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헤드셋 상품 페이지는 드라이버 크기'7.1 서라운드'를 앞세운다. 그런데 만족도를 먼저 가르는 건 그쪽이 아니다. 연결 방식이다. 유선과 2.4GHz 무선, 블루투스의 지연 차이는 배수가 아니라 자릿수 단위로 벌어진다. 여기서 잘못 고르면 나머지 스펙은 의미가 없다.

지연은 방식마다 자릿수가 다르다

게이밍 헤드셋 연결 방식별 특성 비교
▲ 같은 헤드셋도 어떤 모드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그래픽: GamTrend
게이밍 헤드셋 연결 방식별 지연 비교
▲ 세 방식의 지연은 배수가 아니라 자릿수 차이다. 그래픽: GamTrend

유선은 지연이 사실상 없다. 3.5mm든 USB든 마찬가지다.

2.4GHz 무선은 전용 동글을 쓴다. 제품과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수 ms에서 20ms대다.

이 정도면 게임 중에 지연을 인지하기 어렵다. 지금 게이밍 헤드셋의 사실상 표준이다.

문제는 블루투스다.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 100~300ms가 나온다.

이건 체감되는 수준이다. 총소리와 화면이 어긋나고, 리듬 게임은 아예 성립하지 않는다.

블루투스만 지원하는 헤드폰은 게임용이 아니다. 음악용으로는 훌륭할 수 있어도 별개 문제다.

여기서 흔한 혼동이 하나 있다. 무선 = 블루투스가 아니다.

게이밍 헤드셋의 무선은 대부분 2.4GHz 전용 동글 방식이고, 블루투스와는 다른 기술이다.

상품 페이지에서 'USB 동글 포함' 문구를 확인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듀얼 모드가 현실적인 답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블루투스가 쓸모없는 건 아니다.

게임은 2.4GHz 동글로, 외출이나 통화는 블루투스로 쓰는 구성이 편하다.

이런 제품을 듀얼 모드라고 부른다. 두 방식을 동시에 물려 게임 소리와 휴대폰 통화를 함께 받는 제품도 있다.

여기에 유선까지 지원하면 삼모드가 된다. 배터리가 떨어져도 선을 꽂아 계속 쓸 수 있다.

동글 쪽에서 하나 더 볼 항목은 DAC 내장 여부다.

동글이 자체 DAC를 갖고 있으면 메인보드 사운드 품질에 덜 좌우된다.

PC를 자주 바꾸거나 노트북에서 쓴다면 이 차이가 꽤 크다.

드라이버 크기는 음질의 지표가 아니다

게이밍 헤드셋의 드라이버·가상 서라운드·개방형과 밀폐형 정리
▲ 숫자보다 튜닝이, 화려함보다 정위감이 중요하다. 그래픽: GamTrend

게이밍 헤드셋 드라이버는 대체로 50~60mm 구간이다.

크면 좋다는 인상을 주지만, 실제 음질은 튜닝이 결정한다.

특히 FPS에서 중요한 건 저음의 양이 아니라 정위감이다.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구분되는 능력이다.

저음이 과하게 강조된 제품은 폭발음은 시원하지만 발소리가 묻힌다.

경쟁 FPS를 주로 한다면 중고음이 또렷한 쪽이 유리하다.

가상 7.1 서라운드는 물리적으로 스피커가 일곱 개 들어간 게 아니다. 소프트웨어 처리다.

방향 판별에는 도움이 되지만, 음색이 부자연스러워진다는 평도 많다.

그래서 켜고 끄기를 선택할 수 있는지가 실질적인 체크포인트다. 게임에서는 켜고 음악에서는 끄는 식으로 쓰면 된다.

개방형과 밀폐형, 그리고 착용감

밀폐형은 귀를 감싸 외부 소리를 막는다. 저음이 잘 실리고 차음이 좋다.

대신 장시간 착용하면 귀가 덥고 답답해진다.

개방형은 하우징에 구멍이 있다. 공간감이 넓고 발열이 적다.

단점은 소리가 밖으로 새고, 주변 소음도 그대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조용한 개인 공간이 아니면 쓰기 어렵다.

그리고 실제 만족도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건 사실 착용감이다.

무게는 300g 안팎부터 400g을 넘는 제품까지 다양하다. 하루 몇 시간씩 쓴다면 무시할 수 없다.

측압이 세면 안경 착용자는 특히 힘들다.

이어패드 재질도 중요하다. 인조가죽은 차음이 좋지만 덥고, 패브릭은 통기성이 좋지만 저음이 빠진다.

이어패드는 소모품이다. 교체품을 파는 제품인지 확인해두면 오래 쓴다.

마이크는 따로 봐야 한다

게이밍 헤드셋에서 마이크는 별도 항목으로 봐야 한다.

붐 마이크는 입 앞으로 뻗어 나온 형태다. 목소리를 가까이서 받아 잡음 억제에 강하다.

내장 마이크는 깔끔하지만 주변 소리를 함께 받는 경향이 있다.

분리형은 필요할 때만 끼울 수 있어 편하다. 외출용으로 겸할 때 유리하다.

요즘은 소프트웨어 노이즈 억제가 붙는 제품이 많다. 키보드 소리를 걸러주는 기능이다.

다만 과하게 걸면 목소리까지 뭉개진다.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지 보면 좋다.

합사나 방송을 자주 한다면 마이크 모니터링(사이드톤) 지원 여부도 확인할 만하다. 자기 목소리가 헤드셋으로 들려 목소리가 커지는 걸 막아준다.

플랫폼 호환 — Xbox는 규격이 다르다

플랫폼별 게이밍 헤드셋 호환 정리
▲ 동글 하나로 모든 기기가 되는 건 아니다. 그래픽: GamTrend

여기서 실수가 자주 나온다.

PC는 대체로 문제가 없다. USB 동글이든 유선이든 잘 붙고, 전용 소프트웨어도 쓸 수 있다.

PS5도 USB 동글이 대체로 호환된다. 3.5mm는 컨트롤러에 꽂는 방식이다.

문제는 Xbox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별도의 무선 규격을 쓴다.

다른 기기용 2.4GHz 동글이 Xbox에서 동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Xbox에서 무선으로 쓰려면 상품 페이지에 'Xbox 호환'이 명시돼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스위치 2는 USB-C 동글이나 3.5mm로 연결한다. 블루투스 오디오도 지원한다.

모바일은 블루투스나 USB-C 직결이다.

여러 기기를 오간다면 동글과 3.5mm를 함께 지원하는 제품이 안전하다.

예산대별로 정리하면

게이밍 헤드셋 예산대별 기대치 정리
▲ 구간마다 무엇을 포기하게 되는지가 다르다. 그래픽: GamTrend

5만 원 이하는 유선 중심이다. 이 구간에서 무선을 노리면 음질이나 마이크 중 하나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괜찮은 유선을 사는 편이 만족도가 높다.

10~20만 원 구간이 2.4GHz 무선의 주력이다. 대부분의 이용자에게 이 구간이 합리적이다.

20만 원 이상에서는 듀얼 모드, DAC 내장 동글, 고급 이어패드, 정교한 소프트웨어가 붙는다.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다. 연결 방식을 먼저 정하고, 쓰는 플랫폼과의 호환을 확인하고, 착용감을 본다.

드라이버 크기와 서라운드 문구는 그다음이다.

참고로 게이밍 오디오 시장 자체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 이어패드로 뇌파를 읽는 헤드셋 같은 시도까지 나오는 중이고, 일반 오디오 브랜드가 헤드폰 라인을 다시 꺼내는 흐름도 있다.

다만 지금 사야 한다면, 위의 세 가지 순서만 지켜도 크게 실패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