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콤이 자사 게임 엔진 RE 엔진의 다음 단계를 공개했다. 10월 2일 열린 자체 테크 콘퍼런스 ‘CAPCOM 오픈 콘퍼런스 RE:2026’에서다. 프로그래머 이시다 사토시가 ‘차세대를 향해 RE 엔진을 더 진화시키는 REX 프로젝트의 전망과 미래’ 세션에서 계획을 설명했다. 핵심은 엔진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지 않고, 새 기술을 단계적으로 덧붙여 나간다는 것이다. 그 끝에 놓인 목표가 이른바 ‘AI 세대 게임 엔진’이다. 다만 이 표현이 AI가 게임 자산을 통째로 만들어 낸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이 공개됐나 — 10월 2일 ‘RE:2026’ 세션
영상: CAPCOM R&D 유튜브 채널
일본 게임 업계지 게임비즈(gamebiz)는 이 세션을 상세히 전했다. 캡콤은 10월 2일 게임 개발 기술에 특화한 자체 테크 콘퍼런스를 열었고, 프로그래머 이시다 사토시(石田智史)가 그 자리에서 RE 엔진의 현재와 앞날을 설명했다.
행사는 도쿄 아리아케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캡콤 공식 안내에 따르면 10월 2일은 업계 종사자·엔지니어 대상 프로페셔널 강연일이고, 3일에는 학생 대상 강연이 열린다. 오사카(17~18일)는 학생 대상 강연만 진행한다. 참가는 사전 신청제로 무료다.
같은 안내에는 RE:2026 강연 주제로 REX 프로젝트 외에도 바이오하자드 레퀴엠·프라그마타의 실시간 패스 트레이싱, 자체 UI 프레임워크 RE:UI, 자체 현지화 시스템 등이 소개돼 있다.
IGN도 같은 내용을 게임비즈 보도를 인용해 소개했다. 캡콤이 RE 엔진을 ‘AI 세대 게임 엔진’으로 바꿔 나가려 한다는 소식이다.
위 영상은 캡콤 R&D 채널이 올린 이번 콘퍼런스의 콘셉트 무비다. 세션 내용을 담은 영상은 아니다.
RE 엔진은 어떤 엔진인가 — 2014년 개발 시작, 27개 이상 타이틀
RE 엔진은 캡콤이 자체 개발한 게임 개발 기반 시스템이다.
게임비즈에 따르면 개발은 2014년에 시작됐고, 2017년 발매된 ‘바이오하자드 7’에서 처음 실전에 쓰였다.
게임비즈는 지금까지 27개 이상의 고품질 타이틀이 이 엔진으로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캡콤 개발 업무의 "심장부"라는 소제목이 붙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뿐 아니라 몬스터 헌터, 데빌 메이 크라이 5, 스트리트 파이터 6, 드래곤즈 도그마 2, 프라그마타 등이 대표적이다. 위키백과 정리 기준이다.
게임비즈에 따르면 캡콤 개발자는 거의 전원, 2,000명 이상이 이 엔진을 쓴다.
해외 스태프와 다른 회사에서 다른 엔진을 쓰던 개발자도 늘었다. 그래서 누구나 쓰기 쉽고 다국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해졌다고 이시다는 설명했다.
REX가 풀려는 세 가지 문제
REX는 ‘RE 넥스트 엔진’을 뜻하는 이름으로, 캡콤은 2023년 10월 콘퍼런스에서도 차세대 엔진 개발을 언급한 바 있다. 오토마톤은 당시 바이오하자드 7 이후 에셋과 코드 규모가 약 5배로 커졌다는 점을 짚었다.
이번 세션에서 이시다가 든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게임이 너무 커졌다. 영상이 정교해지면서 데이터량이 크게 늘었고, ‘조금 고쳐서 움직임을 확인하는’ 작업의 대기 시간이 길어져 개발 속도가 떨어졌다.
둘째, 사용자가 늘었다. 앞서 말한 2,000명 이상의 개발자가 쓰기 편해야 한다.
셋째, AI 기술을 개발 작업 흐름에 잘 녹여 내는 것이 앞으로 개발 효율화의 필수 조건이 됐다는 인식이다.
이 문제들을 성능, 도구, 개발 효율, QA 등 여러 방면에서 개선하려고 만든 시스템에 각각 이름을 붙이고, 통틀어 REX라고 부른다.
낡았다고 처음부터 새 엔진을 만들지는 않는다. 현재 RE 엔진에 ‘RE:○○’라는 이름의 새 기술을 단계적으로 더해 간다는 계획이다.
RE:Dox부터 RE:Runtime까지 — 공개된 구성 요소
표의 설명은 모두 게임비즈의 세션 요약을 한국어로 줄인 것이다.
RE:Flows와 RE:Runtime은 사람이 쓰기 쉬운 형태와 기계가 빨리 처리하는 형태를 분리해 둔 구조라는 점이 공통이다.
| 이름 | 역할 |
|---|---|
| RE:Dox | 어떤 형식의 데이터든 공통 규칙으로 바꿔 빠르게 처리. 일부 오픈소스 공개 |
| RE:UI | 개발 도구 화면 구성. 메모리 절약과 일방향 통신으로 도구를 가볍게 하고, 자동 테스트도 쉬워짐 |
| RE:Log | 로그를 문장 대신 ID 번호로 기록하고 중앙 서버에 모아 검색. 번역·다국어 표시도 가능. 일부 오픈소스 공개 |
| RE:Flows | 화면에서 직관적으로 만든 로직이 내부에서 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자동 변환.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의 협업용 |
| RE:Runtime | 대량의 캐릭터·오브젝트를 일정 크기 단위로 묶어 일괄 처리. 사람이 쓰기 쉬운 언어를 캡콤 전용 ‘RE:C++’로 자동 번역 |
▲ 게임비즈가 정리한 REX 구성 요소 (세션 소개 기준)
‘AI 세대 엔진’의 정체 — AI가 읽고, 짜고, 테스트하는 엔진
기술적 진화가 최종적으로 ‘AI 세대의 게임 엔진’이라는 큰 목표로 이어진다고 이시다는 밝혔다. 게임비즈 보도다.
REX는 시스템 전체를 세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프로그래밍 언어의 규칙으로 통일했다.
사람 개발자에게 쓰기 쉬울 뿐 아니라 AI가 읽고 이해하기에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기반 언어가 통일된 덕분에 장기적으로는 AI가 프로그램을 이해해 자동으로 작성하거나, 테스트 플레이로 버그를 자동 점검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게임비즈는 이를 ‘AI와 함께 게임을 만드는’ 미래로 소제목에 달았다.
또 캡콤은 RE:Dox와 RE:Log 등 일부 기술을 누구나 볼 수 있게 인터넷에 공개했다. 게임비즈에 따르면 AI 학습에 활용되길 바라는 의도도 있다.
여기서 짚어 둘 점이 있다. 세션 요약에서 확인되는 것은 ‘AI가 코드를 이해하고 테스트를 돕는 구조’이지, 엔진이 AI로 대체된다거나 AI가 게임 에셋을 만든다는 내용이 아니다.
IGN도 비슷하게 해석했다. 에셋이나 아트를 통째로 생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AI로 개발 과정을 빠르고 매끄럽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캡콤의 기존 AI 입장 — ‘에셋은 안 쓰고, 효율화는 적극 활용’
이번 계획은 캡콤이 올해 3월 밝힌 입장과 이어진다.
IGN은 올해 3월 캡콤이 "AI가 생성한 에셋을 게임에 구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IGN은 이를 주주총회 발언으로 소개했지만, 일본 매체 게임비즈닷컴은 3월 23일 공개된 개인 투자자 대상 온라인 회사 설명회 질의응답으로 보도했다.
대신 개발 과정의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기여 기술로는 적극 활용할 계획이며, 그래픽·사운드·프로그래밍 등 여러 분야에서 도입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REX 구상은 이 방향을 엔진 구조 차원에서 구체화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다만 캡콤이 두 발표를 직접 연결해 설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I 활용을 둘러싼 업계 분위기는 간단하지 않다. 개발자 설문에서는 생성형 AI가 업계에 해롭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자세한 수치는 게임 개발자 52% 설문 기사에서 볼 수 있다.
반대편에서는 프롬프트만으로 게임을 만드는 도구도 나오고 있다. 메타 호라이즌 크리에이트·스튜디오가 그 예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 2처럼 생성형 AI 대신 손그림을 택한 사례도 있다.
캡콤 계획에 대한 개발자·이용자 반응은 아직 본격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앞으로 지켜볼 점
영상: CAPCOM R&D 유튜브 채널
위 영상은 2023년 콘퍼런스에서 캡콤 R&D 채널이 올린 ‘RE 엔진의 과거와 미래’ 세션이다. REX의 출발점을 보고 싶다면 참고할 만하다.
REX는 이미 몇 년째 진행 중인 장기 프로젝트다. ‘AI 세대 엔진’은 현재 완성된 기능이 아니라 방향이다.
세션 요약에는 AI 기능이 언제, 어느 게임부터 적용되는지에 대한 일정이 나오지 않는다.
AI가 쓴 코드의 품질 관리와 책임 소재 같은 운영 문제도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알 수 없다.
올해 캡콤은 레퀴엠, 프라그마타, 귀무자 신작을 연달아 냈다. 실적 흐름은 FY26 1분기 실적 기사에 정리돼 있다.
개발 속도를 높이려는 이 엔진 투자가 다음 신작 주기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