민주·뉴욕). 사진: House Creative Committee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 하원 공식 초상 사진이며 이번 발표 현장 사진이 아니다. 좌우 여백은 블러 처리했다.

토레스 의원실이 10월 15일 낸 보도자료와 Kotaku 인터뷰를 종합하면 골자는 세 가지다.

의원실이 공개한 토레스 의원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게임 값을 냈다면 그 게임은 당신 것이어야 한다." "회사가 플러그를 뽑는 순간 빼앗길 수 있는 게임은 구매가 아니다." (보도자료 영문 "When you pay for a game, you should own it", "A game that can be taken away the moment a company pulls the plug is not a purchase"를 옮긴 것)

첫째, FTC가 규칙을 만들어 게임을 사면 '플레이할 수 있는 라이선스'가 아니라 소유권을 얻도록 한다.

둘째, 온라인 기능이 있는 게임은 지원 서버가 종료되기 전에 오프라인 모드를 갖춰야 한다.

셋째, 구매자가 게임을 소유하고 되팔 수 있는 권리를 지키는 것이 취지라고 의원실은 밝혔다. 다만 디지털 구매에까지 재판매·양도를 의무화하는지는 법안 원문이 나오지 않아 확인되지 않는다.

적용 대상은 게임이다. 토레스 의원은 Engadget에 디지털 도서·영화·음악으로도 비슷한 보호를 확대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해지지만, 이번 구상의 본문에 담긴 것은 게임이다.

서비스 종료 시 환불이나 사전 고지 의무를 넣었는지는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불씨는 NBA 2K25 — 2년 만에 판매 중단, 연말 서버 종료

NBA 2K25 게임 화면 -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공을 드리블하는 장면
▲ NBA 2K25 게임 화면. 판매 종료와 서버 종료가 법안 추진의 계기가 됐다. 사진: 2K·Visual Concepts (스팀 스토어)
NBA 2K25 게임 화면 - 인디애나 유니폼 선수 클로즈업
▲ 서버가 닫혀도 오프라인 모드는 남지만 온라인 모드는 사라진다. 사진: 2K·Visual Concepts (스팀 스토어)

토레스 의원실은 보도자료에서 NBA 2K25를 직접 예로 들었다.

이 게임은 2024년 9월 출시됐고 가격은 70달러였다.

2K는 10월 30일 디지털 스토어에서 게임을 내리고, 온라인 서비스는 12월 31일까지 운영한다고 안내했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서버가 닫히면 멀티플레이는 물론 가상화폐 기반의 마이커리어(MyCareer) 같은 모드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반면 플레이 나우, 마이NBA 등 서버가 필요 없는 모드는 계속 즐길 수 있다고 전해진다.

이미 산 게임을 내려받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핵심 모드가 사라진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아직 갈 길이 멀다 — 발의 전, 권한 논란, 로비 전망

NBA 2K25 게임 화면 - 덴버 유니폼 선수가 슛을 던지는 장면
▲ 법안이 실제 규칙이 되려면 발의·위원회·표결을 모두 넘어야 한다. 사진: 2K·Visual Concepts (스팀 스토어)
워싱턴 D.C. 콘스티튜션 애비뉴의 연방거래위원회(FTC) 본부 건물
▲ 법안이 규칙 제정을 맡기려는 연방거래위원회(FTC) 본부 건물. 사진: Harrison Keely (Wikimedia Commons, CC BY 4.0) — 법안과 직접 관련된 현장 사진이 아닌 건물 사진

10월 19일 기준으로 법안은 아직 정식 발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토레스 의원실 보도자료는 '발의하겠다(will introduce)'는 표현을 쓴다. Kotaku와 Engadget도 발의 예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Destructoid는 이미 발의했다고 적었다. 보도자료 문구와 맞지 않아 이 기사는 발의 예정으로 본다.

법안 번호와 원문, 공동 발의자, 외부 지지 단체는 확인되지 않는다. 의회 법안 검색 사이트에서도 해당 법안은 찾지 못했다.

Engadget은 두 가지 걸림돌을 짚었다. 비슷한 취지의 캘리포니아 주 법안이 6월 위원회 단계에서 무산됐다는 점이 하나다.

다른 하나는 FTC의 권한이다. 2024년 대법원이 '셰브런 존중' 원칙을 폐기한 뒤 FTC와 다른 기관의 규칙 제정 권한이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Engadget은 법원이 FTC의 비경쟁계약 금지 규칙을 막은 사례를 들며, 게임 관련 규칙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Kotaku는 대형 퍼블리셔가 강하게 로비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업계나 미국 게임 산업 협회의 공식 입장은 지금까지 확인된 보도에 없다.

토레스 의원이 재선에 도전 중이라는 점도 함께 언급된다. 표결까지 가는 법안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유럽은 이미 한 발 먼저 움직였지만

유럽 집행위원회를 방문한 'Stop Destroying Videogames' 시민발의 주최자들
▲ 집행위원회를 방문한 'Stop Destroying Videogames' 시민발의 주최자들. 사진: Nicolas Landemard / European Union (Wikimedia Commons, CC BY 4.0) — 법안 발표 현장이 아닌 EU 방문 사진
NBA 2K25 게임 화면 - 토론토 유니폼을 입은 선수 클로즈업
▲ 서비스 종료 때 소비자가 무엇을 받을 수 있느냐가 미국·유럽 논쟁의 공통 쟁점이다. 사진: 2K·Visual Concepts (스팀 스토어)

영상: Stop Killing Games 유튜브 채널

영상: BBC News 유튜브 채널

디지털 게임 소유권 논쟁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에서는 '게임 파괴를 멈춰라(Stop Destroying Videogames)', 흔히 Stop Killing Games로 불리는 시민발의가 유효 서명 129만 명 이상을 모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6월 16일 공식 답변을 냈다. 현 단계에서는 상업적 제공이 끝난 게임을 계속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법적 의무를 제안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저작권을 비롯한 지식재산권이 걸려 있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대신 소비자와 퍼블리셔가 2026년 말까지 대화에 나서고, 업계 표준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기존 EU 소비자법에도 안전장치가 있다고 짚었다. 게임 제공자는 계약 종료 기간과 조건을 가입 전에 알려야 하고, 디지털 콘텐츠 지침에 따라 계약에 맞지 않는 서비스에는 구제 수단이 있으며 비례적 환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EU 소비자 당국은 최근 인게임 화폐 판매 방식도 점검하고 있다. 이 흐름은 EU 소비자당국의 인게임 화폐 공동 조치 기사에 정리돼 있다.

미국에서는 소니가 법정에서 디지털 게임은 소유가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그 내용은 소니의 디지털 게임 소유권 답변서 기사에 있다.

실물 디스크를 둘러싼 논란은 디스크 전쟁 52일 특집에서 볼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이 빨라질수록 소유권 문제가 커진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국내 이용자에게는

이 법안은 미국 연방법이 되더라도 한국 이용자에게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글로벌 퍼블리셔의 정책이 바뀌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서비스 종료는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8월 22년 만에 문을 닫은 넥슨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전용 게임과 오프라인 모드가 가능한 게임은 사정이 다르다. 이번 논쟁이 던지는 질문은 서비스를 닫을 때 이미 돈을 낸 이용자에게 무엇이 남아야 하느냐다.

법안 원문과 발의 여부가 확정되면 구체적인 적용 범위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