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상점 페이지에 '크로스플레이 지원'이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PC에서 하던 것을 콘솔에서 이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기능은 완전히 다르다. 이름이 비슷해 자주 뒤섞이는 네 가지를 정리했다.

네 가지를 먼저 구분하자

크로스플레이는 서로 다른 기종의 이용자가 같은 판에서 함께 플레이하는 기능이다. PS5 이용자와 PC 이용자가 같은 매치에 들어가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크로스 프로그레션진행도가 계정 단위로 이어지는 기능이다. 레벨, 해금한 아이템, 시즌 패스 진척도 같은 것들이 기종을 옮겨도 따라온다.

크로스 세이브는 그중에서도 세이브 파일만 옮기는 기능이다. 주로 싱글플레이 게임에서 쓰인다. 진행도는 넘어가지만 구매 항목까지 따라온다는 보장은 없다.

크로스바이한 번 사면 여러 기종에서 소유하게 되는 판매 방식이다. 플레이 자체와는 무관하고, 구매 권리에 관한 이야기다.

핵심은 이것이다. 네 가지는 서로 독립적이다. 크로스플레이만 되고 진행도는 따로 쌓이는 게임이 흔하고, 반대로 크로스 세이브만 되고 함께 플레이는 안 되는 게임도 있다.

그래서 상점 페이지에서 어느 쪽인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낭패를 본다.

기능무엇이 넘어가나주로 쓰이는 곳
크로스플레이 아무것도 — 함께 플레이만 가능 멀티플레이 게임 전반
크로스 프로그레션 레벨·해금·시즌 진척도 라이브 서비스 게임
크로스 세이브 세이브 파일 싱글플레이 게임
크로스바이 구매 권리(게임 자체) 같은 회사의 두 플랫폼 사이

▲ 네 가지는 별개의 기능이며, 하나가 지원된다고 나머지가 따라오지 않는다

크로스플레이의 진짜 쟁점은 '입력 장치'다

화염 앞에서 총을 겨눈 병사
▲ 슈터에서는 마우스와 패드의 조작 차이가 균형 문제로 이어진다. 사진: 액티비전

크로스플레이에서 가장 오래된 논쟁은 마우스와 패드다.

정밀 조준에서 마우스가 유리하다는 것은 널리 받아들여진 사실이다. 그래서 콘솔 슈터에는 에임 어시스트가 들어간다.

문제는 두 입력이 한 판에서 만날 때다. 에임 어시스트가 있는 패드와 마우스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두고 커뮤니티는 몇 년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입력 기반 매치메이킹이다. 기종이 아니라 무엇으로 조작하는지를 기준으로 상대를 묶는 방식이다.

콘솔에 마우스를 연결하면 마우스 이용자 풀로, PC에서 패드를 쓰면 패드 풀로 배정하는 식이다.

다만 이 방식이 모든 게임에 있는 것은 아니고, 있던 게임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많은 게임이 크로스플레이를 끄는 옵션을 제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칭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대신 같은 기종끼리만 만나겠다는 선택이다.

크로스 프로그레션이 더 어려운 이유

안개 낀 행성에서 총을 든 병사
▲ PC와 콘솔이 한 서버를 쓰더라도 결제 체계는 분리돼 있다. 사진: 애로우헤드 게임 스튜디오

크로스플레이는 되는데 크로스 프로그레션은 안 되는 게임이 많다.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이다.

각 플랫폼은 자기 스토어에서 결제를 처리하고 수수료를 가져간다. 그래서 플랫폼별 지갑이 분리돼 있다.

PS5에서 산 게임 내 화폐를 엑스박스에서 그대로 쓰게 하려면 플랫폼 사업자 간 합의가 필요하다. 레벨이나 해금 아이템을 옮기는 것보다 훨씬 까다로운 문제다.

그래서 절충안이 나온다. 진행도와 무료 해금 요소는 계정을 따라가지만, 유료로 구매한 항목은 산 플랫폼에서만 쓸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런 게임들은 대체로 별도의 퍼블리셔 계정을 요구한다. 게임사 계정에 각 플랫폼 계정을 연결하고, 진행도는 게임사 서버에 저장하는 구조다.

즉 크로스 프로그레션을 쓰려면 게임을 켜기 전에 계정 연동부터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동 순서를 잘못하면 진행도가 있는 계정과 새 계정이 어긋나 복구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처음 시작할 때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엑스박스 '플레이 애니웨어'는 어디에 속하나

실내에서 총을 든 병사
▲ 같은 게임이라도 어느 스토어에서 샀는지에 따라 혜택이 달라진다. 사진: 액티비전

이름 때문에 자주 헷갈리는 것이 Xbox 플레이 애니웨어다.

이건 크로스플레이가 아니다. 크로스바이와 크로스 프로그레션을 묶은 것에 가깝다.

디지털판을 한 번 사면 엑스박스 콘솔과 Windows PC 양쪽에서 소유하게 되고, 세이브와 업적, 진행도가 두 기기 사이에서 공유된다. 추가 비용은 없다.

다만 적용 범위가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 한정된다. 같은 게임을 스팀에서 샀다면 이 혜택은 없다.

'게임패스에 있으니 스팀판도 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여기서 나온다. 별개다.

정리하면 플레이 애니웨어는 한 회사의 두 플랫폼을 하나로 묶는 장치이지, 다른 회사 기종과 함께 플레이하게 해주는 기능이 아니다.

🔗자주 하는 오해
· 크로스플레이 지원 = 진행도도 이어진다 → 아니다
· 플레이 애니웨어 = 크로스플레이 → 아니다(크로스바이 + 크로스 프로그레션)
· 게임패스로 하면 스팀판과 진행도가 이어진다 → 아니다(스토어가 다르다)

계정 연동이 만든 사고 — 헬다이버즈 2

푸른 조명 아래 늘어선 병사
▲ '헬다이버즈 2'는 계정 연동 문제로 출시 3개월 만에 큰 논란을 겪었다. 사진: 애로우헤드 게임 스튜디오

크로스 기능은 대부분 계정 연동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이 연동이 어디까지 강제될 수 있는지가 실제 사고로 드러난 적이 있다.

'헬다이버즈 2'는 PC(스팀)와 PS5가 함께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배급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다.

2024년 5월 3일, 소니는 스팀 이용자에게도 PSN 계정 연동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신규 이용자는 5월 6일부터, 기존 이용자는 5월 말부터 적용한다는 일정이었다.

문제는 PSN이 서비스되지 않는 국가였다. 그런 지역의 이용자는 계정을 만들 방법 자체가 없었다.

실제로 이 게임은 177개국에서 구매가 막혔다. 이미 산 사람들이 접속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반발은 즉각적이었다. 주말 사이 수만 건의 부정 리뷰가 쏟아졌고, 그 흐름이 소니의 다른 스팀 게임으로까지 번졌다.

결국 5월 6일, 소니는 계정 연동 의무화를 철회했다. 발표에서 철회까지 사흘이 걸렸다.

이 사건이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크로스 기능은 편의 기능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어느 회사의 계정 체계에 종속되는가라는 문제가 붙어 있다.

구매 전에 별도 계정이 필요한지, 그 계정을 자기 지역에서 만들 수 있는지를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소니는 왜 막았고, 언제 풀었나

지금은 크로스플레이가 흔하지만, 몇 년 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소니는 오랫동안 플레이스테이션과 다른 경쟁 콘솔 사이의 크로스플레이를 막았다. 다만 PC와 모바일과의 크로스플레이는 허용했다. 즉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책이었다.

이 문제가 폭발한 계기가 2018년 '포트나이트'다.

당시 PS4에서 '포트나이트'를 하던 계정은 닌텐도 스위치나 엑스박스 원에서 로그인할 수 없었다. 진행도와 구매 항목까지 함께 묶여 접근이 막혔다.

여론이 크게 나빠졌고, 소니는 같은 해 베타 형태로 정책을 바꿨다. 이후 PS4 이용자는 엑스박스 원·스위치·PC·모바일 이용자와 함께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

이 전환 이후 크로스플레이는 대형 멀티플레이 게임의 기본 사양처럼 자리 잡았다.

다만 모든 게임에 자동으로 붙는 기능은 아니다. 개발사가 별도로 구현해야 하고, 그래서 출시 이후에 추가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

한 가지 덧붙이면, 크로스플레이는 한번 켜면 끝인 기능이 아니다. 시즌마다 빌드가 갈리면 일시적으로 막히기도 하고, 특정 모드에서만 지원되기도 한다.

구매 전에 확인하는 법

사막 정착지의 건설 인터페이스
▲ '듄: 어웨이크닝'은 9월 22일 콘솔로 오지만 PC-콘솔 크로스플레이는 그 이후에 추가된다. 사진: 펀컴
숲에서 벌어지는 교전 장면
▲ 크로스플레이는 개발사가 별도로 구현해야 하는 기능이라 출시 후 추가되는 사례가 많다. 사진: 애로우헤드 게임 스튜디오

실제 사례를 보면 확인이 왜 필요한지 분명해진다.

'듄: 어웨이크닝'은 9월 22일 PS5·엑스박스로 출시된다. 엑스박스 플레이 애니웨어를 지원한다. 그런데 PC와 콘솔 사이의 크로스플레이는 출시 시점이 아니라 이후에 추가된다고 발표됐다.

즉 9월 22일에 콘솔로 시작해도 스팀판 친구와 바로 만날 수는 없다.

'알케론'은 반대 사례다. 9월 25일 시작하는 테스트 자체가 크로스플레이 베타로, 엑스박스·플레이스테이션·PC가 한 서버에서 만난다.

확인할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상점 페이지의 기능 목록이다. 스팀은 'Cross-Platform Multiplayer', 콘솔 스토어는 '크로스플레이' 항목으로 표기한다.

둘째, 어느 플랫폼끼리인지다. 'PC와 콘솔'인지 '콘솔끼리만'인지가 다르다. 'PC 지원'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스팀·에픽·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 중 어디까지인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셋째, 진행도까지 넘어가는지다. 크로스 프로그레션은 별도 표기이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없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출시 전 게임이라면 발표 시점의 약속과 출시 시점의 실제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확인 항목무엇을 보나놓치면 생기는 일
크로스플레이 지원 상점 페이지 기능 목록 친구와 다른 기종을 사서 못 만난다
대상 플랫폼 범위 'PC와 콘솔'인지 '콘솔끼리'인지 PC 친구와 못 만난다
PC 스토어 범위 스팀·에픽·MS 스토어 중 어디까지 같은 PC인데 서버가 갈린다
크로스 프로그레션 별도 표기 여부 기종을 옮기면 처음부터 다시
구매 항목 이전 유료 재화·시즌 패스 처리 산 것을 다른 기종에서 못 쓴다
별도 계정 필요 여부 퍼블리셔 계정 연동 요구 지역에 따라 아예 못 할 수도

▲ 출시 전 게임은 발표 시점의 계획과 출시 시점의 실제가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