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얼리 액세스는 2013년 3월 20일 시작했다. 만들다 만 게임을 먼저 팔 수 있는 제도라는 비판도, 개발자와 플레이어가 함께 게임을 키우는 방식이라는 평가도 13년째 공존한다. 그렇다면 이 제도의 성적표는 어떤가. 이 기획은 밸브가 직접 쓴 규칙, 끝까지 간 사례, 중간에 멈춘 사례, 그리고 숫자로 확인되는 것과 확인되지 않는 것을 순서대로 짚는다. 먼저 밝혀 둔다. 밸브는 얼리 액세스 게임 중 몇 퍼센트가 정식 출시까지 가는지 공개한 적이 없다. 아래에 나오는 비율은 모두 제3자의 추산이며, 집계 시점과 기준이 제각각이다.
밸브가 직접 쓴 규칙 — 얼리 액세스는 크라우드펀딩이 아니다
영상: Steamworks Development 유튜브 채널
얼리 액세스의 규칙은 밸브가 스팀웍스 문서와 상점 안내문에 공개해 두었다.
스팀웍스 문서는 얼리 액세스를 정식 출시 전 단계의 게임을 스팀에서 팔면서, 구매자에게 이 제품이 ‘미완성’이라는 맥락을 알리는 제도라고 설명한다.
대상은 플레이할 수 있는 알파나 베타 상태의 게임이다. 지금 빌드의 값어치를 하고, 정식 출시까지 계속 개발할 계획이 있는 게임이어야 한다.
문서가 가장 분명하게 선을 긋는 대목은 돈이다. 문서에는 얼리 액세스가 제품 개발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수단이 아니라고 적혀 있다.
특정 판매량을 채워야 게임을 끝낼 수 있다면, 그만큼 팔리지 않았을 때를 먼저 생각해 보라는 취지다.
개발사에 요구하는 규칙도 있다. 출시일이나 추가될 콘텐츠처럼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게임이 끝나리라는 보장조차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즐길 거리가 거의 없는 기술 시연 단계에서 올리지 말 것, 개발이 이미 끝났다면 얼리 액세스를 쓰지 말 것도 규칙에 들어 있다.
구매자에게 하는 말은 상점 안내문(Early Access FAQ)에 있다. 출시 시점은 개발자가 정하며, 어떤 팀은 게임을 ‘끝내지’ 못할 수 있다는 문구다.
그래서 지금 상태로 즐길 마음이 있을 때만 사라고 안내한다.
스팀웍스 문서에는 이 밖에도 개발사가 지킬 규칙이 있다. 다른 곳에서 파는 가격보다 스팀 가격을 높게 받지 말라는 것, 업데이트 때 세이브 파일이 깨질 수 있다면 미리 알리라는 것이다.
상점 안내문은 얼리 액세스를 선구매와 구분한다. 얼리 액세스는 지금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사는 것이고, 정식 출시 뒤에도 계속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밸브가 2025년 7월 공개한 개발자 강연 ‘2025 Steam Dev Talks: Early Access’도 같은 맥락이다. 스팀웍스 문서는 이 영상을 오늘날 얼리 액세스에 접근하는 모범 사례 자료로 소개한다.
완주한 게임 ① 팩토리오 — 4년 반 만에 정식 출시, 누적 350만 장
영상: Factorio 유튜브 채널
공장 자동화 게임 ‘팩토리오’는 2016년 2월 25일 스팀 얼리 액세스에 올라왔다.
그보다 앞서 공식 웹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시기가 있었지만 정확한 시점은 확인되지 않는다.
정식 1.0은 2020년 8월 14일 나왔다. 스팀 상점 페이지의 출시일도 같다. 얼리 액세스 기간은 4년 반 안팎이다.
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PCGamesN에 따르면 원래 2018년에 얼리 액세스를 끝낼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
이후 정식 출시일은 2020년 9월 25일로 잡혔다. 같은 보도는 사이버펑크 2077이 그 한 주 전 출시 예정이라는 소식에 개발진이 날짜를 앞당겼다고 전한다.
사이버펑크 2077은 이후 연기됐고, 팩토리오는 8월 14일 예정대로 정식 출시했다.
판매량은 개발사 Wube가 연말 결산 글로 공개해 왔다. 2022년 크리스마스 무렵 누적 350만 장을 넘겼다고 밝혔다.
개발사는 같은 글에서 매년 약 50만 장이 꾸준히 팔린다고 했다. 2016년 스팀 출시 때부터 지켜 온 ‘세일 없음’ 정책이 옳았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이 350만 장은 얼리 액세스 기간과 정식 출시 이후가 섞인 누적치다. 얼리 액세스 구간만의 판매량은 확인되지 않는다.
1.0 이후에도 이 게임은 멈추지 않았다. 확장팩 ‘스페이스 에이지’는 2024년 10월 21일 나왔다. 이후 개발진은 40만 장 넘게 팔렸다고 밝혔다고 GamingOnLinux가 보도했다.
그리고 올해 10월 23일 제작사가 ‘마지막 대형 업데이트’로 밝힌 2.1이 안정 버전이 됐다.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팩토리오 2.1 정식 배포 기사에서 다뤘다.
팩토리오의 사례가 말해 주는 것은 하나다. 얼리 액세스 기간이 4년 반이었어도 끝까지 갔고, 끝난 뒤에도 업데이트가 이어졌다.
완주한 게임 ② 서브노티카 — 3년 1개월, 유료 523만 장
‘서브노티카’는 2014년 12월 16일 스팀 얼리 액세스로 나왔다. 개발진이 스팀 공지로 알린 날짜다.
정식 출시는 2018년 1월 23일이다. 스팀 상점 페이지에 같은 날짜가 적혀 있다. 얼리 액세스 기간은 3년 1개월이다.
출시 첫 주는 조용했다. 개발진은 출시 일주일 뒤 개발 소식에서 그동안 플레이가 1만 1천 회 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판매량은 2020년 1월 공개됐다. 제작사 언노운 월즈는 GamesIndustry.biz 인터뷰에서 스팀·에픽·PS4·엑스박스 원을 합쳐 523만 장을 팔았다고 밝혔다. 게임 월드 옵저버가 이를 전했다.
이 숫자에는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무료 배포가 빠져 있다. 유료 판매만 센 값이라는 뜻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성공담이다. 다만 판매량은 얼리 액세스 기간과 정식 출시 이후가 섞인 누적치다.
얼리 액세스 구간에서만 얼마나 팔렸는지는 이 기사가 확인한 자료에서는 찾을 수 없다.
멈춘 게임 — 스페이스베이스 DF-9, 1.0에서 새 콘텐츠 개발을 접었다
멈춘 사례로는 더블 파인의 ‘스페이스베이스 DF-9’가 가장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이 게임은 2013년 10월 15일 스팀 얼리 액세스 알파로 판매를 시작했다. 스팀 공지로 확인되는 날짜다.
2014년 9월 17일 더블 파인은 1.0을 다음 달 낸다고 밝혔다. 새 기능은 튜토리얼과 목표 시스템 정도이고, 나머지는 버그 수정과 마무리 작업이라고 했다.
게임의 루아 소스 코드 전체를 1.0 직후 공개하고, 새 콘텐츠는 이제 커뮤니티 몫이라는 설명도 붙었다. 버그 수정과 지원은 당분간 계속한다고 했다.
위키피디아는 이 결정의 배경을 얼리 액세스 기간의 판매 부진으로 설명한다. 일부 플레이어는 개발 중단에 반발했다.
1.0은 2014년 10월 27일 나왔다. 스팀에 올라온 마지막 업데이트는 11월 14일의 1.06이다. 이 버전은 모드를 ZIP 파일로 불러오는 기능을 넣었다.
그해 11월 21일 더블 파인은 직원 12명을 해고했다. 다만 회사는 이유를 미공개 프로젝트가 퍼블리셔 사정으로 취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이스베이스 때문이라고 밝힌 적은 없다.
위키피디아는 이 해고 대상에 스페이스베이스 프로젝트 리드가 포함됐다고 적는다. 이 부분은 다른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다.
위키피디아는 2014년 12월 16일 공식 포럼에 더 이상 패치 계획이 없다는 글이 올라왔고, 더블 파인이 2015년 5월 개발과 지원을 공식 종료했다고 적는다. 이후에는 팬들이 소스 코드로 비공식 패치를 이어 갔다. 이 두 날짜는 위키피디아 외에 확인하지 못했다.
팀 셰이퍼가 2014년 9월 스팀 포럼에 낸 설명은 PC Gamer 원문으로 확인된다. 그는 열린 형태의 개발 계획으로 시작했고, 앞서 알파 판매로 성공한 게임들처럼 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초기 판매 수치는 그럴 가능성을 보였지만 점차 달라졌다고 한다. 개발이 5년쯤이 아니라 1년 반 만에 끝날 모양새가 됐다는 말도 했다.
게임이 번 돈은 전부 개발에 다시 들어갔지만, 결국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마무리 모드로 전환해 1.0을 계획했다고 한다.
셰이퍼는 플레이어에게 게임 상태를 충분히 알리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이 게임이 더블 파인의 첫 얼리 액세스 작품이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게임은 정식 출시 후 평가도 엇갈렸다. IGN은 2014년 11월 리뷰에서 10점 만점에 6.8점을 줬다.
이 사례는 앞서 본 밸브의 경고, 곧 ‘끝내지 못하는 팀이 있다’와 ‘판매량에 기대 개발하지 말라’가 실제로 일어난 경우로 읽힌다. 다만 이 사례가 얼리 액세스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규칙을 어긴 경우 — 밸브가 스팀에서 내린 ‘Earth: Year 2066’
중단이 아니라 퇴출도 있었다. 2014년 5월 초 밸브는 ‘Earth: Year 2066’을 얼리 액세스에서 내리고 구매자에게 환불을 안내했다.
MCV는 환불 신청 기한이 5월 19일까지였고, 밸브의 크리스 더글래스(Chris Douglass)가 개발사에게 홍보·기능·가격 결정을 맡기되 스팀에서의 홍보는 정직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보도들은 개발사가 비판 글을 지우고 표지 그림을 무단으로 썼다는 의혹도 함께 전했다. 이 의혹은 보도 기준이며 개발사 입장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게임이 끝나지 않은 사례가 아니라, 상점에서 소개한 내용이 실제와 달라 퇴출당한 사례다. 현재 상태를 솔직하게 알리라는 밸브의 규칙이 왜 있는지를 보여 준다.
다만 이 일은 2014년 보도로만 확인된다. 이후 이 게임이 스팀에 복귀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숫자로 보면 — 공식 통계는 없고, 추산은 갈린다
그렇다면 몇 퍼센트가 정식 출시까지 갈까. 밸브가 직접 낸 통계는 이 기사가 확인한 범위에서 없다.
남는 것은 제3자의 집계다. 가장 자주 인용되는 것은 2014년 11월 시장조사업체 EEDAR의 분석이다.
EEDAR의 패트릭 워커는 GamesIndustry.biz에 스팀 얼리 액세스 게임의 약 25%만 정식 출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PC Gamer, MCV, PC World가 이를 전했다.
2013년에 나온 얼리 액세스 게임 103종 중 43종, 약 42%가 정식 출시됐다고 MCV는 전했다. 얼리 액세스 첫 9종 중에서는 3종뿐이었다.
다만 EEDAR도 최근 출시작은 아직 개발할 시간이 부족해 비율을 끌어내렸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제도 시작 1년 반 시점의 수치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워커는 얼리 액세스가 킥스타터나 시즌 패스처럼 선지급 구조인데도 ‘확정된 출시 시기’가 없다는 점을 차이로 짚었다. 얼리 액세스 게임의 평균 가격이 정식 출시작보다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래 표는 확인된 추산을 모은 것이며, 서로 비교하면 안 된다. 집계 시점과 표본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정식 출시를 못 한 게임’에는 아직 개발 중인 게임도 섞여 있다. 비율이 낮다고 해서 모두 중단된 게임이라는 뜻은 아니다.
| 집계 | 수치 | 비고 |
|---|---|---|
| EEDAR(2014년 11월, GamesIndustry.biz 보도를 PC Gamer·MCV가 인용) | 스팀 얼리 액세스 게임의 약 25%가 정식 출시. 2013년 출시분은 103종 중 43종 | 제도 시작 1년 반 시점. 아직 개발 중인 게임이 많이 포함됐을 수 있음. 원문 보고서는 직접 확인하지 못함 |
| How To Market A Game 블로그(2023년 8월, 운영자 크리스 주코우스키) | 2014년 이후 얼리 액세스에 출시된 게임 8,910종 중 3,857종이 1.0 출시(약 43%, 이 기사 계산) | 저자의 목적은 1.0 출시작의 리뷰 수 분석이며 완주율을 직접 제시하지 않음. 이후 리뷰 수 조건으로 2,313종만 분석에 사용 |
| 밸브 | 공개된 통계 없음 | — |
▲ 스팀 얼리 액세스의 정식 출시 도달 비율에 대한 제3자 추산(밸브 공식 통계 아님)
요즘 신작은 어떻게 하나 — 얼리 액세스 vs 체험판 먼저
요즘 나오는 게임들을 보면 선택지가 갈린다.
11월 13일 스팀 앞서 해보기로 나오는 호러 당구 로그라이트 ‘풀 오브 매드니스’는 얼리 액세스로 먼저 플레이어를 만난다.
반면 10월 30일 스팀 출시 예정인 오컬트 호러 로그라이트 ‘엑시사’는 체험판을 먼저 풀고 출시일을 예고하는 쪽이다.
어느 쪽이 낫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얼리 액세스는 개발 중인 게임을 팔고, 체험판은 팔기 전에 맛을 보여 준다는 차이일 뿐이다.
이미 끝을 본 사례도 있다. 올해 9월에는 5년 7개월 만에 ‘발하임’이, 1년 5개월 만에 ‘드래곤와일즈’가 얼리 액세스를 졸업했다. 기간이 왜 이렇게 갈리는지는 얼리 액세스 기간 기획에서 다뤘다.
세부 내용은 각각 발하임 1.0과 드래곤와일즈 1.0 기사에 있다.
이 성적표에서 얻는 판단 기준
공통점은 분명하다. 끝까지 간 게임은 구매자가 지금 즐길 수 있는 빌드를 갖고 있었고, 판매량이 아니라 계획으로 개발을 이어 갔다.
멈춘 게임은 번 돈이 개발비를 따라가지 못했을 때 멈췄다. 밸브가 규칙에서 처음부터 경고한 대목이다.
완주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니, 통계보다 해당 게임의 업데이트 이력이 더 믿을 만한 단서다. 밸브도 구매 전에 개발사가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하는지 보라고 안내한다.
1. 지금 빌드만으로도 값어치가 있는가 — 미래 계획은 약속이 아니다
2. 최근 업데이트 공지가 꾸준한가 — 밸브도 가장 먼저 보라고 안내한다
3. 개발사가 로드맵과 예상 기간을 설명하는가, 설명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는가
4. 세이브가 깨질 수 있다는 등 위험 요소를 미리 알렸는가
5. 환불 가능한 범위 안에서 먼저 확인한다
6. ‘완주율 몇 퍼센트’ 같은 숫자는 집계 기준부터 본다 — 밸브의 공식 통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