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AI '플루토(Pluto)'가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 스트리머들을 잇따라 이기며 화제다. 게임톡은 9월 26일 김성현·흑운장(이성은)·홍구(임홍규)가 줄줄이 졌다고 전했다. 인벤은 10월 5일 칼럼에서 이 승부를 "불공정한 이벤트 매치"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플루토는 누가 만들었고, 무엇이 공정하지 않다는 걸까.

플루토는 누가 만든 AI인가

헤드셋을 쓰고 스타크래프트 경기에 집중하는 프로게이머의 옆모습
▲ 2014년 블리즈컨에서 경기 중인 이제동. 이번 대결 장면이 아닌 참고 이미지다. 사진: Kevin Chang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플루토는 GitHub 사용자 tscmoo가 공개한 브루드 워 AI다.

저장소 설명에 따르면 신경망 하나가 자기 대결 강화학습으로 훈련됐다.

이 신경망이 초반 빌드부터 유닛 컨트롤까지, 세 종족 모두를 혼자 플레이한다. 따로 짜 둔 스크립트는 없다고 한다.

저장소 설명에 따르면 상대별 전적을 바탕으로 오프닝을 고르고, 이길 확률이 계속 너무 낮으면 스스로 항복하는 기능도 있다.

Dexerto는 이 AI를 3억 1,500만 개 파라미터의 신경망으로 소개했다.

Dexerto는 이 AI가 2026년 컴퓨터 올림피아드 스타크래프트 AI 대회용으로 만들어졌고, 결승에서 퍼플웨이브(PurpleWave)를 4-1로 꺾고 우승했다고 전했다.

저장소는 배포 모델을 'CoG 2026 스타크래프트 AI 대회 출전 버전'이라고만 적는다. 대회 이름 표기는 매체와 저장소가 조금 다르다.

GitHub의 최신 릴리스는 CoG 2026 대회 출전 모델이다. 9월 23일(한국 시간) 공개됐다.

릴리스 설명에 따르면 이 모델은 대회에 나간 것과 같은 315M 파라미터, int8 양자화 가중치다.

베타 1 버전은 이보다 두 달 전인 7월 17일 올라왔다.

게임톡은 개발자가 오픈 소스로 공개했다고 썼다. 다만 저장소는 소스 코드가 아닌 바이너리 릴리스만 올려 둔 상태다.

GPU 없이 CPU만으로 돌아간다. 요구 사양은 AVX2를 지원하는 6코어 이상 CPU와 약 2GB 메모리다.

개인인지 팀인지는 저장소와 보도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확인되는 건 GitHub 계정 이름뿐이다.

누구와 붙어 어떻게 이겼나

경기 뒤 무대 위에서 악수하는 두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 2014년 IEM 산호세에서 악수하는 구미호와 이제동. 이번 대결 장면이 아닌 참고 이미지다. 사진: Silverfire (Kevin Chang for Team Liquid,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헤드셋을 쓰고 경기를 중계하는 스타크래프트 해설자 두 사람
▲ 2011년 한국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해설석에 앉은 Artosis와 Tasteless. 이번 대결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다. 사진: Nick Pettit (Wikimedia Commons, CC BY 2.0)

국내에서는 9월 말부터 전직 프로 출신 스트리머의 유튜브 채널에 플루토 영상이 쏟아졌다.

게임톡에 따르면 스트리밍 플랫폼 이용자 '조조맹덕이'가 플루토를 앞세워 여러 스트리머에게 대결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김성현, 흑운장(이성은), 홍구(임홍규)가 졌다는 게 게임톡의 정리다.

장윤철, 박상현, 서문지훈, 도재욱 등도 도전장을 던졌다고 게임톡은 전했다.

인벤 칼럼은 김성현·도재욱·임홍규·박상현의 이름을 들었다.

공식 대회가 아니다. 스트리머들이 방송과 영상 콘텐츠로 치른 대결이다.

그래서 하나의 공식 전적표는 없다.

김성현의 채널 영상 제목에는 '1:5'로 밀리는 모습과 '5:12 대패' 뒤 재도전하는 모습이 각각 적혀 있다. 제목 속 스코어이고, 시리즈 규칙은 영상마다 다를 수 있다.

'1:5' 영상의 설명란에는 9월 24일 생방송에서 진행한 대결이라는 안내와, 매치 5부터 10까지의 타임스탬프가 있다.

영상 길이는 약 77분이다. 설명란에는 APM이나 시야 조건에 대한 언급이 없다.

같은 채널에는 '플루토마저 당황하게 만든 신의 한 수'라는 제목의 영상도 있다. 사람이 반격에 성공하는 장면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전 프로를 전부 꺾었다'는 표현은 확인된 범위에서 방송 대결 기준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편이 안전하다.

국제 래더에서는 이보다 앞선 9월 21일께 Dexerto가 소동을 전했다.

계정 '^333^'이 래더에서 Larva, Iris, Ret, Paralyze 같은 프로를 이겼다는 내용이다.

Relog에 따르면 이 계정은 래더 전체 5위까지 올랐다.

다만 이 계정은 원본 모델이 아니라 누군가 손본 버전이었고, 커뮤니티에서는 맵핵 의혹이 나왔다고 Relog는 전했다.

Dexerto와 Relog는 원본 봇이 안개 속에서 플레이어가 볼 수 있는 정보만으로 훈련됐다고 적었다. 맵핵 의혹은 어디까지나 커뮤니티 주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AI 커뮤니티가 블리자드에 이 계정을 신고하고 삭제를 요청했다. 실제 조치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해외 영상 제목은 Larva와 임홍규를 함께 적었다. 래더에서 진 Larva가 임홍규와 같은 선수인지는 이 정도 근거로는 단정하지 않는다.

APM 2000?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영상: 발스타홍구 유튜브 채널

게임톡은 플루토가 APM 2,000 이상으로 생산과 컨트롤을 동시에 처리한다고 썼다.

프로 선수의 APM은 보통 수백 수준이다. 클리앙 게시글에는 순간 9,000까지 찍혔다는 댓글도 있다.

홍구 채널에는 '지는 걸 알자 APM 10000을 찍는다'는 취지의 제목이 붙은 영상도 올라와 있다.

다만 APM은 화면에 찍히는 명령 수일 뿐, AI의 판단 횟수와는 다르다.

Dexerto에 따르면 모델은 6프레임에 한 번 판단한다. 이를 분당으로 환산하면 약 240번이다.

한 번 판단할 때 여러 유닛에 한꺼번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화면 APM이 수천으로 찍히는 건 이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도 사람이 낼 수 없는 속도라는 점은 같다.

게임톡은 질럿 1기가 저글링을 평균 3기 잡는 사람의 교전이, 플루토에서는 4~5기까지 잡는 모습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임홍규 경기에서는 본진에 난입한 저글링 2기를 상대로 프로브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면이 나왔다고 한다.

작은 차이가 쌓여 자원과 생산력 격차가 된다는 분석이다.

전략이 앞섰나, 피지컬이 앞섰나

인벤 칼럼의 논지는 분명하다.

알파고가 바둑의 정석을 흔들었던 것과 달리, 플루토의 빌드와 심시티는 "구시대에 가깝다"고 썼다.

이긴 이유는 "피지컬의 폭력"이라는 평가다.

칼럼은 APM 제한, 한 화면씩만 보는 카메라 시야 제한 같은 조건을 AI에도 걸어야 '전략 싸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지금 대결은 "기판 내부에서 직접 게임 엔진을 통제하는 AI"와 손가락·눈의 한계에 갇힌 사람의 이벤트 매치라는 표현이다.

저장소에 따르면 플루토는 BWAPI라는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통해 게임을 조작한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쓰는 방식이 아니다.

게임톡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플루토의 빌드와 심시티가 완벽하지 않았다는 점은 같지만, 자원 활용과 컨트롤, 멀티태스킹이 결정적이었다고 정리했다.

시청자들이 자원핵·맵핵을 의심했지만, 게임톡은 리플레이를 확인한 결과 핵 관련 플레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게임톡은 '조조맹덕이' 이용자의 설명이라며 플루토에 실시간 학습 기능이 없다고 전했다. 플레이 곳곳에 허점이 보였고, 드랍 같은 변수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Dexerto가 인용한 AI 연구자 에반 첸(Evan Chen)의 평가도 비슷하다. 본능적인 판단은 뛰어나지만 건물 배치와 장기 계획은 약하다는 취지다.

그러니 '혁신'과 '체급 차이'는 서로를 지우는 문장이 아닐 수 있다. 같은 승리를 두고 보는 각도가 다를 뿐이다.

적어도 지금 확인되는 근거만으로 '플루토가 인간의 전략을 넘어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그저 기계라서 이긴 것'이라고 정리하기도 이르다. 이 신경망은 스크립트 없이 스스로 플레이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알파스타와 무엇이 다른가

해변에 마련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체험 행사 무대와 천막
▲ 해변에 차려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체험 행사 현장. 이번 대결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다. 사진: @Squeeze_bunt, 머엉 (Wikimedia Commons, CC BY 2.0 KR)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II 프로리그 무대에 선 선수들
▲ 스타크래프트 II 프로리그 시즌2 무대에 선 선수들. 브루드 워 AI 대결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다. 사진: altostratus (Wikimedia Commons, CC BY 3.0)

인공지능이 스타크래프트에 도전한 건 처음이 아니다.

대표 사례는 딥마인드의 알파스타다. 2019년 10월 30일 스타크래프트 II 그랜드마스터 수준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딥마인드는 사람과 비슷한 조건을 강조했다. 카메라로 화면을 보는 인터페이스를 쓰고, 5초당 행동 횟수에 상한을 뒀다.

이 조건은 프로 선수 TLO의 검토를 거쳤다.

브루드 워 쪽에는 학생 스타크래프트 AI 토너먼트(SSCAIT), CIG, AIIDE 같은 AI 대회가 이어져 왔다.

플루토의 결승 상대였던 퍼플웨이브도 오랫동안 브루드 워 AI 커뮤니티에서 개발돼 온 봇이다.

정리하면 두 사례는 같은 질문을 다른 조건에서 다뤘다.

알파스타는 '사람과 비슷한 제약 아래서도 이길 수 있나'를 물었다.

플루토 대결은 방송 콘텐츠여서 그런 통제를 거치지 않았다. 인벤이 제한 조건을 요구하는 이유다.

항목알파스타(2019)플루토(2026)
게임 스타크래프트 II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성과 그랜드마스터, 배틀넷 활성 이용자 상위 0.2% 이내(99.8% 초과) 대회 우승, 전직 프로 출신 스트리머와의 방송 대결 다수 승리
입력 방식 사람처럼 카메라로 화면을 보는 인터페이스 BWAPI로 게임에 접속
행동 제한 5초당 에이전트 행동 22회 상한 저장소 설명에 APM 상한 언급 없음, 모델은 6프레임당 1회 판단
검증 전문 선수 TLO가 제한 조건을 검토 공식 제한 없는 방송 이벤트가 중심

▲ 플루토와 알파스타 비교 (딥마인드 블로그·플루토 GitHub·Dexerto 기준)

앞으로 지켜볼 것

영상: [ALTUBE] 김성현TV 유튜브 채널

당분간 플루토 대결은 스타크래프트 방송 콘텐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동, 장윤철 등도 플루토와 맞붙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 제목 기준이다.

승패보다 지켜볼 대목은 규칙이다.

APM 상한이나 화면 시야 제한을 걸고 다시 붙으면 '체급 차이'와 '전략'이 얼마나 분리되는지 볼 수 있다.

게임톡은 몇 차례 대결만으로 AI가 프로를 완전히 넘어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썼다.

스타크래프트 쪽 최근 소식은 자낳대26 결승 기사와 ASL 시즌22 4강 프리뷰에서 볼 수 있다.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신작 소식은 블리즈컨 2026 총정리에 담겼다.

게임 업계에서 AI를 쓰는 방식이 궁금하다면 캡콤 RE 엔진 AI 계획 기사도 함께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