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단순했다. 차세대 엑스박스에 디스크 드라이브가 들어가느냐.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샤 샤르마 엑스박스 CEO는 BBC 인터뷰에서 같은 질문을 두 번 받고도 확답을 피했고, 마지막에는 웃으면서 "헬릭스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질문은 두 번, 답은 없었다
샤르마는 물리 매체의 미래에 대한 질문부터 받았다.
답변은 원론이었다. "물리로 하든 디지털로 하든, 중요한 건 여러분의 라이브러리가 어디든 따라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훌륭한 게임플레이를 보존하는 데 진심"이라며, 유럽 각지의 선반에 쌓인 게임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날 함께 발표한 기능을 소개했다. 디스크 1,000종에 대해 디지털 소유권을 부여하는 조치다.
다음 질문은 더 직접적이었다. 업계가 물리 매체에서 멀어지는 흐름 속에서 엑스박스의 계획이 바뀌었느냐는 것이었다.
샤르마는 "엑스박스가 세상이 게임하는 곳이 되기를 원한다"며, 그러려면 이용자에게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오늘 발표는 그 첫걸음이고, 더 보여 드릴 게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헬릭스가 디스크 없는 기기가 되느냐는 질문이 그대로 다시 나왔다.
샤르마는 웃으며 답했다. "헬릭스에 대해서는 더 공유하지 않겠습니다. 물어보실 수밖에 없다는 건 압니다. 다음 세대와 기기 제품군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 곧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나온 카드 — 디스크를 디지털로
확답 대신 나온 건 디스크-디지털 전환(disc-to-digital) 기능이다.
가지고 있는 물리 디스크를 디지털 소유권으로 전환해 주는 방식이다. 대상은 1,000종이다.
이 기능은 엑스박스 인사이더를 대상으로 먼저 열렸다.
배포가 시작되자 예상 밖의 사실도 드러났다. 이미 스토어에서 내려간(딜리스팅) 게임에도 전환이 적용된다는 점이 이용자들에 의해 확인됐다.
물리 매체가 사라지는 흐름에서 기존 구매 이력을 어떻게 이어 줄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는 의미가 있다.
다만 이 기능이 차세대기에 드라이브가 들어간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드라이브 없는 기기를 전제로 한 대비책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
샤르마는 PC 하위 호환 발표도 함께 언급하며, 하위 호환 기조는 다음 세대에도 이어진다고 밝혔다.
헬릭스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
프로젝트 헬릭스는 이미 공식화된 이름이다. 다만 공개된 정보는 많지 않다.
발언 주체부터 짚어 두자. 아샤 샤르마는 2026년 2월 필 스펜서의 후임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 CEO에 올랐다. 4월 조직 개편 이후 직함은 'CEO, XBOX'다.
게임업계 경력 없이 마이크로소프트 코어AI 부문 사장에서 넘어온 인사라, 취임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확인된 방향은 콘솔과 PC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라는 점이다.
개발 키트는 내년에야 배포될 예정이다. 출시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차세대기에 대해 "성능과 함께 효율성과 가격 접근성"을 강조하겠다는 기조도 밝힌 바 있다.
부품 가격 상승과 반복된 콘솔 가격 인상을 감안하면, 드라이브 유무는 원가와 직결되는 문제다. 확답이 늦어지는 이유를 여기서 찾는 시각도 있다.
배경도 무겁다. 엑스박스 사업부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지나는 중이다. 1,600명이 이미 일자리를 잃었고, 내년 여름까지 추가로 1,600명이 더 줄어들 예정이다.
구조조정 규모도 다시 확인해 둘 만하다. 지난 7월 발표된 개편으로 엑스박스 부문에서 1,600명이 먼저 줄었고, 2027 회계연도 동안 1,600명이 추가로 빠진다.
합치면 약 3,200명, 부문 인력의 약 20%다. 여기에 스튜디오 4곳이 분리 대상으로 지목됐다.
샤르마는 당시 이를 '엑스박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라고 표현했다.
소니와의 시간표 차이
같은 문제를 두고 소니는 이미 날짜를 못 박았다.
소니는 2028년 1월부터 PS 콘솔용 신작의 물리 디스크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서드파티 게임도 포함된다.
그 결과 '위쳐 4'처럼 2028년 출시를 목표로 한 게임들이 디스크판을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엑스박스는 반대로 아무 날짜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이 차이는 그 자체로 마케팅 여지가 된다. 소니가 명확한 중단 시점을 발표해 반발을 산 상황에서, 엑스박스가 "선택권"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다만 말과 제품은 다르다. 헬릭스의 사양이 공개되기 전까지 이번 발언은 답을 미룬 것 이상으로 읽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