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1년 9개월 만에 평가가 뒤집혔다. GSC 게임 월드'S.T.A.L.K.E.R. 2: 하트 오브 체르노빌' 첫 대형 확장팩 '코스트 오브 호프(Cost of Hope)'가 메타크리틱 85점을 기록했다. 2024년 11월 본편이 받았던 73점보다 12점 높은 숫자다.

메타크리틱 85점 — 본편은 73점이었다

안개 속에 드러난 체르노빌 원전 석관 구조물
▲ 본편에서는 배경으로만 보이던 석관이 이번엔 직접 걸어 들어가는 장소가 됐다. 사진: GSC 게임 월드

확장팩은 8월 20일 PC·엑스박스 시리즈 X|S·플레이스테이션 5로 동시 출시됐다.

메타크리틱 집계 결과는 85점(전문 매체 14개 리뷰 기준)이다. 긍정 93%, 혼합 7%, 부정 0%로 부정 리뷰가 한 건도 없었다.

오픈크리틱에서는 탑 크리틱 평균 87점, 추천 비율 92%가 나왔다.

본편과의 격차가 이 기사의 핵심이다. 2024년 11월 출시된 '하트 오브 체르노빌'은 PC 기준 79개 리뷰에 메타크리틱 73점에 그쳤다. 당시 평가는 긍정 56%, 혼합 41%, 부정 3%로 갈려 있었다.

본편이 혹평을 들은 이유는 대체로 일치했다. 버그, 최적화, 그리고 시리즈의 상징인 A-Life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확장팩은 그 지점들을 정면으로 손봤다. 매체들의 평가가 급반등한 배경에는 함께 배포된 무료 2.0 업데이트가 있다.

개별 점수를 보면 데이원 95점, 더 게임즈 머신 91점, 인사이더 게이밍·섹터.sk·멀티플레이어.it·게임8이 나란히 90점을 줬다. 게임스타 86점, 게임서프 85점, 더 완드 리포트·게임리액터 UK가 80점이다.

가장 낮은 점수는 IGN 도이칠란트의 70점이었다. 캠페인 자체는 호평하면서도 "연출과 성능 면에서 거친 구석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이더 게이밍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소름 끼치도록 근접한, 감정적이고 뒤틀린 확장팩"이라고 평했다.

데이원의 평은 더 직설적이다. "'스토커2'를 아직 안 해봤다면, '코스트 오브 호프'가 지금 들어오기에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썼다.

유저 점수도 나쁘지 않다. 메타크리틱 유저 평점은 8.0점(49명 기준), 스팀에서는 895건의 평가 중 81%가 긍정으로 '매우 긍정적' 등급이다.

PDA 신호 하나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 듀티와 프리덤

주인공이 PDA 화면을 확인하는 장면
▲ 정체불명의 PDA 신호가 스키프를 새로운 원정으로 끌어들인다. 사진: GSC 게임 월드
듀티 대원의 방독면 클로즈업
▲ 듀티는 존을 봉쇄하고 파괴해야 할 위협으로 본다. 사진: GSC 게임 월드
붉은 조명 아래 대화하는 스토커들
▲ 마브카와 줄루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엔딩이 갈린다. 사진: GSC 게임 월드

확장팩의 도입은 단출하다. 주인공 스키프에게 정체불명의 PDA 신호가 잡히면서 새 원정이 시작된다.

그 신호를 따라가면 존에서 가장 오래된 두 세력의 갈등 한복판에 서게 된다. 듀티(Duty)프리덤(Freedom)이다.

두 세력의 철학은 정반대다. 듀티는 존을 봉쇄하고 끝내 파괴해야 할 위협으로 본다. 프리덤은 존을 연구하고 탐사해 인류에 쓸모 있게 만들어야 할 선물로 본다.

시리즈 팬에게는 익숙한 대립이다. 다만 본편에서 두 세력의 존재감은 희박했다. 듀티는 시멘트 공장 거점 한 곳에 절차적 퀘스트 몇 개가 붙은 정도였고, 프리덤 관련 임무도 반복형 사이드 퀘스트에 그쳤다. 진영 가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인물 구성도 팬 서비스에 가깝다. 이름만 언급되고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마브카(Mavka)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콜 오브 프리피야트'줄루(Zulu)가 돌아온다.

이야기는 결국 이 두 사람 사이의 선택으로 수렴한다. 메인 미션 '정신의 파괴적인 힘'에서 스키프는 마브카와 줄루 중 한쪽 편을 들어야 한다.

줄루는 자기 진영에 환멸을 느낀 상태로 돌아온다. 존의 진짜 위험이 듀티의 이념 자체가 아닌지 되묻는 인물로 그려진다.

탐사 도중 발견되는 기묘한 돌연변이가 쟁점이다. 줄루는 더 많은 사람이 죽기 전에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마브카는 보존해 그 능력으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맞선다.

선택에 따라 엔딩이 갈린다. 마브카를 지지하면 프리덤 엔딩, 줄루를 지지하면 듀티 엔딩이다.

멀티플레이어.it가 "진짜 리플레이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 지점이 여기다. 분기와 진영 선택의 도덕적 무게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GSC는 이 캠페인이 본편뿐 아니라 3부작 전체에 남아 있던 의문들에 답한다고 설명했다.

분량은 10~15시간이다. 본편 메인 스토리가 40시간 안팎, 100% 완주가 64시간가량이라는 집계(HowLongToBeat)와 비교하면 짧지만, 스토리 DLC로는 넉넉한 편이다.

아이언 포레스트와 원전 부지 — '땅'이 아니라 '장소'

누런 하늘 아래 송전탑이 늘어선 아이언 포레스트
▲ 송전탑이 숲처럼 늘어선 '아이언 포레스트'. 사진: GSC 게임 월드
거대한 구형 이상현상 스페이스 버블
▲ 거대 구형 이상현상 '스페이스 버블'이 새 지역에 배치됐다. 사진: GSC 게임 월드
야간에 쌍안경으로 관측한 체르노빌 원전
▲ 원전 부지는 두 개의 새 지역 중 하나로, 자체 거점과 퀘스트를 갖췄다. 사진: GSC 게임 월드

새 지역은 두 곳이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부지와 아이언 포레스트(Iron Forest)다.

각 지역에는 독립된 거점과 퀘스트, 활동이 붙어 있다. 본편 맵에 덧붙인 확장이 아니라 별도의 원정지로 설계됐다.

두 곳 모두 본편 출시 시점부터 잠겨 있던 구역이다. 아이언 포레스트는 이상현상이 밀집한 지역으로, 자체 거점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소규모 로케이션과 퀘스트가 딸려 있다.

원전 부지는 시리즈 팬에게 상징적인 장소다. 본편 최종장에서 원전에 발을 들이긴 했지만 봉쇄된 통로가 대부분이었고, 이번에 행정동 일대까지 열리면서 시리즈 최초로 발전소 자체를 제대로 탐사할 수 있게 됐다.

공간이 뒤틀리는 '스페이스 버블' 지대도 새 로케이션으로 들어왔다. 진입하려면 스바로그 탐지기 같은 전용 장비가 필요하다.

게임서프의 리뷰가 이 확장팩의 성격을 잘 짚었다. "'코스트 오브 호프'가 통하는 이유는 '스토커2'에게 필요했던 게 더 넓은 이 아니라 장소였다는 걸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본편의 가장 흔한 불만이 "맵은 넓은데 채워진 게 없다"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밀도를 택한 판단이 그대로 점수로 돌아온 셈이다.

게임리액터 UK도 "고전 세력을 다루고, 새 지역을 제공하며, 미션 디자인의 질이 높아졌다"며 같은 방향의 평가를 남겼다.

다만 불만이 없지는 않다. 유저 리뷰 쪽에서는 이전 '스토커' 확장팩들에 비해 서브 콘텐츠가 적다는 지적이 나왔다. 메인 스토리에 집중한 구성의 반대급부다.

확장팩보다 중요할 수도 있는 것 — 무료 2.0 '백 투 더 존'

짙은 안개가 낀 폐건물 내부
▲ 2.0부터 안개는 NPC의 시야와 청력에도 영향을 준다. 사진: GSC 게임 월드
폐허에서 마주친 돌연변이
▲ 2.0 업데이트로 신규 돌연변이가 추가되고 A-Life 행동 패턴이 대폭 손질됐다. 사진: GSC 게임 월드

같은 날 배포된 2.0 '백 투 더 존(Back to the Zone)' 업데이트는 본편 소유자 전원에게 무료다. 언리얼 엔진 업그레이드가 포함된 대형 기술 업데이트다.

가장 큰 변화는 A-Life다. 출시 당시 "존이 살아 있지 않다"는 비판의 핵심이었던 시스템이다.

이제 존은 끊임없는 총격전이 벌어지는 곳이 아니라, 각자의 규칙대로 살아가는 공간에 가까워졌다. 모닥불과 버스 정류장 같은 거점이 늘고, 스토커와 돌연변이가 그 자리를 두고 다툰다.

플레이어가 보고 있지 않아도 스토커들은 시체를 약탈한다. 존이 플레이어 주변에서만 돌아간다는 인상을 걷어내려는 변경이다.

AI 결함도 다수 손봤다. 적이 벽 너머로 사격하거나 물체를 던지던 문제, 특정 지역에 NPC나 강력한 돌연변이가 과밀하게 몰리던 문제가 수정됐다.

중립 NPC는 근처 교전에 제대로 반응하고, 방출(Emission) 때 대피처를 찾는 행동도 안정화됐다.

전투 감각을 바꾸는 변경은 안개다. 이제 안개가 NPC의 시야뿐 아니라 청력에도 영향을 준다. 날씨가 존 전역의 전술을 바꾸는 변수가 된 것이다.

무기는 4종이 추가됐다. 돌격소총 Arev, 지정사수소총 GP3ASKP, 기관단총 Fora-230이며 각각 고유 변형이 있다. 유료 확장팩이 아니라 무료 2.0에 포함된 무기다.

자동으로 지급되지 않고 존 곳곳에 숨겨져 있어 직접 찾아야 한다. 신규 가젯으로 쌍안경이 들어왔고, 서방권 총기용 3배율 조준경과 동구권 총기용 도트 사이트도 추가됐다.

신규 돌연변이도 들어왔고, 그래픽과 조명은 전역적으로 손봤다. 종말 이후의 분위기는 유지하면서 화면 품질만 끌어올리는 방향이다.

난이도에는 '커스텀 룰' 모드가 생겼다. 세부 설정을 직접 조정해 원하는 강도를 만들 수 있다.

모딩 도구 '존 킷(Zone Kit)'도 확장됐다. 내러티브 스크립팅, 오디오, 현지화 지원이 추가돼 모드 제작 범위가 넓어졌다.

섹터.sk가 90점을 주며 남긴 평이 이 업데이트의 의미를 요약한다. "수정과 개선, 신규 콘텐츠를 통해 게임이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출시 이후에도 손질은 이어지고 있다. 스팀 기준으로 2.0.1과 2.0.2 패치가 이미 배포됐다.

가격은 3만 2,500원, 두 번째 확장팩이 남았다

국내 스팀 기준 가격은 3만 2,500원이다. 해외가는 29.99달러·29.99유로다.

얼티밋 에디션 구매자는 추가 비용 없이 받는다. 시즌 패스에도 포함된다.

시즌 패스가 존재한다는 건 두 번째 확장팩이 예정돼 있다는 뜻이다. GSC는 시즌 패스가 두 확장팩을 모두 포함한다고 밝혔지만, 두 번째 확장팩의 시기나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성적표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점수 이상이다. '스토커2'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개발된 게임이고, 2024년 출시 당시의 혹평은 그 사정과 떼어놓고 보기 어려웠다.

GSC는 출시 후 2년 가까이 패치를 이어왔다. 그 누적이 2.0과 확장팩에서 한꺼번에 드러난 형태다.

물론 모든 문제가 사라진 건 아니다. IGN 도이칠란트가 지적한 연출·성능의 거친 구석은 여전히 남아 있고, 서브 콘텐츠 부족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더 완드 리포트의 표현대로 지금이 "'스토커2'의 가장 좋은 버전"이라는 데는 신규 유저와 복귀 유저 양쪽에서 이견이 적다.

본편을 사놓고 접었던 이용자라면, 무료 2.0만으로도 다시 켜볼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