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옵션에서 30fps와 60fps는 그저 숫자 두 개로 보인다. 그런데 이 숫자를 시간으로 바꿔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60프레임이라고 다 같은 60프레임도 아니다. 프레임을 둘러싼 용어를 한 번에 정리했다.
숫자가 아니라 시간으로 봐야 한다
프레임은 1초에 몇 장을 그리느냐다. 이걸 뒤집으면 한 장에 몇 밀리초가 허용되느냐가 된다.
30fps는 한 프레임당 33.3밀리초, 60fps는 16.7밀리초다. 차이는 약 16.6밀리초다.
120fps로 가면 8.3밀리초다. 30에서 60으로 갈 때 줄어드는 시간(16.6ms)과, 60에서 120으로 갈 때 줄어드는 시간(8.4ms)은 크기가 다르다.
이것이 60에서 120으로 올릴 때 체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이유다. 프레임 숫자는 두 배씩 늘지만, 실제로 줄어드는 시간은 절반씩 작아진다.
여기서 '영화는 24프레임인데 왜 게임은 60이 필요하냐'는 질문이 나온다.
답은 입력이다. 영화는 보기만 하지만 게임은 조작한다. 버튼을 누른 뒤 화면이 반응하기까지의 시간에 프레임 시간이 그대로 얹힌다.
게다가 영화는 촬영 단계에서 자연스러운 모션 블러가 찍힌다. 게임은 그 효과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30fps 게임이 모션 블러를 강하게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프레임 | 프레임 시간 | 필요 패널 | 주로 쓰이는 곳 |
|---|---|---|---|
| 30fps | 33.3ms | 60Hz 이상 | 그래픽 우선 모드, 휴대기, 대형 오픈월드 |
| 40fps | 25.0ms | 120Hz 필수 | 품질과 반응성의 절충 모드 |
| 60fps | 16.7ms | 60Hz 이상 | 성능 모드의 표준 |
| 120fps | 8.3ms | 120Hz 이상 | 경쟁형 멀티플레이 |
▲ 40fps 모드가 120Hz 패널을 요구하는 이유는 본문에서 설명한다
평균 프레임보다 중요한 것 — 프레임 페이싱
'60프레임인데 왜 끊겨 보이지?'라는 경험이 있다면, 원인은 대개 프레임 페이싱이다.
평균 60fps라는 말은 1초에 60장을 그렸다는 뜻일 뿐, 그 60장이 균일한 간격으로 나왔다는 뜻은 아니다.
16.7ms 간격으로 꾸준히 나오는 60fps와, 어떤 프레임은 8ms 만에 나오고 어떤 프레임은 30ms가 걸리는 60fps는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후자는 평균이 같아도 끊긴다.
그래서 벤치마크에서 평균 프레임 옆에 1% 저점이나 0.1% 저점이 함께 표시된다. 가장 느렸던 프레임들의 성적이라는 뜻이다.
평균이 높은데 저점이 낮으면 실제 체감은 나쁘다. 반대로 평균이 조금 낮아도 저점이 안정적이면 훨씬 매끄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PC에서 일부러 프레임 상한을 거는 경우가 있다. 90~120 사이를 오르내리는 것보다 60으로 고정하는 편이 더 매끄럽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터터도 여기에 속한다. 셰이더를 그때그때 컴파일하거나, 오픈월드에서 새 지역 데이터를 불러오는 순간 프레임 하나가 크게 늦어지면서 화면이 튄다.
이 문제가 실제로 게임을 망친 사례가 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I' PC판(2023년 3월)이다.
셰이더 컴파일이 몇 분이면 끝나야 할 자리에서 네 시간 넘게 걸렸다는 보고가 이어졌고, 그 와중에 20분마다 튕긴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출시 직후 스팀 리뷰는 77%가 부정이었다.
PC판에서 '첫 플레이 때만 유독 끊긴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대부분 셰이더 컴파일 때문이다. 최근 게임들이 시작 전에 셰이더를 미리 만드는 화면을 넣는 이유이기도 하다.
VRR이 하는 일과, 못 하는 일
VRR(가변 주사율)은 화면의 주사율을 게임의 프레임에 맞춰 실시간으로 바꾸는 기능이다. AMD의 프리싱크, 엔비디아의 지싱크, HDMI 2.1 표준의 VRR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고정 60Hz 화면에 55fps를 내보내면 타이밍이 어긋나 화면이 찢어지거나(티어링) 프레임이 중복돼 튄다. VRR은 화면 쪽을 55Hz로 맞춰서 이 문제를 없앤다.
VRR이 나오기 전에는 선택지가 둘뿐이었다. 수직 동기화(V-Sync)를 끄면 화면이 가로로 어긋나 보이는 티어링이 생기고, 켜면 프레임이 주사율의 약수(60·30·20)로 강제로 떨어지면서 뚝뚝 끊겼다.
다만 동작 범위가 있다. 콘솔에서 VRR은 대체로 48Hz에서 120Hz 사이에서 작동한다.
프레임이 48 아래로 떨어지면 범위를 벗어난다. 이때 개입하는 것이 LFC(저프레임 보정)다. 프레임을 복제해서 — 예를 들어 30fps 프레임을 두 번씩 내보내 60Hz로 만들어 — 범위 안에 억지로 집어넣는 방식이다.
여기에 조건이 붙는다. LFC는 화면이 120Hz를 지원해야 제대로 작동한다. 60Hz 패널에서는 프레임이 떨어질 때 판단이 그대로 드러난다.
콘솔 간 차이도 있다. 엑스박스 시리즈 X는 게임의 프레임 상한과 무관하게 항상 120Hz로 출력하는 옵션이 있어 LFC가 전 게임에서 걸린다.
반면 PS5는 시스템 차원의 120Hz 상시 출력이 없고 게임별로 120Hz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미지원 게임에서는 LFC가 작동하지 않는다.
정리하면 VRR은 티어링과 프레임 불일치를 없애 주지만, 프레임 자체를 올려 주지는 않는다. 30fps는 VRR을 켜도 여전히 30fps다.
동작 범위는 대체로 48~120Hz · 그 아래는 LFC가 프레임을 복제해 보정 · LFC는 120Hz 패널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 · 엑스박스 시리즈 X는 120Hz 상시 출력 옵션이 있어 전 게임 적용, PS5는 게임별 지원 필요
성능 모드는 무엇을 포기하고 프레임을 얻나
콘솔 게임의 옵션에 흔히 있는 품질 모드와 성능 모드는, 같은 기기에서 무언가를 덜어내 프레임을 확보하는 구조다.
가장 먼저 깎이는 것은 해상도다. 내부 렌더링 해상도를 낮추고 업스케일링으로 채운다.
다음이 레이 트레이싱이다. 반사와 그림자를 광선 추적에서 기존 방식으로 되돌리면 부하가 크게 줄어든다.
그 밖에 그림자 해상도, 군중·초목 밀도, 드로 디스턴스가 조정 대상이다.
최근에는 밸런스드 모드 또는 40fps 모드가 늘었다. 30과 60 사이의 절충인데, 여기에 조건이 있다.
40fps는 120Hz 패널이 있어야 성립한다. 120을 3으로 나누면 40이 정확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60Hz 화면에서는 40fps를 균일하게 내보낼 방법이 없다.
프레임 생성 기술은 또 다른 문제다. 화면은 부드러워지지만 입력 지연은 줄지 않는다. 없는 프레임을 만들어 끼워 넣는 방식이라, 그 프레임에는 플레이어의 입력이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입력 지연은 프레임 시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컨트롤러가 신호를 보내는 주기, 게임이 그 입력을 처리하는 시점, 렌더링 대기열의 길이, 그리고 화면 자체의 처리 시간이 모두 더해진다.
그래서 TV의 '게임 모드'를 켜는 것만으로도 수십 밀리초가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프레임을 올리는 것보다 이쪽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PC에서는 엔비디아 리플렉스나 AMD 안티 랙 같은 기능이 렌더링 대기열을 줄여 지연을 낮춘다.
장르마다 답이 다르다
프레임의 중요도는 장르에 따라 크게 다르다.
60fps 이상이 사실상 필수인 쪽은 격투 게임, 경쟁형 FPS, 리듬 게임, 그리고 프레임 단위 회피가 있는 액션 게임이다. 이 장르들은 게임 규칙 자체가 프레임 단위로 설계돼 있다.
격투 게임의 '3프레임 발동기' 같은 표현은 60fps를 전제로 한 것이다. 30fps에서는 그 판정 구조가 성립하지 않는다.
30fps를 감수할 만한 쪽은 시네마틱 어드벤처, 턴제 RPG, 건설·경영 시뮬레이션이다. 조작의 즉각성보다 화면에 담기는 정보량이 더 중요한 경우다.
판단이 갈리는 쪽은 대형 오픈월드다. 이동과 전투가 있으니 프레임이 아쉽지만, 동시에 볼거리가 게임의 핵심이기도 하다.
휴대기는 또 다르다. 화면이 작고 시청 거리가 짧아 해상도 손실은 덜 보이지만, 프레임 저하는 그대로 느껴진다.
모니터·TV의 주사율도 함께 봐야 한다. 60Hz 화면에서는 게임이 100fps를 내도 화면에 나오는 것은 60장뿐이다. 다만 최신 프레임을 쓰기 때문에 입력 지연은 조금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무조건 성능 모드'가 정답인 것은 아니다. 자기가 하는 장르가 프레임에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그래서 GTA 6는?
지금 이 논의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게임이 'GTA 6'다.
복수의 해외 매체는 이 게임이 기본형 PS5에서 30프레임으로 출시되며, 60프레임 성능 모드는 개발 중이지만 11월 19일 출시에 맞출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는 락스타의 공식 발표가 아니다. 회사는 프레임에 대해 확인해 준 바가 없다.
참고할 전례는 분명하다. 'GTA 5'는 2013년 30fps로 나왔고, 60프레임 성능 모드가 붙은 것은 2022년 3월 15일 PS5·엑스박스 시리즈 확장판이었다. 9년이 걸린 셈이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더 극단적이다. 2018년 10월 콘솔에서 30fps로 나온 뒤, 2026년 현재까지도 콘솔용 60프레임 패치가 나오지 않았다. 강화판 소문은 여러 번 돌았지만 실제로 나온 적은 없다.
공교롭게도 전작인 '레드 데드 리뎀션' 1편은 리마스터를 통해 콘솔에서 60fps로 돌아간다. 정작 더 높은 평가를 받은 후속작만 30fps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즉 락스타는 표현을 우선하고 프레임을 뒤로 미루는 선택을 반복해 온 회사다.
구매를 앞두고 있다면 확인할 것은 하나다.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숫자도 확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