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가 RPG 명가 바이오웨어(BioWare)를 닫기로 했다. 현지 시간 10월 21일 수요일, EA의 COO 데이비드 틴슨과 최고 스튜디오 책임자(Chief Studios Officer) 캠 웨버가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스튜디오와 에드먼턴 작업 공간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초기 개발 단계였던 차기 '매스 이펙트' 프로젝트도 함께 중단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A 전체 감원은 약 400명, 전체 인력의 3% 안팎이고 그중 약 50명이 바이오웨어 소속이다.
직원 서한과 바이오웨어 성명 — 무엇이 공개됐나
영상: Mass Effect 유튜브 채널
발표는 두 갈래로 나왔다. 하나는 EA 경영진이 직원에게 보낸 서한이고, 다른 하나는 바이오웨어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성명이다.
EA는 이 서한을 뉴스룸에 '"Building EA's Next Chapter"(EA의 다음 장을 만든다)'라는 제목으로 공개했다. 서한에는 "Cam & David"라고 서명돼 있다.
서한은 지난 몇 달간 사업과 일하는 방식을 "hard look", 즉 냉정하게 들여다봤다고 밝혔다. 매스 이펙트 관련 대목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As we focus on these larger opportunities, we've had a small team at BioWare working on early-development for Mass Effect."
이어 "We've made the decision not to move forward with this development, which means we're closing the studio and our Edmonton workspace."라고 썼다.
서한은 "BioWare is a legendary studio that helped define the role-playing genre, and we do not take this decision lightly."라고 맺었다.
즉 EA가 내세운 설명은 '더 큰 기회'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차기 매스 이펙트를 접는 결정과 스튜디오 폐쇄가 한 묶음으로 제시됐다.
바이오웨어 성명은 '발더스 게이트', '네버윈터 나이츠',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단', '드래곤 에이지', '매스 이펙트', '앤섬'을 나열하며 시작한다.
성명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팀원들과 서로를 지탱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게임 인포머가 전한 성명 일부는 "What generations of BioWare built together is something to celebrate and remember."이다.
EA 뉴스룸 게시물의 메타데이터상 공개 시각은 미국 동부시간 10월 21일 오후 1시로, 한국 시간으로는 22일 새벽 2시에 해당한다. 게임 인포머 기사는 같은 날 낮 12시 20분(미국 중부시간 표기)에 올라왔다.
폐쇄 범위와 인원 — 400명 중 50명
폐쇄 대상은 바이오웨어 스튜디오 전체와 에드먼턴 작업 공간이다. 일부 팀만 줄이는 구조조정이 아니다.
EA 서한 자체에는 감원 인원이 적혀 있지 않다. 블룸버그의 제이슨 슈라이어 보도를 인용한 게임 인포머와 쿼츠에 따르면 이번 EA 감원 규모는 약 400명이다.
이는 EA 전체 인력의 약 3%에 해당한다. 그중 약 50명이 바이오웨어에서 일하던 인원이다.
서한은 영향을 받는 직원들이 EA 안의 다른 기회를 찾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나머지 감원이 어느 부서에서 이뤄지는지, 실제로 몇 명이 재배치되는지는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바이오웨어는 지난해 '드래곤 에이지: 더 베일가드'가 EA의 판매 기대에 못 미친 뒤 이미 큰 폭의 감원을 겪었다. 쿼츠가 블룸버그를 인용해 전한 내용이다.
이번 폐쇄에 포함된 바이오웨어 인원이 약 50명이라는 보도는, 이미 상당히 줄어든 규모에서 결정이 내려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서한은 11월에 열릴 글로벌 타운홀에서 방향과 앞으로의 업무를 더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개발자 매체 게임 디벨로퍼는 EA 직원들이 모호한 안심 메시지만 들었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차기 매스 이펙트는 어디까지 갔나
서한은 바이오웨어의 소규모 팀이 매스 이펙트의 '초기 개발'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프로젝트를 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폐쇄의 직접 배경으로 제시됐다. 게임 인포머는 해당 타이틀을 '취소(Canceled)' 상태로 표기했다.
이 시리즈의 다음 작품은 2020년 12월 짧은 티저로 처음 공개됐다. 이후 'N7 데이' 때마다 간단한 영상이 나오긴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진 적은 없다.
서한이 앞으로 이어갈 프로젝트로 거론한 목록에는 매스 이펙트도, 드래곤 에이지도 없다. 대신 에이펙스 레전드, 마블 아이언맨 게임, 다음 스타워즈 제다이 게임, 배틀필드가 언급됐다.
서한은 리스폰과 DICE를 합쳐 '앞으로의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겠다고만 밝혔다. 게임 디벨로퍼는 이를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신작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서한 자체가 배틀프론트라고 못 박은 것은 아니다.
EA 스포츠 쪽에서는 미식축구 팀의 소셜 중심 오픈월드 프로젝트 '프로젝트 그리디언'과 '파이트 나이트' 복귀 준비가 서한에 담겼다.
EA는 왜 닫았나 — 인수 두 달 남짓 뒤의 결정
EA는 올해 8월 사우디 PIF, 실버레이크, 어피니티 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인수돼 비상장사가 됐다. 인수 규모는 550억 달러다.
인수 절차와 이후 전망은 EA의 PIF 컨소시엄 인수 완료 분석에서 다룬 바 있다.
쿼츠는 블룸버그를 인용해 EA가 올해 초 투자자들에게 연구개발비 축소 등으로 최대 7억 달러를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계획이 채권단에 전해졌을 때부터 감원 우려가 나왔다. 관련 내용은 인수 직후 비용 절감 통보 기사에 있다.
다만 EA가 서한에서 폐쇄 사유로 직접 든 것은 '더 큰 기회에 집중'이라는 설명뿐이다. 인수나 부채와의 인과관계를 EA가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다.
인수 직후에 나온 결정이라는 시점과 비용 절감 계획은 매체들이 연결해 해석한 부분이다.
서한에는 다른 조정도 담겼다. 심즈 시리즈에서는 '프로젝트 에버그린'에 집중하기 위해 '프로젝트 로터스' 개발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스케이트(skate.)는 개발을 이어가되 더 작고 집중된 팀으로 바꾸고, 커뮤니티를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이행하겠다고 했다.
서한은 '핵심 강화, 도달 범위 확대, 사업 혁신'을 세 가지 전략 우선순위로 제시했다. 그중 '핵심 강화' 항목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30년 약사 — 에드먼턴의 작은 회사에서 EA 산하로
바이오웨어는 1995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그렉 제슈크, 레이 무지카, 오거스틴 입 박사가 세웠다. 테크스팟이 전한 내용이다.
첫 작품은 '섀터드 스틸'이었다. 이후 '발더스 게이트', '네버윈터 나이츠',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단', '제이드 엠파이어'로 RPG 장르의 한 축을 만들었다.
EA는 2007년 바이오웨어를 인수했다. 첫 '매스 이펙트'가 나온 시기와 겹친다. '드래곤 에이지'는 2009년에 시작됐다.
이후 길은 순탄치 않았다. 테크스팟과 게임 인포머는 '매스 이펙트: 안드로메다'와 '앤섬'의 부진을 짚었다.
앤섬은 서버가 올해 1월 12일 종료됐고, '드래곤 에이지: 더 베일가드'는 개발 과정이 오래 흔들렸다.
게임 인포머는 이 스튜디오의 마지막 작품이 베일가드가 됐다고 적었다.
'스타워즈: 디 올드 리퍼블릭'은 바이오웨어 오스틴 스튜디오에서 시작됐지만, 게임 디벨로퍼에 따르면 지금은 브로드소드가 소유·운영한다. 에드먼턴 폐쇄와 별개의 이야기다.
기존 게임과 서비스는 — 확인된 것과 안 된 것
영상: Mass Effect 유튜브 채널
'매스 이펙트 레전더리 에디션'과 '드래곤 에이지: 더 베일가드'는 모두 이미 출시된 싱글 플레이 중심 게임이다.
다만 EA 서한과 바이오웨어 성명, 게임 인포머·게임 디벨로퍼 보도 어디에서도 이 게임들의 판매·패치 계획은 설명되지 않았다.
스튜디오가 사라지는 만큼 추가 패치와 DLC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오지만, 이는 공식 입장이 아니라 해석이다.
IP 자체의 향방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매스 이펙트와 드래곤 에이지를 다른 EA 스튜디오가 이어받을지는 알려진 것이 없다.
참고로 '앤섬'은 이미 지원이 종료된 게임이라 이번 발표와는 별개다.
남은 질문 — 한국 게이머가 볼 것
한국에서는 제목에 '30년 역사의 끝'이라는 표현이 붙은 반응이 많이 퍼졌다. 사실관계로는 스튜디오 폐쇄와 에드먼턴 작업 공간 폐쇄가 EA 서한으로 확인된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해고 대상자의 처우, 두 시리즈의 향후 취급, 그리고 EA가 RPG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인지 여부다.
서한이 제시한 포트폴리오는 슈팅, 액션 어드벤처, EA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심즈·스케이트)이다. 테크스팟은 EA가 RPG에서 한발 물러서고 FPS와 스포츠에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읽었다.
올해 업계에서는 닌자 시어리 폐쇄 협의처럼 이름값 있는 스튜디오의 정리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동향은 닌자 시어리 폐쇄 협의 기사에서 볼 수 있다.
바이오웨어의 세부 후속 조치가 공개되면 달라질 수 있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