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나온 발표 중 게임이 아닌데도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건 따로 있었다. 레고가 오리지널 플레이스테이션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첫 PS 세트 '72306'을 공개한 것이다. 30주년을 맞은 콘솔에 대한 헌사이자, 레고 특유의 숨겨진 디테일까지 챙긴 정성스러운 제품이다.

부품 1,911개, 실물 크기 그대로

이 세트는 1,911개 부품으로 이뤄져 있으며, 완성하면 폭 10.5인치(약 26cm)로 실제 오리지널 플레이스테이션과 거의 같은 크기다. 본체뿐 아니라 당시 컨트롤러까지 함께 재현했고, 전원 버튼과 오픈 버튼이 실제로 눌리는 기믹까지 구현했다.

컨트롤러는 본체에 직접 꽂아 연결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겉모습만 흉내 낸 장식품이 아니라, 실제 콘솔의 사용 경험까지 재현하려 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본체를 열면 그란 투리스모가 나온다

레고 플레이스테이션 그란 투리스모 미니 디오라마
▲ 본체 안에 숨겨진 '그란 투리스모' 테마 미니 디오라마 (출처: LEGO)

가장 화제가 된 건 숨겨진 디오라마 기믹이다. 본체 상단 디스크 트레이 부분을 열면 게임 카트리지 모양의 미니 디오라마가 들어있는데, 종류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그란 투리스모' 테마로 미니어처 레이싱 트랙과 자동차를, 다른 하나는 '에이프 이스케이프' 테마로 몬키를 형상화한 섬 풍경을 담았다.

두 디오라마는 탈부착이 가능해 따로 떼어내 전시할 수도 있다. 단순한 콘솔 모형을 넘어, 플레이스테이션의 상징적인 게임 두 편에 대한 오마주를 곳곳에 심어둔 셈이다.

하필 이 시점에 디스크 드라이브를 재현한 이유

이 세트를 보는 반응 중에는 순수한 반가움만 있는 게 아니었다. 소니는 지난 7월 2028년 1월부터 신작 PS 게임의 실물 디스크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디지털 전환을 공식화한 지 두 달여 만에, 이번엔 그 디스크 시대를 열었던 오리지널 콘솔을 레고로 정성껏 재현해 내놓은 셈이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리지널 플레이스테이션은 닌텐도의 값비싼 카트리지 대신 저렴하고 용량이 큰 CD-ROM을 앞세워 한 세대를 평정한 콘솔이다. 게임 산업 자체가 디스크 중심으로 재편되는 계기를 만든 기기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레고 세트의 상징적인 기믹 중 하나가 바로 실제로 열리는 '디스크 트레이'다. 소니 스스로 지우려는 시대를 가장 정교하게 축소해 판매하고 있는 모양새라 팬들 사이에서는 씁쓸한 농담이 오갔다.

레고 측 디자인 디렉터 프레데리크 롤랑 앙드레는 이번 협업에 대해 "플레이(Play)는 여러 형태를 취할 수 있다"며 "레고 디자이너에게 플레이란 창의성과 상상력, 그리고 재미를 뜻한다"고 밝혔다. 의도했든 아니든, 이 세트는 결국 사라져가는 한 시대에 대한 정교한 헌사가 됐다.

가격과 구매 방법

가격은 179.99달러(약 24만 원대)다. 레고 인사이더스 회원과 플레이스테이션 다이렉트를 통한 얼리 액세스는 10월 1일부터 시작되며, 레고닷컴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일반 판매는 10월 4일부터다.

판매 지역은 미국·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벨기에·룩셈부르크·네덜란드·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로 한정돼 있어, 국내 소비자라면 해외 직구나 리셀 경로를 알아봐야 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