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이 9월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2026 LCK 서머 플레이오프 파이널스 결승 진출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 세트 스코어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LCK 우승 트로피를 노릴 기회는 사라졌지만, 롤드컵행 티켓은 이미 T1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T1은 이번 시즌 상위 4위 안착이 확정된 시점에 롤드컵 2026 진출을 일찌감치 굳혀 놓은 상태였고, 이번 패배로도 그 자격은 흔들리지 않았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이상혁(페이커)에게 쏠린다. 그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올해 열리는 롤드컵 2026에서 이 기록을 4연속으로 늘릴 수 있을지가 이번 대회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떠올랐다.

22분 만에 끝난 4세트 — 한화생명, 결승 진출전서 T1 완파

이상혁(페이커)이 월드 챔피언십 2025 결승전 우승 직후 무대 위에서 환호하는 모습
▲ 페이커가 월드 챔피언십 2025 우승 직후 무대에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 Colin Young-Wolff/Riot Games

이번 경기는 2026 LCK 파이널스 결승 진출전으로, 이기는 팀이 다음 날 열리는 그랜드파이널에서 젠지e스포츠와 우승을 다투는 자리였다.

한화생명은 초반부터 모든 라인에서 우위를 점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특히 4세트에서는 딜라이트가 페이커의 미드 챔피언을 정조준하며 초반 교전을 유리하게 이끌었고, 17분 만에 드래곤 3스택을 확보하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결국 한화생명은 22분 만에 4세트를 끝내며 세트 스코어 3-1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T1은 앞서 3세트를 역전승으로 가져오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4세트에서 추격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 승리로 한화생명은 시즌 두 번째 그랜드파이널 진출팀이 됐다. 다음 날인 9월 13일, 한화생명은 같은 장소에서 젠지와 2026 LCK 서머 챔피언 트로피를 놓고 맞붙었고, 결과는 젠지의 3-1 승리로 끝나며 젠지가 2년 연속 LCK 우승과 롤드컵 1번 시드를 동시에 챙겼다.

T1은 이미 롤드컵에 가 있었다 — 플레이오프 개막 전에 확정된 시드

2026 LCK 시즌 경기 후 T1 유니폼을 입은 페이커가 다른 팀 선수와 주먹을 맞대는 모습
▲ 2026 시즌 T1 소속으로 뛰고 있는 페이커. 사진: Liu Yicun/Riot Games

이번 시즌 LCK는 플레이오프 상위 4개 팀에게 롤드컵 2026 진출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여기에 한화생명이 앞서 MSI 2026에서 우승하며 얻은 추가 시드가 더해져, 올해 LCK는 총 4장의 롤드컵 티켓을 확보한 상태였다.

T1의 몫은 이미 9월 1일에 정리됐다. 이날 젠지가 KT 롤스터를 3-0으로 꺾으면서, T1은 남은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플레이오프 4위 안에는 반드시 들게 되는 구도가 만들어졌고, 이는 곧 롤드컵 진출 확정을 의미했다. 당시 T1은 한화생명·젠지에 이어 롤드컵 진출을 확정한 세 번째 LCK 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배경 때문에 9월 12일 한화생명전 패배는 LCK 우승 트로피와는 멀어졌지만, 롤드컵 출전권 자체를 흔드는 결과는 아니었다. T1은 최종적으로 이번 플레이오프를 3위로 마감하며 LCK 3번 시드로 롤드컵 2026 스위스 스테이지에 직행한다.

롤드컵 2026 본선은 북미에서 열릴 예정이며, T1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히는 팀 중 하나로 이번 대회에 나선다.

안방에서 마주한 옛 동료들 — 제우스와 구마유시, 이제는 한화생명 유니폼

한화생명e스포츠 유니폼을 입은 구마유시가 MSI 2026 그랜드파이널 우승 후 기자회견장에 앉아 있는 모습
▲ 한화생명e스포츠 소속으로 MSI 2026 우승 기자회견에 참석한 구마유시. T1에서 7년을 함께한 그는 지난겨울 한화생명으로 이적했다. 사진: Christina Oh/Riot Games

이번 대결에는 또 다른 서사가 겹쳐 있었다. 한화생명 선발 라인업에는 제우스(최우제)구마유시(이민형)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는데, 둘 다 불과 얼마 전까지 T1에서 페이커와 한솥밥을 먹던 선수들이다.

구마유시는 2022 LCK 스프링 우승과 2023·2024·2025 롤드컵 3연속 우승을 T1에서 함께 일군 원거리 딜러다. 7년을 몸담았던 팀을 떠나 지난겨울 한화생명과 2년 계약을 맺었고, 앞서 한화생명에 먼저 합류해 있던 옛 팀 동료 제우스와 다시 한 팀이 됐다.

결과적으로 한화생명은 제우스-카나비-제카-구마유시-딜라이트 라인업으로 시즌을 완주하며 두 차례나 그랜드파이널 무대를 밟았고, 그 과정에서 옛 동료들이 몸담은 T1을 결승 진출전에서 직접 걸러냈다.

T1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과지만, 동시에 한국 LoL e스포츠 생태계에서 선수 이동이 만들어내는 흔한 풍경이기도 하다. 정상급 선수들이 팀을 옮기며 매 시즌 새로운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페이커의 다음 목표 — 3연속을 넘어 4연속, 통산 7번째 우승

T1은 2026 시즌을 도란-오너-페이커-페이즈-케리아 라인업으로 치렀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팀을 떠난 것은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한 명뿐이었고, 그 자리를 신예 페이즈가 채웠다. 톱 오너, 미드 페이커, 서포터 케리아는 3년 연속 롤드컵 우승 당시 멤버 그대로다.

페이커는 2013·2015·2016·2023·2024·2025년까지 통산 6회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기록 중이다. 역대 최다 기록이며, 그중 최근 3회(2023~2025년)는 3년 연속으로 달성한 것이다. 이번 롤드컵 2026은 그의 통산 11번째 월드 챔피언십 출전이 된다.

만약 T1이 올해도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면 페이커는 개인 통산 7회 우승이자, 단일 선수 최초의 4년 연속 월드 챔피언십 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금까지 어떤 팀도, 어떤 선수도 4연속 우승을 달성한 적은 없다.

LCK 우승 없이 시즌을 마감했다는 점은 T1으로서는 분명한 아쉬움이다. 하지만 롤드컵이라는 더 큰 무대에서 이미 여러 차례 정점을 증명해 온 팀인 만큼, 9월 12일의 패배가 곧바로 롤드컵 전력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건은 북미에서 열릴 스위스 스테이지 이후 토너먼트에서 T1이 다시 한번 궤도에 오를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