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홀딩스가 9월 22일 액션 RPG '제노니아2: 잃어버린 기억들(ZENONIA 2: The Lost Memories)'의 스팀 상점 페이지를 공개했다. 정확한 출시일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상점 페이지는 현재 '출시 예정(Coming soon)' 상태로 위시리스트 등록만 가능하다. 2009년 8월 모바일로 처음 나온 제노니아2는 한국 게임 최초로 미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른 작품이다. 그런 게임이 17년 만에 PC 스팀으로 돌아온다는 소식 자체가 화제지만, 사실 이번 소식은 갑작스러운 발표가 아니다. 불과 3주 전인 8월 31일 전작 제노니아1: 기억의 실타래가 먼저 스팀에 출시됐고, 그 흥행의 연장선에서 나온 다음 순서가 바로 제노니아2이기 때문이다.
스팀 페이지에 담긴 것들
공개된 스팀 페이지에는 원작의 2D 도트 그래픽을 살린 스크린샷 여러 장이 올라와 있다. 던전 전투, 필드 탐험, 대화 장면 등이 골고루 포함돼 있어 큰 틀에서는 모바일 시절의 비주얼을 그대로 이어받은 모습이다.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로는 루, 모르피스, 에크네, 다자 네 명이 소개됐다. 스팀 페이지 소개 문구에 따르면 각각 성기사(팔라딘), 마법사, 총잡이(건슬링어), 무술가에 해당하는 전투 스타일을 지니고 있어 원작의 4캐릭터 체제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게임 소개 문구는 'Lost Memories, Four Destinies'다. 성스러운 밤이 지난 뒤 세계 전체가 기억을 잃어버리고, 네 명의 영웅이 세계수의 눈물 결정을 모아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 나서는 이야기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시스템 요구사항이다. 최소 사양이 i3-6100·8GB 램·GTX 1060, 권장 사양은 i5-12400·16GB 램·GTX 1660으로 표기돼 있다. 2009년 피처폰·초기 스마트폰용으로 나온 2D RPG치고는 상당히 여유 있는 사양을 요구하는 셈인데, 단순 이식이 아니라 해상도와 이펙트 전반을 PC 환경에 맞춰 새로 다듬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제노니아2는 원래 어떤 게임이었나
제노니아2는 게임빌(현 컴투스홀딩스)이 개발해 2009년 8월 피처폰·모바일로 처음 출시한 액션 RPG다. 전작 제노니아1이 그려낸 '안드라 제국'을 배경으로, 악룡 라돈의 봉인을 지키던 네 영웅이 신들의 기억 봉인술로 인해 모든 것을 잊어버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조작감과 스킬 트리, 실시간 액션 전투, PvP 요소까지 갖추고 있어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듬해 iOS·안드로이드로 정식 이식된 뒤에는 한국 게임 최초로 미국 애플 앱스토어 게임 부문 매출 1위에 오르며 K모바일게임의 존재감을 해외에 처음 알린 타이틀 중 하나로 꼽힌다.
해외 매체 평가도 좋았다. 리뷰 집계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84점을 받았고, 당시 모바일 게임 전문 매체 슬라이드투플레이는 '반드시 소장해야 할 타이틀'이라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이런 성과들이 쌓여 제노니아 시리즈는 이후 5편까지 이어지며 국내 모바일 RPG의 한 장르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았다.
왜 하필 지금, 두 번째로 스팀에 오나
영상: Com2uS Holdings 유튜브 채널
이번 발표의 배경에는 제노니아1의 성공이 자리하고 있다. 2008년 피처폰용으로 나온 시리즈 첫 작품 '제노니아1: 기억의 실타래'는 지난 8월 31일 스팀을 통해 글로벌 정식 출시됐고, 공개 이후 이용자 긍정 평가 비율 80%대의 '매우 긍정적' 반응을 얻으며 순항하고 있다.
컴투스홀딩스는 제노니아1을 이식하면서 '원작 정체성 유지'를 최우선 원칙으로 내세웠다. 스토리와 캐릭터, 직업 체계는 물론 허기나 무게 제한 같은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전통적 시스템까지 원형 그대로 남겨뒀다는 게 개발진의 설명이다. 최신 트렌드에 맞춰 게임 자체를 뜯어고치기보다는, 그 시절 특유의 긴장감과 선택의 무게를 살리는 쪽을 택한 셈이다.
이 방침이 스팀 이용자들에게 통했다는 점이 이번 제노니아2 발표로 이어진 직접적인 계기로 보인다. 컴투스홀딩스 측도 스팀 페이지 공개와 함께 '제노니아1에 대한 글로벌 이용자들의 호응과 후속작 출시 요청'을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언급했다.
회사 이름에도 이 흐름이 담겨 있다. 제노니아 시리즈를 만든 게임빌은 라이벌이었던 컴투스를 인수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2021년 컴투스홀딩스로 사명을 바꿨다. 서로 다른 회사가 각자 키워온 모바일게임 명가 두 곳이 한 지붕 아래 모인 지금, 그 사명 변경 이전 시절의 대표작을 다시 꺼내 PC로 옮기는 작업이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들
다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부분도 많다. 가장 궁금한 정확한 출시일은 공개되지 않았고, 가격 역시 아직 책정되지 않았다. 스팀 페이지는 현재 위시리스트 등록과 예고편 확인만 가능한 '출시 예정' 상태다.
'리마스터'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쓰고 있지도 않다. 컴투스홀딩스는 원작의 2D 그래픽과 스토리를 유지하되, 'PC 환경에 맞춰 완성도를 높여 나가겠다'는 다소 포괄적인 표현만 사용하고 있다. 제노니아1이 그랬듯 뼈대는 원작 그대로 두고, 해상도·조작감·UI 편의성 위주로 다듬는 방식이 유력해 보이지만 구체적인 개선 범위는 정식 발표를 더 기다려봐야 한다.
개발사 표기에는 컴투스홀딩스와 함께 CFK Co., Ltd.가 나란히 올라 있다. 제노니아1 이식을 맡았던 외주·협력 스튜디오가 이번에도 함께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역시 회사 측의 별도 확인은 아직 없다.
정리하면
제노니아2 스팀 상점 페이지 공개는 화려한 신작 발표라기보다는, 제노니아1의 성공을 확인한 컴투스홀딩스가 예고했던 다음 수순을 밟은 것에 가깝다. 2009년 한국 모바일게임의 존재감을 해외에 처음 각인시켰던 작품이, 2026년 다시 한번 PC 이용자들 앞에 놓이는 셈이다.
출시일도 가격도 아직 비어 있는 자리가 많지만, 원작을 기억하는 이용자라면 위시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두고 다음 소식을 기다려볼 만하다. 제노니아1이 보여준 반응을 생각하면, 다음 발표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