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작 '언차티드: 드레이크의 운명'을 어렵게 느꼈다면 착각이 아니었을 수 있다. 전 너티독 디자이너 벤슨 러셀이 이 게임에 플레이어가 알 수 없는 난이도 조정 장치가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잘하는 사람일수록 적이 강해지는 구조였다. 이유는 밸런스가 아니었다. 게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5시간짜리 게임을 60달러에 팔 순 없다"
'드레이크의 운명'은 개발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작품이다. 너티독이 '잭 앤 덱스터' 시리즈에서 완전히 다른 장르로 넘어가는 첫 시도였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게임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분량이 짧았다는 것이다.
러셀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멀티플레이도 없는 5시간짜리 게임을 60달러에 팔 순 없잖아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익숙한 고민이다. 당시 풀 프라이스 게임에는 일정한 분량이 요구됐고, 싱글 플레이 전용이라면 더 그랬다.
개발진이 내놓은 해법이 동적 난이도였다. 콘텐츠를 새로 만들 시간이 없으니, 있는 콘텐츠를 더 오래 붙잡아 두기로 한 것이다.
핵심은 러셀의 표현대로 "플레이어가 너무 잘하면 속도를 늦추는" 것이었다.
어떻게 작동했나 — 평균 시간이 기준이었다
시스템의 기준은 오직 시간이었다.
러셀의 설명은 구체적이다. "우리는 포커스 테스트를 여러 차례 진행해서 구간별 평균 시간을 뽑았습니다."
그렇게 나온 평균값이 기준선이 됐다.
"플레이어가 어떤 전투 구간을 우리가 정한 평균보다 빨리 끝내면, 그때부터 난이도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즉 실력이 좋을수록 게임이 더 버티는 구조다. 적이 더 단단해지거나 더 공격적으로 바뀌는 식이다.
중요한 건 이 과정이 플레이어에게 전혀 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난이도 설정을 바꾸지 않았는데도 체감이 달라졌다면 이 장치가 작동한 결과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잘하면 보상받는다'는 일반적인 원칙과 반대로 움직였다. 잘할수록 더 오래 붙잡히는 셈이었다.
2편과 3편에도 남았지만, 목적은 달랐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 시스템이 1편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적 난이도는 '언차티드 2'와 '언차티드 3'에도 그대로 들어갔다.
다만 역할이 바뀌었다. 두 작품은 분량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을 끄는 용도가 아니라, 플레이어의 실력 수준에 맞춰 체감 난도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조정됐다.
같은 기술을 쓰되 목적이 '지연'에서 '균형'으로 옮겨간 셈이다.
이 차이는 작지 않다. 전자는 개발사 사정을 플레이어에게 전가하는 구조이고, 후자는 이용자 경험을 다듬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은 다수의 게임이 어떤 형태로든 동적 난이도를 쓴다. 다만 대부분 이용자 경험 개선을 이유로 든다.
숨겨진 난이도 조정은 어디까지 허용되나
이번 증언이 화제가 된 이유는 시스템의 존재보다 그것이 감춰져 있었다는 점에 있다.
난이도 설정을 직접 고른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자신이 고른 값이 실제 값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런 방식을 지지하는 논리도 있다. 실력 편차가 큰 이용자층을 하나의 설계로 감당하려면 보이지 않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대 논리도 분명하다. 플레이어가 실력으로 얻어 낸 결과를 게임이 임의로 되돌린다면, 성취 자체가 흐려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사례는 목적이 '분량 부풀리기'였다는 점에서 성격이 더 예민하다.
흥미로운 대비도 있다. 같은 시기에 등장한 소울라이크 계열은 정반대 노선을 택했다. 난이도를 고정하고 어떤 자동 보정도 넣지 않는 방식이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떤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이용자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는 예전보다 커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