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예고 기사에서 다뤘던 애플의 첫 폴더블폰이 9월 9일(현지시각) 마침내 실체를 드러냈다. 이름은 '아이폰 듀오(iPhone Duo)'다. 닫으면 5.4인치, 펼치면 7.6인치가 되는 이 기기는 애플이 10년 가까이 준비해 온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팀 쿡의 뒤를 이어 9월 1일 새 CEO에 취임한 존 터너스가 직접 무대에 올라 공개했다. 가격, 스펙, 출시일까지 발표된 내용을 전부 정리했다.
이름은 '아이폰 듀오' — 루머 속 '폴드'도 '울트라'도 아니었다
영상: Apple 유튜브 채널
행사 전까지 외신들은 이 기기를 '아이폰 폴드' 또는 '아이폰 울트라'라는 가칭으로 불러왔다. 정식 명칭은 둘 다 아니었다.
애플이 확정한 이름은 '아이폰 듀오'다. 화면 두 개(안쪽·바깥쪽)가 하나로 접힌다는 제품 정체성을 그대로 담은 이름이다.
행사 타이틀은 'Surprise and Shine(놀라움과 빛남)'이었다. 애플 파크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태평양 시간 오전 10시(한국 시각 다음 날 새벽 2시)에 시작했다.
이 자리는 또 다른 의미도 있었다. 팀 쿡이 8월 31일 자로 CEO에서 물러난 뒤, 9월 1일 취임한 존 터너스의 첫 공식 발표 무대였다. 애플의 상징과도 같은 '폴더블'이라는 신무기를, 새 수장이 직접 손에 들고 소개한 셈이다.
화면 — 역대 최대, 그리고 주름을 지웠다
핵심 스펙은 디스플레이 크기다. 접었을 때 바깥 화면은 5.4인치, 펼쳤을 때 안쪽 화면은 7.6인치 슈퍼 레티나 XDR이다.
이 안쪽 화면은 아이폰 18 프로 맥스보다 50%, 아이폰 18 프로보다는 80% 더 넓다. 바깥 화면 역시 아이폰 18 프로 화면 면적의 90%에 달해, 접힌 상태로도 평범한 아이폰과 큰 차이 없이 쓸 수 있다.
폴더블폰의 오랜 약점이었던 접힘 주름(크리스)에도 손을 댔다. 애플은 글레어와 반사를 줄이는 커스텀 나노 텍스처에, 마스크리스 레이저 리소그래피로 화면 표면의 렌즈를 픽셀 단위로 새겨 넣는 마이크로 렌즈 텍스처 가공을 더했다.
이 조합이 만드는 것은 애플 표현으로 '지각적으로 평평한 무광 표면(perceptually flat matte surface)'이다. 완전히 주름이 없다는 게 아니라, 빛 반사와 질감으로 주름이 눈에 덜 띄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안쪽·바깥쪽 화면 모두 애플펜슬을 지원한다. 애플 폴더블 기기로는 처음이다.
성능과 배터리 — A20 프로에 '역대 가장 얇은 아이폰'
칩은 A20 프로다. 같은 날 공개된 아이폰 18 프로와 같은 칩을 쓴다. 2nm 공정에 6코어 CPU(그중 2개는 새 슈퍼 코어로 전작 대비 20% 빠름), 7코어 GPU(40% 빠른 그래픽), 신경망 가속기 6개가 들어간다.
폴더블 기기 특유의 부담이 큰 부분인 본체 두께도 정면 돌파했다. 애플은 이 제품을 완전히 펼친 상태 기준 역대 가장 얇은 아이폰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부품 상당수를 카메라 플레토(돌출부) 안에 몰아넣는 설계를 택했다.
배터리는 안팎에 나눠 담긴 듀얼 배터리 구조다. 안쪽 화면만 쓰면 최대 31시간, 바깥 화면만 쓰면 최대 44시간 동영상 재생이 가능하다. 양쪽을 고르게 쓰는 일반적인 사용 기준으로는 최대 24시간이다.
충전 속도는 약 20분 만에 50%까지 채울 수 있다고 밝혔다.
카메라와 잠금 방식 — 힌지 하나에 부품 100개
카메라는 메인 48MP 퓨전, 울트라와이드 48MP 퓨전 조합이다. 바깥 화면 쪽 셀피 카메라는 12MP 센터 스테이지이고, 안쪽 화면용 카메라는 화면 아래 숨겨진 언더디스플레이 방식의 페이스타임 카메라다.
잠금 해제는 페이스 ID 대신 사이드 버튼에 내장된 터치 ID를 채택했다. 화면을 접었다 펴는 구조상 얼굴 인식보다 지문 인식이 더 안정적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애플워치를 이용한 잠금 해제도 함께 지원한다.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역시 힌지다. 100개가 넘는 초정밀 부품으로 만든 커스텀 힌지가, 펼쳤을 때는 화면을 평평하게 고정하고 접고 펴는 동작 전체를 제어한다. 내부적으로는 점탄성 접착제를 쓴 다층 라미네이션 구조를 적용했다.
내구성 측면에서는 항공우주급 티타늄 프레임에 전면 세라믹 실드2, 후면 세라믹 실드를 더했고, IP68 등급의 방수·방진 성능을 확보했다.
색상은 스타 화이트와 나이트 스카이 두 가지로 출시된다.
소프트웨어 — iOS 27이 두 화면을 다루는 법
영상: Apple Developer 유튜브 채널
아이폰 듀오는 iOS 27을 탑재해 출시된다. 정확히는 iOS 27.1 빌드로 먼저 출하되는데, 이는 일반 iOS 27 정식 배포일(9월 14일)보다 이 기기의 실제 판매 시작일이 늦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스플릿 뷰다. 안쪽 큰 화면에서 앱 두 개를 동시에 띄울 수 있다. 사파리 창 두 개를 나란히 열거나, 한쪽에서 시리를 쓰는 동안 다른 쪽에서 콘텐츠를 보는 식의 활용이 가능하다.
페이스타임에서는 양쪽 화면을 각각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다. 한쪽엔 상대방 얼굴, 다른 쪽엔 주변 환경을 비추는 듀얼 캡처 통화가 대표적이다.
접힌 각도에 따라 UI가 스스로 반응하는 적응형 인터페이스도 들어갔다. 노트북처럼 세워두거나 텐트 모양으로 접으면 화면 배치가 자동으로 바뀐다. 완전히 펴지 않고 부분적으로 접은 상태에서는 콘텐츠가 주름 부분을 피해 자동으로 재배치된다.
이 밖에 바깥 화면 전용 세로형 독, 충전 없이도 정보를 보여주는 스탠바이, 화면 종류에 맞춰 레이아웃을 바꾸는 넷플릭스 같은 서드파티 앱 대응도 함께 소개됐다.
가격과 출시일 — 256GB 1,999달러, 10월 23일
가격은 256GB 기준 1,999달러부터 시작한다. 최상위 2TB 모델은 3,000달러대로 알려졌다.
다른 아이폰 라인업과의 차이는 발표일과 실제 판매일 사이 간격에서 드러난다. 같은 날 공개된 아이폰 18 프로는 발표 9일 만인 9월 18일에 풀렸지만, 아이폰 듀오는 발표로부터 44일이 지난 10월 23일에야 판매가 시작된다. 신제품 치고 이례적으로 긴 공백기로, 초도 물량 확보나 막바지 검수에 시간이 더 필요했을 가능성이 있다.
출시국은 70개국 이상이다. 유심 방식은 전 세계 공통으로 eSIM 전용이다. 물리 유심 트레이를 아예 없앴다는 점에서, 폴더블 특유의 얇은 두께를 확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국내 정식 출시 일정과 가격은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글로벌 출시국 규모를 볼 때, 1차 출시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 항목 | 내용 |
|---|---|
| 가격(256GB) | 1,999달러부터 |
| 최대 용량 | 2TB(약 3,000달러대) |
| 색상 | 스타 화이트, 나이트 스카이 |
| 예약 구매 | 10월 16일 |
| 정식 출시 | 10월 23일 (전 세계 70개국 이상) |
| eSIM | 전 세계 공통 eSIM 전용 (물리 유심 트레이 없음) |
▲ '아이폰 듀오' 가격·출시 일정
같은 날 나온 나머지 라인업
이날 무대에 오른 건 아이폰 듀오뿐만이 아니었다.
앞서 유출로 먼저 알려졌던 아이폰 18 프로·프로 맥스도 함께 공개됐다. 같은 A20 프로 칩에 가변 조리개 카메라, 역대 가장 작은 다이나믹 아일랜드를 갖췄다. 배터리는 프로 36시간, 프로 맥스 45시간으로 역대 최장이다. 색상은 기존 블랙·실버에 글레이셔, 버건디 두 가지가 새로 추가돼 총 4종이 됐다. 가격은 프로 1,199달러, 프로 맥스 1,299달러부터이며, 예약은 9월 12일 새벽 5시(태평양시)부터, 실제 판매는 9월 18일부터다.
애플워치 시리즈 12와 울트라 4도 나왔다. 심박 센서가 5초마다 측정하도록 개선됐고(기존 대비 60배 빈번), 신규 지표 '헬스 에이지'와 카메라로 측정하는 VO2Max 기능이 추가됐다. 가격은 시리즈 12가 399달러, 울트라 4가 799달러부터다.
에어팟5는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50% 향상됐고, 실시간 번역 기능을 지원한다. 가격은 129달러(무선충전 지원 모델은 149달러)이며 9월 17일 출시된다.
결과적으로 이날 하루에만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이어폰 라인업 전체가 갱신된 셈이다.
터너스 체제의 신호탄
아이폰 듀오는 단순한 신제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새 CEO가 낸 첫 번째 답이기 때문이다.
존 터너스는 이 제품을 두고 "애플 전 조직의 헌신"이 담긴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아이패드만큼 자연스럽고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더 큰 화면"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밝히며, 경쟁 제품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남겼다. "다른 제조사들이 만든 폴더블은 그저 두 대의 폰을 어색하게 붙여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전임 CEO 팀 쿡의 10년짜리 숙원 사업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애플 엔지니어들은 이미 2016년부터 폴더블 관련 연구를 시작했지만, 초기에는 폰이 아니라 '펼치면 커지는 아이패드 미니' 같은 형태를 두고 사내 논쟁이 길어지며 방향을 잡지 못했다.
전환점은 2020년이었다. 팀 쿡이 중국 출장에서 삼성·화웨이의 폴더블폰이 빠르게 퍼지는 모습을 직접 보고 돌아온 뒤, "평소와 달리 크게 흥분한 상태"로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터너스가 이 프로젝트를 결승선까지 밀어붙였다는 게 외신들의 설명이다.
삼성 갤럭시 Z 폴드가 이미 여러 세대를 거친 상황에서, 애플의 첫 폴더블은 후발주자다. 다만 크리스(주름) 최소화 기술과 두께 확보 방식에서, 기존 폴더블폰과 차별화를 시도한 흔적이 뚜렷하다.
관건은 실사용 평가다. 공개 직후 여러 매체의 핸즈온 리뷰가 쏟아지고 있는데, 초기 반응은 대체로 "완성도에 놀랐다"는 쪽에 가깝다. 다만 이는 통제된 행사장 시연 기준이라, 10월 23일 정식 출시 이후의 실사용기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1,999달러라는 가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애플이 10년 가까이 준비했다고 알려진 이 프로젝트를 이런 완성도로 내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전체에 신호를 보내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