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가 매년 진행하는 'State of the Game Industry' 설문에서, 응답자의 52%가 생성형 AI가 게임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2024년 18%, 2025년 30%였던 수치가 불과 2년 만에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2,300명 이상의 개발자·프로듀서·마케터·경영진·투자자가 참여한 이번 설문은 해고와 노동조합, AI 사용 실태까지 폭넓게 다뤘는데, 그중에서도 생성형 AI를 향한 반발이 가장 뚜렷한 흐름으로 나타났다.
2년 만에 3배 — 아트·디자인 직군이 가장 강하게 반발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급증하는 사이,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오히려 줄었다. 생성형 AI가 업계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답한 비율은 2025년 13%에서 2026년 7%로 떨어졌다. 다만 경영진이나 비즈니스·서비스 직군에서는 이 수치가 19%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실무자와 의사결정권자 사이의 시각차가 뚜렷했다.
직군별로 보면 온도차가 명확하다. 시각·기술 아트 직군의 64%, 게임 디자인·내러티브 직군의 63%, 프로그래밍 직군의 59%가 생성형 AI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창작과 직접 맞닿은 직군일수록 반발이 크다는 뜻이다. 반면 경영·마케팅 계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부정적인 시각이 나타나, 같은 업계 안에서도 직무에 따라 AI를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는 절도다" — 그런데도 36%는 이미 쓰고 있다
이번 설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인식과 행동 사이의 간극이다.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생성형 AI를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실제로는 36%가 이미 업무에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직군별로는 스튜디오 소속 개발자가 30%, 퍼블리셔·지원팀·마케팅PR 업계 종사자가 58%로 나타나 실무 개발자보다 주변 산업군에서 오히려 사용률이 높았다.
이런 모순은 익명 응답에서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 응답자는 "AI는 절도다. 그래도 쓸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해고될 테니까"라고 답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생성형 AI를 쓰느니 차라리 이 업계를 떠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모든 반응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한 신경다양성 개발자는 "큰 그림을 작은 작업 단위로 나누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 AI가 프로젝트 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며 긍정적인 활용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실제 활용 용도를 보면 창작보다는 보조 업무에 쏠려 있었다. 리서치·브레인스토밍에 쓴다는 응답이 81%로 가장 많았고, 이메일 등 일상 업무(47%)와 코딩 보조(47%), 프로토타이핑(35%)이 뒤를 이었다. 반면 실제 게임에 들어가는 에셋 생성(19%), 절차적 콘텐츠 생성(10%), 플레이어가 직접 마주하는 기능(5%)에 쓴다는 응답은 크게 낮았다. 즉 다수의 개발자는 AI를 창작의 대체재가 아니라 잡무를 더는 보조 도구로 쓰고 있는 셈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도구는 챗GPT(74%)였고, 구글 제미나이(37%)와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22%)이 뒤를 이었다.
해고 압박이 배경에 있다 — AAA 스튜디오 67%가 구조조정 경험
생성형 AI에 대한 반발이 유독 거센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대규모 해고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28%가 지난 2년간 해고를 겪었다고 답했으며, 미국 응답자만 놓고 보면 이 비율이 33%까지 올라간다. 특히 AAA 규모 스튜디오 소속 응답자의 67%가 소속 회사 차원의 구조조정을 경험했다고 답해, 대형 스튜디오일수록 고용 불안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배경은 노동조합에 대한 지지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응답자의 82%가 노동조합 결성을 지지한다고 답했으며, 조합 가입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도 62%에 달했다. 다만 실제로 업계 단위 노조에 가입해 있다는 응답은 10%, 사내 노조 가입률은 2%에 그쳐, 지지 여론과 실제 조직화 수준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쓰지 않으면 해고된다"는 개발자들의 발언은, 결국 이 같은 고용 불안정이라는 더 큰 맥락 위에서 나온 반응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