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실물 디스크 생산 중단 발표에 해외 이용자들은 청원과 불매로 답했다. 한국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중고 시장으로 몰렸다. 발표 직후 2주 사이 국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PS5 게임 타이틀 거래가 전년 대비 240% 급증했다. PS4 타이틀은 196%였다. 같은 사안인데 왜 다른 형태로 나타났을까. 국내 시장의 구조를 따라가면 답이 보인다.

숫자부터 — 발표 2주 만에 벌어진 일

기념 플로피 디스크 제품이 놓인 이미지
▲ 발표 직후 2주 사이 국내 중고 거래에서 게임 타이틀 거래가 급증했다. 사진: 제조사 제공

소니는 7월 2일 2028년 1월부터 신작 게임의 물리 디스크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의 집계에 따르면, 발표 직후인 7월 2일부터 15일까지 게임 타이틀 거래가 급증했다.

PS5 게임 타이틀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0% 늘었다.

PS4 게임 타이틀은 196% 증가했다.

주목할 부분은 PS4다. 이미 지난 세대 기기인데도 거래가 세 배 가까이 뛰었다.

당장 필요해서가 아니라 '지금 확보해 두자'는 판단이 작동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발표 내용이 '이미 나온 게임은 영향 없음'이었는데도 이런 반응이 나온 점이 흥미롭다. 정확히는 신작 생산 중단인데, 시장은 실물 매체 전반의 희소성 신호로 받아들인 셈이다.

본체 가격이 먼저 올랐다 — 43%라는 숫자

독에 꽂힌 닌텐도 스위치 2 본체와 컨트롤러
▲ 닌텐도 스위치도 5월 구형·OLED 모델을 각 5만 원 올렸고, 스위치 2는 9월 1일 11만 원이 오른다. 사진: Nintendo

디스크 단종만으로 이 흐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앞서 벌어진 일이 있다.

국내 콘솔 가격이 먼저 올랐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2026년 5월부터 PS5 디지털 에디션을 59만 8,000원에서 85만 8,000원으로 올렸다. 인상률 43%다.

PS5 프로는 111만 8,000원에서 129만 8,000원이 됐다. 18만 원, 16% 인상이다.

한국닌텐도도 5월 25일 구형 스위치와 OLED 모델을 각각 5만 원씩 올렸다.

여기에 스위치 2가 9월 1일부로 11만 원 더 오른다.

즉 국내 이용자는 두 가지를 동시에 맞았다. 기기 값이 오르고, 소프트웨어를 소유할 수단이 사라진다는 예고다.

이 조합이 중고 시장으로 사람을 밀어 넣었다.

검색어가 보여준 이동 경로

검은색 엑스박스 시리즈 X 본체와 컨트롤러가 나무 바닥 위에 놓여 있는 모습
▲ 가격을 올리지 않은 엑스박스도 37% 늘었다. 콘솔 전반의 중고 수요가 커졌다는 뜻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본체 쪽 지표는 더 뚜렷하다.

가격 인상 이후인 5월 1일부터 7월 24일까지, 전년 대비 검색량 변화는 다음과 같다.

'플레이스테이션' 174% 증가. 'PS'는 77%, 구어체인 '플스'는 28% 늘었다.

닌텐도는 인상 시점인 5월 25일 이후를 기준으로 '닌텐도' 39%, '스위치' 15% 증가했다.

눈여겨볼 것은 엑스박스다. 가격을 올리지 않았는데도 37% 늘었다.

특정 브랜드의 가격 문제를 넘어 콘솔 전반의 중고 수요가 함께 커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새 기기 값이 부담스러워지면 이용자는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한다. 구매를 미루거나, 중고로 내려가는 것이다. 국내 지표는 후자가 더 크게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왜 한국은 청원이 아니라 중고였나

GTA 6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배치된 공식 이미지
▲ 2024년 국내 게임산업 매출 23조 8,515억 원 가운데 콘솔은 5.0%다. 사진: Rockstar Games

해외에서는 캐나다 리테일러가 시작한 청원이 33만 명을 넘겼고, PS 플러스 해지 운동이 번졌다. 8월 23일부터는 기간을 정한 보이콧이 시작된다.

국내에서는 같은 형태의 조직적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대신 거래량이 움직였다.

차이를 만든 첫 번째 요인은 시장 규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23조 8,515억 원이다. 이 가운데 콘솔게임은 1조 1,836억 원으로 5.0%에 그친다.

모바일이 59.0%, PC가 25.2%인 것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크게 다르다. 여론을 조직할 만한 임계 규모에 이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다음은 유통 구조다. 해외 청원의 발원지가 리테일러였다는 점이 상징적이다. 실물 유통업체가 생존 문제로 목소리를 낸 것인데, 국내에는 그만한 규모의 콘솔 전문 오프라인 유통망이 사실상 없다.

게임 대여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은 점도 작용한다. 디스크가 사라질 때 잃을 것이 상대적으로 적게 인식되는 구조다.

마지막으로 중고 인프라의 차이가 있다. 국내에는 개인 간 중고 거래 플랫폼이 매우 발달해 있다. 항의보다 대안 확보가 빠른 환경인 셈이다.

정리하면 한국 이용자는 제도적 항의 대신 개인 차원의 대응을 택했다. 사라지기 전에 사 두는 방식이다.

비중은 5%인데 성장률은 1위다

그래픽카드 등 게이밍 하드웨어 제품 이미지
▲ 국내 콘솔 시장은 2024년 성장률 4.8%로 플랫폼 가운데 가장 높았다. 사진: 제조사 제공

여기서 짚어야 할 반전이 하나 있다. 콘솔이 국내에서 작은 시장인 것은 맞지만, 줄어드는 시장은 아니라는 점이다.

게임백서 기준 2024년 플랫폼별 성장률을 보면 콘솔이 4.8%로 가장 높았다.

모바일이 3.4%, PC가 2.0%였고 아케이드는 3.2% 감소했다.

즉 국내 콘솔 시장은 규모는 작아도 가장 빠르게 크는 구간이었다.

이 지점에서 이번 가격 인상과 디스크 단종의 시점이 문제가 된다. 막 올라오던 흐름에 진입 비용이 한꺼번에 오른 셈이기 때문이다.

PS5 디지털 에디션 43% 인상과 스위치 2의 11만 원 추가 인상이 그 부담이다.

중고 거래 급증은 이 부담을 개인이 감당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새 기기 대신 중고를 택하고, 사라질 디스크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다만 이 방식이 시장 통계에 잡히지는 않는다. 개인 간 거래는 게임산업 매출로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은색 기념 디스크 제품 이미지
▲ 중고로 확보한 디스크도 결국은 재고 소진 시점을 맞는다. 사진: 제조사 제공

중고 확보는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중고 시장은 새 물건이 계속 들어와야 돌아간다. 신작 디스크 생산이 멈추면 유입이 끊긴다.

2028년 1월 이후 나오는 게임은 애초에 중고로 거래될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지금의 중고 급증은 마지막 재고를 나눠 갖는 국면에 가깝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래 가능한 물량 자체가 줄어든다.

가격도 문제다. 공급이 고정된 상태에서 수요가 늘면 중고가가 오른다. 이미 일부 인기 타이틀에서 그 조짐이 관측된다.

결국 '싸게 사려고' 중고로 갔는데 '비싸게 사야 하는' 상황으로 뒤집힐 수 있다.

여기에 국내 특유의 변수도 있다. 한국어화 패키지는 발매 물량 자체가 해외보다 적은 경우가 많다. 희소성이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는 조건이다.

남는 질문 — 소유의 대안은 무엇인가

GTA 6의 도시 야경을 담은 공식 이미지
▲ 디스크가 사라지면 중고 거래와 대여, 서비스 종료 후 접근이 함께 사라진다. 사진: Rockstar Games

이 사안의 본질은 가격이 아니라 소유권이다.

해외 청원 측이 내건 문장이 그 점을 정확히 짚었다. "디지털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유일한 선택지가 되는 걸 반대한다."

디스크가 사라지면 세 가지가 함께 사라진다. 중고 거래, 대여, 그리고 서비스 종료 이후의 접근이다.

국내에서 이미 관련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에 접근할 방법이 없어지는 일은 계속 반복돼 왔다.

다만 국내에서 이 논의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콘솔 비중이 작다 보니 의제로 올라올 동력이 약하다.

그 사이 이용자는 각자 알아서 대응하고 있다. 240%라는 숫자가 그 결과다.

당장 콘솔과 게임을 살 계획이라면 몇 가지를 계산에 넣는 편이 좋다. 스위치 2 본체는 9월 1일 11만 원이 오르고, 실물 디스크의 신규 유입은 2028년 1월까지다.

그 이후에는 중고로도 살 수 없는 게임이 늘어난다. 지금의 급증은 그 사실을 시장이 먼저 계산한 결과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