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시작해 예고 없이 끝났다. 9월 3일 밤 10시, 소니는 본편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와 유키 카지가 진행하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재팬을 연달아 내보냈다. 두 방송을 합쳐 공개된 타이틀만 34종. 9월 15일 출시를 코앞에 둔 '마블 울버린'으로 문을 열어, 리메이크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파이널 판타지7 리벨레이션'으로 막을 내렸다. 호러, 메카, 로그라이크, 심지어 레고 조립 세트까지 — 장르도 형식도 제각각인 발표를 하나씩 훑어봤다.
다시보기 —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풀 방송
본편과 재팬 편을 합쳐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날 방송 전체 영상이다. 아래에서 정리한 34개 발표를 실제 방송 순서 그대로,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이 영상부터 보면 된다.
최종장의 서막 — 파이널 판타지7 리벨레이션
이날 방송의 대미는 결국 스퀘어에닉스 몫이었다. 2020년 '리메이크', 2024년 '리버스'를 거친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 3부작이 2027년 4월 8일 '리벨레이션'으로 완결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플랫폼이다. 앞선 두 작품은 PS5 기간 독점으로 나왔지만, '리벨레이션'은 PS5·엑스박스 시리즈 X·S·닌텐도 스위치 2·PC에 동시 출시된다. 3부작 완결편에서야 처음으로 독점 딱지를 뗀 셈이다.
전투의 핵심은 'FITS'(Function-Integrated Tactical Suitwear)라는 새 시스템이다. 워리어·나이트·블랙 메이지·서몬 네 종류의 전용 슈트를 캐릭터에게 입히면 능력치는 물론 외형까지 바뀐다. 시연 영상에서는 시드가 방어형 나이트 슈트를, 빈센트가 소환수와 연계 공격을 펼치는 서몬 슈트를 착용한 모습이 공개됐다.
하이윈드 비공정을 타고 자유롭게 오가는 오픈월드 탐험, 낙하산으로 지상에 내려서는 연출 등 전작보다 넓어진 이동의 자유도도 함께 소개됐다. 3부작을 순서대로 따라온 플레이어라면 이번 영상에서 완결에 대한 확신을 느꼈을 법하다.
발매 임박작 재확인 — 마블 울버린·요테이·파판 레조넌스
방송을 연 '마블 울버린'은 이미 여러 차례 예고된 발매일(9월 15일)을 재확인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다만 이번 트레일러는 로건 혼자가 아니라 진 그레이, 팀X 소속 동료들과의 관계까지 스토리에 끌어들이며 마지막 퍼즐 조각을 채웠다.
'요테이' 역시 신작 발표라기보다는 확인 사살이었다. 지난달 상세히 다뤘던 컴플리트 에디션의 로그라이크 모드 '모스트 원티드'와 아츠의 과거를 그리는 '세키가하라의 메아리' 확장이 10월 1일 정식 합류를 예고했다. 관련 내용은 사이드바의 이전 기사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시리즈 최초 HD-2D로 화제를 모았던 '파이널 판타지 레조넌스'도 이 자리에서 10월 22일 출시를 확정했다. 세피로스를 상대 보스로 맞붙는 첫 챕터 전체를 예약 구매자용 데모로 방송 당일 즉시 배포한 것도 눈에 띈다.
세 타이틀 모두 신규 정보량은 많지 않았지만, 굳이 이 자리에서 재차 다룬 건 발매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실제로 세 게임 다 이번 발표 이후 한 달 반 안에 출시된다.
어둠과 폐허 속으로 — 호러·생존 라인업
4A 게임즈의 '메트로 2039'는 2027년 2월 4일 PS5·엑스박스 시리즈·PC로 출시된다. 핵전쟁 이후 2039년 모스크바의 지하철 터널을 배경으로 한 시리즈 신작으로, PS5 프로에서는 4K·60fps·레이트레이싱을 지원하는 퍼포먼스 모드가 출시와 동시에 제공된다. 게임스컴 어워드 5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이미 화제성을 입증한 작품이라 이번 발매일 확정 소식의 무게가 남달랐다.
파이어스프라이트와 애드혹 스튜디오가 함께 만드는 '언틸 던 2'도 2027년 1월 28일 출시가 확정됐다. 가짜 유령 사냥 유튜버 팀 '데드 트루'가 반려 병아리와 함께 버려진 열대섬 아키시마섬을 찾았다가 진짜 생존 게임에 휘말리는 내용으로, 선택에 따라 결말이 갈리는 전작의 서사 구조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헌터스 문'은 10월 26일 출시된다. 개발사 트윈 스완즈는 '더 스탠리 패러블'을 만든 앨리시아 콘테·윌리엄 퍼그가 세운 신생 스튜디오로, '에브리바디즈 곤 투 더 랩처'의 작곡가 제시카 커리도 참여했다. 마녀로 몰린 주인공 릴리스 쏜이 되어 하룻밤 동안 마을 사람들의 대화를 창문 너머로 엿들으며 단서를 모으고 사냥꾼들을 피해 도망치는데, 등장하는 목소리 연기 캐릭터만 100명이 넘는다.
액션에 좀 더 가까운 '스투피드 네버 다이즈'는 좀비의 능력을 빼앗아 성장하는 좀비 액션이다. 10월 21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방송 당일 세이브 데이터 이어받기가 가능한 데모를 먼저 풀었다.
국경을 넘은 라인업 —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재팬
본편이 끝나자마자 유키 카지가 진행하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재팬'이 곧바로 이어졌다. 이 코너에서만 10종에 가까운 타이틀이 쏟아졌는데, 그중 가장 사연 많은 건 '페이트/엑스트라 레코드'였다. 2020년 처음 발표된 이 리메이크는 퍼블리셔였던 반다이남코가 손을 떼면서 발매 시점이 계속 밀렸고, 지난달 아니플렉스가 새 퍼블리셔로 확정되면서 2027년 1월 28일이라는 출시일을 겨우 손에 넣었다. 거의 5년 만에 세상에 나오는 셈이다.
'드래곤퀘스트 몬스터즈: 시들어버린 세계'는 두 명의 몬스터 조련사가 낯선 이세계를 탐험하는 신작으로 12월 3일 출시가 확정됐고, '디지몬 스토리 타임 스트레인저'는 본편 3년 후를 다루는 확장 DLC에서 새로운 주인공·파트너와 함께 약 50종의 신규 디지몬을 추가한다.
콘솔 첫 진출작도 있었다. '카게노 지츠료쿠샤가 되고자!(음지에서 활약하고 싶어서)' 시리즈는 '이미넌스 인 섀도우: 팬텀 에코즈'라는 이름으로 처음 콘솔 로그라이트 액션에 도전한다. 매 플레이마다 능력이 무작위로 강화되는 로그라이트 구조로, NIS 아메리카가 퍼블리싱을 맡고 원작자 아이자와 다이스케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 밖에 코나미가 만드는 RPG '레브. 누아르', 1920년대 재즈 시대 뉴욕을 무대로 한 액션 '랩소디 인 스칼렛', '소드 아트 온라인'의 겨울 DLC '에코즈 오브 아인크라드', 서울을 무대로 한 액션 RPG '월드 페이즈바운드 컨트롤 오소리티', 건담 프랜차이즈 신작 '건담 로그 오빗'까지 — 일본·아시아 스튜디오의 존재감이 유독 두드러진 코너였다.
'드래곤볼 제노버스 3'도 이 자리에서 첫 실전 전투 영상을 공개했다. 캐릭터 생성과 변신 요소를 앞세운 시리즈 특유의 재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무대는 도래하지 않은 미래인 '에이지 1000'으로 옮겨간다. 이 시대 설정과 신규 플레이어 캐릭터 두 종, 손오공의 후손으로 보이는 신규 동료 '브렛'까지 — 2024년 3월 세상을 떠난 토리야마 아키라가 생전 마지막으로 참여한 게임 작업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2027년 PS5·엑스박스 시리즈·PC로 출시된다.
사이게임즈는 이 자리에서 신규 브랜드 '사이게임즈엣지'와 그 첫 작품 '웨어 더 시즈 폴'을 함께 공개했다. 중소 규모 팀의 실험적인 기획을 위한 새 레이블이다. 게임은 병사와 '펠 차일드'가 거대한 세계수를 타고 오염된 지상으로 내려가는 여정을 그리는데, 나뭇가지 위 씨앗 봉오리를 꺾어 미리 던져두면 그 자리에 꽃이 피어 추락 충격을 완화해주는 독특한 낙하 메커닉이 특징이다. 11월 5일 PS5·스위치2·PC로 출시된다.
실험과 개성 — 인디·중소 규모 라인업
대작 사이사이 자리를 채운 건 개성 강한 인디·중소 규모 타이틀이었다. 퍼즐 스튜디오 그레이스풀 디케이의 '언캐년'은 서로 다른 평행 우주가 겹쳐진 세계를 배경으로, 두 현실을 오가며 함정투성이 유적을 탐험하는 퍼즐 어드벤처다.
사이드스크롤 로그라이크 'SlashZero'는 시간축이 산산조각 난 세계를 무대로 세 명의 조작 캐릭터와 10시간 이상 분량을 예고했고, 내년 봄 정식 출시를 앞두고 기간 한정 데모를 먼저 공개했다.
가장 뜻밖의 발표는 '메인이터 2'였다. 늪지대를 누비던 전작과 달리 이번엔 넵튠 왕국이라는 초호화 리조트를 배경으로, 자유를 향해 진화해 가는 상어의 여정을 그린다.
그 외에도 육지와 바다를 넘나들며 군대를 이끄는 대규모 전쟁 게임 'CONQ: 크라운 오브 노 쿼터', 물이 말라버린 땅을 걷는 점토 인형이 주인공인 '다바: 랜드 오브 워터 스카'(플레이스테이션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 소속)까지 소개됐다.
계속되는 세계 — 라이브 서비스 업데이트와 PS 플러스
신작만큼 비중 있게 다뤄진 건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들의 업데이트였다. '그란 투리스모 7'은 10월과 12월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되는 '스펙 IV' 업데이트에서 신규 서킷 2곳과 차량 12종, 온라인 드리프트 트라이얼, 셔플 레이스, 그리고 숙련도와 무관하게 함께 즐길 수 있는 패밀리 모드를 추가한다.
'사로스'는 연내 예정된 '제니스' 업데이트로 보스전 모드 '오버로드 러시'와 뉴 게임 플러스 성격의 '이클립스 레이어스'를 더한다. 게임 속도를 늦추는 접근성 옵션도 함께 들어온다.
PS 플러스 쪽에서는 네 종의 소식이 나왔다. 균류 외계인과 맞서는 4인 협동 루터슈터 '마이코펑크'가 연내 합류하고, 프리미엄 클래식스에는 '록맨 X: 커맨드 미션'(9월), '디노 크라이시스 2', 오리지널 '라쳇 & 클랭크'가 연내 순차 추가된다.
지난 3월 출시돼 600만 장 넘게 팔린 '크림슨 데저트'도 첫 유료 확장팩 '차팅 더 언노운'을 공개했다.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을 탐험하거나 상어를 붙잡고 이동하는 새로운 활동은 물론, 처음으로 대형 선박을 직접 조종하는 해상 전투까지 더해진다. 10월 15일 24.99달러로 출시된다.
'몬스터 헌터 와일즈'의 첫 대형 확장팩 '어센던스' 소식도 있었다. 시리즈 상징인 '마스터 랭크'가 돌아오고, 2017년 이후 약 10년 만에 엘더 드래곤 '라오샨룽'이 재등장한다. 구름 위 신규 지역 '스카이바운드 아이리'와 신규 엘더 드래곤 '군도라자'까지 더해진 대형 업데이트로, 2027년 출시된다.
게임 밖 이야기 — 굿즈부터 스크린까지
게임 발표 사이사이 눈길을 끈 건 오히려 게임 바깥의 소식들이었다. 11월 19일 출시되는 GTA6를 기념해 바이스 시티 감성을 담은 한정판 듀얼센스 컨트롤러 두 종이 공개됐다. 새벽의 해변과 파스텔톤 하늘을 형상화한 화이트 에디션, 네온이 번쩍이는 밤문화를 담은 블랙 에디션(플레이스테이션 다이렉트 단독)으로 나뉘며 두 종 모두 가격은 84.99달러, 사전 주문은 9월 10일부터 시작된다.
오리지널 플레이스테이션과 컨트롤러를 1:1에 가까운 비율로 재현한 레고 플레이스테이션 세트도 함께 소개됐다. 1,911개 부품으로 조립하면 폭 약 26.7cm에 달하는 실물 크기이며, 그란 투리스모와 에이프 이스케이프를 오마주한 미니 디오라마를 컨트롤러 포트에 꽂아 바꿔 끼울 수 있는 게 포인트다. 가격은 179.99달러로, 레고 인사이더스 얼리 액세스는 10월 1일, 일반 판매는 10월 4일부터다.
영화 쪽에서는 자크 크레거 감독이 연출한 레지던트 이블 실사 영화의 독점 클립이 공개됐다. 바이러스 창궐 속에서 라쿤 시티 종합병원으로 의약품을 배달하려는 택배기사 브라이언의 이야기로, 9월 18일 개봉한다.
이날 즉시 즐길 수 있는 신작도 있었다. 더블 파인의 대사 없는 감성 어드벤처 '키퍼'가 방송 당일 정식 출시됐고, '리매치'는 '블루 록' 콜라보로 애니메이션 속 에고이스트들을 온라인 축구 경기장으로 불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