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키나(Circana)의 비디오게임 애널리스트 매트 피스카텔라(Mat Piscatella)가 미국 콘솔 하드웨어 시장을 두고 1980년대 초 이후 이보다 위태로웠던 적이 없다고 진단했다. 근거는 서키나가 8일 공개한 8월 미국 시장 보고서다. 올해 8월까지 누적 하드웨어 판매량은 Xbox가 33%, 플레이스테이션이 25% 줄었다. Xbox는 집계 이래 최저 수준이고, 플레이스테이션은 2013년 이후 가장 낮다. 그런데 소비자가 콘솔 한 대에 내는 돈은 오히려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피스카텔라가 쓴 표현과 근거

세워 놓은 플레이스테이션 5 본체와 듀얼센스 컨트롤러
▲ 플레이스테이션 5 본체와 듀얼센스. 올해 8월까지 미국 PS 하드웨어 누적 판매량은 전년보다 25% 줄었다.

발언의 출처는 피스카텔라가 9일(현지시간) 오전 블루스카이에 올린 글타래다. 서키나가 8일 공개한 8월 미국 시장 결과를 풀어 쓴 글이다.

그는 서키나 미국 소매 추적 서비스(US Retail Tracking Service) 자료를 인용하며 판매 부진을 차례로 짚었다. 글의 마지막은 이렇게 맺었다.

원문은 "The US hardware market has not been in a more precarious position since the early 80s"다. 미국 하드웨어 시장이 1980년대 초 이후 이보다 위태로웠던 적은 없다는 뜻이다.

이 문장은 서키나 월간 보고서에 새로 실린 공식 문구가 아니라, 애널리스트 개인이 SNS에서 내린 총평이라는 점은 구분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다만 근거로 든 수치는 모두 서키나의 소매 추적 데이터다. 판매량과 판매액, 평균 구매가가 한꺼번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서키나는 같은 날 8월 미국 비디오게임 시장 전체 지출이 전년보다 9% 줄어 43억 달러에 그쳤다고도 밝혔다. 하드웨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반이 움츠러든 달이었다.

8월 보고서 핵심 수치 — 판매량은 줄고 평균 가격은 올랐다

엑스박스 시리즈 X 본체와 컨트롤러, 상자 위의 엑스박스 로고
▲ 엑스박스 시리즈 X. 올해 미국에서 Xbox 본체 한 대의 평균 구매가는 529달러로 1년 전보다 26% 올랐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미국 누적 기준으로 Xbox 하드웨어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 줄었다. 피스카텔라는 이를 Xbox의 연간 누적 기준 역대 최저로 규정했다.

플레이스테이션은 25% 줄어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8월 한 달만 보면 세 제조사가 모두 뒷걸음질 쳤다. 서키나에 따르면 8월 전체 하드웨어 판매량은 55만 9천 대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8월 기준으로는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당시 판매량은 42만 3천 대였다.

제조사별로는 플레이스테이션 11%, Xbox 31%, 닌텐도 15% 감소다. PS는 8월 기준 2013년 이후, Xbox는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가격 쪽 수치는 반대로 움직였다. 올해 8월까지 미국에서 Xbox 본체 한 대의 평균 구매가는 529달러로 26%, 플레이스테이션은 597달러로 20% 올랐다. 두 수치 모두 미국 시장 사상 최고다.

8월 한 달의 하드웨어 평균 구매가도 541달러로 8월 기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년 전 같은 달의 476달러가 종전 기록이었다.

판매액은 판매량만큼 크게 줄지 않았다. 8월 하드웨어 판매액은 3% 감소한 3억 200만 달러였고, 올해 누적 판매액은 25억 달러로 11% 뒤처진다.

플레이스테이션 5는 판매량이 11% 줄었는데도 판매액은 17% 늘었다. 한 대당 내는 돈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Xbox 시리즈와 스위치 2의 판매액은 각각 13% 줄었다.

피스카텔라는 평균 구매가 글의 끝에서 "Price sensitivity is becoming a real problem"이라고 적었다. 가격 민감도가 진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구분수치비고
8월 하드웨어 판매량 55만 9천 대 (-15%) 8월 기준 2013년 이후 최저
8월 하드웨어 판매액 3억 200만 달러 (-3%) 올해 누적 25억 달러, 전년 대비 -11%
PS 판매량 / 판매액 -11% / +17% 판매량은 8월 기준 2013년 이후 최저
Xbox 판매량 / 판매액 -31% / -13% 판매량은 8월 기준 2020년 이후 최저
닌텐도 판매량 -15% 스위치 2 판매액은 -13%
올해 누적 판매량 (8월까지) Xbox -33%, PS -25% Xbox 역대 최저, PS 2013년 이후 최저
올해 평균 구매가 (8월까지) Xbox 529달러, PS 597달러 각각 전년 대비 +26%, +20%, 모두 사상 최고

▲ 서키나 2026년 8월 미국 하드웨어 주요 수치 (출처: 매트 피스카텔라가 공개한 서키나 자료)

스위치 2는 1위, 그래도 닌텐도도 뒷걸음질

독에 꽂힌 닌텐도 스위치 2 본체와 양쪽에 붙은 조이콘 2
▲ 독에 장착된 닌텐도 스위치 2. 서키나 집계로 8월과 올해 누적 모두 미국 판매량·판매액 1위다.

영상: Nintendo of America 유튜브 채널

서키나는 스위치 2가 8월과 올해 누적 모두 미국 하드웨어 판매량과 판매액 1위를 지켰고, 플레이스테이션 5가 두 기준 모두 2위였다고 밝혔다.

서키나 게시글에는 Xbox 시리즈의 순위가 따로 적혀 있지 않다. 이 기사도 Xbox의 순위는 단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닌텐도가 예외는 아니다. 8월 닌텐도 하드웨어 판매량은 15% 줄었고, 스위치 2 판매액은 13% 감소했다.

피스카텔라는 9일 한 이용자가 가격이 언제 정상화되겠느냐며 닌텐도의 위치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스위치 2가 잘 하고 있지만 최근의 가격 인상이 추진력을 어느 정도 꺾었다는 취지다.

스위치 2의 미국 가격 인상은 9월 1일에 시행됐다. 즉 8월 자료에는 인상 효과가 담기지 않았다는 얘기다.

서키나의 9월 보고서는 10월 22일 공개될 예정이다. 서키나와 피스카텔라 모두 같은 날짜를 밝혔다. 인상 이후 첫 한 달 성적은 그때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을 먼저 올린 일본에서 인상 직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스위치 2 가격 인상 첫 주 분석에서 볼 수 있다.

소니·MS·닌텐도 가격 인상 이력 — 세 회사 모두 올해 올렸다

흰색 엑스박스 시리즈 S 본체와 로보트 화이트 컨트롤러
▲ 엑스박스 시리즈 S와 컨트롤러. 마이크로소프트는 6월 발표에서 시리즈 S를 가장 저렴한 Xbox 콘솔로 소개했다.

영상: PlayStation 유튜브 채널

영상: XBOX 유튜브 채널

평균 구매가가 오른 데는 제조사들의 공식 가격 인상이 직접 반영돼 있다. 올해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가 한 차례씩 올렸다.

소니는 3월 27일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블로그에서 PS5, PS5 프로, 플레이스테이션 포털의 글로벌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적용은 4월 2일부터다.

미국 권장 소비자가격은 PS5 649.99달러, 디지털 에디션 599.99달러, PS5 프로 899.99달러다. 포털은 249.99달러가 됐다.

소니가 밝힌 이유는 "글로벌 경제 환경의 지속적인 압박"이다. 공식 발표문에는 메모리 가격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는 6월 25일 Xbox Wire에서 8월 1일부터 전 세계 Xbox 콘솔 가격을 올린다고 알렸다. 512GB 모델은 100달러, 1TB 모델은 150달러 오른다. 2TB 모델은 단종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0월에도 미국에서 Xbox 콘솔 가격을 20~70달러 올렸다고 밝혔다. 같은 발표문에서 "또 한 번의 인상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랐다"고 적었다.

가격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도 함께 내놨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쓸 수 있는 선결제 후 분할 결제, 최대 12개월 무이자 할부, 중고 콘솔 보상판매와 인증 리퍼비시 제품 확대 등이다.

닌텐도는 5월 7일 공지로 스위치 2 미국 가격을 9월 1일부로 449.99달러에서 499.99달러로 올린다고 알렸다. 닌텐도는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시장 상황 변화"에 대응한 조치라고만 설명했다.

닌텐도는 같은 공지에서 기존 스위치 가격은 바뀌지 않는다고 밝혔다.

Xbox의 가격 인상 이력은 5년간 3번 오른 엑스박스 가격 정리에, 6월 발표 직후의 소식은 Xbox 전 라인업 가격 인상 기사에 있다. 닌텐도의 글로벌 인상 내용은 9월 1일 스위치 2 가격 인상 소식에서 확인할 수 있다.

회사적용일인상 내용
소니 4월 2일 PS5 649.99달러, 디지털 에디션 599.99달러, PS5 프로 899.99달러
마이크로소프트 8월 1일 Xbox 512GB 모델 +100달러, 1TB 모델 +150달러, 2TB 단종
닌텐도 9월 1일 스위치 2 449.99달러에서 499.99달러로 인상

▲ 2026년 미국 콘솔 3사 공식 가격 인상 (각 사 공식 발표 기준)

메모리 가격이 콘솔을 올리는 구조

SK하이닉스가 전시한 DDR5 서버용 메모리 모듈 여러 종류와 사양표
▲ SK하이닉스가 컴퓨텍스 2025 전시장에 내놓은 DDR5 서버용 메모리 모듈. 메모리 부족 문제를 보여 주는 일반 참고용 사진이며 콘솔용 부품은 아니다.

이번 하락의 배경으로 거론되는 것이 부품 값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6월 발표문에서 "콘솔용 스토리지와 메모리 가격이 2.5배 넘게 올랐고, 2027년 가을까지 다시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콘솔은 보통 이익을 남기고 파는 제품이 아니라 만드는 데 드는 돈보다 싸게 팔리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폰이나 PC와 달리 부품값 상승이 곧바로 적자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얘기다.

매체들은 이 메모리 가격 급등의 진원지를 AI 데이터센터 수요로 본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데이터센터용 제품에 생산을 우선 배정하면서 다른 기기에 돌아갈 물량이 빠듯해졌다는 설명이다.

공급 사정이 곧 풀리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말 실적 발표에서 2027~2028년 메모리 수급이 올해보다 더 빡빡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마이크론의 메모리 수급 전망 기사에 정리했다.

콘솔 제조사들이 한꺼번에 가격을 올린 이유도, 평균 구매가가 역대 최고로 치솟은 이유도 이 흐름과 맞물려 있다. 다만 서키나 자료 자체는 부진의 원인을 부품값 하나로 못 박지 않는다. 피스카텔라가 직접 짚은 것은 가격 민감도다.

미국 실물 게임 시장에서 Xbox의 비중이 한 자릿수로 내려앉은 흐름은 미국 실물 게임 판매 점유율 기사에서, 누적 판매 격차는 PS5와 Xbox 시리즈의 누적 판매 격차 기사에서 볼 수 있다. 콘솔뿐 아니라 PC 시장도 같은 부품 가격 압박을 받고 있다. 3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20% 넘게 줄었다. 자세한 내용은 3분기 PC 출하량 급감 기사에서 다뤘다.

GTA 6가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쇼핑센터에 있는 게임스톱 매장 전면과 간판, 진열창에 붙은 게임 포스터
▲ 미국의 게임 전문 소매점 게임스톱 매장. 일반 참고용 사진이며 이번 보고서와 직접 관련된 장소는 아니다.

영상: Rockstar Games 유튜브 채널

피스카텔라는 비관만 한 것은 아니다. 9일 글에서 11월에 나올 그 대작 게임이 이런 하락을 적어도 어느 정도는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여기서 게임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원문은 "the Big Video Game"이다. 매체들은 11월 19일 출시되는 록스타게임즈의 GTA 6를 가리킨 것으로 해석했다. 발매일은 GTA 6 근황 총정리에서 다뤘다.

단서도 분명히 달았다. 효과는 "RAM과 부품 위기를 감안한 제품 공급 여부, 그리고 가격에 달려 있다"는 취지다.

다시 말해 그는 GTA 6가 하드웨어 시장을 구해낼 거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본체를 구하기 어렵거나 비싸면 효과가 제한된다는 조건을 함께 제시했다.

수요 쪽 신호는 이미 있다. 국내에서는 GTA 6 발매를 앞두고 PS5 프로 품귀가 보도됐다. 다만 이번 서키나 자료는 8월까지의 판매만 반영하고 있어 GTA 6 효과는 아직 숫자에 잡히지 않았다.

회복은 언제쯤? — 2028년을 말한 이유, 한국 독자가 볼 점

피스카텔라는 9일 블루스카이에서 한 이용자가 가격이 정상화되는 시점을 묻자 "2028년을 바란다"고 답했다.

다음 날인 10일(현지시간), 이번 침체가 끝나면 업계가 어떤 모습이 되겠느냐는 질문에도 답을 남겼다. "2028년쯤 부품 위기가 지나가고 콘솔 가격이 어느 정도 내려가며, 개발 쪽 경제성도 나아진다면 반등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그는 곧바로 "하지만 조건이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단서를 붙였다.

정리하면 단기적으로는 GTA 6 같은 대형 신작이 불씨가 될 수 있어도, 가격과 부품 공급이 달라지지 않는 한 구조적 회복은 2028년 이후의 이야기라는 시각이다.

한국은 서키나의 이번 미국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가격 인상은 국내에도 적용됐다.

소니는 한국에서 5월 1일부터 PS5 94만 8천 원, PS5 디지털 에디션 85만 8천 원, PS5 프로 129만 8천 원으로 권장 소비자가격을 조정했다. 플레이스테이션 포털은 37만 8천 원이다.

한국닌텐도는 6월 29일 스위치 2 국내 희망소비자가격을 64만 8천 원에서 75만 8천 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인상은 9월 1일 시행이다.

Xbox 콘솔의 국내 가격은 이번 조사에서 공식 자료를 확인하지 못해 싣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