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대화형 운전 연수 게임 '여동생 운전 가르치기'를 만든 개발사 Easy Fox가 데모 운영비 때문에 은행 대출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스팀 공지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데모 플레이어가 20배 이상 늘었고, 개발팀은 데모의 AI 서비스에 하루 1,000달러 이상을 쓰고 있다. 게임메카는 이 금액을 원화로 약 134만~135만 원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사람이 몰릴수록 매출이 아니라 비용이 먼저 커지는, 실시간 AI 게임의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사례다.

조수석에서 말로만 가르치는 운전 연수

'여동생 운전 가르치기' 연습 코스 항공 시점 - 모래 운동장에 빨간 표지가 S자로 이어진 코스와 도심 스카이라인
▲ S자 코스 같은 연습 구간은 데모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과제다. 사진: Easy Fox (스팀 스토어)

영상: Easy Fox // Teach My Little Sister How To Drive 유튜브 채널

'여동생 운전 가르치기'(영문명 Teach My Little Sister How To Drive)는 Easy Fox가 개발하고 직접 배급하는 인디 시뮬레이션이다.

플레이어는 조수석에 앉은 오빠가 된다. 직접 운전은 할 수 없고, 목소리로 지시를 내려 여동생이 코스를 벗어나지 않도록 돕는다.

스팀 상점 페이지는 이 게임을 '실시간 음성 대화' 게임으로 소개한다. 플레이어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여동생에게 실시간으로 운전 지시를 내린다는 설명이다.

장르 태그는 캐주얼·인디·시뮬레이션이다. 정식판은 2027년 1월 출시 예정으로 표기돼 있고, 10월 11일 기준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무료 데모는 스팀에 따로 올라와 있고, 2026년 2월 7일 공개된 것으로 표기돼 있다.

데모는 S자 코스, 주차, 도로 주행 같은 상황을 다룬다.

데모 이용자 20배, 하루 AI 비용 1,000달러 이상

'여동생 운전 가르치기' 데모 코스 - 모래 운동장에 주황색 고깔이 늘어선 연습 코스와 운전대를 잡은 여동생
▲ 데모에서 처음 만나는 고깔 코스 같은 연습 장면에서도 플레이어와 여동생의 음성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사진: Easy Fox (스팀 스토어)

Easy Fox는 10월 7일 스팀에 v1.2.9 업데이트 공지를 올렸다. 여동생의 감정 표현과 새 헤어 설정이 추가됐다는 내용과 함께, 개발 상황을 공유하는 대목이 담겼다.

공지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데모를 플레이한 사람이 20배 이상 늘었다. 개발사는 예상보다 훨씬 큰 관심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개발사는 플레이어가 급증하면서 데모 운영비도 예상보다 크게 늘었다고 적었다.

공지의 표현으로 현재 데모의 AI 서비스에 하루 1,000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개발사는 이 때문에 데모를 이어가려고 은행 대출도 받았다고 밝혔다.

개발사는 특정 플레이어의 사용량이 유난히 많아서 생긴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찾아와 전체 비용이 커졌다는 것이다.

일본 게임 매체 게임스파크 보도를 인용한 오토마톤 웨스트(10월 9일)에 따르면 데모가 특히 일본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언어 모델이 빚는 엉뚱한 오해와 여동생의 날 선 말투가 웃음 포인트로 꼽혔다는 설명이다.

게임메카도 여러 스트리머가 데모판을 즐기며 입소문을 탔다고 전했다.

게임메카는 10월 8일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 하루 약 1,000달러를 한화 약 134만 원, 제목에서는 135만 원으로 옮겼다. 환산액은 환율에 따라 달라지는 값이므로 달러 기준 수치를 원본으로 보는 편이 안전하다.

트래픽이 몰리자 품질까지 흔들렸다

'여동생 운전 가르치기' 도심 주행 장면 - 주차 지도와 승합차, 경찰차가 보이는 거리에서 운전하는 시점
▲ 도로 주행과 주차까지 다루는 게임이라 지시와 반응이 끊기면 체감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 사진: Easy Fox (스팀 스토어)

비용만 문제가 아니었다. 개발사는 플레이어가 늘면서 응답 지연과 오류가 잦아졌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대만 4Gamers도 같은 공지를 근거로 제미나이 한도 오류와 오픈AI 모델 비중 확대, 답변 길이와 말투 문제를 전했다.

Easy Fox의 설명으로는 기본 AI 모델인 구글 제미나이에서 사용 한도와 관련된 오류가 자주 났다. 개발사는 사용 등급(Tier)을 높이려고 문의했지만, 구글 클라우드 쪽에서 수동으로 올려주기는 어렵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한다.

사용 실적을 쌓아 상향 조건을 채워야 하는데, 지금은 한도 때문에 충분히 쓰지 못해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개발사의 설명이다.

그 사이 예비 모델로 준비해 둔 오픈AI 모델이 주로 쓰이게 됐다. 여동생의 답변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말투가 부자연스럽다는 의견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개발사는 설명했다.

개발사 AI 안내 페이지(8월 27일 갱신)에도 구성이 적혀 있다. 기본은 구글 버텍스 AI의 gemini-2.5-flash이고, 응답이 느리거나 연결되지 않으면 오픈AI의 ChatGPT Realtime Mini 2.1, 그것도 실패하면 ChatGPT Realtime Mini 순으로 넘어간다.

안내 페이지에 따르면 게임은 일정 간격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서비스에 다시 연결을 시도하고, 상태가 괜찮아지면 되돌아간다. 한 번의 플레이에서도 여러 제공사를 오갈 수 있다는 뜻이다.

개발팀이 꼽은 개선 과제는 세 가지다. 여동생이 너무 길게 말하는 문제, 말투가 기계적이거나 AI처럼 느껴지는 문제, 왼쪽으로 가라고 했는데 오른쪽으로 가는 식의 지시 이행 오류다.

기술 작업으로는 제미나이를 다시 안정적으로 쓰는 것, 성능이 충분한 GPU를 가진 플레이어용 보조 로컬 AI 모델 도입, 러시아 지역에서도 원활한 새 AI 모델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여동생이 운전 중 실수하는 모습은 게임의 일부라 완전히 없애지는 않는다. 다만 지나치게 반복돼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식판 가격에 AI 비용을 넣겠다

'여동생 운전 가르치기' 도로 장면 - 도로 한복판에서 차량과 'U턴' 표지판이 겹쳐 보이는 모습
▲ 정식판에서도 지시를 알아듣고 반응하는 AI가 게임의 핵심이어서, 플레이 시간이 늘수록 호출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사진: Easy Fox (스팀 스토어)

개발사가 내놓은 해법은 가격이다. 정식 판매 때는 예상 AI 사용 비용을 게임 가격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신 게임을 산 뒤에 플레이어에게 AI 토큰 사용료를 따로 청구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 구조에는 위험이 따른다. 한 번 파는 게임에서 사용 시간만큼 계속 커지는 서버 쪽 호출 비용을 정가에 미리 녹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 정가는 사실상 플레이 시간 전체에 대한 선불 요금이 된다.

어느 정도 가격이 필요한지는 개발사도 밝히지 않았다. 스팀 페이지에도 아직 가격이 없다.

개발사는 데모를 계속 운영해 더 많은 사람이 즐기길 바란다면서도, 4명으로 이뤄진 소규모 팀이라 재정 부담 때문에 정식 출시 전에 데모를 예상보다 일찍 종료할 수 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다만 조기 종료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4Gamers는 개발팀이 2027 타이베이 게임쇼 참가를 예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발사는 앞서 스팀 공지로 이 게임이 도쿄 게임쇼 2026 인디 80 부스에 참가하고, 'SENSE OF WONDER NIGHT 2026' 최종 후보 8팀에 선정됐다고 알렸다.

스팀에는 AI 사용이 어떻게 공시돼 있나

'여동생 운전 가르치기' 장면 - 경광등을 켠 경찰관이 길가에 서 있는 모습
▲ 게임에는 경찰관이 등장하는 장면처럼 돌발 상황도 담겼다. 사진: Easy Fox (스팀 스토어)
'여동생 운전 가르치기' 주차 장면 - 'PARKING' 간판이 붙은 주차 건물 앞에서 운전하는 여동생
▲ 주차 건물 앞에서 지시를 이어가는 장면. 사진: Easy Fox (스팀 스토어)
'여동생 운전 가르치기' 장면 - U턴 표지판 사이로 흰 승용차가 공중에 떠 있는 모습
▲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연출도 게임의 일부다. 사진: Easy Fox (스팀 스토어)

스팀 상점 페이지에는 'AI 생성 콘텐츠 사용 공개' 항목이 있다. 개발사는 여기에 플레이어가 음성 채팅으로 게임 속 NPC와 자유롭게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적었다.

같은 항목에는 여동생의 목소리가 로컬 모델로 실시간 생성된다는 설명과, 사용자 음성 데이터를 어떤 경우에도 수집하거나 저장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

또 스팀 페이지는 AI 콘텐츠 생성을 위해 타사 서비스에 연결한다며 글로벌 지역은 제미나이 API와 ChatGPT, 중국 지역은 Qwen과 BytePlus를 쓴다고 밝힌다.

개발사 AI 안내 페이지는 음성이 게임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에서 AI 서비스로 직접 전송된다고 설명한다. 서버는 게임 소유 여부만 확인하고 단기 토큰을 돌려준다.

개발사 AI 안내 페이지는 중국 본토에서는 알리바바 클라우드와 바이트플러스 서비스를 쓴다고 따로 안내한다.

국내 규제 쪽 논의는 AI 기본법이 게임사에 남긴 숙제를 참고할 만하다.

다만 개발 단계에서 쓰는 AI와 달리, 이 게임처럼 플레이하는 순간마다 모델을 호출하는 방식은 판매량이 아니라 플레이 횟수에 따라 비용이 쌓인다.

먼저 같은 길을 간 AI 던전

실시간 생성 AI의 호출 비용이 이용자 증가에 비례해 커진다는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텍스트 모험 게임 'AI 던전'을 만든 래티튜드의 닉 월턴 CEO는 CNBC 2023년 3월 보도에서 인기가 오를수록 오픈AI에 내는 비용이 불어났다고 회고했다.

월턴은 2021년 정점에 오픈AI와 아마존 웹서비스에 한 달 약 2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썼다고 추정했다.

래티튜드는 2021년 말 오픈AI 모델에서 AI21 랩스의 더 저렴한 모델로 옮겼고, 무료·오픈소스 언어 모델도 서비스에 넣었다고 한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이후 AI 비용은 월 10만 달러 아래로 내려갔고, 고급 AI 기능에는 월 구독료를 받는다.

'여동생 운전 가르치기'가 택한 길은 구독이 아니라 정가에 비용을 얹는 방식이어서, 두 사례의 해법은 서로 다르다.

다만 AI 던전은 텍스트 중심의 서비스이고 이 게임은 음성 대화형이라 비용 구조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확인되지 않은 부분

정식판 가격, 정확한 출시일, 대출 규모, 데모 이용자의 절대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20배라는 증가 폭도 개발사 공지에서만 확인된다.

스팀 공시의 '로컬 모델' 설명과 개발사 AI 안내 페이지의 외부 서비스 구성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도 문서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기사에서 비교한 AI 던전 사례는 CNBC 보도에 담긴 CEO의 추정치에 근거한 것이며, 다른 음성형 실시간 AI 게임의 공개 운영비는 찾지 못했다. 대만 4Gamers는 제목에서 하루 비용을 '근 1,000달러'로 썼지만 본문과 스팀 공지는 1,000달러 이상이라고 적었다. 일부 해외 매체가 전한 동시 접속 최고치는 매체마다 달라 이 기사에서는 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