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소개글에서 '소울라이크'라는 단어를 보면 대부분 이렇게 이해한다. 아주 어려운 게임. 절반만 맞는 말이다. 난이도는 이 장르의 결과이지 정의가 아니다. 소울라이크는 2009년 '데몬즈 소울'이라는 한 편의 게임에서 출발해, 그 게임이 채택한 몇 가지 설계 규칙이 반복되면서 굳어진 이름이다. 그 규칙이 무엇이고, 어디서 갈라졌으며, 왜 전 세계에서 통했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했다.

정의부터 — 소울라이크는 '난이도'가 아니라 '구조'다

다크 소울에서 갑옷을 입은 플레이어가 좁은 석조 통로에서 창을 든 적과 대치하는 장면
▲ 소울라이크의 핵심은 어려움 자체가 아니라, 실패가 자원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에 있다. 사진: FromSoftware / Bandai Namco

먼저 가장 흔한 오해를 정리하고 가자. 소울라이크는 '어려운 액션 게임'의 동의어가 아니다.

어려운 게임은 소울라이크 이전에도 많았다. 1980년대 아케이드 게임의 상당수는 지금 기준으로 훨씬 가혹했다.

장르 이름이 따로 붙은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프롬소프트웨어의 '소울' 시리즈가 도입한 몇 가지 규칙이 하나의 묶음으로 반복 사용됐기 때문이다.

그 묶음의 골자는 이렇게 요약된다. 플레이어를 자주 죽게 만들되, 죽음에 명확한 대가와 회수 기회를 함께 붙이는 구조다.

여기에 정보를 최소한만 주고, 지도 대신 지형 자체로 길을 안내하며, 전투를 '체력 깎기'가 아니라 '자원 관리'로 만드는 장치들이 얹힌다.

즉 소울라이크는 난이도 수준이 아니라 설계 방식의 이름이다. 실제로 소울라이크를 표방하면서 난도는 낮은 게임도 존재한다.

장르 이름이 특정 게임 제목에서 나온 사례는 드물지 않다. '로그라이크'가 1980년작 '로그'에서 왔고, '메트로배니아'가 두 게임 제목의 합성인 것과 같은 방식이다.

다만 소울라이크는 그중에서도 유독 빠르게 굳어진 편이다. 원조 게임이 나온 지 17년 만에 스토어 검색 태그이자 마케팅 문구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2009년 '데몬즈 소울' —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출발점

킹스 필드 2 북미판 플레이스테이션 패키지 표지. 붉은 갑옷의 기사가 검을 들고 날개 달린 녹색 괴물과 용암 지대에서 대치하는 그림
▲ 프롬소프트웨어의 데뷔작 계보인 '킹스 필드'. 1994년 일본에 나온 1편에 이어, 북미에는 2편이 'King's Field'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사진: FromSoftware / ASCII Entertainment, Internet Archive 소장본
데몬즈 소울에서 주인공이 푸른 빛이 감도는 거대한 석상 앞 원형 광장에 홀로 서 있는 장면
▲ '데몬즈 소울'의 거점 '넥서스'. 프롬소프트웨어의 1인칭 던전 게임 '킹스 필드' 계열의 감각을 3인칭 액션으로 옮긴 결과물이다. 사진: FromSoftware / Bluepoint Games / SIE

출발점은 2009년 PS3용으로 나온 '데몬즈 소울'이다. 개발은 프롬소프트웨어, 디렉터는 미야자키 히데타카였다.

이 게임은 처음부터 기대작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개발 과정에서 프로젝트가 여러 차례 표류했고, 회사 내부에서는 이미 실패작으로 취급받던 상태에서 미야자키 히데타카가 뒤늦게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내가 이 게임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무엇으로든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내 아이디어가 실패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터였다. 이미 실패작이었으니까."

실제로 그가 이상한 요소를 넣겠다고 할 때마다 윗선은 그대로 승인했다고 한다. 기대가 없었던 것이 오히려 설계의 자유를 만들어 준 셈이다.

프롬소프트웨어는 그 전에도 어두운 1인칭 던전 탐험 게임 '킹스 필드' 시리즈를 만들어 왔다. 1994년 일본에서 나온 1편은 이 회사의 첫 게임이기도 하다.

주목할 점은 이 시리즈가 이미 공격과 마법에 스태미나를 소모시키고, 그것이 다시 찰 때까지 행동을 제한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울라이크의 상징으로 꼽히는 스태미나 관리가 '데몬즈 소울'에서 갑자기 발명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데몬즈 소울'은 이 감각을 3인칭 액션으로 옮기고, 여기에 죽음과 회수라는 축을 새로 얹은 결과물에 가깝다.

출시 직후 일본 내 반응은 미지근했다. 불친절하고 가혹하다는 평이 많았다.

그런데 서구권에서 예상 밖의 반응이 나왔다. 정보를 주지 않는 태도, 죽음을 전제로 한 설계, 온라인으로 흩뿌려진 다른 플레이어의 메시지 같은 요소가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이 게임에서 이미 지금 우리가 소울라이크라 부르는 요소 대부분이 등장한다. 소울이라는 통화, 죽으면 그 자리에 떨어뜨리는 소울, 회수 실패 시 소멸, 거점에서의 회복과 적 리스폰이 그것이다.

2020년에는 블루포인트 게임즈가 PS5용 리메이크를 내놨다. 시스템은 원작을 거의 그대로 두고 그래픽만 전면 재구축한 형태로, 원작 설계의 완성도를 역으로 확인시켜 준 사례가 됐다.

2011년 '다크 소울' — 장르를 확정 지은 게임

다크 소울에서 창을 든 플레이어가 어두운 수렁에서 촉수 달린 거대한 보스와 맞서는 장면
▲ '다크 소울'은 지역이 물리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세계와 화톳불 체크포인트로 장르 문법을 확정했다. 사진: FromSoftware / Bandai Namco
다크 소울 2에서 플레이어가 석조 홀 안에서 다수의 거미형 적에게 사방으로 둘러싸인 장면
▲ '다크 소울 2'는 적을 다수로 배치하는 방식이 두드러져 시리즈 내에서 평가가 갈렸다. 사진: FromSoftware / Bandai Namco

'데몬즈 소울'이 원형이라면, 2011년 '다크 소울'은 그 원형을 장르로 굳힌 작품이다.

가장 큰 변화는 세계 구조였다. 전작은 거점에서 스테이지를 골라 들어가는 방식이었지만, '다크 소울'은 지역과 지역이 물리적으로 이어진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다.

이 연결 구조가 특히 정교했다. 한참을 돌아 올라간 끝에 문 하나를 열었더니 시작 지점이 바로 아래에 있는 식의 배치가 반복된다.

여기서 나온 것이 소울라이크 레벨 디자인의 상징인 '지름길(shortcut)' 개념이다. 위험한 구간을 뚫고 나아가 잠긴 문이나 사다리를 여는 순간, 그 구간을 다시 지나지 않아도 되는 보상이 주어진다.

'화톳불(bonfire)' 역시 이 작품에서 확립됐다. 체력과 회복 아이템이 채워지지만, 동시에 쓰러뜨린 적이 전부 되살아나는 체크포인트다.

이 양면성이 중요하다. 휴식이 순수한 이득이 아니라 거래가 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지금 쉴 것인가 더 밀고 갈 것인가'를 계속 계산하게 된다.

'다크 소울'은 이후 2편(2014)과 3편(2016)으로 이어졌다. 2편은 시부야 도모히로와 타니무라 유이가 감독을 맡았고 미야자키 히데타카는 총괄로만 참여했다. 소울 시리즈 가운데 그가 감독을 맡지 않은 유일한 작품이라, 시리즈 내에서 평가가 갈리는 편이다.

장르 명칭이 대중화된 것도 이 시기다. 다른 개발사가 유사한 구조의 게임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이를 설명할 단어로 '소울라이크'가 통용되기 시작했다.

소울라이크를 이루는 여섯 가지 설계 규칙

엘든 링에서 밤하늘 아래 풀밭에 앉은 두 인물과 멀리 빛나는 황금나무가 보이는 장면
▲ 체크포인트에서의 휴식은 회복인 동시에 적 리스폰이라는 대가를 동반한다. 사진: FromSoftware / Bandai Namco

그렇다면 무엇이 있어야 소울라이크인가. 실제 작품들을 관통하는 규칙은 여섯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스태미나로 통제되는 전투다. 공격, 구르기, 방어에 모두 스태미나가 소모된다. 버튼을 연타하면 스태미나가 바닥나고, 그 순간 무방비 상태가 된다. 전투가 반사신경 싸움이 아니라 자원 배분 문제가 되는 이유다.

둘째, 회복 수단의 유한성이다. 회복 아이템은 개수가 정해져 있고 체크포인트에서만 보충된다. 한 구간을 몇 번의 회복으로 넘길 수 있느냐가 곧 실력의 지표가 된다.

셋째, 죽음의 대가와 회수다. 죽으면 모아 둔 성장 통화를 그 자리에 떨어뜨린다. 다시 그곳까지 가면 되찾을 수 있지만, 가는 도중 또 죽으면 영구히 사라진다. 이 '한 번의 기회' 구조가 긴장을 만든다.

넷째, 되살아나는 적이다. 체크포인트에서 쉬면 잡몹이 전부 부활한다. 덕분에 성장 자원을 반복해서 벌 수 있는 대신, 안전지대가 사라진다.

다섯째, 정보의 최소화다. 튜토리얼이 거의 없고, 퀘스트 마커도 드물다. 이야기는 아이템 설명문과 배경 오브젝트에 흩어져 있어 플레이어가 직접 꿰어 맞춰야 한다. 이를 흔히 환경 서사라고 부른다.

여섯째, 지름길 중심의 레벨 디자인이다. 앞서 설명한 구조로, 진행의 보상이 새 지역이 아니라 '이미 지난 구간을 건너뛸 권리'로 주어진다.

이 여섯 가지 중 몇 개를 채택했느냐에 따라 '완전한 소울라이크'와 '소울라이크 요소를 가진 게임'이 나뉜다. 실제로 상당수 작품은 셋 또는 넷만 가져다 쓴다.

오해 ① "그냥 불합리하게 어려운 게임"

다크 소울 3에서 플레이어와 소환된 협력자들이 불타는 대성당에서 창을 든 거대한 보스와 싸우는 장면
▲ 보스 패턴은 대부분 명확한 예고 동작을 갖고 있어, 반복 학습으로 공략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사진: FromSoftware / Bandai Namco

가장 널리 퍼진 오해다. 어렵다는 인상 때문에 '운에 맡겨야 하는 게임'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정반대에 가깝다. 소울라이크의 전투는 규칙성이 매우 강하다.

보스의 공격은 거의 예외 없이 예비 동작을 갖고 있다. 무기를 드는 각도, 몸이 기우는 방향, 소리까지 매번 동일하게 반복된다.

즉 처음 죽었을 때 플레이어가 얻는 것은 좌절이 아니라 정보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그 패턴을 알고 들어가게 된다.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재도전 비용이 낮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울라이크가 죽음 직전 체크포인트를 촘촘히 배치하고 로딩을 짧게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죽는 것이 흔한 일이 되도록 만들어야 학습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난이도와 학습 가능한 난이도는 다르다. 전자는 정보를 주지 않고 죽이고, 후자는 죽이면서 정보를 준다.

물론 예외는 있다. 시야 밖에서 떨어지는 함정이나 좁은 통로에 몰려나오는 적 배치처럼, 첫 시도를 사실상 정답 없이 만드는 구간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그것은 이 장르의 원칙이라기보다 개별 구간의 설계 성향에 가깝다.

오해 ② "숙련자만 즐길 수 있는 게임"

다크 소울에서 어두운 지하 공간에 황금빛 소울 이펙트가 흩어져 있고 그 옆에 적이 서 있는 장면
▲ 죽으면 그 자리에 떨어지는 성장 통화는 소울라이크의 상징적인 장치다. 사진: FromSoftware / Bandai Namco

두 번째 오해는 진입 장벽에 관한 것이다.

소울라이크는 실제로 여러 우회로를 마련해 두고 있다. 다만 그 존재를 알려 주지 않을 뿐이다.

가장 큰 우회로는 캐릭터 성장이다. 벽에 부딪혔을 때 다른 지역에서 자원을 모아 능력치를 올리면, 같은 보스가 눈에 띄게 쉬워진다. 난이도 조절이 옵션 메뉴가 아니라 게임 안의 행동으로 존재하는 셈이다.

장비 선택도 마찬가지다. 방패로 막는 빌드, 원거리 마법 빌드, 무거운 갑옷으로 버티는 빌드에 따라 체감 난도가 크게 달라진다.

협력 플레이도 정식 시스템이다. 온라인으로 다른 플레이어를 소환해 보스를 함께 잡을 수 있고, 게임 내 NPC를 부를 수 있는 구간도 많다.

'엘든 링'에 이르러서는 이 우회로가 훨씬 노골적으로 열렸다. 막히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되는 오픈월드 구조 자체가 답이 됐다.

여기에 정령 소환 시스템이 더해져, 보스전을 사실상 2대 1로 만들 수 있게 됐다.

결국 문제는 난이도의 존재가 아니라 안내의 부재다. 이 장르가 초보자에게 가혹하게 느껴지는 진짜 이유는 게임이 그 선택지를 설명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분화 ① '블러드본' — 방패를 없애자 벌어진 일

블러드본의 사냥꾼이 붉은 안개 낀 도시를 배경으로 톱날 무기와 총을 들고 서 있는 공식 키아트
▲ '블러드본'의 사냥꾼은 방패 대신 톱날 무기와 총을 든다. 사진: FromSoftware / SIE
블러드본의 무대인 야남의 안개 낀 밤거리에 가스등이 늘어서 있고 바닥에 핏자국이 남은 장면
▲ 중세 판타지를 버리고 빅토리아풍 도시 '야남'을 무대로 삼았다. 사진: FromSoftware / SIE

2015년 PS4로 나온 '블러드본'은 프롬소프트웨어가 자기 공식을 스스로 비튼 첫 사례다.

배경부터 달라졌다. 중세 판타지를 버리고 빅토리아풍 도시와 코즈믹 호러를 끌어왔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전투 설계에 있었다. 방패를 사실상 없앤 것이다.

'다크 소울'에서 방패는 초보자의 생명줄이었다. 막고 기다리다 반격하는 플레이가 가능했다.

'블러드본'은 그 선택지를 지웠다. 대신 '리게인' 시스템을 넣었다. 피해를 입은 직후 짧은 시간 안에 적을 때리면 잃은 체력을 일부 되찾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는 맞은 뒤 물러서는 대신 앞으로 파고들게 된다. 방어적이던 소울 시리즈의 리듬이 공격적으로 뒤집힌 것이다.

총기의 용도도 특이했다. 원거리 딜링이 아니라 적의 공격 순간에 맞춰 쏴서 자세를 무너뜨리는 패링 도구로 설계됐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PS4 독점으로 남아 있다. PC판이나 리마스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매년 반복되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분화 ② '세키로' — 회피 대신 받아치기

세키로에서 주인공이 갈고리를 던지며 눈 덮인 성 위를 공중으로 도약하는 장면
▲ '세키로'는 갈고리를 이용한 수직 이동과 잠입을 전면에 내세워 소울 공식에서 한 발 더 멀어졌다. 사진: FromSoftware / Activision

2019년작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는 분화의 폭이 훨씬 크다.

이 작품은 캐릭터 성장을 통한 난이도 완화를 거의 제거했다. 능력치를 올려 보스를 뭉개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무기 선택도 없다. 주인공은 정해진 검 하나로만 싸운다.

대신 '체간(posture)'이라는 개념이 들어왔다.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받아쳐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무너진 순간 즉사기를 넣는 구조다.

즉 체력을 깎는 게임이 아니라 리듬을 맞추는 게임이 됐다. 칼과 칼이 부딪히는 소리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감각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세키로'를 소울라이크로 분류할 수 있느냐는 논쟁이 있다. 여섯 규칙 중 스태미나 관리와 빌드 다양성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죽음의 대가, 체크포인트 구조, 정보 최소화, 지름길 설계는 그대로 남아 있다. 대체로 '소울라이크의 변종'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잠입과 갈고리를 이용한 수직 이동이 더해지면서, 이 작품은 액션 어드벤처에 가까운 감각도 함께 갖게 됐다.

'엘든 링' — 오픈월드가 이 장르에 한 일

엘든 링에서 플레이어가 말을 타고 숲속에서 거대한 거인형 적과 교전하는 장면
▲ 말을 이용한 기동전이 들어가면서 '도망칠 수 있다'는 선택지가 처음으로 생겼다. 사진: FromSoftware / Bandai Namco

2022년 '엘든 링'은 이 장르의 판매 규모를 완전히 다른 층위로 끌어올렸다.

변화의 핵심은 오픈월드였다. 정해진 순서 없이 넓은 지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구조다.

이 변경이 난이도 체감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이전까지 소울라이크에서 벽에 부딪히면 선택지는 두 개였다. 계속 도전하거나 그만두는 것이다.

'엘든 링'에서는 세 번째 선택지가 생겼다.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다.

말을 타고 도망칠 수 있게 된 점도 컸다. 상대를 반드시 죽여야 넘어갈 수 있는 구간이 크게 줄었다.

정령 유골 소환 시스템도 접근성에 크게 기여했다. 온라인 협력이 아니라 싱글 플레이 상태에서 아군을 부를 수 있게 되면서, 보스전의 부담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물론 비판도 있었다. 오픈월드 특유의 반복 콘텐츠와 재활용 보스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남긴 결과는 분명하다. 소수 마니아 장르라는 인식이 여기서 완전히 깨졌다.

닌텐도 스위치 2용 '타니쉬드 에디션'도 오는 8월 28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확장팩 '황금 나무의 그림자'와 신규 클래스 2종을 묶은 79.99달러 합본으로, 저변은 앞으로 더 넓어질 전망이다.

프롬 밖의 계보 — 니오, 로드 오브 더 폴른, 코드 베인

니오 2에서 붉은 갑옷의 무사가 불타는 배경 속 거대한 요괴와 검을 맞대는 장면
▲ '니오' 시리즈는 자세 전환과 아이템 파밍을 더해 소울 공식을 액션 RPG 쪽으로 끌어당겼다. 사진: Team Ninja / Koei Tecmo
로드 오브 더 폴른에서 갑옷을 입은 주인공이 뿔 달린 거대한 이형의 적과 대치하는 장면
▲ '로드 오브 더 폴른'(2023)은 평단 반응이 갈렸지만 100만 장 이상을 팔았다. 사진: HEXWORKS / CI Games
코드 베인에서 애니메이션풍 여성 캐릭터가 눈 덮인 지형에서 대검으로 괴물을 베는 장면
▲ '코드 베인'(2019)은 애니메이션풍 외형으로 진입 장벽을 낮춰 300만 장 이상을 판매했다. 사진: Bandai Namco Studios / Shift

프롬소프트웨어 밖에서도 소울 공식을 가져다 쓴 시도가 계속됐다. 성패는 엇갈렸다.

가장 성공적인 축은 코에이 테크모 산하 팀 닌자의 '니오' 시리즈다.

이 게임은 소울라이크의 체크포인트와 죽음 구조를 가져오되, 전투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밀었다.

상단·중단·하단 자세를 실시간으로 바꿔 가며 싸우는 구조라 조작 밀도가 훨씬 높다. 여기에 무작위 능력치가 붙은 장비를 반복 파밍하는 핵앤슬래시 요소가 결합됐다.

결과적으로 '니오'는 소울라이크의 긴장감과 디아블로식 파밍의 중독성을 섞은 별개의 갈래를 만들었다.

반면 아쉬운 사례도 많다. 2014년 '로드 오브 더 폴른'은 '다크 소울 아류'라는 평과 함께 출시 상태의 완성도 문제로 혹평을 받았다.

2023년 리부트작 역시 평단 반응은 갈렸다. 다만 상업적으로는 출시 이후 100만 장 이상을 팔며 개발사 CI 게임즈에 성과를 안겼다.

반다이남코의 '코드 베인'(2019)은 애니메이션풍 캐릭터를 앞세워 진입 장벽을 낮추려 한 사례다. 평가는 엇갈렸지만 누적 300만 장 이상을 판매하며 이 장르의 수요층이 생각보다 넓다는 것을 보여 줬다.

한국의 소울라이크 — 'P의 거짓'이 증명한 것

P의 거짓에서 주인공이 전기를 뿜는 붉은 눈의 기계 인형과 밤거리에서 싸우는 장면
▲ 'P의 거짓'은 벨 에포크 시대 도시와 인형이라는 소재로 소울라이크의 시각적 관습을 비켰다. 사진: 네오위즈 / 라운드8 스튜디오(현 너프 스튜디오)

국내 개발사가 이 장르에 정면으로 도전한 대표 사례가 네오위즈의 'P의 거짓'(2023)이다. 개발은 라운드8 스튜디오가 맡았고, 이 팀은 이후 최지원 총괄 디렉터가 이끄는 '너프(NOUGH) 스튜디오'로 독립했다.

소재부터 특이했다. '피노키오'를 원작으로 삼아, 거짓말을 할수록 인간에 가까워지는 인형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무대는 벨 에포크 시대를 모델로 한 가상의 도시 '크라트'다. 화려했던 도시가 인형들의 폭주로 무너진 뒤를 배경으로 한다.

전투 설계는 '블러드본'의 공격적인 리듬을 계승하면서 독자적인 장치를 얹었다. 무기의 날과 손잡이를 분리해 조합하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같은 손잡이에 다른 날을 끼우면 공격 모션과 특수 기술이 통째로 바뀐다. 빌드 실험의 폭을 넓힌 접근이다.

출시 후 평가는 이 장르에 도전한 비프롬 작품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했다. 완성도 면에서 원조와 견줄 만하다는 평이 나온 드문 사례다.

다만 초반 난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개발사는 출시 두 달여 만인 2023년 11월 밸런스 패치로 일부 몬스터의 공격 속도와 자세 붕괴 지속 시간을 손봤고, 넘어진 뒤 곧바로 구르는 '라이징 도지'를 처음부터 쓸 수 있게 풀었다.

확장팩 '오버추어'에서는 난이도 선택지를 아예 정식으로 넣었다. '나비의 인도', '각성한 인형', '전설의 스토커' 세 단계다. 소울라이크 계열에서 난이도 옵션을 공식 채택한 드문 사례다.

후속작 개발도 진행 중이다. 네오위즈는 이 프로젝트가 프로토타입 단계를 지나 본격 개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2D와 인디 — 규칙만 빌려 온 변종들

할로우 나이트에서 작은 검은 캐릭터가 붉은빛 공간의 벤치에 앉아 있는 2D 게임 화면
▲ '할로우 나이트'는 메트로배니아 구조에 소울라이크의 죽음 설계를 결합했다. 사진: Team Cherry
데스 도어에서 까마귀 캐릭터가 초록빛 황량한 지형 위 검은 문 앞에 서 있는 장면
▲ '데스 도어'처럼 난도를 낮추고 구조만 빌려 온 작품도 소울라이크로 분류된다. 사진: Acid Nerve / Devolver Digital

소울라이크의 규칙은 3인칭 3D 액션에만 붙는 것이 아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변종은 2017년작 '할로우 나이트'다. 이 게임은 메트로배니아, 즉 능력을 얻어 막혔던 길을 여는 2D 탐험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소울라이크의 죽음 설계를 얹었다. 죽으면 통화를 그 자리에 떨어뜨리고, 그 자리에는 자신의 그림자가 적으로 남는다. 그림자를 쓰러뜨려야 잃은 것을 되찾을 수 있다.

벤치에서 쉬면 회복되지만 적이 부활하는 구조도 그대로다. 화톳불의 2D 번역인 셈이다.

2021년작 '데스 도어'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 쿼터뷰 시점에 아기자기한 미술을 얹고 난도를 크게 낮췄다.

그럼에도 이 게임을 소울라이크로 부르는 이유는 구조 때문이다. 회복 횟수 제한, 예고 동작이 뚜렷한 보스전, 지름길 중심의 지역 설계가 그대로 살아 있다.

이 두 사례가 앞서 말한 정의를 뒷받침한다. 소울라이크를 결정하는 것은 난이도가 아니라 구조라는 점이다.

최근에는 로그라이크와 결합한 '소울라이크 로그라이트' 계열도 늘고 있다.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되 영구 성장 요소를 남기는 방식으로, 두 장르의 죽음 처리 방식을 절충한 형태다.

10년 넘게 이어진 '이지 모드' 논쟁

세키로에서 붉은 단풍이 물든 사원 지붕 위에 주인공이 서 있는 장면
▲ 난이도 선택지를 두지 않는 설계를 두고 접근성 논쟁이 반복돼 왔다. 사진: FromSoftware / Activision

이 장르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난이도 옵션 논쟁이다.

프롬소프트웨어의 게임에는 전통적으로 난이도 선택 메뉴가 없다. 모든 플레이어가 같은 조건에서 시작한다.

이를 두고 두 입장이 오래 부딪혀 왔다.

찬성 측 논리는 이렇다. 난이도가 고정돼 있기 때문에 모든 플레이어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보스를 넘어섰을 때의 성취가 공통의 화제가 된다는 것이다. 게임 안 메시지 시스템이나 공략 문화도 이 전제 위에서 작동한다.

반대 측은 접근성을 든다. 신체적 제약이 있는 이용자나 시간이 부족한 이용자가 작품의 이야기와 미술을 아예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 논쟁이 가장 격렬했던 시점은 2019년 '세키로' 출시 직후였다. 성장을 통한 우회로가 막혀 있어 실질적 난도 조절 수단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프롬소프트웨어의 답은 옵션이 아니라 구조 변경이었다. '엘든 링'에서 오픈월드와 정령 소환을 통해 게임 안에서 난도를 조절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 접근을 두고도 평가가 갈린다. 실질적 접근성 개선이라는 시각과, 옵션 메뉴 하나면 될 일을 돌아갔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한편 다른 개발사들은 좀 더 직접적인 길을 택하고 있다. 앞서 본 'P의 거짓'이 확장팩에서 세 단계 난이도를 정식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장르에서 난이도 옵션은 더 이상 금기가 아니게 되는 흐름이다.

왜 통했나 — 이 장르가 파는 것은 난이도가 아니다

P의 거짓에서 가로등이 켜진 밤거리에 부서진 마차와 매달린 인형들이 늘어선 도시 풍경
▲ 정보를 설명하지 않고 배경에 흩뿌리는 서사 방식은 이 장르의 또 다른 축이다. 사진: 네오위즈 / 라운드8 스튜디오(현 너프 스튜디오)

17년 동안 이 장르가 유지되고 확장된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소울라이크가 파는 것은 어려움이 아니라 '어제는 못 했던 것을 오늘은 하게 되는 경험'이다.

대부분의 현대 게임은 플레이어의 실력이 늘지 않아도 진행이 되도록 설계돼 있다. 난이도 곡선을 완만하게 만들고, 막히면 도움을 준다.

소울라이크는 정반대다. 플레이어가 실제로 나아지지 않으면 진행이 멈춘다.

대신 나아졌다는 사실이 즉각 체감된다. 처음에 열 번 죽었던 구간을 한 번도 맞지 않고 통과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이때 변한 것은 캐릭터의 능력치만이 아니다. 플레이어 자신의 패턴 인식과 판단이 바뀌어 있다.

두 번째 축은 서사 방식이다. 이야기를 설명하지 않고 세계에 흩뿌려 두는 방식은 플레이어를 해석하는 주체로 만든다.

이 때문에 이 장르는 유독 커뮤니티 문화가 강하다. 아이템 설명문 한 줄을 두고 해석이 갈리고, 그 해석을 정리하는 영상과 글이 축적된다.

세 번째는 미술과 분위기다. 화려한 연출보다 폐허와 정적, 스케일의 대비를 통해 인상을 만드는 방식은 이 장르의 공통 언어가 됐다.

결국 소울라이크는 '불친절함'을 결함이 아니라 설계 의도로 밀어붙여 성공한 드문 사례다. 그리고 그 성공이 지금은 하나의 표준 문법이 됐다.

지금 시작한다면 — 입문 순서와 첫 관문

엘든 링에서 플레이어가 말을 타고 노을 진 절벽 지형을 도약하며 이동하는 장면
▲ 지금 입문한다면 오픈월드 구조 덕에 우회로가 넓은 '엘든 링'이 가장 무난한 출발점으로 꼽힌다. 사진: FromSoftware / Bandai Namco

이제 실제로 시작해 보려는 사람을 위한 정리다.

가장 무난한 출발점은 '엘든 링'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막히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고, 정령을 소환해 부담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장르의 문법을 배우면서도 벽에 갇히지 않는다.

정통 구조를 먼저 겪고 싶다면 '다크 소울: 리마스터드'다. 지름길 설계의 교과서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이 장르가 왜 이런 형태가 됐는지를 가장 잘 보여 준다. 다만 조작감이 요즘 기준으로는 둔한 편이다.

속도감을 원한다면 '다크 소울 3'가 낫다. 시리즈 중 가장 빠르고 현대적인 감각을 갖고 있어, 최근 액션 게임에 익숙한 이용자에게 이질감이 적다.

한국어 지원과 완성도를 함께 본다면 'P의 거짓'이다. 국내 개발작인 만큼 번역 품질이 안정적이고, 구조도 정통에 가깝다. 다만 초반 난도가 높은 편이라 첫 게임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3D 액션 자체가 부담이라면 '할로우 나이트'나 '데스 도어'로 구조만 먼저 익히는 것도 방법이다.

시작한 뒤에 기억할 원칙도 몇 가지 있다.

첫째, 막히면 성장하러 가자. 같은 보스를 백 번 치는 것보다 다른 지역에서 능력치를 올리는 편이 빠를 때가 많다.

둘째, 방패는 부끄러운 선택이 아니다. 특히 첫 회차에서는 방어 중심 빌드가 학습 곡선을 크게 완화해 준다.

셋째, 죽는 것을 실패로 세지 말자. 이 장르에서 죽음은 페널티인 동시에 정보 획득 수단이다. 그렇게 설계돼 있다.

넷째, 공략을 보는 것도 정당한 플레이다. 정보를 감추는 것이 설계 의도인 만큼, 그 정보를 찾아내는 방법에 제한을 둘 이유는 없다.

장르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졌다면 로그라이크와 로그라이트의 차이를 정리한 글도 함께 참고할 만하다. 게임 장르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굳어지는지가 비슷한 방식으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