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8월 18일 '팬텀 블레이드 제로' 전용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열면서 채팅을 막지 않았다. 유튜브와 트위치 양쪽 모두였다. 결과는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렀다. 게임 이야기 대신 "디스크 없으면 안 산다(No Disc No Buy)"는 문구가 화면을 뒤덮었다. 실물 디스크 생산 중단을 둘러싼 반발이 이제 특정 발표 자리를 겨냥하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8월 18일, 채팅을 열어 둔 방송
소니는 이날 중국 개발사 S-게임의 액션 RPG '팬텀 블레이드 제로'를 단독으로 다루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진행했다.
눈에 띈 것은 채팅 설정이었다. 유튜브와 트위치 모두 댓글을 열어 둔 채로 방송을 내보냈다.
최근 대형 퍼블리셔들이 논란이 예상되는 발표에서 댓글을 잠그는 경우가 늘어난 것과 대비되는 선택이었다.
채팅은 곧 한 방향으로 쏠렸다. 'No Disc No Buy'와 같은 취지의 문장이 반복해서 올라왔다.
게임 자체에 대한 반응은 그 사이에 묻혔다. 방송 내내 같은 요구가 되풀이됐다.
이 문구가 가리키는 것은 하나다. 소니가 2028년부터 자사 게임의 실물 디스크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이다.
보이콧에 날짜가 붙었다 — 8월 23~30일
이번 채팅 사태가 단발성 항의로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다.
계획된 플레이스테이션 보이콧이 이미 날짜를 잡아 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간은 8월 23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이다.
즉 이날의 채팅은 보이콧 개시를 닷새 앞두고 벌어진 예열에 가깝다.
이 흐름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소니의 디스크 생산 중단 발표 이후 '돈 킬 더 디스크' 청원이 20만 명 규모로 불어났고, PS 플러스 해지 운동으로 번진 바 있다.
당시 소니는 구독 취소를 시도하는 이용자에게 최대 50% 할인을 제시하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달라진 점은 형태다. 청원과 해지가 개별 행동이었다면, 이번에는 특정 기간을 정해 구매를 멈추자는 집단 행동으로 구체화됐다.
여기에 발표 자리를 겨냥한 채팅 점거까지 더해지면서 가시성이 크게 올라갔다.
애꿎은 유탄 — S-게임은 표적이 아니었다
이번 사안에서 짚어야 할 부분이 하나 있다. 채팅을 뒤덮은 항의의 대상과, 그 자리에 있던 게임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S-게임과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소니의 디스크 정책과 아무 관련이 없다. 보이콧의 표적도 아니다.
다만 이 게임 역시 선주문이 전부 디지털로만 열리면서 디스크판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의 불씨가 된 측면은 있다.
결과적으로 신작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가 다른 사안의 시위장이 됐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다. 10월 28일 출시를 앞두고 마련한 중요한 노출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런 유탄은 불매운동이 확산될 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기도 하다. 항의가 정확한 대상에게만 향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의 논리는 분명하다. 소니가 운영하는 자리라면 어디든 메시지를 전달할 장소가 된다는 것이다.
소니의 답 — "데이터가 뒷받침한다"
반발이 커지고 있지만 소니는 지금까지 방침을 바꾸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
회사가 내세우는 근거는 숫자다. 최근 실적 자료 기준으로 PS4와 PS5를 합친 풀게임 소프트웨어의 디지털 다운로드 비중이 82%에 이른다는 것이다.
다섯 명 중 네 명 이상이 이미 디지털로 산다는 뜻이다. 실물 디스크 생산 라인을 유지할 경제적 근거가 약해졌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 수치 자체를 반박하기는 어렵다. 다만 반대 측의 논점은 비중이 아니라 다른 데 있다.
핵심은 소유권과 보존이다. 디스크가 사라지면 서비스 종료 이후 게임에 접근할 방법이 사라지고, 중고 거래나 대여도 성립하지 않는다.
즉 소수라도 그 방식을 필요로 하는 이용자가 있는 한 선택지 자체를 없애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양측 논리가 서로 다른 층위에 있어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태다. 한쪽은 시장 효율을, 다른 쪽은 권리와 보존을 말하고 있다.
다음 주가 분수령
당장 주목할 시점은 8월 23일부터 30일까지의 보이콧 기간이다.
실제 매출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날지가 관건이다. 일주일이라는 기간은 통계로 확인하기에 짧은 편이다.
다만 이런 운동의 목표가 반드시 즉각적인 매출 타격인 것은 아니다. 사안을 계속 화제로 유지하는 것 자체가 성과로 작동한다.
이번 채팅 사태가 그 증거이기도 하다. 신작 발표 방송 하나가 통째로 디스크 논쟁 기사로 소비됐다.
이 흐름이 GTA 6로 옮겨붙을 가능성도 있다. 록스타 역시 실물 디스크 없이 코드만 담은 패키지를 판매하기로 했고, 최근 유출 사태의 당사자도 같은 정책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정리하면 실물 매체 문제는 이제 개별 회사의 정책 논쟁을 넘어 업계 전반의 쟁점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소니가 82%라는 숫자를 계속 고수할지, 아니면 어떤 형태의 절충안을 내놓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