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2016)과 '둠 이터널'의 음악을 만든 호주 작곡가 믹 고든이 생성형 AI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PAX Australia 2026에서 IGN과 인터뷰를 했다. AI를 작곡에 쓸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욕설을 섞어 강하게 거부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둠 시리즈로 돌아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체 없이" 돌아가겠다고 답했다. 다만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AI는 늘 인간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

둠(2016) 게임 화면 - 푸른 코어가 빛나는 거대한 악마와 마주한 장면
▲ 2016년 '둠'은 전기톱 소리를 샘플링해 만든 기타 리프로도 유명하다. 사진: id Software·Bethesda (Steam 스토어)

영상: Mick Gordon 유튜브 채널

IGN은 10월 12일 공개한 기사에서 믹 고든이 생성형 AI를 창작 과정에 쓰는 것을 고려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고든의 대답은 짧고 거칠었다. 욕설이 섞인 한마디로 AI를 거부했다. 이 글에서는 표현을 순화해 '강하게 반대했다'고 옮긴다.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생성형 AI가 이미 사람이 만든 결과물을 학습해서 만들어지는 만큼, 구조상 사람보다 항상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학습한 데이터라는 한계에 갇혀 있어서 다음에 올 새로운 것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고든은 AI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그 안에서 논리적인 결론을 끌어낼 뿐이라고도 했다.

IGN은 이 반응을 두고 고든이 작곡에 생성형 AI를 끌어들일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인터뷰는 호주 멜버른 컨벤션 & 전시 센터(MCEC)에서 열린 PAX Australia 2026 현장에서 이뤄졌다. 행사는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진행됐다.

사람은 사람과 연결되고 싶어 한다

둠(2016) 게임 화면 - 거대한 뼈 구조물과 횃불이 늘어선 지옥 풍경
▲ 2016년 '둠'의 지옥 풍경. 믹 고든의 음악은 이 게임의 상징으로 꼽힌다. 사진: id Software·Bethesda (Steam 스토어)

고든은 청중이 결국 사람의 작업물에 끌릴 것이라는 낙관도 내비쳤다.

그는 "인간은 언제나 다른 인간과 교류하고 싶어 한다. 언제나"라고 말했다.

AI 열풍이 오히려 사람들이 디지털에 지나치게 매인 삶에서 벗어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도 이어 갔다.

고든은 사람들이 결국 인간적인 연결을 좇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IGN은 고든이 2013년 '킬러 인스팅트'에서 티베트 악기 캉링을 쓰고, '둠'에서는 전기톱 소리를 샘플링한 실험적 작곡가라는 점도 짚었다.

게임 업계 전반의 AI 인식은 이미 싸늘하다. GDC 설문에서는 개발자의 절반 넘게 생성형 AI가 업계에 해롭다고 답했다. 자세한 수치는 GDC 2026 설문 기사에 정리돼 있다.

둠 복귀는 지체 없이 — 단, 조건이 있다

둠 이터널 게임 화면 - 폐허가 된 공간에서 슬레이어가 헬멧을 비추는 장면
▲ 고든은 2020년 '둠 이터널'의 음악도 맡았다. 사진: id Software·Bethesda (Steam 스토어)

IGN의 또 다른 기사는 같은 인터뷰에서 둠 복귀 가능성을 다뤘다.

고든은 그러려면 아주 특정한 방식으로 여러 도미노가 쓰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IGN 기사 부제에는 '수백 개의 도미노가 제자리에 맞춰져야 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된다면 "물론 하겠다. 지체 없이"라고 답했다.

어떤 도미노를 말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IGN은 고든과 이터널 개발진 사이의 분쟁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짚었다.

그는 둠으로 하고 싶었던 아이디어 목록이 따로 있었다고도 했다. 언젠가 그것을 풀어 보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고든은 이터널 출시 이후 개발진과 공개적으로 틀어진 바 있다. 그래서 이번 발언은 관계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복귀 논의가 실제로 진행 중이라는 근거는 현재까지 나온 것이 없다.

배경 — 이터널 사운드트랙을 둘러싼 쌍방 주장

둠 이터널 게임 화면 - 뿔 달린 악마가 총을 든 플레이어에게 달려드는 장면
▲ 2020년 '둠 이터널'의 전투 장면. 사운드트랙 발매를 둘러싼 갈등이 이 작품 출시 무렵 불거졌다. 사진: id Software·Bethesda (Steam 스토어)

갈등은 2020년 '둠 이터널' 출시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터널 콜렉터스 에디션에는 고든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포함된다고 알려졌지만, 발매가 미뤄졌다. 결국 고든이 직접 믹싱한 곡은 일부에 그쳤다고 외신은 전했다.

id Software의 마티 스트래턴은 2020년 5월 레딧에 올린 글에서 고든이 여러 차례 마감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고든은 2022년 11월 장문의 글을 올려 이 설명에 반박했다. 계약 분량보다 훨씬 많은 음악이 게임에 쓰였는데도 초과분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스트래턴이 사실과 다르게 설명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이 내용은 고든 본인의 주장이며 독립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

Bethesda는 약 일주일 뒤 성명을 내 고든의 글이 id Software 개발진을 일방적이고 부당하게 묘사했다고 반박했다. 사실을 왜곡하고 불완전한 '사실'을 선택적으로 제시했다는 취지다.

Bethesda는 필요하면 적절한 자리에서 문서화된 증거를 공개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한편 양측 모두에게 괴롭힘이나 공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양측의 주장은 서로 엇갈린다. 이 글은 어느 한쪽의 주장이 옳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IGN은 이번 기사에서 고든과 스트래턴 사이의 불화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다크 에이지'는 다른 작곡가가 맡았다

둠: 더 다크 에이지 게임 화면 - 거대한 괴물 무리를 향해 총을 겨누는 1인칭 장면
▲ '둠: 더 다크 에이지'의 전투 장면. 음악은 피니싱 무브가 맡았다. 사진: id Software·Bethesda (Steam 스토어)
둠: 더 다크 에이지 게임 화면 - 어두운 지옥 평원에서 악마 무리와 마주한 장면
▲ '둠: 더 다크 에이지'의 지옥 풍경. 사진: id Software·Bethesda (Steam 스토어)

2025년 5월 나온 '둠: 더 다크 에이지'의 음악은 피니싱 무브(Finishing Move)가 만들었다.

해외 매체 보도에 따르면 고든은 이 작품에 참여하지 않았다. 피니싱 무브는 '콜리스토 프로토콜' 등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스튜디오다.

시리즈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IGN에 따르면 id Software는 올해 7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사업 감원으로 직원 136명이 영향을 받았다.

IGN은 이 대목에서 고든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둠 시리즈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신작 근황은 첫 DLC 'Revelations' 출시 기사에서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사업의 감원 흐름은 게임업계 감원 보고서 기사에 정리했다.

지금 하는 일 — 보어건 2, 디펙트, 2027년 라이브 공연

둠 이터널 게임 화면 - 전기 에너지 무기로 악마를 쓰러뜨리는 전투 장면
▲ 2027년 공연에서는 '둠'과 '둠 이터널'의 음악을 풀 밴드로 연주한다. 사진: id Software·Bethesda (Steam 스토어)

영상: Warhammer 40,000 유튜브 채널

영상: Mick Gordon 유튜브 채널

영상: Bethesda Softworks 유튜브 채널

고든은 10월 14일 PC·PS5·엑스박스 시리즈로 출시되는 '워해머 40,000: 보어건 2'에 참여했다. 마지막 보스전의 음악을 맡았다.

'디펙트'의 사운드트랙도 작업 중이다. '둠'과 '콜 오브 듀티' 출신 개발자들이 만드는 사이버펑크 분대 슈터다.

IGN은 두 작품 모두 음악이 고든 본인의 손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2027년에는 영국 RADAR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오른다. '둠'과 '둠 이터널'의 음악을 풀 밴드와 함께 라이브로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다.

RADAR 2027은 맨체스터에서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