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게임 그래픽 옵션을 열면 DLSS, FSR, XeSS 같은 항목이 보인다. 그 아래에는 퀄리티, 밸런스드, 퍼포먼스가 있고, 요즘은 프레임 생성이라는 별도 스위치까지 붙는다. 이걸 켜면 프레임이 오른다는 것까지는 대부분 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무엇을 대가로 오르는가. 이 글은 그 대가가 무엇인지를 정리한다.
출발점 — 이 기술들이 파는 것은 '해상도'가 아니라 '시간'이다
먼저 큰 그림부터 잡자.
게임 화면을 만드는 일은 결국 픽셀 하나하나의 색을 계산하는 작업이다.
4K 해상도는 3840×2160이다. 픽셀이 약 830만 개다. 이걸 초당 60번 계산하면 1초에 5억 번 가까운 계산이 필요하다.
여기에 레이트레이싱이 붙으면 픽셀 하나당 계산량이 다시 몇 배로 뛴다. 빛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튕기는지를 추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발사와 GPU 제조사는 오래전에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모든 픽셀을 정직하게 계산하는 방식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해법의 방향은 두 가지로 갈렸다.
하나는 적게 계산하고 나머지를 추측하는 것이다. 이것이 업스케일링이다.
다른 하나는 계산한 장면 사이에 없는 장면을 끼워 넣는 것이다. 이것이 프레임 생성이다.
이름은 비슷해 보이지만 성격이 전혀 다르다. 하나는 공간을 채우고, 다른 하나는 시간을 채운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옵션 설정도, 벤치마크 숫자를 읽는 것도 어긋난다. 그래서 순서대로 본다.
업스케일링 — 1080p로 그린 뒤 4K인 척한다
업스케일링의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낮은 해상도로 렌더링한 다음, 그 결과를 목표 해상도로 늘린다.
4K로 게임을 한다고 치자. 업스케일링을 켜면 GPU는 실제로 1080p나 1440p로만 그린다. 계산해야 할 픽셀이 절반에서 4분의 1로 줄어든다.
그리고 그 결과를 4K 크기로 확대해 화면에 뿌린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사진을 확대하는 것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렇게 하면 당연히 흐릿해진다.
실제로 초창기 기술은 그 수준에 가까웠다. FSR 1이 대표적이다. 한 장의 화면만 보고 늘리는 방식이라 화질 손실이 눈에 띄었다.
지금의 업스케일링이 다른 이유는 재료를 두 가지 더 쓰기 때문이다.
첫째는 이전 프레임들이다. 방금 전 화면들을 기억해 두고 겹쳐서 정보를 보충한다. 이것을 시간축 정보, 영어로 temporal이라고 부른다.
둘째는 모션 벡터다. 게임 엔진이 "이 물체는 이만큼 움직였다"고 알려주는 데이터다.
그래서 이 기술들은 게임에 별도로 적용돼야 한다. 게임 엔진이 정보를 넘겨줘야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모니터의 업스케일링과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모니터는 최종 이미지만 받아 늘리지만, DLSS·FSR·XeSS는 게임 내부 정보를 함께 받는다.
| 구분 | 업스케일링 | 프레임 생성 |
|---|---|---|
| 채우는 것 | 한 장면 안의 빈칸 (공간) | 장면과 장면 사이 (시간) |
| 작동 방식 | 낮은 해상도로 그린 뒤 AI가 복원 | 계산된 두 프레임 사이에 새 장면을 끼움 |
| 성능 효과 | GPU 계산량 자체가 줄어듦 | 계산량은 그대로, 표시 장면 수만 증가 |
| 입력 지연 | 대체로 줄어듦 (프레임이 오르므로) | 늘어남 |
| 언제 켜나 | 거의 항상 켜도 무방 | 원본이 60프레임 안팎일 때만 |
▲ 업스케일링과 프레임 생성은 이름만 비슷할 뿐 다루는 대상이 다르다
그래서 화질이 원본보다 좋아 보이기도 한다
직관에 반하는 이야기지만, 업스케일링을 켠 화면이 네이티브 해상도보다 선명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앞서 말한 시간축 정보에 있다.
게임은 매 프레임마다 카메라를 아주 미세하게 흔든다. 이걸 지터(jitter)라고 한다.
그 덕분에 프레임마다 조금씩 다른 위치의 정보가 잡힌다. 이 조각들을 여러 장 겹치면, 한 장으로는 담기지 않던 세부가 되살아난다.
멀리 있는 철망, 가는 전선, 머리카락 같은 요소가 대표적이다. 네이티브 렌더링에서는 픽셀 사이로 사라졌다가 나타나며 깜빡이지만, 업스케일링을 거치면 오히려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엔비디아는 DLAA라는 모드를 따로 만들었다. 해상도를 낮추지 않고 이 복원 과정만 적용하는 방식이다. 성능은 안 벌지만 화질만 얻는다.
다만 만능은 아니다. 재료가 이전 프레임이다 보니, 화면이 급격히 바뀌면 정보가 어긋난다.
그때 나오는 것이 잔상이다. 영어로 고스팅(ghosting)이라고 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 뒤로 흐릿한 꼬리가 남는 현상이다.
눈발, 불꽃, 반투명한 연기처럼 작고 빠른 요소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최근 업데이트들이 반복해서 손보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퀄리티·밸런스드·퍼포먼스 — 실제로는 몇 %로 그리는가
옵션에 뜨는 이 이름들은 감성적인 표현이 아니다. 정해진 배율이 있다.
가로세로 각각을 얼마로 줄이는지가 기준이다.
DLAA는 100%다. 해상도를 낮추지 않는다.
퀄리티는 약 67%다. 목표의 3분의 2 크기로 그린다.
밸런스드는 약 58%다.
퍼포먼스는 50%다. 가로세로가 절반이므로 실제 픽셀 수는 4분의 1이 된다.
울트라 퍼포먼스는 약 33%다. 픽셀 수로는 9분의 1이다.
4K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이렇게 된다. 퀄리티는 1440p로, 퍼포먼스는 1080p로, 울트라 퍼포먼스는 720p로 그린 뒤 늘리는 셈이다.
여기서 실전 판단 기준이 하나 나온다. 원본 해상도가 높을수록 공격적인 모드를 써도 티가 덜 난다.
4K에서 퍼포먼스를 쓰면 1080p를 재료로 쓴다. 재료가 넉넉하다.
반면 1080p에서 퍼포먼스를 쓰면 540p가 재료다. 이건 티가 난다.
그래서 1080p 모니터를 쓴다면 퀄리티 이상을 권하고, 4K라면 퍼포먼스까지도 실용 범위에 들어온다.
참고로 인텔 XeSS는 단계가 더 잘게 나뉘어 있다. 울트라 퀄리티 플러스처럼 3사 중 가장 세분화된 구성을 갖고 있다.
| 모드 | 렌더 배율 | 4K 기준 실제 해상도 | 픽셀 수 | 1080p 기준 실제 해상도 |
|---|---|---|---|---|
| DLAA | 100% | 3840 × 2160 | 830만 | 1920 × 1080 |
| 퀄리티 | 약 67% | 2560 × 1440 | 369만 | 1280 × 720 |
| 밸런스드 | 약 58% | 2227 × 1253 | 279만 | 1114 × 626 |
| 퍼포먼스 | 50% | 1920 × 1080 | 207만 | 960 × 540 |
| 울트라 퍼포먼스 | 약 33% | 1280 × 720 | 92만 | 640 × 360 |
▲ 4K(3840×2160) 출력 기준. 배율은 가로세로 각각에 적용된다
프레임 생성 — 여기서부터는 완전히 다른 기술이다
업스케일링이 한 장면 안의 빈칸을 채우는 기술이라면, 프레임 생성은 장면과 장면 사이를 채운다.
GPU가 1번 프레임과 2번 프레임을 실제로 계산했다고 하자.
프레임 생성은 그 둘을 비교해서 중간에 있었을 법한 장면을 만들어 끼워 넣는다.
결과적으로 화면에 표시되는 프레임 수는 두 배가 된다. DLSS 4부터는 한 번에 여러 장을 끼워 넣는 멀티 프레임 생성이 도입돼 최대 4배까지 늘어난다.
숫자만 보면 극적이다. 60프레임이 240프레임이 된다.
그런데 여기에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이 있다.
끼워 넣은 프레임에는 당신의 조작이 반영돼 있지 않다.
그 장면은 이미 계산이 끝난 두 프레임을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사이에 마우스를 움직였든 방아쇠를 당겼든, 생성된 프레임은 그것을 모른다.
즉 보이는 것은 부드러워지지만 반응은 그대로다.
게다가 원리상 지연이 오히려 늘어난다. 2번 프레임을 이미 계산해 놓고도, 중간 프레임을 먼저 보여주기 위해 잠시 붙잡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프레임 생성은 부드러움을 사고 반응성을 지불하는 거래다.
그래서 프레임 생성은 어디에 쓰고 어디에 쓰면 안 되나
위 원리에서 실전 기준이 바로 나온다.
먼저 쓰면 좋은 경우다.
싱글 플레이 게임이면서, 프레임 생성을 켜기 전에 이미 60프레임 안팎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때는 원본 반응성이 이미 쓸 만하므로, 추가되는 지연이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대신 화면은 눈에 띄게 매끄러워진다.
고주사율 모니터를 갖고 있는데 GPU가 그만큼 못 따라가는 경우에 특히 유용하다.
다음은 쓰면 곤란한 경우다.
첫째, 경쟁 대전 게임이다. FPS나 격투 게임에서는 반응성이 곧 실력이다. 프레임 숫자가 올라가도 손해다.
둘째, 원본 프레임이 낮을 때다. 이게 가장 흔한 오용이다.
30프레임에서 프레임 생성을 켜면 60프레임으로 표시된다. 그런데 조작 반응은 30프레임 시절보다 더 느려진다.
숫자는 두 배가 됐는데 체감은 나빠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프레임 생성은 낮은 프레임을 구제하는 도구가 아니다.
권장 기준을 하나로 줄이면 이렇다. 켜기 전에 최소 50~60프레임이 나온 다음에 켠다.
지연 시간 기술 — 리플렉스·안티랙·XeLL이 하는 일
프레임 생성이 지연을 늘린다면, 그 손해를 상쇄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그래서 3사 모두 별도의 저지연 기술을 함께 내놓았다.
엔비디아는 리플렉스(Reflex), AMD는 안티랙(Anti-Lag), 인텔은 XeLL이다.
원리는 대체로 같다. CPU가 GPU보다 앞서 달려 나가면서 명령이 대기열에 쌓이는 것을 막는다. 쌓인 만큼이 그대로 지연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엔비디아는 프레임 생성을 켤 때 리플렉스를 사실상 함께 켜도록 설계했다. 상쇄 장치 없이 프레임 생성만 켜면 체감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로 나온 것이 리플렉스 2다. 여기에 프레임 워프(Frame Warp)라는 기법이 추가됐다.
이쪽은 접근이 다르다. 이미 다 그려 놓은 프레임을 화면에 내보내기 직전에, 그 순간의 최신 마우스 입력을 반영해 장면을 살짝 밀어 준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수치는 이렇다. '더 파이널스'를 RTX 5070에서 4K 최고 옵션으로 돌릴 때, 아무것도 안 쓰면 56ms, 리플렉스를 켜면 27ms, 리플렉스 2 프레임 워프까지 쓰면 14ms였다.
다만 여기에는 단서를 달아야 한다. 리플렉스 2는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발표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났지만 지원 게임이 제한적이고, 엔비디아 공식 표기에도 여전히 '출시 예정'으로 남아 있는 항목이 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실전 기준은 이렇다. 프레임 생성을 켠다면 저지연 옵션도 반드시 함께 켠다. 이건 지금 당장 적용되는 이야기다.
| 설정 | PC 지연 시간 | 기준 대비 |
|---|---|---|
| 아무것도 적용하지 않음 | 56ms | — |
| 리플렉스 켜기 | 27ms | 약 52% 감소 |
| 리플렉스 2 + 프레임 워프 | 14ms | 약 75% 감소 |
▲ 엔비디아가 공개한 '더 파이널스' 측정치 (RTX 5070 · 4K 최고 옵션)
엔비디아 DLSS — 트랜스포머 전환과 4.5까지
DLSS는 세 가지 서로 다른 기능을 묶은 우산 이름이다. 이걸 구분하는 것이 이해의 절반이다.
첫째, 슈퍼 해상도(Super Resolution). 앞서 설명한 업스케일링이다.
둘째, 레이 리컨스트럭션(Ray Reconstruction). 레이트레이싱 결과에 낀 노이즈를 제거하고 복원하는 기능이다.
셋째, 프레임 생성(Frame Generation). 장면 사이를 채우는 기능이다.
이 셋은 각각 따로 켜고 끌 수 있고, 요구하는 하드웨어도 다르다.
세대별로 보면 전환점은 두 번이었다.
DLSS 4에서 내부 AI 모델이 CNN에서 트랜스포머 구조로 바뀌었다. 이 전환으로 잔상과 깜빡임이 눈에 띄게 줄었다. 동시에 멀티 프레임 생성이 도입돼 최대 4배 배율이 가능해졌다.
DLSS 4.5는 올해 1월 CES에서 처음 공개된 뒤 조각조각 배포됐다. 2세대 트랜스포머 슈퍼 해상도와 다이내믹 멀티 프레임 생성이 먼저 나왔고, 3월 GDC에서 RTX 50 전용 다이내믹 6X 멀티 프레임 생성이 추가됐다.
마지막 조각은 5월 31일 공개된 새 레이 리컨스트럭션이었고, 8월에 배포됐다.
핵심 변화는 노이즈 제거와 업스케일링을 하나의 트랜스포머 모델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연산 능력이 35%, 처리 매개변수가 20% 늘었다.
위 영상은 DLSS 4를 처음 공개한 CES 2025 공식 개요 트레일러다(해외 게임 매체 게시본). 엔비디아 연구 책임자가 멀티 프레임 생성과 트랜스포머 전환을 직접 설명한다.
DLSS 4.5의 함정 — 게임 디노이저를 끄지 못하면 손해다
여기에는 실제 사용자가 알아야 할 단서가 붙는다.
해외 매체 디지털 파운드리의 테스트에 따르면, 게임에 내장된 자체 디노이저를 끈 상태에서는 새 모델이 레이트레이싱 반사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복원했다.
'크라이시스 3', '사일런트 힐 2' 같은 사례에서 노이즈와 뭉개짐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평가다.
문제는 다수의 게임이 자체 디노이저를 끄는 옵션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게임에서는 새 통합 모델과 게임 디노이저가 충돌한다. 일부 경우에는 이전 버전인 DLSS 4.0보다 화질이 오히려 떨어지는 결과가 확인됐다.
톰스하드웨어는 이를 두고 "레이 리컨스트럭션이 곧 수명을 다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실전 결론은 단순하다. 최신 버전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레이 리컨스트럭션은 게임별로 결과가 갈린다. 화질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버전을 되돌려 보는 것도 방법이다.
지원 범위는 관대한 편이다. 슈퍼 해상도와 레이 리컨스트럭션은 RTX 20·30·40·50 전 세대에서 쓸 수 있다. 다만 멀티 프레임 생성은 RTX 50 전용이다.
AMD FSR — 개방형에서 AI로, 그리고 '레드스톤'
FSR의 역사는 엔비디아와 정반대 방향에서 출발했다.
DLSS가 처음부터 전용 하드웨어(텐서 코어)를 요구한 반면, FSR은 특정 하드웨어 없이 돌아가는 개방형을 지향했다.
그 덕분에 FSR은 경쟁사 그래픽카드에서도, 콘솔에서도 돌아갔다. 대신 화질에서는 뒤처졌다.
FSR 1은 한 프레임만 보고 늘리는 방식이었고, FSR 2에서 시간축 정보를 도입했다. FSR 3에서 프레임 생성이 붙었고, FSR 3.1이 개방형 계열의 사실상 마지막 완성형이다.
방향이 바뀐 것은 FSR 4부터다. AMD도 결국 머신러닝 기반으로 돌아섰고, RDNA 4 아키텍처를 요구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0일, AMD는 FSR '레드스톤(Redstone)'을 내놓았다.
레드스톤은 단일 기능이 아니라 묶음이다. 구성은 네 갈래다.
ML 슈퍼 해상도는 업스케일링, ML 프레임 생성은 신경망 기반 프레임 생성이다.
레이 리제너레이션(Ray Regeneration)은 엔비디아의 레이 리컨스트럭션에 대응한다. 레이트레이싱 과정에서 제대로 계산되지 못한 픽셀을 복원한다.
뉴럴 래디언스 캐싱은 조금 다르다. 빛이 두 번째로 부딪히는 지점부터의 복잡한 조명 계산을 AI로 추론해 버린다. 패스 트레이싱의 비용을 줄이는 기술이다.
출시 시점 기준으로 레드스톤은 RX 9000 시리즈 전용이었다. 이 부분이 이용자 불만의 지점이기도 했다.
그런데 FSR 4.1이 RX 7000까지 내려왔다 — FP8과 INT8
여기서 올해 가장 의미 있는 변화가 나온다.
AMD는 2026년 6월 22일 배포한 아드레날린 26.6.2 드라이버로 FSR 4.1 업스케일링을 RX 7000 시리즈(RDNA 3)에 정식 지원했다. 당초 예고했던 7월보다 앞당겨진 일정이었다.
적용 범위도 작지 않다. 300종 이상의 게임에서 쓸 수 있다.
그동안 막혀 있던 이유는 연산 정밀도 때문이었다.
RDNA 4는 AI 연산에서 FP8과 INT8을 모두 지원한다. 반면 RDNA 3은 INT8만 가능하다.
FSR 4.1은 처음에 FP8을 전제로 개발됐다. 그래서 구형 카드에 얹으려면 알고리즘을 INT8용으로 다시 이식해야 했고, 그 작업에 시간이 걸렸다.
AMD는 이식 후에도 핵심 머신러닝 모델 자체는 사실상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즉 RX 7000 이용자도 RX 9000과 비슷한 수준의 화질 개선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더 구형인 RX 6000 시리즈(RDNA 2)는 어떨까.
AMD는 이쪽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점이 2027년 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아직 정식 지원되지 않는다.
이유는 하드웨어에 있다. RDNA 3에는 AI 가속기가 들어 있어 INT8 연산을 전담시킬 수 있다. 그런데 RDNA 2에는 그것이 없다.
그래서 RDNA 2에서는 이 연산을 일반 셰이더 자원으로 돌려야 한다. 게임 자체가 써야 할 자원을 업스케일링이 나눠 쓰는 구조가 된다.
정리하면 세대별로 이렇게 갈린다. RX 9000은 레드스톤 전체, RX 7000은 FSR 4.1 업스케일링, RX 6000은 2027년 초 예정이다.
다만 구분해서 봐야 할 점이 있다. 내려온 것은 업스케일링이다.
레이 리제너레이션이나 뉴럴 래디언스 캐싱 같은 레드스톤의 나머지 구성 요소까지 구형 카드에서 온전히 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결정은 중요하다. 신제품을 팔아야 하는 회사가 구형 카드의 수명을 연장하는 쪽을 택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인텔 XeSS — 3세대에서 멀티 프레임 생성까지
인텔의 XeSS는 존재감이 가장 옅지만 구조는 흥미롭다.
XeSS는 처음부터 두 갈래 경로로 설계됐다. 인텔 Arc에서는 전용 XMX 유닛을 써서 최고 품질로 돌아가고, 다른 회사 그래픽카드에서는 범용 연산 경로로 돌아간다.
화질은 후자가 떨어지지만, 어디서나 돌아간다는 장점이 생겼다.
XeSS 2에서 프레임 생성(XeFG)과 저지연 기술(XeLL)이 추가되며 3사 기능이 대체로 맞춰졌다.
그리고 올해 초, 인텔은 드라이버 업데이트로 XeSS 3 멀티 프레임 생성을 배포했다.
배율은 2배·3배·4배 세 단계다. 4배 모드에서는 실제 계산된 프레임 사이에 세 장이 끼어 들어간다.
여기서 인텔의 선택이 눈에 띈다. 구형 Arc까지 지원한다.
최신 배틀메이지뿐 아니라 1세대 알케미스트, 그리고 미티어레이크·애로우레이크·루나레이크 노트북의 내장 그래픽에서도 쓸 수 있다.
게임 대응 방식도 실용적이다. 이미 XeSS 2 프레임 생성을 지원하는 게임이면 개발사가 새로 작업하지 않아도 인텔 그래픽 소프트웨어에서 강제로 켤 수 있다.
다만 한계는 분명하다. 그 기반이 되는 XeSS 2 지원 게임 자체가 40여 종에 머물러 있다. 기술은 준비됐는데 적용된 게임이 적다.
표로 보는 3사 비교
지금까지 내용을 한 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기능별로 3사가 어떤 이름을 쓰는지다. 같은 일을 하는데 이름만 다른 경우가 많다.
다음은 어느 하드웨어에서 되는가다. 업스케일링과 프레임 생성의 조건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화질만 놓고 보면 현재 평가는 대체로 DLSS 4 계열이 앞서고, FSR 4가 상당히 따라붙었으며, XeSS가 그 뒤라는 쪽으로 모인다.
다만 게임별 편차가 크다. 특정 게임에서는 순위가 뒤집히기도 한다. 절대적인 서열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 하는 일 | NVIDIA | AMD | Intel |
|---|---|---|---|
| 업스케일링 | DLSS 슈퍼 해상도 | FSR 업스케일링 | XeSS 슈퍼 샘플링 |
| 프레임 생성 | DLSS 프레임 생성 | FSR 프레임 생성 | XeFG |
| 멀티 프레임 생성 | 최대 4배 (4.5의 다이내믹 6X는 RTX 50 전용) |
레드스톤 ML 프레임 생성 | XeSS 3 MFG (2·3·4배) |
| 레이트레이싱 복원 | 레이 리컨스트럭션 | 레이 리제너레이션 | 없음 |
| 간접광 가속 | 별도 명칭 없음 | 뉴럴 래디언스 캐싱 | 없음 |
| 저지연 | 리플렉스 / 리플렉스 2 | 안티랙 | XeLL |
| 안티에일리어싱 전용 | DLAA | FSR 네이티브 AA | XeSS 네이티브 AA |
▲ 기능은 같은데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 업스케일링 | 프레임 생성 | 개방성 | |
|---|---|---|---|
| NVIDIA | RTX 20 이상 | RTX 40 이상 멀티 프레임 생성은 RTX 50 전용 |
엔비디아 전용 |
| AMD | FSR 4.1은 RX 7000 이상 FSR 3.1은 사실상 전 기종 |
RDNA 3 이상 ML 프레임 생성은 RX 9000 중심 |
구버전일수록 개방적 |
| Intel | 대부분의 그래픽카드 | Arc 알케미스트 이상 일부 내장 그래픽 포함 |
타사 카드에서도 범용 경로로 작동 |
▲ 2026년 8월 기준. 게임이 해당 기술을 지원해야 한다는 전제는 공통이다
흔한 오해 네 가지
오해 ① "업스케일링은 화질을 무조건 떨어뜨린다"
앞서 봤듯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재료가 되는 해상도가 충분하면 오히려 안티에일리어싱 효과로 더 안정적인 화면이 나오기도 한다. 4K 퀄리티 모드가 대표적이다.
오해 ② "프레임 생성을 켜면 게임이 더 빨라진다"
가장 널리 퍼진 오해다. 프레임 생성은 표시되는 장면 수를 늘릴 뿐, GPU의 실제 처리 속도를 높이지 않는다. 반응성은 오히려 나빠진다.
오해 ③ "DLSS·FSR·XeSS는 이름만 다른 같은 기술"
결과는 비슷해 보여도 안이 다르다. 요구 하드웨어가 다르고, 게임별 구현 완성도가 다르며, 프레임 생성 방식도 다르다. 같은 게임에서 셋을 번갈아 켜 보면 잔상이 남는 부위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오해 ④ "최신 버전으로 바꾸면 항상 좋아진다"
DLSS 4.5 레이 리컨스트럭션 사례가 반례다. 게임이 자체 디노이저를 끄지 못하면 이전 버전보다 나빠질 수 있다.
정리하면, 이 기술들은 설정하고 잊는 스위치가 아니라 게임마다 확인해야 하는 옵션에 가깝다.
실전 — 내 환경에서 무엇을 켜야 하나
원칙부터 세우면 판단이 쉬워진다. 업스케일링은 대체로 켠다. 프레임 생성은 조건부로 켠다.
엔비디아 RTX 사용자라면 DLSS를 우선한다. 다른 선택지가 있어도 대체로 DLSS가 낫다.
RTX 40·50이면 프레임 생성도 선택지에 들어온다. 단 원본 프레임이 60 근처일 때만이다. 리플렉스는 함께 켠다.
AMD 라데온 사용자는 세대를 먼저 확인한다. RX 9000이면 FSR 4 계열과 레드스톤을 쓴다.
RX 7000이면 드라이버를 최신으로 올린다. 6월부터 FSR 4.1 업스케일링을 쓸 수 있게 됐는데, 드라이버가 구형이면 이 혜택을 못 받는다. 이번 여름 가장 실질적인 무료 업그레이드다.
그보다 구형이면 FSR 3.1을 쓴다.
인텔 Arc 사용자는 XeSS를 쓰되, 게임이 XeSS 2 프레임 생성을 지원하는지 먼저 확인한다. 지원한다면 인텔 그래픽 소프트웨어에서 멀티 프레임 생성을 강제로 켤 수 있다.
게임이 DLSS만 지원하는데 라데온을 쓰는 경우도 흔하다. 이때는 FSR이나 XeSS 옵션이 함께 있는지 본다. XeSS는 타사 카드에서도 돌아가므로 차선책이 된다.
해상도별 기준은 앞서 정리한 대로다. 1080p는 퀄리티 이상, 1440p는 퀄리티나 밸런스드, 4K는 퍼포먼스까지가 무난한 출발점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화질 판단은 정지 화면이 아니라 움직이면서 해야 한다. 업스케일링의 약점은 대부분 움직일 때 드러난다. 캐릭터를 좌우로 빠르게 돌려 보고 잔상이 거슬리는지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 모니터 해상도 | 권장 업스케일링 모드 | 실제 렌더 해상도 | 프레임 생성 |
|---|---|---|---|
| 1080p | 퀄리티 이상 (또는 DLAA) | 1280 × 720 이상 | 권장하지 않음 |
| 1440p | 퀄리티 ~ 밸런스드 | 1706 × 960 ~ 1485 × 835 | 원본 60프레임 이상일 때 |
| 4K | 퀄리티 ~ 퍼포먼스 | 2560 × 1440 ~ 1920 × 1080 | 적극 활용할 만함 |
▲ 해상도별 권장 출발점. 여기서 시작해 움직이면서 확인한 뒤 조정한다
남은 문제 — 벤치마크 숫자와 표준화
마지막으로 이 기술들이 만든 새로운 혼란을 짚는다.
첫째는 성능 비교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제조사가 신제품을 발표하며 "전작 대비 몇 배"라고 말할 때, 그 숫자에 멀티 프레임 생성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생성된 프레임과 계산된 프레임을 같은 단위로 더한 숫자다. 반응성은 반영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리뷰 매체들은 프레임 수와 함께 입력 지연을 별도로 측정해 표기한다. 그래픽카드를 고를 때 이 항목을 함께 보는 편이 안전하다.
둘째는 파편화다.
게임마다 지원하는 기술이 다르고, 같은 기술이라도 적용된 버전이 다르다. 이용자는 자기 하드웨어에서 무엇이 되는지를 매번 확인해야 한다.
이 문제를 풀겠다고 나온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DirectSR이다. 개발사가 코드를 한 번만 짜면 DLSS·FSR·XeSS에 모두 대응되게 하는 표준 API다.
취지는 좋지만 진도는 더디다. 여전히 프리뷰 단계이며, 이를 실제로 적용한 게임은 사실상 없다.
당분간은 지금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옵션 창의 영어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 뜻을 아는 쪽이 유리하다.
다행인 것은 원리가 두 개뿐이라는 점이다. 공간을 채우는 기술과 시간을 채우는 기술. 이름이 무엇으로 바뀌든 이 구분만 잡고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