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컴 어워드 2026의 수상작이 8월 28일 발표됐다. 한국 게임의 이름은 한 번도 불리지 않았다. 2022년 'P의 거짓' 3관왕 이후 4년 연속이다. 올해는 참가 규모가 역대 최대였는데도 그랬다. 숫자를 따라가 보면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가 조금 더 분명해진다.

4년의 기록을 늘어놓으면

P의 거짓의 실내 장면
▲ 'P의 거짓'은 한국 게임 최초로 게임스컴 어워드 3관왕에 올랐다. 사진: 네오위즈

출발점은 2022년이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최고 기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최고 액션 어드벤처 게임, 최고 롤플레잉 게임 세 부문을 받았다. 한국 게임의 게임스컴 어워드 3관왕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이 게임은 출시 전이었다. 정식 출시는 이듬해인 2023년 9월이다. 즉 미출시 신작으로 상을 받은 사례다. 이 대목은 뒤에서 다시 짚는다.

2023년은 기록이 단순하다. 후보에 오른 한국 게임이 아예 없었다.

2024년2025년에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 연속으로 후보에 올랐다. 특히 2025년에는 4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두 해 모두 수상은 없었다.

그리고 2026년이다. 후보는 두 편, 세 부문이었다.

'붉은사막'이 모스트 에픽베스트 PC 게임에, 크래프톤이 배급하는 '에이지 트위스터스'모스트 홀섬에 올랐다.

결과는 세 부문 모두 실패다. 모스트 에픽은 중국 개발사의 '멸망의 파도', 베스트 PC 게임은 세가의 '토탈 워: 워해머 40,000', 모스트 홀섬은 '파인딩 폴카'가 가져갔다.

연도후보결과
2022 P의 거짓 (네오위즈) 3관왕 — 최고 기대 PS 게임 · 최고 액션 어드벤처 · 최고 RPG
2023 없음
2024 붉은사막 (펄어비스) 무관
2025 붉은사막 4개 부문 무관
2026 붉은사막 2개 부문 · 에이지 트위스터스 1개 부문 무관

▲ 한국 게임의 게임스컴 어워드 후보·수상 기록

올해 참가 규모는 역대 최대였다

붉은사막의 들판을 배경으로 선 인물
▲ '붉은사막'은 3년 연속 후보에 올랐지만 매번 빈손이었다. 사진: 펄어비스
붉은사막의 설산 유적
▲ 펄어비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체험존을 꾸렸다. 사진: 펄어비스

무관의 이유를 '적게 나가서'로 설명할 수는 없다. 올해는 정반대였다.

크래프톤이 자체 부스에 5종을 한꺼번에 냈다. 'NO LAW', '프로젝트 제타', '에이지 트위스터스', '타래: 언바운드', 그리고 PUBG IP를 쓰는 미공개 신작이다.

엔씨소프트3종을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에 올렸다. '아이온2', '신더시티', '프로젝트 본파이어'다. 여기에 '길드 워 3'를 B2B 전시로 따로 뒀다.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한 종에 집중하면서 삼성전자와 함께 체험존을 꾸렸다.

카카오게임즈는 '갓 세이브 버밍엄'을 B2B로 냈고, 중소 개발사들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하는 한국관을 통해 참가했다.

그런데 이 물량에서 후보로 걸러진 것은 두 편이었다.

즉 문제는 '나가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간 것들이 이 상의 심사 기준에 걸리지 않았다는 쪽에 가깝다.

이 상은 '미출시 신작'을 본다

게임스컴 어워드의 성격을 짚어야 한다.

이 상은 완성된 게임의 총평을 주는 시상식이 아니다. 게임스컴은 기본적으로 신작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이고, 어워드도 그 성격을 따른다.

그래서 심사에서 크게 반영되는 것이 현장에서 직접 만져볼 수 있는 빌드의 완성도다. 영상만 틀어서는 받기 어렵고, 반대로 이미 출시돼 시장의 평가가 끝난 게임도 강점이 크지 않다.

올해 수상작 목록을 보면 이 경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베스트 비주얼 '메트로 2039'는 2027년 2월 출시, 베스트 오디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2'는 출시일 미정, 베스트 게임플레이 '귀무자: 웨이 오브 더 소드'는 9월 3일 출시, 베스트 PC 게임 '토탈 워: 워해머 40,000'도 미정이다.

모스트 에픽을 받은 '멸망의 파도' 역시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반면 '붉은사막'은 2026년 3월에 이미 출시된 게임이다.

게임스컴에서 무료 2.0 업데이트 '붉은사막 Enhanced'를 공개했지만, 그것은 기존 게임을 보강하는 소식이지 '처음 보는 신작'은 아니다.

2022년 'P의 거짓'이 상을 받은 조건과 정확히 반대편에 서 있는 셈이다.

'에이지 트위스터스'는 왜 후보에 올랐나

만화풍으로 그려진 노인과 아이 캐릭터
▲ '에이지 트위스터스'는 할아버지와 손녀가 주인공인 2인 협동 게임이다. 사진: 피콜로 스튜디오 / 크래프톤
밝은 색채의 쿼터뷰 퍼즐 스테이지
▲ 나이를 바꿔 퍼즐을 푸는 것이 핵심 장치다. 사진: 피콜로 스튜디오 / 크래프톤

올해 유일하게 새로 후보에 오른 한국 관련 작품이 '에이지 트위스터스'다.

개발은 피콜로 스튜디오, 배급은 크래프톤이다.

2인 협동 내러티브 어드벤처이며, 할아버지와 손녀가 주인공이다. 딸이자 어머니인 인물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핵심 장치는 나이를 바꾸는 것이다. 캐릭터의 나이를 조절해 퍼즐을 풀고, 거짓으로 쌓인 세계의 비밀을 밝혀 나간다.

협동 게임에서 흔한 '프렌즈 패스'도 들어간다. 한 명만 사면 친구를 무료로 초대할 수 있는 방식이다.

후보 부문은 모스트 홀섬이었다. 따뜻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주는 작품에 주는 상이다.

이 게임이 후보에 오른 이유는 앞선 분석과 일치한다. 아직 나오지 않은 신작이고, 현장에서 직접 플레이할 수 있었으며, 부문 성격에 맞는 뚜렷한 정체성이 있었다.

출시는 2027년 예정이며, 플랫폼은 PS5·엑스박스 시리즈·닌텐도 스위치 2·PC다. 스팀 기준으로 한국어를 지원한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피콜로 스튜디오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기반을 둔 개발사다. '어라이즈: 어 심플 스토리'와 '애프터 어스'를 만든 팀이다. 크래프톤이 배급을 맡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한국 게임'으로 분류되지만, 개발 자체는 한국 밖에서 이뤄졌다.

그래서 다음 카드는 무엇인가

P의 거짓의 전투 장면
▲ 2022년의 조건을 다시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사진: 네오위즈

이번 결과를 '한국 게임의 수준' 문제로 읽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같은 기간에 한국 게임은 상업적으로 성과를 냈다.

'붉은사막'만 해도 2026년 상반기 미국 게임 판매 2위, 스팀 상반기 신작 매출 톱5에 올랐다. 게임스컴 어워드가 이런 지표를 보는 상이 아닐 뿐이다.

정리하면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출시 전일 것. 둘째, 현장에서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빌드가 있을 것. 셋째, 19개 부문 중 어느 하나에 또렷하게 걸리는 성격이 있을 것.

이 조건에 가장 가까운 다음 카드로는 크래프톤의 '프로젝트 제타'가 꼽힌다. 올해 4분기 글로벌 얼리 액세스가 예고돼 있어 완성도 면에서 앞서 있다.

엔씨의 '신더시티'도 후보군이다. 게임스컴에서 엔비디아 채널을 통해 DLSS 4.5와 레이 트레이싱 기술 시연 영상이 공개될 만큼 빌드가 안정된 상태다.

다만 '아이온2'처럼 이미 출시일이 정해진 대형 MMORPG는 이 상과는 결이 다르다. 10월 5일 글로벌 출시를 앞둔 만큼, 내년 게임스컴에서는 '신작'이 아니게 된다.

결국 관건은 어떤 게임을 어떤 상태로 들고 나가느냐다. 물량은 이미 충분히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