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컴에는 신작 발표만 있는 것이 아니다. 8월 27일 하루 동안 열린 게임스컴 콩그레스 2026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참석했다. 독일에서 현직 국가원수가 게임스컴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짧은 개회사를 한 뒤 그대로 자리를 뜨지 않고, 게임과 민주주의를 다루는 패널 토론에 참석했다.

무슨 행사인가

게임스컴 콩그레스 2026 주요 수치를 정리한 그래픽
▲ 게임스컴 콩그레스 2026은 하루 동안 8개 무대에서 85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자료: 게임스컴 콩그레스, 그래픽: GamTrend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전시 부스 앞에 모인 사람들
▲ 콩그레스는 전시회와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사진: Dulamas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게임스컴 콩그레스는 게임스컴 기간에 함께 열리는 공식 콘퍼런스다.

신작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게임을 둘러싼 정책·교육·보건·문화 의제를 다룬다.

올해는 8월 27일 하루에 8개 무대에서 85개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됐고, 연사는 165명이었다.

참석자는 1,100명 이상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업계뿐 아니라 교육계, 학계, 정치권, 언론, 시민사회에서 모였다.

연사 명단에는 게임 회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엔난민기구(UNHCR),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유로폴 관계자가 참여했다.

UNHCR에서는 페타르 디미트로프가, 유로폴에서는 카를로타 마우라 제임스가 연사로 이름을 올렸다.

게임을 '즐길 거리'가 아니라 공공 의제가 걸린 매체로 다루는 자리라는 뜻이다.

대통령이 앉은 자리

안경을 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의 모습
▲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독일 현직 국가원수로는 처음 게임스컴을 찾았다. 사진: Jnwnklr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부스에 설치된 흰색 조형물과 시연대에 앉은 관람객들
▲ 규모가 커진 산업에 정치권의 관심도 함께 붙고 있다. 사진: Dulamas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콩그레스의 공식 개회는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맡았다.

독일 연방대통령은 실권보다 상징성이 큰 자리다. 그런 인물이 게임 행사의 개회사를 했다는 것 자체가 신호로 읽혔다.

주목할 부분은 그다음이다. 그는 개회사 뒤에 게임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지켜 내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한 패널 토론에 참석했다.

축사만 하고 떠나는 의전 방문이 아니라, 의제 자체에 관여하는 방식이었다.

게임스컴 주최 측도 올해 행사의 핵심 변화로 '규모 확대'와 함께 '정치권의 관심'을 꼽았다.

게임 산업이 규제 대상이나 산업 진흥의 대상을 넘어, 사회적 대화의 상대로 다뤄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정치권의 관심은 상징에 그치지 않았다. 개막에 맞춰 라르스 클링바일 재무장관이 게임 산업 지원 예산을 언급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게임 진흥 예산으로 2026년과 2027년 각각 1억 2,000만 유로를 배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도로테 배어 게임 담당 장관과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다.

다만 집행은 다른 문제다. 게임스컴 개막 시점까지 올해 1억 2,000만 유로 가운데 약 4,000만 유로 규모만 신청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예산은 있는데 쓰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을 논의했나

게임스컴 전시장 부스 앞에 모인 관람객들
▲ 콩그레스는 전시장과 같은 건물에서 열리지만 성격이 전혀 다르다. 사진: Dulamas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올해 프로그램은 두 개의 대주제 아래 묶였다. '플레잉 필드 데모크라시(Playing Field Democracy)''더 게임즈 이펙트(The Games Effect)'다.

앞의 것은 게임이 민주주의 교육과 시민 참여를 어떻게 바꾸는가를 다룬다. 뒤의 것은 게임을 보건·산업·기술 인력·서비스업·행정 전반의 혁신 동력으로 놓고 본다.

실제 세부 주제는 민주주의, 교육, 보건, 혁신, 디지털 문화로 뻗어 나갔다.

민주주의 분야에서는 게임이 정치적 참여와 극단주의 대응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다뤄졌다. 대통령이 참석한 패널이 여기 속한다.

보건 분야에는 WHO가 참여했다. 게임을 질병의 원인으로만 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치료·재활 도구로서의 활용을 함께 논의하는 구성이었다.

난민·인권 분야에서는 UNHCR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에는 난민 캠프에서의 게임 활용을 다루는 키노트가 따로 편성됐다.

치안 분야에서는 유로폴이 나섰다. 게임 플랫폼 내 범죄와 아동 보호가 주제다.

즉 이번 콩그레스의 방향은 분명하다. 게임을 사회 기반 매체로 전제한 뒤 각 분야의 활용과 위험을 함께 얹는 구성이었다.

국내에서 볼 지점

게임 캐릭터 조형물 앞에 모인 관람객들
▲ 산업 규모와 사회적 위상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남는 질문이다. 사진: Dulamas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전시장 안에 마련된 안내 데스크와 그 앞을 지나는 관람객들
▲ 전시회와 정책 논의가 같은 공간에서 굴러간다는 점이 이 행사의 특징이다. 사진: Dulamas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이 장면이 국내에서 갖는 의미는 비교 지점에 있다.

한국은 게임 산업 규모로 보면 세계 상위권이다. 그런데 게임을 사회 의제로 놓고 정치권과 업계, 학계가 한자리에서 논의하는 상설 자리는 뚜렷하지 않다.

게임스컴 콩그레스가 전시회와 붙어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상업 행사와 정책 논의가 함께 굴러간다.

덕분에 업계 관계자와 정책 담당자가 자연스럽게 같은 공간에 놓인다. 별도 행사로 열었다면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콩그레스가 참석자 1,100명 규모라는 점은 짚어 둘 필요가 있다. 관람객 35만 명 규모의 전시회에 비하면 작다.

상징적인 첫 방문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지는 앞으로의 문제다. 올해 남은 것은 현직 대통령이 게임 행사 무대에 올랐다는 선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