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발자가 실제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스팀 게임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를 개설해 화제를 모았다. 개발자 커뮤니티 '데인저 테스팅(Danger Testing)' 소속의 마이크 윙(Mike Wing)이 만든 '스팀 서머세일 시뮬레이터(Steam Summer Sale Simulator)'는 스팀 스토어 화면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진행 중인 서머세일 할인가 그대로 게임을 담고 결제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다만 여기서 산 게임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실제 스팀 라이브러리에도 추가되지 않는다.

무엇을 만들었나 — 가짜 스팀, 진짜 할인가

사용법은 간단하다. 원하는 아무 닉네임이나 입력하면(비밀번호는 요구하지 않는다) 가상화폐 100달러가 주어지고, 이 돈이 떨어지면 클릭 한 번으로 500달러가 다시 채워진다. 상점에 진열된 게임과 할인율은 실제 스팀 서머세일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왔다 — 예를 들어 '워치독스 2'는 실제 세일가인 2.5달러로, '바인딩 오브 아이작: 리버스'는 역대 최대 할인 폭인 90%로 표시되는 식이다.

스팀 서머세일 시뮬레이터 상점 화면과 브라우저 피싱 경고
▲ 실제 스팀 서머세일과 동일한 UI로 구성된 상점 화면. 상단 주소창에 브라우저의 "위험" 경고가 함께 뜬 모습이 눈에 띈다. ⓒ Lowyat.NET

레벨업 시스템, 30종의 달성 가능한 업적, 실제 거래는 없지만 가상 아이템을 사고파는 커뮤니티 마켓 시뮬레이션까지 갖췄다. 한 매체가 약 10분간 사용해본 결과 게임 49개를 '구매'하고 레벨 51을 달성했으며, 누적 "절약액"은 977.73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위험한 사이트?" — 브라우저 피싱 경고와 오해

문제는 이 사이트가 스팀의 로그인·구매 화면을 지나치게 정교하게 베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브라우저에서 피싱 의심 사이트 경고가 뜨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이 사이트를 방문한 스크린샷에는 브라우저 주소창에 빨간색 "위험(Dangerous)" 배지가 함께 표시돼 있다 — 일반적인 피싱 사이트와 동일한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 그러나 실제로는…

· 비밀번호를 요구하지 않음 — 아무 닉네임이나 입력 가능
· 실제 계정·결제 정보와 전혀 연동되지 않음
· 사이트 자체에 "밸브·스팀과 무관한 패러디"라고 명시
· 모든 게임·아이템·보상은 가상으로만 존재

사이트는 클릭 한 번으로 게임이 "카트"에 담기는 등, 이것이 진짜 로그인이 아니라는 신호를 여러 곳에 심어뒀다. 그럼에도 첫인상만 보고 실제 피싱 사이트로 오해하거나, 반대로 "재미있지만 이런 걸 만들어도 되는 건가" 하는 반응이 엇갈리면서 화제성이 커졌다.

개발자의 의도 — "쇼핑의 도파민만 남기다"

스팀 서머세일 시뮬레이터 가짜 라이브러리 화면
▲ '구매'한 게임들이 쌓이는 가짜 라이브러리 화면. ⓒ Lowyat.NET
게이브 뉴엘이 보낸 선물이라는 미스터리 게임 상자 화면
▲ 밸브 공동창업자 게이브 뉴엘이 보낸 것으로 설정된 '미스터리 선물' 기능. ⓒ Lowyat.NET

마이크 윙은 자신의 SNS에 "나는 스팀에서 디지털 게임을 사는 데 중독돼 있고, 서머세일은 그 중독을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 그래서 실제 돈을 쓰지 않고도 게임을 구매하는 것과 같은 도파민을 주는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한마디로 "게임은 있지만 게임은 없다(Games but no games)"고 요약했다.

업계 매체 80.lv는 이 사이트가 단순한 장난을 넘어, 세일 기간 동안 "가지고 싶다"는 욕구와 "결제한다"는 행위 사이의 심리적 장벽이 거의 사라지는 현상 — 즉 2~3달러짜리 할인 앞에서는 게임을 실제로 플레이할지 여부보다 "혹시 몰라서" 사두는 소비 습관 — 을 정확히 겨냥한 풍자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90% 할인된 '바인딩 오브 아이작: 리버스'는 이 시기 실제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수 13만 954명이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처음이 아니다 — 바이럴 패러디 개발자의 전작들

마이크 윙이 소속된 '데인저 테스팅'은 매주 새로운 실험적 프로젝트를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일론 머스크의 자산 변화를 시뮬레이션하는 사이트, 칸예 웨스트의 앨범 시기를 맞히는 퀴즈 게임 등을 만들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스팀 서머세일 시뮬레이터' 역시 이런 실험적 웹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밸브나 스팀과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은 "쇼핑 중독을 위트 있게 꼬집은 재치 있는 패러디"라며 즐기는 분위기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브라우저가 위험하다고 경고할 정도로 진짜 스팀과 흡사하게 만든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까지 밸브 측의 공식 대응이나 법적 조치는 보도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