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아츠(EA)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퍼블릭 인베스트먼트 펀드)·실버레이크·어피니티 파트너스 컨소시엄에 550억 달러(약 76조 원)에 인수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2026년 8월 4일 거래가 종결되면서 EA 주식은 나스닥 거래를 멈추고 상장폐지됐으며, 36년간 이어온 공개기업으로서의 역사도 함께 끝났다. 기업가치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액현금 레버리지 바이아웃(LBO)으로 기록됐다. 단순한 소유권 변경을 넘어, PIF가 그동안 쌓아온 게임업계 투자 이력과 비상장 전환이 유저·업계에 미칠 영향까지 짚어봤다.

합의부터 종결까지 11개월 — 역대 최대 게임업계 M&A의 타임라인

이번 인수는 2025년 9월 29일 EA와 컨소시엄이 합의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같은 해 12월 22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 99%의 찬성으로 인수안이 가결됐고,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은 2026년 7월 23일 별다른 경쟁 제한 우려 없이 승인했다. 규제 심사 가운데 가장 오래 걸린 곳은 외국인 투자를 심사하는 미국 CFIUS(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였다. 미 하원 민주당 의원 40여 명은 사우디 자본과 재러드 쿠슈너의 어피니티 파트너스 연관성을 문제 삼아 FTC(연방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거래는 예정대로 모든 규제 절차를 통과해 8월 4일 종결됐다.

거래 구조를 보면 주주들은 보유 주식 1주당 210달러를 현금으로 지급받았다. 이는 인수 합의 발표 직전인 2025년 9월 25일 종가(168.32달러) 대비 약 25%의 프리미엄이다. 인수 자금은 컨소시엄이 조달한 자기자본 약 360억 달러와, JP모건체이스가 주선한 부채 약 200억 달러로 구성됐다. 인수 후 지분율은 PIF 93.4%, 실버레이크 5.5%, 어피니티 파트너스 1.1%다. PIF는 이번 거래 이전부터 EA 지분 9.9%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는데, 이 지분이 컨소시엄 지분으로 그대로 편입됐다.

PIF는 이미 게임업계 '큰손'이었다 — 5년간 이어진 투자 확장

PIF의 게임업계 투자 확장 타임라인 인포그래픽, 2021년 사비 게이밍 그룹 설립부터 2026년 EA 인수 완료까지
▲ PIF는 2021년 게임 전문 자회사 사비 게이밍 그룹을 설립한 뒤 5년에 걸쳐 게임업계 곳곳에 지분을 확대해왔다. 그래픽: GamTrend

이번 EA 인수는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다. PIF는 2021년 게임 전문 투자 자회사 '사비 게이밍 그룹(Savvy Games Group)'을 설립하고, 같은 해 EA·테이크투 인터랙티브·액티비전 블리자드 지분을 잇달아 직접 매입하며 게임업계 투자를 본격화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경우 약 14~15만 주(회사 지분의 2~3%대)를 약 14억 달러에 사들였다.

2022년에는 닌텐도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해 한때 지분율이 8%대까지 늘어나며 닌텐도의 최대 외국인 주주 중 하나로 올라섰고, 캡콤·코에이 테크모·넥슨·엔씨소프트·스퀘어에닉스 등 일본·한국 게임사에도 지분을 넓혔다. 같은 해 사비는 e스포츠 기업 ESL 게이밍과 페이스잇(FACEIT)을 인수해 'ESL FACEIT 그룹'으로 통합했다. 2023년에는 모바일 게임사 스코플리(모노폴리 고 제작사)를 48억 달러에 인수했다. 2026년 1월에는 그동안 PIF가 직접 보유해온 닌텐도·반다이남코 등 상장 게임사 지분 약 120억 달러어치를 사비 게이밍 그룹으로 이관해 게임 관련 투자 창구를 하나로 정리했다. EA 인수는 이렇게 5년간 이어진 투자 확장의 연장선이자, 지금까지 중 가장 규모가 큰 결정이었던 셈이다.

비상장 전환의 명암 — "부채 상환 위해 구조조정 불가피할 것"

EA 측은 비상장 전환으로 분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한다. 앤드루 윌슨 CEO는 새 주주들이 장기 자본과 업계 전문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게임과 서비스 제작에 계속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인수 부채가 EA의 재무구조에 그대로 얹히면서, 이를 어떻게 감당할지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블룸버그의 게임업계 전문기자 제이슨 슈라이어는 EA가 이번 거래에 자금을 댄 은행·투자자들에게 연간 7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 계획(이 중 1억 7천만 달러는 '조직 효율화'로 분류)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이 표현이 사실상 대규모 인력 감축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F-스퀘어드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퍼터는 "이 정도 규모의 부채를 갚으려면 인력 감축, 스튜디오 폐쇄, 어쩌면 IP 매각까지 없이는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며 "부채 부담이 전략의 방향 자체를 바꾸진 않겠지만, 경영진이 수익성 높은 대표 타이틀에 더 집중하게 만들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남은 우려들 — 개인정보·AI, 그리고 노동 이슈

인수 심사 과정에서는 재무적 우려 외에 다른 쟁점도 제기됐다. 미 상원의 리처드 블루멘솔·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재무부 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EA가 보유한 수많은 미국 소비자의 개인정보와, 회사가 진행 중인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이 외국 정부와 연계된 인수자에게 넘어가는 데 대한 국가안보 우려를 제기했다. 미 하원 노동 코커스 소속 의원들도 통신노동자조합(CWA)과 함께 FTC에 서한을 보내, 이번 거래가 EA 직원들의 고용 안정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이런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거래는 규제 절차를 모두 통과해 예정대로 종결됐다. EA는 아직 구체적인 감원 규모나 시기, 영향을 받을 스튜디오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다. 비상장 기업이 된 만큼 앞으로는 분기 실적 발표 없이 재무 상황이 공개되기 때문에, 실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규모로 이뤄질지는 당분간 업계 보도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