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모니터 스펙표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측정된 숫자들이 같은 단위를 달고 나란히 적혀 있다. '1ms'는 두 가지 완전히 다른 값을 뜻하고, 주사율은 그래픽카드 성능과 짝을 맞추지 않으면 의미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각 항목이 실제로 무엇을 측정한 값인지 정리했다.

주사율 — 프레임과 다른 개념이다

주사율(Hz)은 모니터가 1초에 화면을 몇 번 새로 그릴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게임이 내는 프레임 수(fps)와는 별개의 값이다.

240Hz 모니터에 100fps만 들어오면 화면은 100번만 갱신되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낸다. 반대로 60Hz 모니터에 200fps를 넣어도 눈에 보이는 것은 60번의 갱신이다. 즉 주사율은 상한선이고, 그 상한을 채우는 것은 그래픽카드와 게임 설정의 몫이다.

체감 개선폭은 구간마다 다르다. 60Hz에서 144Hz로 가는 변화는 누구나 즉시 알아차리지만, 240Hz에서 360Hz로 가는 변화는 경쟁 FPS를 하는 이용자 정도가 구분한다. 예산이 한정적이라면 주사율을 무한정 올리는 대신 패널 품질이나 해상도에 배분하는 편이 낫다.

실무적인 기준은 이렇다. 싱글플레이 위주라면 120~165Hz로 충분하고, 경쟁 FPS가 주 목적이라면 240Hz 이상이 유효하다. 다만 그 프레임을 실제로 뽑을 수 있는 GPU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응답속도 — GtG와 MPRT는 다른 숫자다

전시된 게이밍 모니터를 정면에서 촬영한 사진
▲ 같은 '1ms' 표기라도 GtG 기준과 MPRT 기준은 측정 대상이 전혀 다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GtG(Gray-to-Gray)는 픽셀이 한 회색조에서 다른 회색조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패널의 전환 속도를 재는 값이며, 느리면 움직이는 물체 뒤에 잔상(고스팅)이 남는다.

MPRT(Moving Picture Response Time)는 픽셀이 화면에 켜져 있는 시간에 가깝다. 눈이 인지하는 모션 블러의 양과 연결되며, 백라이트를 깜빡이는 방식으로 줄일 수 있다.

두 값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핵심이다. 제조사가 'MPRT 1ms'를 내세운 제품의 GtG 실측이 5ms를 넘는 경우도 있다. 블러버스터스의 지적처럼 'MPRT 1ms'는 'GtG 1ms'보다 최대 16배 선명한 모션을 뜻할 수도 있는 반면, 그것이 패널 자체가 빠르다는 증거는 아니다.

GtG 수치에도 함정이 있다. 제조사 표기는 대체로 가장 유리한 전환 구간에서 오버드라이브를 최대로 걸었을 때의 값이다. 실제 사용 구간의 평균은 그보다 느리다.

오버드라이브를 과하게 걸면 오버슈트가 생긴다. 픽셀이 목표값을 지나쳐 밝게 튀면서 물체 뒤에 밝은 테두리, 이른바 역잔상이 남는다. 리뷰에서 오버드라이브 단계별 실측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VESA ClearMR — 응답속도 표기를 대체하려는 시도

이런 혼란을 정리하려고 VESA가 2022년 7월 내놓은 것이 ClearMR 인증이다. GtG와 MPRT 같은 개별 수치 대신, 실제 화면에서 선명한 픽셀과 흐릿한 픽셀의 비율을 측정한다.

등급은 ClearMR 3000부터 9000까지 일곱 단계로 나뉜다. 예컨대 ClearMR 7000은 선명한 픽셀이 흐릿한 픽셀보다 65~75배 많은 구간을 의미한다.

VESA는 이 인증이 MPRT나 GtG 같은 기존 표기 방식을 대체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측정 조건이 표준화돼 있어 제조사 간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아직 모든 제품에 붙어 있지는 않다. ClearMR 등급이 있으면 신뢰할 만한 참고 지표로 쓰고, 없으면 독립 리뷰의 실측 데이터를 보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VESA는 별도로 AdaptiveSync Display 인증도 운영한다. 가변 주사율과 저지연 성능을 함께 검증하는 프로그램으로, 게이밍 등급과 일반 등급이 구분돼 있다.

VRR — 범위와 LFC를 함께 봐야 한다

여러 대의 게이밍 PC와 모니터가 늘어선 공간을 촬영한 사진
▲ VRR은 지원 여부보다 작동 범위와 LFC 유무가 실제 체감을 가른다. 사진: Wikimedia Commons

가변 주사율(VRR)은 모니터의 갱신 시점을 GPU의 프레임 출력에 맞춰 주는 기술이다. 화면 찢김(테어링)과 프레임 불일치로 인한 미세한 끊김을 함께 없앤다.

브랜드가 여러 개다. 엔비디아 G-Sync, AMD FreeSync, 그리고 표준 기반의 VESA AdaptiveSync가 있다. G-Sync는 전용 모듈이 들어간 제품과 'G-Sync Compatible' 인증만 받은 제품으로 나뉘며, 후자는 사실상 FreeSync 호환 패널이다.

지원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작동 범위다. 48~144Hz처럼 하한이 있어서, 프레임이 그 아래로 떨어지면 VRR이 꺼지고 끊김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문제를 보완하는 기능이 LFC(Low Framerate Compensation)다. 프레임이 하한 아래로 떨어질 때 같은 프레임을 여러 번 표시해 VRR 범위 안에 유지시킨다. 실사용에서 체감 차이가 큰 항목인데 스펙표에는 잘 표기되지 않는다.

HDR과 VRR을 동시에 쓸 때 문제가 생기는 제품도 있다. 밝기 변동(플리커)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어, 관심 제품의 리뷰에서 이 조합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확인해 두는 편이 좋다.

잔상 감소 기능의 트레이드오프

모션 블러를 줄이는 기능은 브랜드마다 이름이 다르다. 엔비디아 ULMB, 에이수스 ELMB, 벤큐 조위 DyAc, 에이서 VRB, 뷰소닉 PureXP 등이 모두 같은 계열이다.

원리는 대체로 백라이트 스트로빙이다. 백라이트를 빠르게 깜빡여 픽셀이 켜져 있는 시간을 줄이면, 눈이 추적하는 동안 생기는 블러가 감소한다. CRT에 가까운 선명함을 얻을 수 있다.

대가가 명확하다. 화면 밝기가 크게 떨어지고, 대체로 VRR과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 사람에 따라 깜빡임 때문에 눈의 피로를 더 느끼기도 한다.

구현 품질도 제품별로 차이가 크다. 잘 만든 제품은 이중상 없이 깔끔하게 선명해지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은 잔상이 두 겹으로 보이거나 미세한 끊김이 생긴다.

정리하면 이 기능은 '켜면 좋은 옵션'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고르는 선택지다. 밝기와 VRR을 포기하고 선명함을 얻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패널·해상도·연결 규격

책상 위에 놓인 게이밍 PC와 모니터를 담은 사진
▲ 해상도와 주사율 조합에 따라 필요한 케이블 대역폭이 달라진다. 사진: Wikimedia Commons

패널 종류부터 보면, OLED는 픽셀 전환이 사실상 즉각적이라 응답속도 항목에서 압도적이다. 명암비도 비교 대상이 아니다. 대신 정지 화면이 오래 유지되는 사용 환경에서는 번인 위험이 남고, 최대 밝기 면에서 불리한 경우가 많다.

IPS는 색 재현과 시야각이 안정적이고 가격대가 넓다. 반면 검은 화면에서 빛이 새는 현상이 있다. VA는 명암비가 IPS보다 좋지만 어두운 장면의 전환 속도가 느려 잔상이 남기 쉽다.

해상도와 주사율은 GPU 예산과 함께 정해야 한다. 1440p 165Hz와 4K 144Hz는 요구 성능이 크게 다르다. 27인치라면 1440p, 32인치 이상이라면 4K가 픽셀 밀도상 자연스러운 조합이다.

연결 규격도 확인이 필요하다. HDMI 2.1은 최대 48Gbps, 디스플레이포트 2.1의 UHBR20은 최대 80Gbps를 지원한다. 4K 고주사율에 HDR까지 쓰려면 대역폭이 빠듯해질 수 있고, 이때 DSC(디스플레이 스트림 압축)가 개입한다.

DSC는 시각적으로 무손실에 가깝다고 평가되지만, 일부 환경에서 해상도 전환이 느려지거나 특정 기능과 충돌하는 사례가 보고된다. 케이블 등급도 함께 챙겨야 한다 — 규격에 못 미치는 케이블은 화면이 아예 안 나오거나 간헐적으로 끊긴다.

마지막으로 콘솔 이용자라면 확인 항목이 따로 있다. PS5와 Xbox 시리즈 X는 4K 120Hz와 VRR을 지원하므로, HDMI 2.1 포트가 몇 개인지, VRR이 콘솔에서도 정상 작동하는지 리뷰에서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