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의 '페이커' 이상혁이 사우디아라비아 기반 국제기구 이스포츠 재단(Esports Foundation, EF)의 게임 앰배서더로 선정됐다. 지난 7월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스포츠 월드컵(EWC) 2026 현장에서 발표된 이 자리는 2028년까지 이어지는 다년 계약으로,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체스 챔피언 마그누스 칼센과 함께하는 자리다. 이 소식이 은퇴나 활동 전환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상혁은 여전히 T1 소속으로 2026 LCK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다.

호날두·칼센과 나란히 — 2028년까지 이어지는 앰배서더 역할

이스포츠 재단은 이스포츠 월드컵(EWC)과 이스포츠 네이션스컵(ENC), 뉴 글로벌 스포츠 콘퍼런스 등을 운영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기반 비영리기구다. 2023년 10월 설립됐으며, SK게이밍과 ESL 공동창업자 출신인 랄프 라이허트가 CEO를 맡고 있다. 이스포츠를 하나의 글로벌 스포츠로 자리매김시키고, 선수와 산업 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운다.

이번에 이상혁이 맡은 '게임 앰배서더'는 이사회나 경영에 참여하는 직책이 아니라, 국제 행사·선수 지원 프로그램·미디어 활동 등에서 선수들의 관점을 대변하는 대외 활동형 역할이다. 이스포츠 재단은 이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체스 챔피언 마그누스 칼센을 '게임 앰배서더'로 두고 있었는데, 이상혁이 이 라인업에 합류하며 전통 스포츠·체스·이스포츠를 나란히 잇는 상징적 조합이 완성된 셈이다.

랄프 라이허트 CEO는 "이스포츠를 이야기하면서 페이커를 빼놓을 수 없다"며 "뛰어난 실력과 자기관리, 그리고 오랜 세월 한 세대 전체에 영감을 준 선수"라고 소개했다.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이스포츠 재단 측은 이상혁의 발탁 배경으로 ▲최고 기량을 유지하며 현역으로 뛰고 있는 역대 최다 우승 LoL 선수라는 점 ▲한국의 국민 영웅급 위상 ▲국제적인 문화적 영향력 등 세 가지를 꼽았다.

"T1에서 계속 경쟁하며 선수들을 대변하겠다" — 은퇴 아닌 병행

이상혁 본인은 이번 발탁을 은퇴나 전환이 아닌 '병행'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그는 "경쟁은 내 삶을 만들어왔고, 이스포츠 재단의 게임 앰배서더로 합류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T1과 함께 최고의 타이틀을 놓고 계속 경쟁하면서, 동시에 전 세계 이스포츠 성장을 도운 선수와 팬들을 대변하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상혁은 2026 LCK 시즌에도 T1 주전 미드라이너로 뛰고 있다. 팀과는 2029년까지 계약이 남아있고 팀 지분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4월 25일에는 개인 통산 LCK 6천 어시스트를 달성하는 등 현역 기록도 계속 쌓아가고 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T1의 유일한 로스터 변화는 원거리 딜러 자리(구마유시→페이즈)였을 뿐, 이상혁의 자리는 그대로였다.

한편 이보다 앞선 지난 1월에는 이상혁이 이스포츠 선수 최초로 대한민국 체육훈장 최고 등급인 청룡장을 받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수여한 이 훈장과 이번 이스포츠 재단 앰배서더 선정은 시기도, 주체도 다른 별개의 사안이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이상혁이 '현역 선수'와 '이스포츠 스테이츠맨' 두 정체성을 동시에 갖추게 됐다는 공통된 흐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