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차세대 게이밍 GPU RTX 60(코드명 GR20x)이 2028년으로 밀렸다는 루머는 GamTrend가 어제(9월 22일) 이미 전했다. 리커 kopite7kimi가 9월 21일 "안타깝게도 GR20x는 2028년 제품"이라고 재확인하면서다. 그런데 같은 시점에 나온 또 다른 리커 Kepler_L2의 발언을 뜯어보면, 이건 엔비디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AT2가 내년(2027년) 나오는 유일한 GPU다. AMD·엔비디아 양쪽 모두 나머지는 2028년"이라고 못 박았다. 즉 지연된 건 RTX 60 한 라인업이 아니라, AMD RDNA5까지 포함한 업계 전체의 차세대 게이밍 GPU 로드맵이다. 예외는 40CU급 중급형 칩 'AT2' 단 하나뿐이다.

같은 날, 같은 소식통 — 엔비디아와 AMD가 나란히 묶였다

GamTrend가 지난 8월 18일 전한 AMD RDNA5 지연 루머는 당시엔 'AT2 한 종만 2027년에 나오고 나머지는 밀린다'는, AMD 로드맵에 국한된 이야기로 읽혔다. 정확히 언제로 밀리는지는 그때만 해도 불분명했다.

이후 9월 21일, Kepler_L2가 한 포럼에서 이 공백을 채웠다. 그가 밝힌 표현은 명확했다. "AT2가 내년(2027년) 출시되는 유일한 GPU다. AMD·엔비디아 양쪽 모두 나머지는 2028년." AMD RDNA5 지연이 사실은 엔비디아 RTX 60 지연과 같은 시기, 같은 원인으로 묶여 있는 현상이라는 뜻이다.

해외 매체 테크스팟은 이를 두고 "두 회사의 스택 대부분이 이제 2028년 도착으로 예상된다"는 Kepler_L2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다. 엔비디아와 AMD 중 한쪽만 늦는 게 아니라, 업계 전체가 같은 병목에 걸려 있다는 해석이다.

물론 두 회사 모두 이번 루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kopite7kimi와 Kepler_L2 모두 신뢰도가 높은 편으로 꼽히는 리커이지만, 유출 문서나 스크린샷 같은 물증이 공개된 것은 아니다.

유일한 예외, AT2는 뭐가 다른가

지포스 RTX 그래픽카드가 장착된 투명 케이스 PC 사진 - 초록색 조명이 새어나오는 게이밍 PC 내부 모습
▲ RTX 50 라인업이 앞으로도 한동안 최신 게이밍 GPU 자리를 지켜야 하는 건 엔비디아 쪽도 마찬가지다. 사진: Nvidia

AT2는 현재 라데온 RX 9070 XT의 후속으로 거론되는 중급형 다이다. 유출된 사양은 약 40개 연산 유닛(CU), 5,120개 셰이더 코어, 192~384비트 메모리 버스, 12~24GB 메모리 구성이다.

하필 이 칩만 예외로 남은 이유를 두고는 두 가지 추정이 나온다. 하나는 다이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이다. 웨이퍼 한 장에서 더 많은 칩을 뽑아낼 수 있어, 부족한 생산 capa 안에서도 비교적 수월하게 일정을 맞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하나는 차세대 Xbox 'Project Helix'와의 연결고리다. GamTrend가 8월 18일 전했듯, AMD CEO 리사 수는 차세대 Xbox 개발이 "2027년 출시를 지원할 수 있도록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AT2와 Xbox용 커스텀 SoC가 같은 RDNA5 세대를 공유하는 만큼, 콘솔 쪽 고정 일정이 AT2의 2027년 출시를 떠받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특수 사정이 없는 나머지 칩들은 전부 뒤로 밀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위 라인업으로 갈수록 다이가 커지고 웨이퍼 소모량도 많아지는데, 지금 같은 공급 환경에서는 그 여유가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왜 하필 지금 — AI가 웨이퍼와 메모리를 먼저 가져간다

엔비디아 베라 루빈 플랫폼 서버 랙 내부 사진 - 금색 커넥터가 달린 컴퓨팅 보드 수십 개가 검은 랙 안에 나란히 꽂힌 모습
▲ 게이밍 GPU가 기다리는 사이, 웨이퍼와 메모리는 이런 데이터센터용 랙으로 먼저 향한다. 사진: Nvidia

이번 지연의 공통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건 AI 가속기발 웨이퍼·메모리 공급난이다. 업계 전망에 따르면 D램 공급은 2027년 내내 빠듯할 것으로 예상되며, 의미 있는 증산은 2028년이 돼야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TSMC의 2나노 공정 생산 원가 상승까지 겹쳤다. 파운드리 첨단 공정 물량 자체가 AI 가속기 쪽에 먼저 배정되는 구조이다 보니, 게이밍 GPU가 쓸 수 있는 여유 물량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AMD 보드 파트너 사이에서도 이미 지난 6월부터 비슷한 불안감이 감지됐다. 일부는 2027년 중후반 출하를 예상했지만, 다른 일부는 2028년 초에야 물량이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Kepler_L2의 발언은 그 불확실했던 전망 중 더 늦은 쪽이 현실이 될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GamTrend가 8월 1일 전한 RAM 가격 급등에 따른 GPU 가격 인상 소식도 이 흐름의 연장선이다. 메모리 원가가 이미 현재 세대 GPU 가격까지 밀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세대 생산 일정까지 영향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게이밍보다 데이터센터 — 숫자로 보는 두 회사의 우선순위

AMD 인스팅트 MI350X 데이터센터 가속기 보드 클로즈업 사진 - AMD 로고가 새겨진 검은 기판 위에 대형 AI 칩이 탑재된 모습
▲ AMD 역시 지금 가장 많은 웨이퍼가 향하는 곳은 게이밍 GPU가 아니라 이런 인스팅트 가속기 쪽이다. 사진: AMD

영상: AMD 유튜브 채널

엔비디아 쪽 사정은 GamTrend가 어제 다룬 대로다. 가장 최근 분기(2026회계연도 2분기, 7월 26일 마감분) 기준 전체 매출 962억 달러890억 달러가 데이터센터에서 나왔다. 전년 동기 대비 117% 늘어난 수치다. 게이밍 사업은 이미 사내에서 '엣지 컴퓨팅' 부문으로 흡수될 만큼 비중이 작아진 상태다.

AMD도 크게 다르지 않다. AMD의 2026년 2분기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67억 달러로, 전년 동기(32억 달러) 대비 107% 증가했다. 이 증가분을 이끈 건 EPYC 서버용 CPU와 함께 인스팅트 MI350 시리즈 AI 가속기였다.

AMD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7월 '어드밴싱 AI 2026' 행사에서 인스팅트 MI400 시리즈(MI455X·MI430X)와 이를 묶은 랙스케일 시스템 '헬리오스'를 새로 공개했다. 회사 측은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향후 3~5년간 연 60%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AI 관련 매출은 2027년 안에 수백억 달러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리하면, 엔비디아와 AMD 모두 회사의 성장 엔진이 게이밍에서 데이터센터로 완전히 옮겨간 상태다. 두 회사 다 웨이퍼 한 장을 어디에 쓸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미 데이터센터 쪽이 압도적으로 더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따로 늦던 두 회사가 처음으로 같이 늦는다

그동안 엔비디아와 AMD의 차세대 GPU 출시는 시기가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한쪽이 신세대를 내놓으면 다른 쪽은 그 전후로 대응하는 식의 엇박자가 반복돼 왔다.

이번엔 양상이 다르다. 두 회사가 사실상 같은 시점(2028년)에 맞춰 함께 밀리고 있다는 게 이번 루머의 핵심이다. 같은 파운드리(TSMC), 같은 메모리 공급망(SK하이닉스·삼성·마이크론)을 공유하는 두 회사가 같은 병목 앞에서 나란히 발이 묶인 셈이다.

그 결과 2027년은 게이밍 GPU 시장 전체를 놓고 볼 때 사실상 신작 공백기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엔비디아 쪽엔 RTX 50 슈퍼 리프레시라는 중간 다리조차 사실상 취소된 상태다. AMD 쪽에도 AT2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중간 세대가 보이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이런 '동시 지연'을 두고, 두 회사의 문제라기보다 반도체·메모리 공급망 전체가 AI 쪽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더 큰 흐름의 증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게이밍 GPU가 늦어지는 건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뜻이다.

게이머는 뭘 준비해야 하나

루머가 사실이라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지금 라인업으로 오래 버텨야 한다는 결론은 같다. RTX 50이든 라데온 RX 9000 시리즈든, 다음 세대 교체까지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다만 AMD 쪽엔 AT2라는 변수가 하나 있다. 만약 2027년에 이 칩이 실제로 나온다면, RX 9070 XT급 성능대에서만큼은 한 세대 이른 선택지가 생기는 셈이다. 반대로 상위 라인업을 노리는 사용자라면 엔비디아·AMD 어느 쪽이든 2028년까지 기다려야 할 공산이 크다.

당장 업그레이드가 급하다면 2028년까지 마냥 기다리기보다 지금 필요한 성능에 맞춰 구매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다만 최근 신작들의 VRAM 요구량이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진영과 무관하게 16GB 이상 메모리 모델을 우선 고려할 필요는 있다.

물론 이 모든 내용은 아직 리커들의 발언에 근거한 루머 단계다. 엔비디아와 AMD 모두 공식 로드맵을 밝히지 않은 만큼, 확정된 사실보다는 참고할 만한 업계 동향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