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게임의 중계 음성은 오랫동안 사람이 스튜디오에서 직접 녹음해 왔다. 수천 개의 대사를 하나하나 읽는 작업이다. 'NHL 27'은 그 일부를 생성형 AI로 만들었다. 밝힌 사람은 EA가 아니라 중계를 맡은 캐스터 본인이다.
누가, 어떻게 밝혔나
'NHL 27'의 새 중계진은 존 부치그로스와 대런 팽이다. 각각 ESPN의 플레이바이플레이 캐스터와 전 NHL 골리 출신이다.
부치그로스는 팟캐스트 '처핑 지브라스'에 나와 AI 사용 사실을 언급했다.
그의 말은 이렇다. "지금은 AI를 좀 쓰더라. 내 목소리로 만든 걸 들려줬는데…"
반응도 함께 전했다. "와, 꽤 괜찮은데? 싶었다. 일이 줄고 수표가 똑같다면 나야 받아들이겠다."
중요한 건 사용 방식이다. AI가 사람 녹음을 대체한 것이 아니다.
사람이 녹음한 대사에 합성 음성을 더해 부족한 부분을 메운 구조다.
무엇이 실제로 달라지나
영상: IGN 유튜브 채널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선수 이름 호명이다.
이전까지 스포츠 게임에는 오래된 한계가 있었다. 프랜차이즈 모드를 깊게 진행하면 게임이 만들어 낸 가상 선수가 대거 등장한다.
그 이름들은 사전에 녹음될 수 없다.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계는 그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넘어갔다. "저 선수" 같은 표현으로 대체되곤 했다.
AI 합성 음성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푼다. 어떤 이름이든 그 자리에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시간 플레이하는 이용자에게는 실질적인 개선이다. 몰입을 깨던 요소가 하나 사라진다.
그런데 걱정도 함께 온다
이 사례가 논쟁적인 이유는 선례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보조 수단이다. 사람이 큰 틀을 녹음하고 AI가 빈칸을 메운다.
그런데 기술이 나아지면 그 비율이 바뀔 수 있다. 녹음 시간이 줄고, 결국 목소리만 빌리는 계약으로 옮겨 갈 수 있다.
부치그로스 본인의 "일이 줄고 수표가 같다면"이라는 표현이 그 지점을 정확히 짚는다. 수표가 계속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업계 분위기도 우호적이지 않다. 게임 개발자 52%가 생성형 AI가 업계에 해롭다고 답한 조사가 최근 나왔다.
반대로 명확히 선을 그은 사례도 있다. 록스타는 GTA 6에 생성형 AI를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EA는 이번 건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사실이 당사자의 팟캐스트 발언으로 알려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상: EA 스포츠 'NHL 27' 인게임 중계 음성
중계진: 존 부치그로스(ESPN) · 대런 팽(전 NHL 골리)
방식: 사람 녹음 + 생성형 AI 합성 음성 — 대체가 아닌 보완
효과: 프랜차이즈 모드의 가상 선수 이름까지 호명 가능
출처: 부치그로스가 팟캐스트 '처핑 지브라스'에서 직접 언급
업계는 이미 이 문제를 한 번 겪었다
게임 속 AI 음성은 새로 튀어나온 논쟁이 아니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 SAG-AFTRA는 2024년 7월 게임 업계를 상대로 파업에 들어갔다.
핵심 쟁점이 AI였다. 목소리와 연기를 학습 데이터로 쓰는 문제를 계약으로 규율하자는 요구였다.
파업은 2025년 6월에 잠정 합의로 끝났다. 합의문에는 AI 복제에 대한 사전 동의와 그에 따른 보상 조항이 들어갔다.
즉 이제 기준은 'AI를 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썼느냐'다.
이번 NHL 27의 경우, EA는 실제 중계진의 음성을 기반 데이터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없는 목소리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계약 조건과 보상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용자 입장에서 판단할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는 뜻이다.
결국 이 기술이 받아들여질지는 결과물의 품질과 당사자와의 합의 여부, 두 가지가 함께 결정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