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악인전'의 할리우드판에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설렘과 함께 따라붙는 질문이 있다. 한국 영화가 미국에 팔려 가서 제대로 성공한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가장 자주 비교되는 사례는 2013년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올드보이'다. 이 영화는 제작비 3천만 달러를 들였지만 미국 극장 수입은 약 219만 달러에 그쳤다.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전 세계 수입도 약 519만 달러였다. 그렇다고 한국 작품의 해외 리메이크가 모두 실패한 것은 아니다. 미국 ABC의 '더 굿 닥터'는 7시즌을 이어 갔고, 튀르키예판 '7번방의 선물'은 자국 극장에서 530만 명 넘게 모았다는 보도가 있다. 이 기획은 확인되는 수치만 모아 리메이크 성적표를 만든다. 수치가 확인되지 않는 항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적었고, 해석은 [해석]으로 따로 표시했다. 악인전 할리우드판의 최신 소식은 키아누 리브스 출연 논의 기사에 정리돼 있다.

먼저 성적표 — 확인되는 것만 한 장으로

아래 표는 이 기사에서 다루는 작품의 결과를 먼저 보여 준다.

해외 수치는 박스오피스 모조나 더 넘버스 같은 집계 자료, 방송사 발표를 우선했다.

한국 관객 수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 통계를 따랐다.

‘개발 중’이나 ‘보도 단계’ 항목은 성패를 말할 수 없다.

원작해외판현재 상태확인된 핵심 수치
올드보이(2003) 올드보이(미국, 2013) 개봉 완료, 흥행 부진 제작비 3천만 달러, 미국 수입 약 219만 달러(원작 국내 약 327만 명)
엽기적인 그녀(2001) My Sassy Girl(미국, 2008) 극장 개봉 없이 DVD 출시 2008년 8월 26일 DVD 출시(극장 개봉 없음)
굿 닥터(KBS, 2013) The Good Doctor(미국 ABC) 종영 2017년 9월~2024년 5월, 7시즌 126편
7번방의 선물(2013) 튀르키예판(2019) 개봉 완료 튀르키예 관객 530만 명 이상(원작 국내 1,281만 명)
부산행(2016) 미국판 ‘라스트 트레인 투 뉴욕’ 개봉 일정에서 빠짐 2022년 7월 개봉 일정 삭제(원작 국내 1,157만 명, 제작비 850만 달러)
기생충(2019) HBO 시리즈 개발 중 공개일·출연진 확정 없음
악인전(2019) 파라마운트 리메이크 출연 협상 보도 단계 촬영·개봉 일정 미정

▲ 한국 작품 해외 리메이크 결과 요약(2026년 10월 26일 확인 기준)

올드보이 2013 — 제작비와 수입을 나란히 놓으면

검은 옷을 입은 박찬욱 감독이 칸 영화제 포토콜에서 카메라 기자들 앞에 서 있는 모습
▲ 원작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 2026년 칸 영화제 행사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작품 장면이 아니다. 사진: YantsImages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검은 정장에 넥타이를 맨 조시 브롤린이 차량 옆에서 카메라를 바라보는 모습
▲ 2013년 리메이크의 주연 조시 브롤린. 2011년 베를린 영화제 행사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작품 장면이 아니다. 사진: Siebbi (Wikimedia Commons, CC BY 3.0)

영상: FilmDistrict 유튜브 채널

영상: NEON 유튜브 채널

원작 ‘올드보이’는 박찬욱 감독이 만들어 2003년 11월 21일 국내에 개봉했다.

KOBIS 공식 통계 기준 전국 관객은 약 327만 명이다.

이 영화는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로는 처음이었다.

미국 리메이크는 2013년 11월 27일 필름디스트릭트가 제한 개봉으로 내놓았다.

더 넘버스에 따르면 개봉관은 583곳이었다. 개봉 첫 주말 수입은 88만 5,382달러였다.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미국 최종 수입은 219만 3,658달러다. 제작비는 3천만 달러로 적혀 있다.

전 세계 수입은 집계처마다 다르다. 박스오피스 모조는 518만 6,767달러, 더 넘버스는 579만 9,182달러로 집계한다.

어느 쪽을 택해도 제작비의 약 17~19% 수준이다. 이 비율은 두 집계를 제작비로 나눈 단순 계산이다.

극장 수입은 흥행사와 극장이 나누고 마케팅 비용은 별도다. 그래서 이 숫자만으로 손실액을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제작비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극장 수입은 흥행 실패로 읽을 근거가 충분하다.

평가도 낮았다. 로튼 토마토는 평론가 151명의 평균 40%, 관객 37%로 표시한다.

평론가 총평은 ‘음산하고 피비린내 나지만 아쉽게도 안전하고 얄팍하다’는 취지다. 원작을 넘지도, 새로 더하지도 못했다는 평가다.

원작과의 비교도 눈에 띈다. 더 넘버스는 원작의 제작비를 300만 달러, 미국 수입을 약 246만 달러로 집계한다.

리메이크는 제작비가 열 배인데 미국 수입은 원작보다 적었다. 원작 수치에는 2005년 제한 개봉과 2023년 재개봉이 포함돼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영상은 2013년 필름디스트릭트 공식 예고편과, 2023년 재개봉 때 네온이 공개한 원작 예고편이다.

왜 가라앉았나 — 숫자가 말해 주는 것과 아닌 것

야구 모자와 흰색 동그란 안경을 쓴 스파이크 리 감독이 위를 올려다보는 모습
▲ 2013년 리메이크를 연출한 스파이크 리 감독. 인물 사진으로 작품 장면이 아니다. 사진: Tessa Bury (Wikimedia Commons, CC BY 4.0)

수치로 확인되는 사실은 세 가지다.

개봉관 583곳의 제한 개봉이었고, 첫 주말 수입이 90만 달러에 못 미쳤고, 평점이 낮았다.

이유를 하나로 못 박을 근거는 없다. 아래는 [해석]이다.

[해석] 원작의 충격이 줄거리 반전과 연출에 달려 있었다면, 원작을 본 관객은 결말을 이미 안다. 처음 보는 관객에게는 낯선 설정의 장르 영화다. 두 부류 모두를 끌어당기기 어려웠을 수 있다.

[해석] 평론가 총평이 ‘안전하다’고 한 대목은 원작을 거의 그대로 옮기면서 새 해석을 보태지 못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편집 문제도 있었다. 스파이크 리는 개봉 직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스튜디오가 약 3시간 분량의 초기 편집본을 줄였다고 밝혔다.

원작의 명장면인 복도 격투를 원테이크로 찍었지만 극장판에는 컷이 들어갔다고도 했다. 그는 "원테이크가 아니다. 컷이 있다"고 말했다.

마더 존스가 2013년 11월 26일 이를 정리했다. 스튜디오의 개입을 묻자 리는 "힘든 사업(tough business)"이라고만 답했다고 한다.

이 발언은 흥행 성적이 아니라 편집을 두고 나온 것이다. 완성본이 개봉 성적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교훈을 일반화하기는 이르다. 한 편의 결과를 모든 리메이크에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망하지 않은’ 쪽 — 굿 닥터와 7번방의 선물

마이크를 들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봉준호 감독의 얼굴 근접 모습
▲ 봉준호 감독. 2025년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작품 장면이 아니다. 사진: Jay Dixit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해외 리메이크가 모두 실패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성공한 사례는 영화보다 드라마 쪽에 있다.

KBS 드라마 ‘굿 닥터’(2013)를 원작으로 한 미국 ABC의 ‘더 굿 닥터’는 2017년 9월 25일 시작해 2024년 5월 21일 끝났다.

7시즌 126편을 방송했다. 위키피디아 에피소드 목록 기준이며, ABC는 2024년 1월 시즌 7을 마지막으로 끝낸다고 발표했다.

ABC는 첫 방송 직후 전체 시즌 제작을 결정했다고 공식 보도자료로 밝혔다.

7번방의 선물은 2013년 1월 23일 개봉해 32일 만인 2월 23일 1천만 관객을 넘겼다. 배급사 NEW 발표를 전한 OSEN 보도다.

KOBIS 공식 통계 기준 최종 관객은 1,281만 1,206명이다.

이 영화는 튀르키예(2019), 필리핀(2019), 인도네시아(2022), 멕시코(2025) 등에서 리메이크됐다. 이 목록은 위키피디아 정리다.

튀르키예판은 2019년 10월 11일 개봉했다. 더랩은 이 영화가 그해 튀르키예 극장 관객 1위이며 530만 명 넘게 모았다고 전했다.

530만 명이라는 수치는 배급사 발표에 가까워 독립 집계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이 사례들은 할리우드 영화 리메이크가 아니다.

[해석] 가족극·메디컬 드라마처럼 보편적인 감정선을 가진 이야기는 현지화가 쉬웠고, 한국 장르 영화의 독특한 톤은 미국식으로 옮기기가 더 어려웠을 수 있다.

수상한 그녀도 해외판이 이어졌다. 원작은 KOBIS 공식 통계로 865만 6,397명을 모았다.

중국(2015)·베트남(2015)·일본(2016)·태국(2016)·인도(2019) 등에서 리메이크됐다는 것이 위키피디아 정리다. 미국판은 개봉일을 확인할 수 없다.

아직 결과가 없는 것들 — 기생충, 부산행, 악인전

푸른 하늘 아래 언덕 위에 서 있는 흰색 할리우드 간판
▲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 간판. 이 기사의 작품 장면이 아니다. 사진: Thomas Wolf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격자무늬 스웨터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제임스 완 감독이 웃으며 선 모습
▲ 제임스 완 감독. 2026년 선댄스 영화제 행사에서 촬영한 인물 사진으로, 작품 장면이 아니다. 사진: Kirby Taylor (Wikimedia Commons, CC BY 4.0)

기생충 HBO 시리즈는 2020년 1월 처음 알려졌다. 봉준호 감독과 애덤 매케이가 제작총지휘를 맡는다.

봉 감독은 당시 ‘여섯 시간짜리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더랩에 한 말로 콜라이더가 정리했다.

2021년 4월 매케이는 같은 세계의 ‘오리지널 이야기’라고 설명했다고 보도됐다.

2022년 10월 틸다 스윈턴이 참여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2023년 5월 HBO 드라마 책임자는 개발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콜라이더 정리 내용이다.

2025년 2월 봉 감독은 데드라인에 ‘작가들이 열심히 쓰고 있다’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가 확인한 범위에서는 공개일이나 확정 출연진, 촬영 시작 소식이 없다. 기생충 시리즈의 성패는 말할 수 없다.

부산행은 규모가 작은 영화로 성공한 사례다. KOBIS 공식 통계로 국내 관객은 1,156만 5,479명이다.

더 넘버스는 제작비 850만 달러에 전 세계 수입 약 9,614만 달러로 집계한다.

미국판은 2016년 고몽이 판권을 사들였고, 2018년 워너브러더스가 배급을 맡는다고 발표됐다. 제목은 ‘라스트 트레인 투 뉴욕’, 개봉일은 2023년 4월 21일이었다.

그러나 2022년 7월 개봉 일정에서 빠졌다. 제임스 완은 2025년 6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여전히 열정 프로젝트’이며 리메이크보다 같은 시간대를 다루는 스핀오프에 가깝다고 말했다.

악인전은 2019년 스탤론의 발보아 프로덕션스가 제작에 나선다고 알려졌고, 2022년 파라마운트가 판권을 확보했다. 2026년 3월 제임스 완이 연출로 합류했고, 10월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됐다.

계약 성사와 촬영·개봉 일정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성적표로 본 공통점 — 확인된 범위에서

표본이 적어 법칙으로 말할 수는 없다. 확인된 사실만 늘어놓으면 이렇다.

올드보이는 제작비 대비 극장 수입이 크게 모자랐고, 엽기적인 그녀 미국판은 극장 개봉 없이 DVD로 나왔다.

굿 닥터는 한국 드라마의 설정을 가져와 미국 방송 포맷에 맞춘 사례다.

부산행과 기생충은 판권이나 개발 발표 뒤 수년째 공개 소식이 없다.

[해석] 판권 계약과 개발 발표는 성공의 근거가 아니라는 점은 이 목록에서 분명하다. 악인전 역시 출연 협상 보도 단계라 성패를 가리려면 개봉을 기다려야 한다.

✅리메이크 소식을 볼 때 확인할 것
1. 판권 계약·개발 발표와 실제 촬영·개봉은 별개다
2. ‘출연 협상 중’은 확정이 아니다
3. 제작비와 극장 수입을 나란히 본다. 마케팅 비용은 별도다
4. 집계처마다 수치가 다를 수 있다. 박스오피스 모조와 더 넘버스를 함께 본다
5. 영화와 드라마의 성공 사례를 섞어 일반화하지 않는다
6. 위키피디아 단독 수치는 참고로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