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게임쇼가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그만큼 규모도 남다르다. 759개사가 참가해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쓰고, 행사 기간도 역대 최장인 5일로 늘었다. 이 무대에 한국 게임사들도 대거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넥슨부터 엔씨소프트, 넷마블, 스마일게이트까지 명단을 늘어놓고 보면 공통점 하나가 눈에 띈다. 대작 하나 없이, 하나같이 서브컬처 감성을 앞세운 타이틀을 들고 나온다는 점이다.

역대 최다, 역대 최장 — 30주년의 무게

도쿄게임쇼 2026 규모, 759개사 51개국 3946부스 5일간 역대 최장 개최를 보여주는 그래픽
▲ 올해 도쿄게임쇼는 참가사·부스 수·행사 기간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그래픽: GamTrend

도쿄게임쇼 2026은 9월 17일부터 21일까지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와 TKP 도쿄 베이 마쿠하리 홀에서 열린다.

17~18일은 업계 관계자를 위한 비즈니스 데이, 19~21일은 일반 관람객을 위한 퍼블릭 데이로 나뉜다.

규모부터 이례적이다. 51개국 759개사가 참가해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썼고, 부스 수는 3,946개에 달한다.

행사 기간도 처음으로 5일로 늘었다. 개최 30주년을 맞아 내놓은 이번 대회 테마는 '가장 긴 5일간의 논스톱 플레이'다.

공식 키비주얼은 일러스트레이터 자시키와라시가 그렸다. 5일 내내 게임쇼에 푹 빠져 있는 관람객의 모습을 담은 그림 다섯 점으로 구성됐다.

이 큰 잔치에 한국 게임사들도 예년보다 눈에 띄게 힘을 실었다.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로 일본 재도전

마비노기 모바일 사전등록 이미지, 초록빛 숲과 개울 속에서 캐릭터들이 낚시와 채집을 즐기는 장면
▲ '마비노기 모바일'은 국내 누적 매출 3,000억 원을 기록한 검증된 카드다. 사진: 넥슨
파레이돌리아 공식 트레일러 화면, 파란 머리 여성 캐릭터가 카메라를 든 채 미소 짓는 장면, IO DIVISION과 ROC STUDIO 로고
▲ 블루 아카이브 개발진이 만드는 신작 서브컬처 '파레이돌리아'. 사진: 넥슨게임즈

넥슨은 Hall 7-C04 부스에서 두 타이틀을 선보인다. 데브캣이 만든 모바일 MMORPG '마비노기 모바일'과, 블루 아카이브를 만든 넥슨게임즈 IO본부의 신작 서브컬처 '파레이돌리아'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국내에서 이미 누적 매출 3,000억 원, 대한민국 게임대상 3관왕을 기록한 타이틀이다. 일본 사전등록도 빠르게 10만 명을 넘어섰다.

부스 구성에도 공을 들였다. 게임 속 마을 '티르코네일'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했고, 입구에는 여신상 포토존을 세워 모닥불을 둘러싸고 시연할 수 있게 했다.

방문객에게는 두 타이틀의 A4 클리어 파일을 증정하고, 넥슨 공식 라인 계정을 친구 추가하면 오리지널 스티커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검증된 성과를 그대로 들고, 이번엔 일본 이용자의 마음을 얻겠다는 전략이 뚜렷하다.

엔씨·넷마블·스마일게이트가 고른 카드

도쿄게임쇼 2026 국내 게임사 출품작 목록,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 국내 대형 게임사 4곳이 나란히 서브컬처·일본향 IP를 들고 나온다. 그래픽: GamTrend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클로즈베타 테스트 예고 키비주얼, 은발 캐릭터 두 명과 어두운 실루엣의 거대한 존재
▲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는 서브컬처 신작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사진: NC소프트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 게임 PV 타이틀 화면, 파란 새 캐릭터와 흰 토끼 캐릭터가 검을 들고 있는 모습
▲ 누적 조회 10억 회 웹소설 IP를 게임화한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 사진: 넷마블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 키비주얼, 세 캐릭터가 보라색 배경 앞에 서 있는 모습, MIRESI 로고
▲ 스마일게이트가 2년 연속 TGS에 출전시키는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 사진: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는 자사가 서비스를 맡고 디나미스원이 개발 중인 서브컬처 신작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를 출품한다. 이 작품은 지난달 CBT 참가자 모집을 시작하며 이미 국내 이용자들과도 접점을 넓혀가고 있었다.

넷마블은 누적 조회 수 10억 회를 넘긴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을 공개할 예정이다. 인기 일본 원작 IP를 게임으로 옮긴다는 점에서 현지 팬덤을 정조준한 선택이다.

스마일게이트는 2025년에 이어 두 해 연속으로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를 출전시킨다. 연속 출품 자체가 이 타이틀에 대한 회사의 기대치를 보여준다.

이 밖에도 드림에이지, '다크 앤 다커'의 아이언메이스, '림버스 컴퍼니'의 프로젝트 문 등 국내 중소 개발사들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네 회사의 카드를 늘어놓고 보면 방향이 겹친다. 대형 콘솔·PC 신작보다는, 애니메이션풍 비주얼과 캐릭터성을 앞세운 서브컬처·IP 기반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다.

왜 하나같이 서브컬처인가

이유는 단순하다. 일본은 서브컬처 장르의 본고장이자 가장 까다로운 시장이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 시장에서 통하면 곧 세계관과 캐릭터 IP의 경쟁력을 증명하는 셈이 된다. 국내 게임사들이 굳이 이 험지를 골라 정면 승부를 거는 이유다.

마비노기 모바일처럼 이미 국내에서 흥행이 검증된 타이틀을 들고 가는 경우도,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처럼 아직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신작인 경우도 있다. 다만 공통점은 명확하다. 하나같이 일본 이용자의 취향과 정서를 세심하게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30주년을 맞은 도쿄게임쇼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것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더 많은 해외 게임사가 몰릴수록, 일본 시장에서 눈에 띄기 위한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진다.

9월 17일 개막을 앞두고, 국내 게임사들의 이번 승부수가 실제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현지 이용자들의 반응이 갈릴 퍼블릭 데이(19~21일)에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