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출시된 스팀 머신이 실제로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밸브가 하드웨어 판매량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외 매체 Boiling Steam이 스팀 자체 데이터를 역이용해 꽤 설득력 있는 추정치를 내놨고, TechPowerUp·Guru3D· Notebookcheck 등 여러 매체가 이를 받아 보도하며 화제가 됐다.

① 어떻게 추정했나 — 스팀 톱셀러 차트 역산법

핵심 아이디어는 스팀의 '글로벌 톱셀러' 차트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차트는 판매 대수가 아니라 매출액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대당 단가가 비싼 하드웨어는 훨씬 적게 팔려도 소프트웨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보도 시점 기준으로 스팀 머신은 이 차트에서 1위 '카운터 스트라이크 2'와 3위 소프트웨어 사이, 2위에 올라 있었다. 1위의 추정 주간 매출이 약 1,900만~2,000만 달러, 3위가 약 700만~900만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2위인 스팀 머신의 주간 매출은 대략 1,000만~1,800만 달러 사이로 추산된다.

스팀 머신 — 커스텀 커버 패널을 부착하는 모습
▲ 512GB $1,049·2TB $1,349, 두 모델의 평균 구매가는 약 1,150달러로 계산됐다. ⓒ Valve

② 추정 판매량 — 주간 1.2만~1.5만 대

여기에 스팀 머신의 두 모델(512GB 1,049달러·2TB 1,349달러)을 가중평균한 평균 구매가 약 1,150달러를 대입하면, 앞서 구한 매출 구간을 대수로 환산할 수 있다. 계산 결과는 주간 1만 2000~1만 5000대. 중간값인 약 1,500만 달러 매출을 기준으로 잡으면 대략 1만 3000대 안팎이 매주 팔려나가는 셈이다.

📌 이번 추정치 한눈에 보기

· 주간 판매량(추정): 1만 2000~1만 5000대
· 근거: 스팀 톱셀러 차트 매출 순위 역산(Boiling Steam)
· 평균 구매가: 약 1,150달러(512GB $1,049 / 2TB $1,349)
· 연간 환산: 약 62만~78만 대(52주 기준)
· 주의: 밸브 공식 발표 수치가 아닌 제3자 추정치

③ 연간 환산하면 — 그러나 '틈새 기기'라는 진단

이 추세가 1년 내내 이어진다고 단순 가정하면 연간 판매량은 약 62만~78만 대 수준이 된다. 적지 않은 숫자지만, Boiling Steam은 이를 두고 닌텐도나 플레이스테이션급 대중적 성공이 아니라 "틈새 기기(niche device)"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신제품 출시 직후에는 초기 주문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서 판매량이 20~30%가량 자연 감소할 가능성도 함께 짚었다. 초반 흥행이 그대로 유지될지, 반짝 수요로 끝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④ 가격 상승 그림자 — RAM 품귀 현상

스팀 머신 — 책상 위에 놓인 본체와 키보드로 작업하는 모습
▲ 밸브는 RAM 품귀 현상이 스팀 머신·스팀덱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공식 경고했다. ⓒ Valve

공교롭게도 이 추정치가 나온 시점에 밸브 엔지니어 야잔 알데하야트전 세계적인 RAM 품귀 현상이 스팀 머신과 스팀덱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공식 경고했다. 그는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지금 매장에 진열된 제품들은 실제 대량 공급 물량보다 3~6개월 뒤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6년 말까지 RAM 가격이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뛸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는 스팀 머신 예약 단계부터 부품 수급 문제로 예상가를 초과했던 흐름과도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스팀 머신 — 전면·후면 포트 구성 다이어그램
▲ 스팀 머신의 포트 구성. 부품 수급 문제는 가격뿐 아니라 공급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 Valve

⑤ 정리 — 초반 흥행은 확인, 지속 여부는 미지수

공식 수치가 아닌 추정치라는 한계는 있지만, 스팀 톱셀러 차트에서 CS2 바로 다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스팀 머신의 초반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정황 증거는 된다. 다만 RAM 품귀로 인한 가격 상승 압박이 겹치는 상황이라, 지금의 판매 페이스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밸브가 언젠가 공식 판매량을 공개한다면, 이번 추정치와 실제 수치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가 이 계산법의 신뢰도를 가늠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