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라이프 3’는 지금까지 밸브가 발표한 적이 없는 이름이다. 그런데도 이 세 단어는 20년 넘게 게임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른 가상의 게임 제목으로 남았다. 하프라이프 2가 나온 것은 2004년, 시리즈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에피소드 2가 나온 것은 2007년이다. 그 뒤로 밸브가 낸 하프라이프 게임은 2020년의 VR 작품 ‘하프라이프: 알릭스’ 한 편뿐이다. 10월 21일 밸브 작곡가가 오디오 패널에서 ‘HLX’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면서 이야기가 다시 뜨거워졌다. 이 기획은 그 순간만이 아니라 20년의 연표를 따라가며, 어떤 루머가 맞았고 어떤 루머가 빗나갔는지를 가린다. 먼저 밝혀 둔다. 밸브는 새 하프라이프 게임을 발표한 적이 없고, 제목도 출시일도 플랫폼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 글의 모든 ‘확인됨’은 지난 일에 대한 것이며, 앞으로 무엇이 나온다는 뜻이 아니다.

먼저 선을 긋는다 — 밸브가 확인한 것, 확인하지 않은 것

하프라이프 3 이야기에는 사실과 소문이 한데 엉켜 있다.

그래서 연표를 따라가기 전에 지금까지 확인된 범위부터 표로 나눈다.

‘확인됨’은 스팀 상점 페이지, 밸브가 직접 공개한 영상, 또는 밸브 개발자 본인의 발언이 매체 보도로 확인되는 항목이다.

‘공식 없음’은 밸브가 한 번도 입장을 내지 않은 항목이다.

표의 아래쪽 절반이 20년째 비어 있다는 점이 이 기사의 출발점이다.

하프라이프 신작에 관한 밸브의 공식 발표는 오늘까지 없다.

구분내용근거
확인됨 하프라이프 2 2004년 11월 16일, 에피소드 원 2006년 6월 1일, 에피소드 투 2007년 10월 10일 출시 스팀 상점 페이지
확인됨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2020년 3월 23일 출시된 VR 전용 작품이며 하프라이프와 하프라이프 2 사이의 이야기 스팀 상점 페이지(앱 546560)
확인됨 에피소드 3는 출시되지 않았고, 밸브 사내에서 2013~2014년경 ‘Half-Life 3’로 불린 프로토타입이 있었으나 진척 없이 접힘 알릭스 개발진 인터뷰(PC Gamer 정리)
확인됨 게이브 뉴웰이 2024년 밸브 공개 다큐멘터리에서 에피소드 3를 못 만든 이유를 직접 설명 밸브 공식 유튜브 영상, VGC·Digital Trends 보도
확인됨 2026년 10월 21일 밸브 작곡가 마이크 모라스키가 게임사운드콘 패널에서 ‘HLX’라는 단어를 언급 PC Gamer, Dexerto, Destructoid 보도
공식 없음 새 하프라이프 게임의 존재, 제목, 트레일러, 출시일, 플랫폼 밸브 발표 없음
공식 없음 ‘HLX’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밸브 발표 없음
공식 없음 하프라이프 3라는 제목의 확정 밸브 발표 없음

▲ 하프라이프 시리즈에 대해 확인된 것과 공식 입장이 없는 것(2026년 10월 24일 기준)

2004~2006년 — ‘3’을 에피소드로 쪼갠 이유

하프라이프 2의 한 장면 - 철창 너머로 콤바인 병사들이 서 있는 시설 내부
▲ 하프라이프 2는 개발에 6년이 걸렸다. 사진은 ‘Half-Life 2’의 스토어 스크린샷으로 이 기사의 루머와는 무관하다. 사진: Valve (스팀 스토어)

하프라이프 3를 향한 기다림은 하프라이프 2가 끝나자마자 시작됐다.

하프라이프 2는 2004년 11월 16일 출시됐다.

PC Gamer가 2023년 특집에서 정리한 바로는 이 게임은 개발에만 6년이 걸렸다.

당시 뉴웰은 “We absolutely have chewed people up on this project”, 곧 이 프로젝트가 사람을 갈아 넣었다고 인정했다고 PC Gamer는 전한다.

출시 무렵 영국 PC 매거진 PCZone이 후속편 소문을 묻자 밸브의 더그 롬바르디는 “I don’t know where that rumour came from”이라고 답했다.

‘그 소문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그는 이런 게임을 몇 편이나 만들지 솔직히 모르겠다고도 했다.

이 인터뷰도 PC Gamer 특집을 통해 확인되는 내용이다.

밸브가 택한 대안은 짧은 호흡의 에피소드였다.

스팀으로 콘텐츠를 나눠 파는 방식이 가능해지면서, 6년짜리 대작 대신 작은 조각을 빨리 내놓겠다는 구상이었다.

에피소드 원은 2006년 6월 1일, 에피소드 투는 2007년 10월 10일 출시됐다. 날짜는 스팀 상점 페이지 기준이다.

뉴웰은 2006년 유로게이머 인터뷰에서 이 에피소드 묶음을 사실상 세 번째 게임으로 봤다.

PC Gamer가 옮긴 발언은 이렇다. “Probably a better name for it would have been Half-Life 3: Episode 1.”

‘하프라이프 3: 에피소드 1이라고 불렀어도 어울렸을 것’이라는 말이다.

같은 인터뷰에서 그는 하프라이프 3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면 “we would basically ship after we had all retired”, 즉 전원이 은퇴한 뒤에나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여기서 확인되는 것은 ‘밸브가 에피소드를 후속편의 대체재로 봤다’는 사실이다.

에피소드 3가 2007년 크리스마스까지 나온다는 계획은 2006년 5월 밸브가 밝힌 것으로 위키피디아가 정리하고 있다.

그 계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07~2011년 — 에피소드 3이 멈춘 길

하프라이프 2: 에피소드 투의 한 장면 - 숲속 개활지에 선 스트라이더와 헌터
▲ ‘Half-Life 2: Episode Two’(2007)의 숲 구간. 이 에피소드의 결말이 에피소드 3로 이어질 예정이었다. 사진: Valve (스팀 스토어)
하프라이프 2: 에피소드 투의 한 장면 - 차량 안에서 무기를 든 알릭스 밴스
▲ 에피소드 투의 알릭스 밴스. 이 장면은 이 기사의 루머와는 무관한 스토어 스크린샷이다. 사진: Valve (스팀 스토어)

영상: Valve 유튜브 채널

에피소드 2가 나온 뒤 크리스마스는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지나갔다.

PC Gamer 특집에 따르면 밸브는 2007년 에피소드 3 콘셉트 아트를 공개했고, 2010년에는 뉴웰이 하프라이프의 ‘감정의 팔레트를 넓히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2011년 1월에는 와이어드가 에피소드 3를 ‘베이퍼웨어’, 곧 나오지 않는 게임이라고 불렀다고 위키피디아는 정리한다.

밸브 안팎의 설명은 시간이 지나며 구체적으로 나왔다.

먼저 판매 방식의 문제가 있었다. 로빈 워커는 에피소드 원이 디지털 전용으로 구상됐지만 소매 상자 판매를 피할 수 없었고, 소매점이 저가 신작 상자를 팔기 어려워했다고 말했다.

에피소드 투를 팀 포트리스 2·포탈과 묶은 오렌지 박스도 소매점에서는 혼란스러운 상품이었다고 한다. 이 설명은 PC Gamer 특집에 인용돼 있다.

다음으로 밸브의 개발 방식이 바뀌었다. 뉴웰은 2011년 디벨롭 행사에서 에피소드로 개발 주기가 짧아졌고, 팀 포트리스 2처럼 계속 업데이트하는 방식이 지금 최선의 모델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2020년 IGN 인터뷰에서 레벨 디자이너 다리오 카사리는 에피소드가 ‘점점 후속작처럼 변해 갔다’고 설명했다.

소스 2 엔진 개발과 다음 하프라이프를 동시에 하는 일을 피하려 했다는 설명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2021년 코타쿠 인터뷰에서 워커는 하프라이프가 늘 기술과 예술이 맞부딪치는 지점을 풀려는 시리즈였는데, 에피소드 3에서는 그런 ‘틈’을 찾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가장 직접적인 설명은 2024년 11월 15일(미국 태평양시) 밸브가 공개한 하프라이프 2 20주년 다큐멘터리에서 나왔다.

뉴웰은 이렇게 말했다. “My personal failure was being stumped. I couldn’t figure out why doing Episode 3 was pushing anything forward.”

‘내 개인적인 실패는 막혔다는 것이었다. 에피소드 3를 만드는 일이 무엇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는 뜻이다. VGC와 Digital Trends 보도로 확인되는 문장이다.

Digital Trends는 그가 “we could’ve shipped it”, 곧 출시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로도 말했다고 전했다.

같은 다큐멘터리에서 개발자 데이비드 스파이러(David Speyrer)는 에피소드 3 작업을 시작하고 약 6개월 만에 레프트 4 데드로 옮겨 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됐다.

여기까지가 에피소드 3에 대해 밸브 사람들이 직접 한 설명이다.

에피소드 3가 ‘취소됐다’고 밸브가 날짜를 정해 발표한 공식 문서는 PC Gamer 특집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언제 공식적으로 접혔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2011~2013년 — 농담, 피켓, 그리고 가짜들

포탈 2의 한 장면 - 식물이 뒤덮은 폐허 속에 매달린 구형 로봇
▲ ‘Portal 2’(스팀 표기 2011년 4월 18일)의 폐허 구간. 하프라이프 세계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 연표에서 자주 언급된다. 사진: Valve (스팀 스토어)
포탈 2의 한 장면 - 푸른 눈을 가진 구형 코어 로봇 근접 모습
▲ 포탈 2의 코어 로봇. 이 기사의 루머와는 무관한 스토어 스크린샷이다. 사진: Valve (스팀 스토어)

에피소드 3가 조용히 사라지자 팬들은 ‘밸브가 더 큰 것을 만들고 있을 것’이라고 해석하기 시작했다.

PC Gamer 특집은 에피소드 3에서 하프라이프 3로 화제가 옮겨 간 정확한 시점은 알기 어렵다고 적는다.

2011년 포탈 2가 나왔고, 같은 해 8월에는 캐나다 팬 두 명이 밸브 본사 앞에서 ‘하프라이프 3 출시를 요구한다’는 피켓을 들고 앉아 있었다.

뉴웰이 직접 나가 이들을 맞았고, 뒤에 코타쿠에 “그들은 에피소드 3가 언제 나오는지 알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고 PC Gamer는 전한다.

스팀에는 소통을 요구하는 청원 그룹이 5만 명 규모로 커졌다. 2012년 1월에는 팬들이 밸브에 쇠지렛대를 우편으로 보내는 ‘오퍼레이션 크로바’가 벌어졌다.

밸브 쪽도 농담으로 받았다. 2011년 영상에서 뉴웰은 쇠지렛대를 두드리며 “These things, they take time”이라고 했다.

‘이런 건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같은 해 8월에는 “You’ll never get Half-Life 3 if you eat me”라는 농담도 영상에 남겼다.

이런 농담은 어디까지나 농담이다. 신작이 있다는 확인으로 받아들일 근거는 없다.

이 시기에는 가짜도 쏟아졌다.

2012년 4월 한 장난꾼이 ‘Now Available’이라고 적힌 가짜 하프라이프 3 로고를 스팀에 올렸고, 일부 정식 매체가 속았다고 PC Gamer는 적는다.

2013년에는 밸브가 유럽에 ‘Half-Life 3’ 상표를 출원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PC Gamer는 이 상표가 가짜였다고 정리한다.

같은 해 밸브의 버그 추적 시스템에서 유출됐다는 자료에 ‘Half-Life 3’, ‘Half-Life 3 core’라는 개발 그룹 이름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 유출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PC Gamer의 판단이다.

2013년 2월 뉴웰이 DICE 행사에서 J.J. 에이브럼스와 함께 포탈이나 하프라이프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보겠다고 말한 것은 위키피디아가 인용한 보도에서 확인된다.

이것 역시 게임 신작에 대한 말이 아니다.

2015~2017년 — VR 문자열, “3은 말하면 안 된다”, 그리고 ‘에피스틀 3’

연표에서 처음으로 ‘맞은’ 단서가 나오는 시기다.

2015년 밸브 프로그래머 지프 바넷은 하프라이프 자산으로 VR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히되, VR 하프라이프 게임을 만든다고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PC Gamer는 적는다.

그해 밸브가 낸 VR 앱의 데이터에는 ‘HLVR’라는 문자열이 있었다. 이 이름은 훗날 알릭스의 코드명으로 알려졌다.

2017년 1월 뉴웰은 AMA에서 하프라이프 3의 상태를 묻는 질문에 “The number 3 must not be said”라고 답했다. DualShockers 보도로 확인되는 문장이다.

‘3이라는 숫자는 입에 올리면 안 된다’는 농담조의 답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밸브가 소스 2를 몇몇 미공개 제품의 기반으로 쓰고 있다고도 말했다.

하프라이프 3를 확인하거나 부정한 답은 아니었다.

같은 시기 이야기의 중심에는 밸브를 떠난 작가가 있었다.

하프라이프 시리즈의 작가 마크 레이드로는 2016년 1월 밸브를 떠났다. 18년 만이었다.

2017년 8월 25일 그는 개인 웹사이트에 ‘에피스틀 3(Epistle 3)’라는 글을 올렸다.

주인공 이름을 비슷하게 바꾼 편지 형식의 이야기로, 에피소드 3의 줄거리였을 수도 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레이드로 자신은 이 글을 ‘오래전에 꾼 꿈의 성별을 바꾼 스냅샷’이라고 불렀고, 팬픽션이라고 선을 그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워커는 2021년 코타쿠에서 “에피스틀 3를 보고 ‘마크가 쓴 이런 글은 전에도 봤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에피소드 3를 두고 마크가 쓴 문서는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여러 개였다고도 했다.

레이드로는 2023년 락 페이퍼 샷건 인터뷰에서 글을 올린 것을 후회한다며 “deranged”, 곧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표현했다고 PC Gamer는 전한다.

결론은 분명하다. 에피스틀 3는 에피소드 3의 공식 줄거리가 아니다.

밸브가 낸 문서도 아니다.

2019~2020년 — 알릭스: 적중한 단서, 빗나간 기대

하프라이프: 알릭스의 한 장면 - 푸른 모니터 불빛이 가득한 어두운 지하 연구실
▲ ‘Half-Life: Alyx’(2020)의 실내 장면. 이 작품이 밸브가 2007년 이후 낸 유일한 하프라이프 신작이다. 사진: Valve (스팀 스토어)
하프라이프: 알릭스의 한 장면 - 동상이 선 광장과 콤바인이 점령한 도시 거리
▲ 알릭스의 도시 거리. 이 기사의 루머와는 무관한 스토어 스크린샷이다. 사진: Valve (스팀 스토어)

영상: Valve 유튜브 채널

밸브는 2019년 11월 21일(미국 태평양시)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발표했다. 밸브 공식 유튜브의 발표 영상 게시일 기준이다.

2020년 3월 23일 출시됐다. 스팀 상점 페이지의 날짜다.

이 작품은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 줬다.

하나는 2015년 ‘HLVR’ 문자열과 VR 실험 이야기가 맞았다는 점이다. 데이터마이닝과 개발자 발언이 가리킨 방향이 실제로 나왔다.

다른 하나는 ‘하프라이프 3’를 기대하던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랐다는 점이다. 알릭스는 후속편이 아니라 하프라이프와 하프라이프 2 사이를 다룬 VR 전용 프리퀄이었다.

알릭스 개발 과정에서 그때까지 숨겨져 있던 사실도 나왔다.

PC Gamer 특집에 따르면 밸브는 2013~2014년 사이 ‘Half-Life 3’라고 부른 프로젝트를 실제로 만들었다.

프로젝트 책임자 데이비드 스파이러는 알릭스 개발기 ‘더 파이널 아워스’에서 절차적으로 생성되는 전투 구조를 설명했다.

건물의 창문을 막고 입구를 하나만 남긴 뒤 시민을 배치하고 적을 채우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프로토타입은 “didn’t get very far”, 곧 멀리 가지 못했다. 당시 소스 2에는 라이팅, 저장·복원, 가시성 처리 같은 기술이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스파이러는 말했다.

즉 ‘하프라이프 3가 있었다’는 소문은 절반은 맞았다. 다만 그것은 접힌 프로토타입이었다.

알릭스 출시 때 워커는 코타쿠에 “I think we’d really like to keep making some games like this again”이라고 말했다고 PC Gamer는 전한다.

‘이런 게임을 앞으로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다. 신작 발표가 아니라 소망의 표현이다.

이후 알릭스를 VR 없이 즐기게 하는 팬 제작 모드 소식은 NoVR 모드 신규 데모 기사에서 다뤘다. 이 모드는 밸브가 만든 것이 아니다.

2022~2024년 — 밸브가 바쁜 동안: 스팀덱, CS2, 데드락, 그리고 HLX 문자열

카운터스트라이크 2의 한 장면 - 통로에서 소총을 쏘는 1인칭 시점
▲ ‘Counter-Strike 2’의 총격 장면. 하프라이프 신작과는 무관한 스토어 스크린샷이다. 사진: Valve (스팀 스토어)
데드락의 한 장면 - 우산을 든 영웅이 어두운 저택 홀을 걷는 모습
▲ 밸브의 팀 대전 게임 ‘데드락’. 정식 출시 전 초대 플레이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하프라이프 신작과는 무관하다. 사진: Valve (스팀 스토어)

영상: Valve 유튜브 채널

알릭스 이후 밸브의 발표 목록은 하드웨어와 멀티플레이 게임이 채웠다.

밸브는 2021년 7월 15일 스팀덱을 발표했고, 2022년 2월 25일 북미·유럽에 출시했다. 위키피디아가 정리한 날짜다.

카운터스트라이크 2는 2023년 9월 27일 정식으로 공개돼 글로벌 오펜시브를 대체했다.

‘데드락’은 스팀 상점 페이지에 지금도 출시일이 ‘발표 예정’으로 표기돼 있고, 접속에는 초대가 필요하다.

데드락은 올해 9월 29일 ‘City Never Sleeps’ 업데이트 이후 스팀 동시 접속자 228,086명을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2024년 9월의 171,490명이었다. 자세한 수치는 관련 기사에 있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밸브가 이 기간에 하드웨어와 멀티플레이 게임을 내놓았다는 것까지만 확인된다.

하프라이프에 인력이 얼마나 배정됐는지는 밸브가 밝힌 적이 없다.

2024년 2월에는 ‘HLX’ 문자열이 처음 나왔다.

gg recon은 2024년 2월 7일 리커 게이브 팔로워가 카운터스트라이크 2 파일에서 ‘_hlx_2d_basic_’이라는 파일명을 가리키는 코드 한 줄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게이브 팔로워는 이를 알릭스의 코드명 ‘HLVR’처럼 새 하프라이프 게임의 코드명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gg recon 스스로 이 근거를 ‘얇다’고 평가했고, 팬들의 희망 사항에 가깝다고 적었다.

문자열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것이 신작 게임의 코드명이라는 해석은 별개의 이야기다.

앞서 모라스키가 2023년 인터뷰에서 하프라이프 게임을 복수로 말했다가 단수로 고쳐 말했다고 Dexerto는 정리한다. 이 역시 해석일 뿐이다.

10월 21일 HLX 언급 기사에도 정리했듯, HLX의 정체는 밸브가 밝힌 적이 없다.

2025~2026년 — 하드웨어 발표와 ‘론칭작’ 루머의 성적표

최근 2년은 루머가 가장 구체적으로, 그리고 가장 자주 틀린 시기다.

밸브는 2025년 11월 12일 스팀 머신, 스팀 프레임, 스팀 컨트롤러를 한꺼번에 발표했다. 2026년 초 출하를 예고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새 하프라이프 게임은 발표되지 않았다. DSOGaming 등이 같은 점을 짚었다.

PC Gamer는 브래드 린치가 스팀 프레임 코드에서 ‘Frame Alyx Promo’ 문자열을 찾았다고 전하며, 헤드셋과 함께 무료로 주는 게임은 알릭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썼다.

그 사이 소문은 스팀 머신 쪽으로 몰렸다.

인사이더 게이밍의 마이크 스트로는 팟캐스트에서 하프라이프 3가 스팀 머신 론칭작이 될 것이라는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Thurrott는 이를 2025년 12월 17일 보도했다.

그는 “the game is real”이라고 했고, 소식통들이 ‘확고하다(adamant)’고 말했다. 시기는 2026년 봄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익명이었고, 밸브는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스팀 머신은 신작 하프라이프 없이 출시됐다. Notebookcheck와 ComicBook.com 보도에 따르면 론칭작 소문은 맞지 않았다.

ComicBook.com은 2026년 7월 10일 타일러 맥베이커가 게임이 ‘거의 완성됐다’고 말하면서도 그래픽 재작업이 속도를 늦췄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사는 그가 2025년 초에도 비슷한 보고를 했지만 출시가 이어지지 않았고, 그를 일관성이 부족한 출처로 평가했다.

9월에는 밸브가 스팀 프레임의 정식 가격과 추첨 예약 방식을 공개했다. 스팀 프레임 가격·예약 기사에 정리돼 있다.

PC Gamer는 ‘스팀 프레임에 하프라이프 3는 없다’는 제목의 기사로 같은 흐름을 짚었다.

같은 달 밸브의 옛 배포 인프라에서 12TB가 새어 나온 ‘테라리크’도 에피소드 3와 연결된다는 이야기를 낳았다.

확인된 항목 중에는 에피소드 3와 연관됐다고 추정돼 온 ‘웨포나이저’ 모델이 포탈 2 안에서 임시 에셋으로 재활용된 형태로 나온 것이 있다. 신작 하프라이프의 빌드가 확인됐다는 보도는 이 기사가 확인한 범위에서는 없다. 자세한 내용은 테라리크 기사에 있다.

시점주장출처 유형결과
2012년 4월 ‘하프라이프 3 Now Available’ 로고 장난(만우절) 가짜. 일부 매체가 속음
2013년 유럽 상표 ‘Half-Life 3’ 출원 소문 가짜(PC Gamer 정리)
2013년 버그 추적 유출에 ‘Half-Life 3’ 개발 그룹 유출 주장 진위 확인 불가
2015년 VR용 하프라이프 + ‘HLVR’ 문자열 데이터마이닝·개발자 발언 적중 — 알릭스(2019 발표, 2020 출시)
2017년 8월 ‘에피스틀 3’가 에피소드 3 줄거리 전 작가 본인 게시(팬픽션이라 밝힘) 공식 줄거리 아님(워커·레이드로 발언)
2023년 2월 아퍼처 사이언스에서 깨어나는 하프라이프 3 프로토타입 유튜버가 전한 전직 직원 전언 미확인. 본인도 ‘추측으로 봐 달라’고 말함
2024년 2월 CS2 파일의 ‘HLX’ 문자열 데이터마이닝(리커) 문자열 존재는 보도됨, 의미는 미확인
2025년 12월 스팀 머신 론칭작, 2026년 봄 출시 익명 소식통(인사이더 게이밍) 빗나감 — 스팀 머신은 신작 없이 출시
2025년 초 맥베이커의 비슷한 보고 유튜버 출시 없음(ComicBook.com 정리)
2026년 7월 게임이 거의 완성 유튜버(맥베이커) 미확인

▲ 하프라이프 3·신작 루머의 출처 유형과 결과(확인된 보도 범위, 2026년 10월 24일 기준)

2026년 10월 21일 — 모라스키의 한마디가 확인해 준 것

10월 21일 게임사운드콘 패널 ‘Valve’s Approach to an Open and Flexible Audio Engine’에서 모라스키가 HLX를 언급했다.

PC Gamer, Dexerto, Destructoid가 같은 사실을 전했다.

Dexerto는 이를 밸브 직원이 공개 석상에서 코드명을 언급한 첫 사례로 보도했고, Notebookcheck는 같은 일을 질의응답 시간의 발언으로 소개했다.

발언 문장은 매체마다 표기가 조금 다르다. 공통으로 확인되는 것은 데드락과 나란히 ‘HLX’의 오디오 HDR 방식이 언급됐다는 점이다.

모라스키는 2025년에도 ‘HLX’를 말할 뻔하다 ‘알릭스’로 바꿔 말한 적이 있다고 PC Gamer는 전했다.

이 말이 확인해 주는 것은 하나다. 밸브 안에서 ‘HLX’라는 이름이 쓰이고 있다.

그것이 새 하프라이프 게임인지, 알릭스와 관련된 내부 명칭인지, 다른 기술의 이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밸브가 이 발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낸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

Destructoid는 가장 가까운 발표 기회로 12월의 더 게임 어워드를 거론했지만, 공식화되기 전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이 기사 역시 같은 태도를 취한다. 발표 가능성에 대한 어떤 전망도 이 연표에서 끌어낼 수는 없다.

20년 연표 한눈에

지금까지의 내용을 한 표로 모았다.

‘종류’ 열의 ‘공식’은 스팀 페이지·밸브 영상·개발자 본인 발언이 보도로 확인되는 경우이고, ‘보도’는 매체가 전하는 사실, ‘추측’은 커뮤니티·리커·유튜버의 해석이다.

시기사건종류
2004.11.16 하프라이프 2 출시 공식
2006.06.01 에피소드 원 출시. 같은 해 뉴웰이 에피소드를 ‘하프라이프 3’의 대체로 설명 공식·인터뷰
2007.10.10 에피소드 투 출시. 에피소드 3는 같은 해 크리스마스 목표였으나 불발 공식
2011.04 포탈 2 출시(스팀 표기 4월 18일). 같은 해 8월 팬 피켓과 뉴웰의 농담 공식·보도
2012~2013 가짜 로고, 가짜 상표, 진위 불명 유출 가짜·추측
2015 VR 실험 발언과 ‘HLVR’ 문자열 보도·데이터마이닝
2016.01 마크 레이드로 밸브 퇴사 보도
2017.01 뉴웰 AMA “The number 3 must not be said” 공식 발언(농담조)
2017.08.25 레이드로 ‘에피스틀 3’ 게시 개인 게시(공식 아님)
2019.11.21 하프라이프: 알릭스 발표 공식
2020.03.23 하프라이프: 알릭스 출시. 2013~14년 ‘Half-Life 3’ 프로토타입이 있었음이 알려짐 공식·인터뷰
2022.02.25 스팀덱 출시 공식
2023.09.27 카운터스트라이크 2 공개 공식
2024.02.07 CS2 파일의 ‘HLX’ 문자열 보도 보도·추측
2024.11 밸브 하프라이프 2 20주년 다큐멘터리, 뉴웰의 에피소드 3 설명 공식
2025.11.12 스팀 머신·프레임·컨트롤러 발표, 하프라이프 신작은 없음 공식·보도
2025.12 ‘스팀 머신 론칭작’ 소식통 주장 추측(빗나감)
2026.09 스팀2 ‘테라리크’ 유출, 밸브 무응답 보도
2026.10.21 모라스키 게임사운드콘 패널 ‘HLX’ 언급 보도

▲ 하프라이프 3를 둘러싼 20년 연표(출처는 기사 하단 목록 참고)

이 숫자를 읽는 법 — 연표에서 얻는 판단 기준

20년의 기록에서 가장 분명한 교훈은 ‘확인된 것’과 ‘그럴듯한 것’을 따로 세야 한다는 점이다.

맞았던 루머의 공통점도 보인다. 2015년의 ‘HLVR’처럼 파일 속 문자열과 개발자의 공개 발언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고, 몇 년 뒤 밸브가 직접 발표했다.

빗나간 루머의 공통점도 보인다. 익명 소식통이 구체적인 시점을 단언한 경우가 대부분 그렇다.

‘HLX’는 지금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문자열도 있고 개발자의 입에서도 나왔지만, 밸브가 의미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프라이프 신작에 관한 밸브의 공식 발표는 여전히 없다.

✅하프라이프 소문을 볼 때 확인할 것
1. 출처가 밸브 공식 채널·스팀 페이지·개발자 본인 발언인가, 리커·유튜버의 전언인가
2. 구체적인 날짜를 단언하는 익명 소식통 주장인가 — 이 연표에서 가장 자주 빗나간 유형이다
3. 파일 속 문자열(‘HLVR’, ‘HLX’)은 존재 사실과 의미 해석을 따로 본다
4. 개발자의 농담·말실수는 확인이 아니다 — 의미를 밸브가 설명했는지 본다
5. 가짜 이미지·상표 소문은 먼저 의심한다 — 2012년과 2013년 사례가 있다
6. 에피스틀 3 같은 개인 창작은 공식 줄거리가 아니다
7. 공식 발표 전에는 기대를 걸지 않는다 — 이 연표에서 발표 시점을 끌어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