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스토어에서 7만 원짜리 게임을 결제하면, 그 게임은 내 것일까. 소니의 공식 답변은 "아니다"다. 여기까지는 새로울 게 없다. 논란이 된 건 그 다음 문장이다. 소니는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자신이 소유권을 얻는다고 믿지 않았을 것"이라며, 애초에 오해할 여지 자체가 없었다고 법원에 주장했다.
무슨 소송인가
출발점은 지난 6월이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 4명이 소니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주장은 하나다. PS 스토어의 결제 화면 고지가 캘리포니아 법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법이 캘리포니아 AB 2426이다.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디지털 상점에 두 가지 중 하나를 요구한다. 결제 시점에 "이건 라이선스다"라는 점을 이용자가 명시적으로 확인하게 하거나, 아니면 다른 약관과 분리된 자리에 평이한 언어로 명확하게 표시하라는 것이다.
소니의 결제 화면에는 작은 글씨가 있다. PS 이용약관과 소프트웨어 제품 라이선스 계약(SPLA)이 적용된다는 안내와 링크다.
원고들은 이 방식이 기준 미달이라고 본다. 소니는 충분하다고 본다. 소송의 뼈대는 이게 전부다.
이 법에는 벌칙도 붙어 있다. 위반 1건당 최대 2,500달러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 캘리포니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도 함께 문제될 수 있다.
법이 만들어진 계기도 게임이었다. 2024년 4월 유비소프트가 '더 크루'의 라이선스를 회수해 구매자들이 게임에 접속할 수 없게 된 사건이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유비소프트는 그해 11월 캘리포니아 동부연방지방법원에서 집단소송을 당했다. 법안은 2024년 개빈 뉴섬 주지사가 서명해 이듬해부터 시행됐다.
소니의 논리 — "같은 게임을 두 사람이 샀다"
소니는 8월 21일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 첫 실질 답변서를 냈다.
먼저 형식 논리를 폈다. 링크된 약관 문서에는 "라이선스에 기술된 방식으로 제품을 사용할 수 있으나 제품을 소유하지는 않는다", "소프트웨어는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라이선스된다"는 문장이 이미 들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문장들이 어디에 있는지가 문제다. 수천 단어짜리 문서의 수백 단어를 지나야 나오는 위치다.
더 눈길을 끈 건 두 번째 논리다.
소니는 원고 중 두 사람이 같은 게임을 11일 간격으로 각각 구매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제이슨 멘도자가 2월 14일에 '레지던트 이블 리퀴엠'을 샀고, 에드워드 헤이콕이 2월 25일에 같은 게임을 69.99달러에 샀다.
소니의 주장은 이렇다. 만약 앞사람이 그 게임을 '소유'했다면 뒷사람은 살 수 없었어야 한다. 그러니 소비자가 소유권을 얻는다고 믿었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지털 사본과 물리적 물건의 차이를 근거로 삼은 논리다.
이 문서의 성격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본안 방어가 아니라 소송을 각하해 달라는 신청이다. "주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밀어붙이는 단계라 표현이 강하게 나온 측면이 있다.
논리의 약점은 어디인가
소니의 두 번째 논리는 언뜻 깔끔하지만, 소송의 쟁점을 비껴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AB 2426이 묻는 건 "소비자가 무엇을 믿었는가"가 아니라 "판매자가 어떻게 고지했는가"이기 때문이다.
법이 요구하는 건 결제 화면에서의 명시적 확인 또는 분리·강조된 평이한 고지다. 소비자의 내심을 추정하는 것으로 이 요건이 충족되지는 않는다.
또 하나. 소비자가 "영구 접근권"과 "배타적 소유"를 구분해서 생각한다는 점도 짚을 만하다.
이용자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나만 가질 수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산 게 나중에 사라질 수 있느냐"다. 소니의 반박은 앞의 질문에만 답하고 있다.
실제로 이 논쟁이 커진 배경에는 서비스 종료와 딜리스팅으로 결제한 게임에 접근할 수 없게 된 사례들이 쌓여 있다.
물론 이번 답변서는 기각 신청 단계의 문서다. 본안 판단이 아니라 "이 소송은 시작할 필요조차 없다"는 주장이라, 표현이 공격적으로 나온 측면도 있다.
왜 지금 더 민감한가
타이밍이 좋지 않다.
소니는 2028년 1월부터 PS 콘솔용 신작의 물리 디스크 생산을 중단한다고 이미 발표했다. 서드파티 게임도 대상이다.
즉 "싫으면 디스크로 사라"는 선택지 자체가 사라지는 시점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구매는 소유가 아니라는 주장이 법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용자 반발은 이미 진행 중이다. "디스크 없으면 안 산다(#NoDiscNoBuy)" 캠페인과 청원, 방송 채팅 도배가 올여름 내내 이어졌다.
참고로 소니는 과거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디스커버리 채널 콘텐츠의 시청 권한을 회수하겠다고 통보했다가 반발을 산 사례가 AB 2426 입법 논의의 또 다른 계기였다.
여기에 '위쳐 4'처럼 2028년 출시를 목표로 한 대작들이 디스크판을 낼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졌다.
이번 소송의 결론이 어디로 가든, 판매 화면의 문구 문제로만 남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전환이 사실상 강제되는 흐름에서 결제한 게임의 지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가 정면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는 점이 이번 사안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