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를 상위 모델로 바꿨는데 프레임이 거의 그대로인 경우가 있다. 반대로 옵션을 낮췄는데도 프레임이 안 오르기도 한다. 이럴 때 흔히 나오는 말이 "CPU 병목"이다. 그런데 이 개념은 자주 쓰이는 만큼 자주 잘못 쓰인다.

병목은 '고장'이 아니다

메인보드 소켓에 장착된 CPU
▲ 어느 쪽이 먼저 한계에 닿는가의 문제다. 사진: Memory PC (CC BY 3.0)

먼저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 병목은 언제나 존재한다.

게임 한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대략 이렇다. CPU가 무엇을 그릴지 계산해서 GPU에 넘기고, GPU가 실제로 그린다.

둘 중 느린 쪽이 속도를 정한다. 그 느린 쪽이 병목이다.

병목이 없는 조합은 없다. 어느 한쪽이 항상 먼저 한계에 닿는다.

"병목 없는 조합을 알려 달라"는 질문이 성립하지 않는 이유다.

제대로 된 질문은 이것이다. "내가 하는 게임과 설정에서, 어느 쪽이 한계를 정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상적인 상태는 GPU가 병목인 상태다. 그래픽카드가 100% 가까이 일하고 있다면, 돈이 제 값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해상도가 올라가면 병목이 옮겨간다

영상: Daniel Owen 유튜브 채널

이 대목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많이 오해된다.

CPU가 하는 일은 해상도와 거의 무관하다.

적이 몇 명이고, 어떤 물체가 화면에 있고, 물리 연산이 어떻게 되는지는 1080p든 4K든 똑같다.

반면 GPU가 하는 일은 해상도에 정비례해 늘어난다. 4K는 1080p의 네 배에 해당하는 픽셀을 그려야 한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다.

1080p에서는 GPU가 금방 일을 끝내고 CPU를 기다린다. CPU가 병목이 되기 쉽다.

4K에서는 GPU가 허덕이고 CPU는 여유가 생긴다. GPU가 병목이 된다.

1440p는 그 사이다. 장면에 따라 주도권이 오간다.

여기서 실용적인 결론이 나온다. 고주사율 1080p로 경쟁 게임을 하는 사람일수록 CPU가 중요하다.

반대로 4K로 대작을 즐기는 사람은 CPU에 덜 투자해도 된다.

그런데 최근 이 공식에 변수가 생겼다. DLSS나 FSR 같은 업스케일링이다.

업스케일링은 낮은 해상도로 렌더링한 뒤 키운다. 즉 GPU 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면 4K로 플레이하더라도 GPU가 여유로워지고, 병목이 다시 CPU 쪽으로 옮겨갈 수 있다.

어느 쪽이 병목인지 확인하는 법

게이밍 PC 케이스 내부
▲ 확인은 어렵지 않다. 사용률과 1% 최저를 보면 된다. 사진: Jacek Halicki (CC BY-SA 4.0)
증상별 병목 원인 진단표
▲ 증상을 보면 어느 쪽인지 대체로 갈린다. 그래픽: GamTrend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사용률을 보는 것이다.

게임 중에 GPU 사용률이 95~100%로 붙어 있다면 GPU가 병목이다.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상태다.

GPU 사용률이 60~70%에 머무는데 프레임이 안 오른다면 CPU 쪽을 의심해야 한다.

여기서 흔한 함정이 있다. CPU 전체 사용률이 낮아도 병목일 수 있다.

8코어 CPU에서 게임이 두세 코어만 세게 쓰면 전체 사용률은 30%대로 보인다. 그런데 그 코어들은 이미 한계다.

그래서 전체 사용률이 아니라 코어별 사용률을 봐야 한다.

또 하나, 평균 프레임만 보면 안 된다.

CPU 병목의 전형적인 증상은 평균 하락이 아니라 순간적인 끊김이다. 적이 몰려나오거나 새 지역에 진입할 때 뚝 떨어진다.

이 증상은 평균 프레임에 거의 잡히지 않는다. 대신 1% 최저 프레임프레임타임 그래프에 드러난다.

체감 부드러움을 결정하는 것도 평균이 아니라 이쪽이다. 30프레임과 60프레임의 차이를 다룰 때와 같은 이야기다.

간단한 검증법도 있다. 해상도만 올려 보는 것이다.

1080p에서 4K로 올렸는데 프레임이 거의 안 떨어진다면, 그 게임은 애초에 GPU가 놀고 있었다는 뜻이다.

CPU 리뷰는 왜 1080p로 테스트하나

이 대목이 이해되면 병목 개념도 함께 정리된다.

CPU 리뷰를 보면 대부분 1080p, 그것도 최상급 그래픽카드로 측정한다.

"요즘 누가 1080p로 하냐"는 반응이 늘 따라온다. 그런데 이건 사용 환경을 재현하는 테스트가 아니다.

목적은 CPU의 성능만 분리해서 보는 것이다.

해상도를 높이면 GPU가 병목이 된다. 그러면 서로 다른 CPU를 꽂아도 전부 같은 프레임이 나온다. 측정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GPU를 일부러 여유롭게 만들어 CPU가 한계를 정하는 상태에서 잰다.

더 낮은 720p를 쓰지 않는 이유도 있다. 하드웨어 언박스드 측 설명에 따르면, 720p와 1080p 사이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나오지 않는 지점에 도달했고, 오히려 720p에서 프레임이 거꾸로 떨어지는 경우까지 관찰됐다.

픽셀이 너무 적어 GPU 코어를 다 채우지 못하거나, 드라이버가 그런 해상도를 최적화하지 않은 탓으로 추정된다.

그럼 이 수치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1080p 결과는 '이 CPU가 낼 수 있는 상한선'으로 보면 된다. 나중에 그래픽카드를 더 좋은 것으로 바꿨을 때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4K로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도 이 수치를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금은 GPU 병목이어도, 다음 그래픽카드에서는 CPU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장르와 게임이 만드는 차이

같은 PC라도 게임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CPU 부담이 큰 쪽이 있다. 전략 시뮬레이션과 도시 건설, 대규모 오픈월드다.

이유는 명확하다. 화면에 안 보이는 것까지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닛 수백 개의 경로, NPC의 일과, 경제 시뮬레이션은 그래픽과 무관한 연산이다.

턴이 넘어갈 때마다 기다리게 되는 전략 게임에서 그래픽카드를 바꿔 봐야 소용이 없는 이유다.

반대로 GPU 부담이 큰 쪽은 그래픽에 힘을 준 싱글 플레이 대작이다. 레이 트레이싱을 켜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

경쟁 FPS는 조금 특이하다. 그래픽 옵션을 낮추고 고주사율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 CPU가 한계를 정하는 상황이 자주 생긴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조언 하나.

업그레이드 순서를 정할 때는 자기가 실제로 하는 게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 CPU에는 이 그래픽카드가 맞다"는 식의 일반론은 참고 이상이 되기 어렵다. 같은 조합이라도 해상도, 설정, 장르에 따라 병목이 어디에 있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CPU 병목 정리
1. 병목은 항상 있다 — 문제는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있느냐'
2. GPU가 병목인 상태가 정상 — GPU 사용률 95~100%면 잘 굴러가는 것
3. 해상도가 낮을수록 CPU 병목, 높을수록 GPU 병목
4. 업스케일링을 켜면 GPU 부담이 줄어 병목이 다시 CPU로 옮겨갈 수 있다
5. CPU 전체 사용률이 낮아도 병목일 수 있다 — 코어별 사용률을 볼 것
6. 평균 프레임이 아니라 1% 최저·프레임타임을 볼 것
7. 간단한 검증: 해상도를 올려도 프레임이 안 떨어지면 GPU가 놀고 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