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개발자 조로아츠(Zoroarts)가 만든 협동 래프팅 게임 '패들 패들 패들(Paddle Paddle Paddle)'이 스팀 환불 정책의 허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외 게임 매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개발자가 소셜미디어에 직접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이 게임은 스팀에서 90%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21%에 달하는 환불률, 즉 5만 5천 건이 넘는 환불이 발생했다.

어떤 게임이길래 — 2인 협동 래프팅 인디게임

'패들 패들 패들'은 두 사람이 하나의 래프트(뗏목)에 타 각자 한쪽 노를 맡아 강을 따라 내려가는 코옵 게임이다. 혼자서 양쪽 노를 모두 조작하며 즐길 수도 있다. 용암 지대, 눈 덮인 협곡 등 기상천외한 지형을 통과하며 장애물을 피하는 것이 핵심으로, 코타쿠는 이 게임을 "괴짜스러운 프렌드슬롭(friendslop)"이라 표현했다.

패들 패들 패들 - 핫도그 모양 뗏목과 눈 덮인 협곡
▲ 핫도그 모양 뗏목을 타고 눈 덮인 협곡을 통과하는 모습. ⓒ Zoroarts
패들 패들 패들 - 용암 협곡을 통과하는 뗏목
▲ 거대한 손이 들어올린 우리 안, 용암 협곡을 통과하는 장면. ⓒ Zoroarts

개발자는 코타쿠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을 원래 3.5시간 분량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피드러너들과 숙련된 플레이어들이 1~2시간 안에 게임을 완주하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스팀의 환불 정책은 구매 후 14일 이내, 플레이타임 2시간 이하일 경우 무조건 환불을 허용하는데, 이 게임의 완주 시간이 정확히 그 기준선에 걸린 것이다.

"이게 가능해선 안 된다" — 개발자의 트위터 폭로

조로아츠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이런 일이 가능해서는 안 된다(This should not be possible)"며 스팀을 직접 태그해 글을 올렸다. 그는 "환불 정책에 대해 뭔가 조치를 취해주면 좋겠다. 이런 리뷰를 수십 개나 받았고, 리뷰는 90% 매우 긍정적임에도 환불률이 21%에 달한다"고 적었다.

📊 조로아츠가 공개한 수치

· 첫 1년간 판매량: 약 27만 장
· 환불 건수: 5만 5천 건 이상 (환불률 21%)
· 스팀 평가: 89~90% "매우 긍정적"
· 할인 적용 평균 판매가: 약 4달러
· 추정 환불 손실액: 약 15만 8천 달러

그는 "완주했지만 2시간 안에 깼으니 환불했다"는 식의 리뷰 스크린샷도 함께 공개했다. 실제로 "정말 재밌는 게임! 2시간 안에 클리어하고 환불함"이라는 문구가 여러 리뷰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다만 GamesRadar+는 조로아츠가 "5만 5천 건 이상"이라는 총 환불 건수에 대해 별도의 그래프나 증빙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 즉 해당 수치는 개발자 본인의 주장에 근거한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그는 환불 정책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환불은 명백히 플레이어의 권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불평하는 것이 편하지는 않다"고 말하면서도, 고장 나거나 설명과 다른 게임이 아니라 단지 짧다는 이유만으로 완주 후 환불되는 상황에는 문제를 제기했다.

▲ '패들 패들 패들' 공식 출시 트레일러.

해결책 제안 — "플레이타임을 가격 옆에 표시해달라"

패들 패들 패들 - 상어 모양 뗏목을 타고 도끼로 노를 젓는 모습
▲ 상어 모양 뗏목 위, 밀짚모자를 쓴 캐릭터들이 도끼를 노 삼아 젓는 장면. ⓒ Zoroarts

조로아츠가 제시한 해결책은 비교적 단순하다. 스팀 상점 페이지의 가격 옆에 예상 플레이타임을 함께 표시하자는 것이다. 구매 전에 게임이 짧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시키면, 완주 후 "생각보다 짧아서" 환불하는 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이번 사건을 향한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이용자들은 "2시간 넘는 게임을 만들면 될 일"이라며 이를 정책 문제가 아닌 설계 문제로 치부했다. 그러나 TweakTown은 이런 시각에 대해 "예전에는 '콘트라' 같은 클래식 게임도 숙련자가 30분 만에 깰 수 있었지만 아무도 환불을 기대하지 않았다"며, 플레이타임의 길이가 게임의 가치를 재는 척도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처음이 아니다 — 반복되는 소규모 개발사의 딜레마

짧은 게임을 향한 환불 악용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5년 7월에는 '썸머 오브 58'을 개발한 1인 개발사 에미카게임즈가 비슷한 문제를 겪은 뒤 "무기한으로 게임업계를 떠난다"고 공식 트위터를 통해 선언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두 사례 모두 AAA급 대작과 짧고 굵은 인디게임에 동일한 '2주·2시간' 환불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TweakTown은 "구매자를 결함 있거나 설명과 다른 게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 소규모 개발사를 상대로 악용될 수 있는 사각지대를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밸브가 이번 사안에 대해 실제로 정책을 변경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