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박스의 선임 비즈니스 전략 매니저가 X에 "우리는 AI를 쓴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뒤,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자기 계정을 닫았다. 주인공은 브랜든 스터럽(Brandon Stirrup)이다. 윈도우 센트럴(Windows Central)·PC 게이머(PC Gamer)·게임레이더+(GamesRadar+)는 그가 10월 18~19일 이어 올린 글에서 AI로 게임을 만들어 본 경험을 소개하고, 게임 업계가 AI 사용을 말하기 꺼린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PC 게이머는 엑스박스 내부 취재원을 인용해 계정 비활성화 이유가 '밀려든 답글'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해고나 징계가 있었다는 보도는 보이지 않는다. 회사 차원의 공식 입장도 지금까지 나온 기사에서는 찾을 수 없다.

무슨 글을 올렸나 — 이틀 만에 만든 '나쁜 게임'

엑스박스 시리즈 X 본체와 컨트롤러를 정면에서 찍은 사진
▲ 엑스박스 시리즈 X 본체와 컨트롤러. 스터럽의 게임이 이 기기용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며, 소속 브랜드를 보여주는 참고 사진이다. 사진: Der. Bellemer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배경을 흐리게 덧대 16:9로 맞췄다.

PC 게이머에 따르면 스터럽의 스레드는 10월 18일 시작됐다. 이틀에 걸쳐 "바이브 코딩으로 허술하지만 고쳐 쓸 만한 게임"을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손을 댄 시간은 약 3시간이라고 했다. 게임 개발 경험은 한 번도 없었다는 설명이 붙었다.

티브레이크(tbreak)가 소개한 글에서 그는 같은 주말에 NFL 경기장, 딸과 함께한 공원, 가족 시간까지 보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1년 동안 도와준다면 어떨까"라고 물었다.

게임레이더+에 따르면 그가 공개한 영상에는 AI 에이전트가 게임을 계속 테스트하고 고쳐 나가는 과정이 담겼다.

영상이 끊기거나 멈추는 구간은 에이전트가 결과를 보도록 화면을 캡처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게임레이더+는 그가 올린 결과물을 기본적인 축구 게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3시간 작업의 흔적이 그대로 보이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붙었다.

그는 이를 근거로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간단한 프롬프트만으로 취향에 맞춘 게임까지 만들 수 있다는 취지다.

발언의 핵심 — 해고 언급, 업계 비판, 'AI 사용' 선언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간판이 놓인 레드먼드 캠퍼스 건물 외관
▲ 마이크로소프트 레드먼드 캠퍼스. 스터럽이 근무하는 건물이 아니라 회사를 보여주는 참고 사진이다. 사진: Jiaqian AirplaneFan (Wikimedia Commons, CC BY 3.0). 배경을 흐리게 덧대 16:9로 맞췄다.

논란이 된 대목은 두 갈래다. 하나는 자신의 처지를 건 문장이고, 다른 하나는 업계를 향한 비판이다.

윈도우 센트럴과 PC 게이머가 같은 문장을 옮겼다. 스터럽은 "내가 내일 해고된다면, 아무도 알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라고 썼다.

PC 게이머에 따르면 그는 "엑스박스의 수백 명이 AI를 안 쓰는 척하는 일을 멈출 수 있다면 기꺼이 비난을 받겠다"고도 했다.

윈도우 센트럴은 "게임 업계는 사용자의 부정적 정서 때문에 전환을 늦추는 유일한 업종"이라는 그의 주장도 소개했다.

윈도우 센트럴과 퓨어엑스박스는 "게임은 리더들이 AI를 말하기 두려워하는 유일한 업종"이라는 문장도 인용했다.

PC 게이머에 따르면 그는 이 일을 '회사로서 빨리 매듭짓고 넘어가자'는 취지라고도 적었다. 일부는 자신을 비난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개발자를 겨냥한 문장은 게임레이더+와 티브레이크가 원문을 옮겼다. AI가 자기 미래에 자리가 있다는 걸 믿지 않으려는 게임 개발자라면 '비즈니스를 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PC 게이머와 게임레이더+는 "AI 없는 5~10년 계획은 의미가 없다"는 취지의 글을 전했다. 그런 계획은 오지 않을 '가짜 미래'를 준비하는 셈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보도 어디에도 "AI를 받아들이지 않는 개발자는 일자리를 잃어도 된다"는 식의 표현은 보이지 않는다. 확인되는 것은 '해고될 수 있다'는 스터럽 본인의 자기 언급과 위의 '비즈니스' 발언이다.

계정을 닫은 이유와 남은 질문

엑스박스 로고가 달린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서 웃고 있는 아샤 샤르마 엑스박스 CEO
▲ 아샤 샤르마 엑스박스 CEO. 2026년 엑스박스 게임즈 쇼케이스 현장 사진으로, 스터럽 본인의 사진이 아니다. 사진: Jasonglewis (Wikimedia Commons, CC0)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태블릿 화면에 코파일럿+ PC 로고가 떠 있는 모습
▲ 코파일럿+ PC 로고가 표시된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스터럽이 권했다는 코파일럿을 보여주는 참고 사진이다. 사진: KK IN HK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배경을 흐리게 덧대 16:9로 맞췄다.

PC 게이머는 10월 19일 기사에서 스터럽이 X 계정을 삭제했다고 전했다. 제목에서 '24시간 이내'라고 밝혔다.

엑스박스 내부 취재원은 PC 게이머에 "쏟아지는 답글 때문에 계정을 비활성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설명은 익명 취재원 한 곳의 말이다.

스터럽의 고용 상태가 달라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윈도우 센트럴도 해고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필자 의견만 적었을 뿐, 회사의 조치는 전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엑스박스가 이 발언에 공식 입장을 냈다는 보도는 찾을 수 없다. 개인 계정의 의견인 만큼 회사 방침으로 읽을 근거도 없다.

'엑스박스에서 수백 명이 AI를 쓴다'는 주장도 확인되지 않았다. 게임레이더+는 이 숫자와 사용 범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내부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스터럽은 윈도우 센트럴 보도 기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소속의 선임 비즈니스 전략 매니저다. 게임 스튜디오 개발 책임자가 아니라 사업 전략 담당이라는 점도 발언의 무게를 가늠할 때 고려할 부분이다.

게임레이더+는 이 문제를 더 따져 물었다. 지난해 EA가 전사적으로 챗봇 사용을 의무화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엑스박스도 그런지 묻는 식이다.

엑스박스에 그런 지침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기준인지는 이번 보도로 드러나지 않았다.

PC 게이머는 그가 지난달에도 해고된 직원들에게 코파일럿으로 자신의 경력과 성과를 정리해 보라고 권했다고 전했다.

엑스박스의 공식 노선과는 어떻게 겹치나

영상: Unreal Engine 유튜브 채널

엑스박스 수장 아샤 샤르마는 올해 2월 취임 직후 AI로 만든 저품질 결과물로 생태계를 채우지 않겠다고 밝혔다. 테크크런치가 이를 전했다.

한편 10월 13일에는 게임 디컴파일 열풍에 응답하는 소규모 조직 '엑스박스 랩스'가 공개됐다. 직원 서한에는 'AI'라는 단어가 없고 '에이전트'라는 표현만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엑스박스 랩스 기사에 정리돼 있다.

스터럽의 글은 이 흐름 직후에 나왔다. 윈도우 센트럴과 티브레이크는 두 일을 나란히 언급했지만, 스터럽의 발언이 랩스와 직접 연결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업계 전반의 AI 사용은 이미 널리 퍼져 있다. 개발자 조사에서 AI를 쓴다는 응답 비중이 높게 나온 결과는 게임 개발자 AI 활용 데이터 기사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 '엑스박스도 AI를 쓴다'는 말 자체는 놀라운 폭로라기보다, 공개 석상에서 말을 아껴 온 주제를 한 직원이 직접 입에 올렸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만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 회사가 어떤 기준을 두는지는 이번 보도로 알 수 없다. 이 발언은 한 직원의 주장으로만 읽어야 한다.

AI를 받아들이라는 압박과 게이머의 반감

XBOX LABS 로고와 문구 'LET'S PLAY WITH WHAT'S NEXT'가 적힌 검은 배경의 공식 키 아트
▲ 엑스박스 랩스 공식 키 아트. 이미지: 엑스박스 와이어(Xbox Wire) 공식 발표문 대표 이미지

PC 게이머는 AI를 받아들이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에픽게임즈 CEO 팀 스위니가 개발자들을 'AI 가속'에 맞춰 재배치하고 있다고 말한 점,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새 런처를 '바이브 코딩'했다고 밝혀 논란이 인 점을 사례로 들었다.

게임레이더+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AI를 쓰지 않으면 사업을 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팰월드, 워독스, 슬레이 더 스파이어 2 같은 대형 히트작이 반례라고 짚었다.

반대편에는 게이머들의 부정적 정서가 있다. 스터럽 본인도 그 정서를 업계가 AI를 말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았다.

퓨어엑스박스(Pure Xbox)는 10월 19일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이 엑스박스와 그 밖의 AI 사용 실태에 대한 진실을 공유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 기사의 요약문은 "게임은 리더들이 AI를 말하기 두려워하는 유일한 업종"이라는 문장을 소제목으로 쓴다. 윈도우 센트럴이 인용한 스터럽의 문장과 같아, 같은 스터럽의 글을 다룬 기사로 판단된다.

이 요약문은 엑스박스 랩스가 실험적 AI 조직처럼 보이지만 아샤 샤르마의 설명에는 AI가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고 짚는다.

퓨어엑스박스 본문은 사이트 접근 제한으로 열람하지 못했고, 위 내용은 공개된 요약문에 근거한다.

현재까지 공개된 근거는 스터럽 본인의 게시물과 익명 취재원 한 곳의 설명이 전부다. 후속 보도나 회사의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 직원의 주장으로 보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