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게임즈가 7월, 전 직군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8년 연속 적자에 자본잠식 상태까지 겹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회사가 자체 개발 중인 신작 '엠버 앤 블레이드'의 전투 시스템을 통째로 갈아엎은 '데모 2.0'을 9월 3일 스팀에 공개했다. 자동으로 발사되던 보조 무기를 아예 없애고, 약공격·강공격 콤보를 새로 넣었다. 위기의 회사가 왜 하필 지금, 이렇게 큰 폭으로 게임을 다시 만들었는지 들여다봤다.

8년 적자, 자본잠식, 그리고 희망퇴직

라인게임즈의 지난해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매출 335억 원으로 전년보다 22.9% 줄었고, 영업손실은 484억 원, 순손실은 314억 원에 달했다.

2017년 이후 8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22년부터 추진하던 기업공개(IPO)도 사실상 무산됐다.

결국 7월, 회사는 전 직군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청 마감은 7월 31일, 희망퇴직이 수리된 직원에게는 3개월치 급여와 별도 이직지원금이 지급됐다.

다만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만든 모티프, 미어캣게임즈 등 개발 자회사는 이번 희망퇴직 대상에서 제외됐다.

회사 측은 당시 "새로운 경영 체제 구축과 함께 사업 및 경영 전략의 재구축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월에는 배영진 전 최고전략책임자를 공동대표로 영입해 조동현·배영진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 상태였다.

체질개선의 방향은 결국 하나였다. 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회사를 살릴 수 없고, 신작이 실제로 돈을 벌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왜 하필 '엠버 앤 블레이드'인가

엠버 앤 블레이드 주인공 펜릭스가 두 동료와 함께 거대한 봉인의 문 앞에 서 있는 장면
▲ 불멸의 사냥꾼 펜릭스가 대악마 아스모데우스에 맞선다는 설정의 액션 서바이버라이크다. 사진: LINE GAMES

'엠버 앤 블레이드'는 라인게임즈가 자체 개발 중인 액션 서바이버라이크다. 3D 서바이버라이크 장르에 직접 조작 중심의 액션과 로그라이크 성장 요소를 결합했다.

플레이어는 천사와의 계약으로 불멸을 얻은 사냥꾼 펜릭스가 되어, 대악마 아스모데우스가 봉인된 세계에서 밀려드는 악마 무리와 싸운다.

이 게임은 2025년 공개 당시 2026년 글로벌 서비스를 목표로 제시됐고, 올해 2월에는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꼽은 '2026년 기대작'에도 이름을 올렸다.

다시 말해 이 타이틀은 단순한 신작 하나가 아니라, 회사가 재무구조 개선의 성패를 가늠할 시험대로 여기는 프로젝트에 가깝다.

김주복 디렉터는 데모 2.0을 공개하며 "평가가 좋아졌다는 것은 틀린 길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일 뿐"이라는 말을 남겼다. 지금까지의 반응에 만족하지 않고 핵심을 다시 검토했다는 뜻이다.

개발 방향은 명확했다. 서바이버라이크 특유의 물량을 자동 처리가 아니라 플레이어의 직접 액션으로 돌파하는 쾌감에 무게를 싣는 쪽이었다.

데모 2.0, 전투가 통째로 바뀌었다

엠버 앤 블레이드 대규모 악마 무리와 전투를 벌이는 서바이버라이크 화면
▲ 밀려드는 악마 무리를 직접 조작 액션으로 돌파하는 것이 데모 2.0의 핵심 변화다. 사진: LINE GAMES

가장 큰 변화는 전투의 기본기다. 기존에는 반복적인 기본 공격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약공격과 강공격을 조합하는 콤보가 들어갔다.

여기에 스태미나라는 새 자원이 추가됐다. 콤보와 대시를 쓸 때마다 소모되고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는 구조라, 플레이어는 공격과 회피 사이에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매 순간 판단해야 한다.

무기 구성도 손을 봤다. 빠른 연속 공격의 , 넓은 범위에 차지·다이빙 공격을 쓰는 해머에 이어 사거리를 활용해 여러 적을 동시에 노리는 샷건이 새로 추가됐다.

반대로 자동으로 발사되던 석궁 보조 무기는 아예 삭제됐다. 자동 처리 요소를 줄이겠다는 방향과 정확히 맞닿아 있는 결정이다.

천사의 축복을 뜻하는 블레싱 시스템도 자동 발동 방식에서 벗어나, 강공격이나 대시 같은 특정 행동과 연계해 발동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세트 효과도 새로 추가됐다.

몬스터 쪽 반응도 다양해졌다. 일반 몬스터는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거나 물에 빠뜨리는 식의 상호작용이 가능해졌고, AI가 개선되며 플레이어를 다방향에서 포위한다. 보스는 그로기 상태가 명확하게 표현돼 추가 공격 타이밍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엠버 앤 블레이드'는 스팀·에픽게임즈 스토어를 통한 PC 버전에 이어 플레이스테이션5·엑스박스 콘솔 버전까지 계획돼 있다. 이번 데모 2.0과 함께 엑스박스 스토어 정식 지원도 공식 발표됐다. 데모는 스팀·에픽게임즈·엑스박스 스토어 세 곳에서 동시에 내려받을 수 있다.

데모 2.0은 정식 출시가 아니라 시험대다. 다만 이 시험대의 무게가 남다르다. 지금 라인게임즈에게는 신작 하나가 재무제표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희망퇴직으로 몸집을 줄이고, 공동대표 체제로 경영 방향을 다시 세운 회사가 내놓은 첫 대형 자체 개발작이 지금 플레이어들 앞에 놓인 셈이다.

전투 시스템을 이렇게까지 크게 갈아엎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적당히 다듬어 내놓기보다, 근본적인 재미부터 다시 검증하겠다는 판단이다.

데모 2.0에 대한 반응이 이 게임의, 그리고 라인게임즈 체질개선의 다음 행보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