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물풍선 하나로 전국 PC방을 평정했던 넥슨의 캐주얼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2026년 8월 13일 오전 9시를 끝으로 25년의 서비스를 마친다. 넥슨은 지난 6월 11일 공식 공지를 통해 종료 소식을 알렸으며, 한국·대만·홍콩·마카오 서버가 동시에 문을 닫는다. 다오와 배찌라는 두 캐릭터로 한 세대의 유년기를 채웠던 게임의 퇴장 앞에, 이용자들의 아쉬움 섞인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물풍선 하나로 PC방을 평정하다 — 2001년, 국민 캐주얼 게임의 탄생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2001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캐주얼 게임이다. 봄버맨류의 폭탄 대신 물풍선을 터뜨려 상대를 가두는 'BnB(Bubble and Bubble)' 모드가 핵심으로, 조작이 단순하면서도 눈치싸움이 치열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었다. 여기에 빨간 도깨비 '다오'와 파란 캐릭터 '배찌'를 앞세운 친근한 비주얼이 더해지며 순식간에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PC방 문화를 이끌던 대표 타이틀 중 하나로 꼽히며, 나무위키 등 게임 관련 기록에는 "여름방학 시즌에는 최고 동시접속자가 7만~9만 명에 이르기도 했다"는 이용자들의 회고가 남아 있을 만큼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넥슨을 이야기할 때 '메이플스토리'와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임으로 꼽힐 정도로, 1980년대 후반~1990년대생에게는 유년기를 대표하는 게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다오·배찌, 넥슨의 얼굴이 되다 — '크레이지파크' IP의 출발점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대표 캐릭터 다오(빨간색)와 배찌(파란색)
▲ 다오와 배찌는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넘어 넥슨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사진: 넥슨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엠플레이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를 맡아 출시됐으며, 2005년 엠플레이가 넥슨에 인수되면서 개발과 운영이 넥슨으로 일원화됐다. 이후 다오와 배찌는 게임을 넘어 넥슨의 대표 캐릭터로 자리 잡았고, 이 IP는 '크레이지파크'라는 이름으로 카트라이더·버블파이터 등 넥슨의 다른 캐주얼 프랜차이즈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크레이지파크 계열의 '버블파이터' 역시 17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어, 2000년대 넥슨 캐주얼 게임 전성기를 이끌었던 라인업이 차례로 막을 내리고 있는 모양새다.

역대 최대 실적에도 접는다 — '이익 하한선' 정책의 그늘

넥슨은 지난 6월 11일 공식 공지를 통해 "아쉽게도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2026년 8월 13일(목) 오전 9시를 마지막으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다"며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이 놀라셨을 크아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공지 이후 유료 상품 판매와 진행 중인 이벤트가 즉시 중단됐고, 이후로는 게임 내 재화 '루찌'로만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종료 배경에는 넥슨이 올해 새롭게 도입한 '이익 하한선' 정책이 있다. 지난 2026년 3월 도쿄 자본시장 브리핑에서 넥슨 일본법인 회장 패트릭 쇠더룬드는 "넥슨의 포트폴리오가 너무 광범위하다"며 "새로 정한 이익 하한선을 충족하거나 초과하는 프로젝트만 남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오래된 온라인 게임은 이용자가 줄어도 서버 운영·보안·고객 대응 비용이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이 기준에 미달한 프로젝트로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정리 대상에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결정은 넥슨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직후 나왔다. 넥슨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4조5,072억원, 영업이익은 1조1,765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영업비용이 2024년 2조252억원에서 2025년 2조4,822억원으로 1년 새 4,57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며, 수익성 낮은 장수 게임부터 정리하는 구조조정 기조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라리 돈을 내겠다" — 떠나보내는 이용자들의 마지막 인사

종료 소식이 알려지자 공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유료 구독제나 서버 후원제 도입을 제안하며 "차라리 돈을 내겠다"는 글을 남겼고, "진짜 내가 할 줄 아는 게임은 크아밖에 없는데, 없애면 이제 무슨 낙으로 사냐"는 반응도 있었다. "어릴 적 살던 동네가 재개발한다고 철거되는 모습을 보는 것과 비슷하려나"라며 상실감을 표현한 글도 눈에 띄었다.

넥슨은 종료 전까지 '굿바이 크아! 감사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6월 11일 점검 이후부터 서비스 종료 전까지 경험치와 루찌 획득량이 상시 10배로 늘어나며, 크아 미션을 통해 그동안 유료로 판매되던 캐릭터와 아이템을 무료로 지급한다. 유료 결제 이용자를 위한 환불 신청은 6월 11일부터 9월 16일 오후 11시 59분까지 접수하며, 2026년 3월 11일 이후 결제한 유료 아이템은 전액 환불 대상이다. 환불금은 10월부터 넥슨 캐시로 순차 지급될 예정이다.

게임 서비스는 문을 닫지만 IP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넥슨의 설명이다.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는 "다른 방식으로 해당 IP 팬들이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이어나가는 새로운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혀, '메이플스토리 월드'처럼 플랫폼형 서비스로의 전환 가능성이 거론된다. 25년간 다오와 배찌를 사랑해 준 이용자들에게, 완전한 이별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재회를 예고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