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출시하는 인디게임 '드레스메이커(Dressmaker)'는 흔한 코지 시뮬레이션처럼 보이지만, 시작점은 조금 특별하다. 패션 아티스트 사브리나 베커는 결합조직 질환 때문에 더 이상 손으로 옷을 디자인할 수 없게 됐다. 그의 창의성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방법을 고민하던 개발자 조나단 하우윤이 만든 게임이 지금의 드레스메이커다. 여기에 이 프로젝트를 받아든 곳이 '앵거 풋'을 만든 액션 게임 스튜디오라는 점도 흥미롭다.
손으로 옷을 만들 수 없게 된 디자이너의 이야기
드레스메이커의 출발점은 협업이었다. 개발자 조나단 하우윤(포트나이트, 테라 닐 참여 경력)과 패션 아티스트 사브리나 베커가 함께 시작했다.
사브리나는 결합조직 질환을 앓게 되면서 직접 의상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조나단은 게임이라는 형식을 통해 그의 창의성을 다시 펼칠 방법을 찾고자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기 프로토타입이 온라인에서 예상 밖의 반응을 얻었다. 이후 조나단은 이 프로젝트를 스튜디오 프리 라이브즈(Free Lives)에 제안했다.
프리 라이브즈 팀이 약 3주 만에 프로토타입을 완성해 공개하자, 다운로드 수가 첫 달에만 4만 회를 넘었고 두 달 만에 10만 회를 돌파했다. 소셜미디어 조회수도 수백만 회에 달했다.
이 반응에 힘입어 정식 게임 개발이 승인됐고, 그 과정에서 프리 라이브즈의 새로운 레이블 '코지 라이브즈(Cozy Lives)'가 탄생했다.
'앵거 풋' 만든 손이 왜 드레스를 만드나
프리 라이브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디 스튜디오다. 대표작은 총기 난사 액션 '브로포스'와 발차기 액션 '앵거 풋'이다. 둘 다 드레스메이커와는 결이 완전히 다른, 시끄럽고 폭력적인 게임이다.
그런 스튜디오가 조용한 재봉 시뮬레이션을 새 브랜드까지 만들어가며 밀어붙였다는 사실 자체가 이 게임의 화제성을 키운 요인 중 하나다.
게임 시스템은 실제 드레스메이킹 과정을 충실히 따른다. 면·린넨·울·실크·벨벳 등 다양한 원단을 고르고, 스케치북에 디자인을 그리고 색을 입힌 뒤, 패턴을 배치하고 잘라 마네킹에 입혀본다.
완성한 옷은 마을 주민의 주문에 맞춰 납품하거나 판매해 평판과 재화를 얻는다. 중간중간 고양이를 쓰다듬는 여유도 챙길 수 있다.
만족시킬까, '사보타주'할까
이 게임의 작은 반전은 제목 설명에 등장하는 문구다. 고객을 "만족시키거나, 혹은 사보타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 프루던스 같은 까다로운 고객에게는 일부러 마음에 안 드는 옷을 만들어 골탕을 먹이는 선택도 가능하다. 순한 코지 게임에 은근한 장난기를 섞은 셈이다.
완성된 드레스는 별도의 쇼케이스 모드에서 조명과 배경을 조절해 사진으로 남길 수도 있다. 옷을 만드는 재미에 더해, 완성작을 감상하고 공유하는 재미까지 챙긴 구성이다.
이런 디테일들이 쌓이며 이 게임은 출시 전부터 20만 건 이상의 스팀 위시리스트를 모았다.
9월 21일, 위시리스트가 실제 흥행으로 이어질까
드레스메이커는 9월 21일 PC용 스팀으로 정식 출시된다.
이지캐주얼한 코지 게임 장르에서 20만이라는 위시리스트 수치는 결코 작지 않다. 프로토타입 단계부터 쌓아온 화제성이 실제 판매로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무엇보다 이 게임의 출발점이 한 사람의 상실된 창작 수단을 게임으로 되살리려는 시도였다는 점은, 여느 코지 시뮬레이션과는 조금 다른 무게를 이 작품에 실어준다.
액션 게임 전문 스튜디오가 처음으로 시도한 '코지' 실험이 성공한다면, 프리 라이브즈의 다음 행보에도 이 새 브랜드 '코지 라이브즈'가 계속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