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6년 전 세계 PC 출하량이 전년보다 11.3%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런데 정작 1분기 실적은 이 전망을 정면으로 비껴갔다. 출하량이 오히려 2.5%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달랐다. 9분기 연속 성장이 마감되며 4.9% 감소로 돌아섰고, 상위 5개 벤더 가운데 유일하게 웃은 곳은 애플뿐이었다.

1분기엔 틀렸다 — 오히려 2.5% 늘었다

IDC의 11.3% 감소 전망이 나온 직후 발표된 1분기 성적표는 예상 밖이었다.

2026년 1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6,56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메모리 부족과 국제 정세 불안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분기 기준 성장세가 이어진 셈이다.

상위 5개 제조사 중에서는 에이수스가 17.1% 증가로 가장 가파른 성장을 보였고, HP만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다만 IDC는 이 시점부터 이미 경고 신호를 읽고 있었다. "메모리 부족과 세계 정세 악화가 PC 시장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며, 시스템 가격 상승에 따라 향후 출하량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부터 진짜 시작됐다 — 9분기 만의 역성장

경고는 정확히 다음 분기에 현실이 됐다.

2026년 2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6,820만 대,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다.

이는 9분기 연속 성장 흐름이 마감되고 처음으로 나온 하락세다.

원인은 명확하다. DRAM 칩 부족이 핵심이고, 저장장치 공급 부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생산 전반을 압박했다.

IDC는 이 메모리 부족 현상이 2028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출하량은 줄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가격 인상이 수익성을 지탱하고 있지만, 높아진 가격이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미루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레노버도, HP도, 델도 줄었는데 — 애플만 웃었다

2026년 2분기 PC 벤더별 전년 대비 증감률, 애플 10.1% 증가, 레노버 2.1% 감소, 델 5% 감소, HP 9% 감소
▲ 상위 5개 벤더 중 애플만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그래픽: GamTrend
맥북 네오 키보드와 트랙패드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독특한 색상의 알루미늄 바디
▲ 맥북 네오 출시와 공급망 관리가 애플의 나 홀로 성장을 이끌었다. 사진: EvanTech10 (Wikimedia Commons)

2분기 벤더별 성적표를 보면 이번 역성장이 업계 전반에 고르게 퍼져 있다는 게 드러난다.

1위 레노버는 -2.1%, 3위 은 -5.0%, 2위 HP는 -9.0%까지 떨어졌다.

반면 4위 애플은 나 홀로 +10.1% 성장했다. 상위 5개 벤더 가운데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한 곳은 애플이 유일하다.

IDC는 이 배경으로 맥북 네오(MacBook Neo) 출시와 강력한 공급망 관리를 꼽는다. 같은 메모리 부족 상황에서도 부품을 미리 확보해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의 희비가 갈린 셈이다.

이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실적 차이를 넘어, 메모리 위기가 앞으로 공급망 경쟁력에 따라 시장 판도를 다시 짤 수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남은 하반기, 전망은 더 나빠질 수 있다

IDC의 3월 전망대로라면 2026년 전체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11.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의 '깜짝 성장'은 예외였을 뿐, 2분기부터가 진짜 흐름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AI PC 수요가 늘어나는 흐름은 있지만, 정작 칩 가격 상승이 이 수요의 실제 채택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관건은 메모리 공급이 언제 정상화되느냐다. IDC의 예측대로 이 상황이 2028년 초까지 이어진다면, 하반기 PC 시장은 지금보다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은 오르고 수량은 줄어드는 이 흐름 속에서, 공급망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앞으로 PC 제조사들의 실질적인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